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227
77화 소검선 (1) >
장강에서 벌어졌던 여러 사건 후 닷새 가량이 지났다.
그 사이 나는 혼자서 혈마가 되어 장강수로십팔채의 근거지로 갔다.
정확하게는 총채주의 수로채에 갔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수로채의 배들은 장강 전역으로 퍼져서 각자의 구역에서 활동을 하는데, 이번에 집결했던 배들은 절반에 불과하다고 했다.
총채주가 머무는 수로채는 놀랍게도 감리(監利)현 부근이었다.
무림 연맹의 성이 있는 무한시와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그들과 향후의 일을 의논하고 금안의 조직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누기 위해 방문을 하는 동안 조성원은 전방주인 홍구가의 장례를 치르고 정식으로 개방의 방주로 취임식을 치르기 위해 하북성으로 향했다.
녀석이 빨리 개방을 장악하는 것이 내게도 이득이었다.
나머지 사마영과 송좌백, 송우현 등은 홍호(洪湖)현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그 녀석도 지금쯤이면 깼겠지?
아마 그렇지 않을까?
소담검이 물은 그 녀석은 귀살권마 장문량이었다.
송좌백에게 모든 내공을 전수한 후로 녀석은 가사상태에 빠진 사람마냥 옅은 호흡만 내뱉고서 깨어나질 않았다.
-속은 괜찮아?
따뜻한 국물 같은 게 먹고 싶다.
닷새 내내 수적들이랑 술판을 벌인 덕분에 속이 허하다.
두통 등의 숙취야 내공으로 어찌 할 수 있다지만 이 허함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뭍이다!
드디어 포구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것이 보였다.
홍호현 같은 경우는 장강에서 멀지 않은 곳에 꽤 커다란 호수가 있다.
그래서인지 인근에 많은 사람들이 밀집했다.
-근데 얘네도 참 대단하다. 아니면 낯짝이 두꺼운 건가?
왜? 상단의 배를 운영하는 게?
하긴 나 역시도 수로채에서 상단 배를 운영하고 있다는 말에 꽤 놀랐었다.
이들은 그저 수적질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평소에는 상단이나 뱃사람으로 활동하며 자신들의 신분을 숨겨왔다.
나름의 살아가는 수단을 갖추고 있었다.
-오래 살아남는 비결이 있네.
어찌 되었든 내가 타고 온 이 배는 표면적으로 대산 상단의 것으로 되어 있었다.
돛도 수적들의 상징인 검은색이 아니라 평범한 흰색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포구로 오게 된 것이었다.
-야. 운휘야. 저기 쭈그리고 앉아 있는 거 사마영 아냐?
어디?
-저기 누런 차양막이 있는 쪽을 봐.
소담검의 말대로 한 노점상의 끄트머리에 쭈그리고 앉아서 강가 쪽을 바라보며 꾸벅꾸벅 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계속 기다리느라 지루했던 모양이다.
‘귀엽네.’
-별 게 다 귀엽다.
‘너야 말로 별걸 가지고 따지고 들지 마.’
-내참.
녀석과 투닥거리는 사이에 배가 포구에 정박했다.
상단의 사람들로 분장한 수적들이 내게 인사를 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그들과 헤어진 나는 이목이 없는 곳으로 가서 인피면구를 벗고서 옷을 갈아입은 후에 사마영에게 몰래 다가갔다.
-뭐하려고?
놀래켜줄까 해서.
그녀의 뒤로 다가간 나는 꾸벅꾸벅 졸고 있는 어깨 오른쪽에 조심스럽게 검지 손가락만 펴고서 올렸다.
당연히 고개를 돌리겠지 싶었는데,
-팍!
어깨에 손을 올리는 순간 사마영이 앞으로 몸을 구르며 내게 발차기를 날렸다.
이를 다급히 잡아냈다.
“엇? 공자님?”
‘…….실수했네.’
그래. 무공을 익힌 사람을 놀래키면 이게 당연한 결과지.
잡았던 발을 놓자 그녀가 좋아라 활짝 웃으며 내게 포옹을 하려 했다.
“흠흠.”
헛기침 소리에 주변을 인지했는지 그녀가 안으려던 것을 멈췄다.
나야 알고 있지만 인피면구를 쓰고서 내게 안기면 주위 사람들이 어찌 보겠는가.
사마영이 배시시 웃으며 내게 말했다.
“잘 이야기가 되었나요?”
“그럭저럭.”
“대답하시는 것도 그렇고 표정이 썩 좋아보이진 않는데요?”
그녀도 이제 나에 대해 꽤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대답하는 어투나 표정만으로 이를 짐작하는 걸 보면 말이다.
사실 요 근래 닷새 동안 수로채의 수적들을 겪게 되면서 한 가지 확신한 것이 있었다.
-상종할 놈들이 아니지.
그래.
확실히 근간이 좀 다르다.
혈교와 마찬가지로 사파라고 하나 이들은 뿌리가 도적들이다.
기본적으로 신뢰성이 굉장히 떨어졌다.
말이 좀 더 앞서는 경향이 있었는데, 장강삼객 형제들도 그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나는 속삭이듯이 그녀에게 말했다.
“불리해지면 언제든지 뒤통수 칠 놈들이야.”
“어느 정도는 예상하셨잖아요.”
“그렇긴 하지.”
“괜히 수적들이 아니잖아요. 서로 원하는 것만 얻으면 됐죠.”
그녀의 말에 나는 피식 웃었다.
그 말이 정답이다.
어차피 그들에게 바라는 것은 하나다.
장강을 건너서 남하하려고 하는 무림 연맹의 발목을 잡아주는 것이다.
그리고 명목상이더라도 그들이 본교의 산하 전력으로만 있어줘도 허장성세의 패로 활용할 수 있다.
‘그보다 이 패가 더 쓸모 있을까?’
품속에는 낭왕 혁천만이 준 각패가 있었다.
십여 년만에 처음으로 임무를 실패했다고 한 그는 약조 받은 의뢰비의 절반마저도 반납하고 고향인 산서성으로 돌아간다고 하였다.
내게 이 각패를 주고서 필요할 때 찾으라고 했다.
-다시 만날 때는 진짜로 어검비행을 하게 되는 거 아냐?
그럴지도.
내게 호언장담을 하고 갔다.
다음에 볼 때는 내가 보였던 이상의 검의 경지를 보여주겠다며 말이다.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으니 모를 일이다.
“좌백이랑 우현이는?”
“청문 객잔이란 곳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아 맞다.”
사마영이 전음으로 바꾸었다.
[장문량이 어제 깨어났어요.] [깼다고? 정신은 멀쩡해졌어?]어차피 내공을 전부 송좌백에게 넘겼기 때문에 머리에 박혀 있던 부러진 날붙이도 뽑았다.
날붙이가 박혀서 어린 아이처럼 굴었으니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을지도 모른다.
그럼 잘 됐다.
녀석을 심문하고 싶었던 차였다.
계속해서 금안의 조직과 엮이는 것이 뭔가 심상치가 않았다.
이제는 대놓고 나를 노렸었기에 나름의 방비가 필요했다.
응?
왜 대성통곡을 한 거지?
-너 무림인한테 생명은 단전이라며?
아아…..평생을 쌓았던 내공을 전부 잃어서 그런 건가.
그런 것이라면 충분히 이해는 간다.
어쨌거나 소란을 피우지 못하도록 제압한 것은 잘한 행동이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그냥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해야 할까?
사마영은 도통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보통 무덤이라고 한다면 사람의 관을 묻고 작게 풀언덕을 쌓는다.
그런데 왕의 무덤은 그 규모가 차원이 다르다.
당시 대국이었던 초나라 평왕 역시도 장장 수백 평에 이르는 규모의 작은 산과 같은 릉(陵)을 만들었다고 들었다.
다만 걸리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게 뭔데?
명장 구야자가 만든 다섯 요검의 암호가 가리키는 곳이 평왕의 무덤은 틀림없다.
한데 망국의 왕의 무덤은 사실 다른 누군가에 의해 파헤쳐졌을 확률이 지극히 높았다.
왜냐하면 그 안에 생전 왕에게 귀속된 보물 등이 묻혔기 때문이다.
-시간 낭비하는 꼴이 되는 거 아냐?
그거야 가봐야 알겠지.
이렇게 용의주도하게 검면에 문양을 새겨서 뭔가를 숨겼다.
그렇다면 쉽게 들통 나지 않게 뭔가 조치를 취해놨을 거다.
아무튼 요검과 구야자에 대해서 설명하기가 애매하니 일단 대충 둘러대야 겠다.
“가보면 알게 될 거야. 일단 객잔으로 가자. 안 그래도 닷새 동안 내내 술만 마셨더니 속이 허하네.”
“닷새 동안이요? 속 다 버리겠어요. 안 그래도 저희가 잡은 객잔에 국수 육수를 돼지뼈랑 닭뼈로 우리거든요. 한 그릇 드시고 나면 속이 편해지실 거에요.”
그것 참 구미가 당긴다.
그렇게 이동하려고 하는데 사마영이 아차하고 말했다.
“하마터면 깜빡할 뻔 했네요.”
“응?”
“공자님. 누이 동생 분이랑 만났어요.”
“영영이를?”
무림 연맹이나 형산파에 있을 거라고 여겼었다.
그런데 이 마을에 있다고?
“네. 무림 연맹의 무슨 당이라고 했던데, 아! 봉황당의 당원으로 임무를 마치고 복귀 중이라고 했는데 공자님을 기다리고 있다니까 저희가 머무는 객잔 근처에 있는 다른 객잔에서 있겠다고 하던데요.”
“걔가?”
나를 기다린다고 여기서 머물었다고?
아무리 사이가 풀렸다고 해도 그 정도로 싹싹한 애는 아닌데.
“벌써 이틀 째 머물고 있는걸요. 중간중간에 저희 객실로 불쑥 찾아와서 얼마나 놀랐는데요.”
장문량을 구금해놓고 있으니 놀랄 만도 하다.
나는 사마영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나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닌 것 같은데.
이참에 그 아이의 환상을 깨기는 그렇지만, 더 깊이 빠져들기 전에 사마영이 여자라는 사실을 이야기 해두는 게 좋을 것 같다.
* * *
홍호현 동쪽 포목점 거리 뒤편에 있는 용명 객잔.
그곳에서 세 명의 여인들이 차를 마시며 왁자지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세 여인들 모두가 하나 같이 병장기를 소지한 것을 보면 누가 봐도 무가나 무림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중 살짝 처진 눈매에 두꺼운 입술의 여인이 두 손을 뺨에 포개며 말했다.
“언니. 언니. 대체 오라버니 분은 언제 오시는 거에요?”
그녀의 이름은 언영인.
하북성의 명가라 불리는 진주언가의 차녀이자, 무림 연맹에서 새롭게 창설한 봉황당의 당원이다.
그녀가 수줍은 듯이 말을 거는 대상은 귀여운 이목구비에 도복을 입은 소영영이었다.
소영영이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
“나도 몰라. 얼마나 바쁜지 코빼기도 보기 힘든걸.”
“어머. 영매는 그런 대단한 오라버니를 두고서 여태껏 자랑 한 번 안했던 거야?”
백색과 청색이 어우러진 옷을 입은 단아한 미녀.
그녀는 남궁세가의 장녀인 남궁가희이다.
정파 무림의 삼봉 중 백도화(白桃華)라 불리는 그녀는 뛰어난 검술 실력으로 봉황당의 당주로 역임하고 있었다.
“아이 참 언니도.”
소영영이 부끄럽다는 듯이 계속 손사래를 쳤다.
사실 이런 태도를 보이면서도 지금 그녀는 어깨가 으쓱해진 상황이었다.
무림 연맹의 임무를 마치고서 복귀하는 과정에 그녀는 이 마을에 들르게 되었고 놀라운 소식을 접했다.
그것은 오라버니인 소운휘에 관한 소식이었다.
‘오라버니가 오대악인인 귀살권마를 물리쳤다니?’
그녀도 이것을 처음 듣고는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익양소가에서 보았을 때를 기억한다.
그때의 소운휘는 단전이 없었다는 과거가 무색할 만큼 뛰어난 무위를 보였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후기지수의 영역에서였다.
사백인 형산일검 조청운과 잠시 겨뤘을 때 그에게조차 밀렸던 오라버니가 무림의 최고수 중 한 사람을 꺾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진짜 오라버니가 맞아?’
이 모든게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유일한 혈육이 이렇게 위명을 떨치니 내심 가슴이 뿌듯할 수밖에 없었다.
“너 은근히 즐기는 것 같다.”
남궁가희가 게슴츠레 쳐다보며 하는 말에 소영영이 손사래를 쳤다.
“아이. 아니래도요.”
“뭐가 아니야. 나라도 오대악인의 두 사람을 물리친 영웅이 내 오라버니라면 어깨가 으쓱하다 못해서 뼈가 위로 탈골될 걸. 이렇게!”
그녀가 자신의 양쪽 어깨 옷을 위로 들어올렸다.
“깔깔깔. 언니는 탈골이 뭐에요. 탈골이.”
그녀의 농담에 언영인이 자지러져라 웃어댔다.
남궁가희는 명문인 오대세가의 여식임에도 불구하고 털털한 성격에 입 재담으로 남녀노소 누구에게도 인기가 좋았다.
“저 놀리시는 거죠?”
“그걸 이제 아셨어요? 호호호호.”
그렇게 세 사람이 즐겁게 떠들고 있을 때였다.
그들이 있는 탁자로 한 무리의 사내들이 다가왔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그들에게 갈 수밖에 없었다.
“즐거우신 와중에 송구합니다.”
짙은 눈썹에 비단 옷을 입은 한 청년이었다.
허리에 차고 있는 옥을 박아 넣은 도집만 보더라도 무가의 사람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언영인이 대표로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시죠?”
언영인을 쳐다보며 살짝 인상을 찡그린 청년이 남궁가희와 소영영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지나가는 길에 여기 아름다운 소저 분들이 있다고 하여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그런 그의 말에 남궁가희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그녀는 이런 일을 늘 상 겪었기에 익숙했다.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얼마 있지 않아 이 마을을 떠날 거니까 가던 길을 계속 가시면 될 것 같네요.”
그런 그녀의 말에 청년이 씨익하고 웃으며 말했다.
“그거 잘됐군요. 저희도 이곳 사람들이 아닙니다. 이런 만남도 인연인데, 저희들과 같이 식사라도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런 청년의 말에 소영영이 딱 잘라서 답했다.
“사양할게요.”
그러자 뒤에 있던 청년들 중 한 명이 나서며 말했다.
“그렇게 차갑게 거절하지 마시고 같이 식사라도 하시죠. 소생은 감숙성 배도산장에서 온 배현각이라고 합니다. 이 친구는 현무정문의 소문주인 신길립입니다.”
‘현무정문?’
현무정문이라는 말에 언영인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그곳은 감숙성 북부에서 최고 명문가라 불리는 무가였다.
현무정문의 문주 신길황은 공동파의 장문인인 정양 진인과 맞먹는 고수라고 명성이 자자했다.
이들 무리는 나름 명문 무가 출신들인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감을 보이며 그녀들에게 접근한 것이기도 했다.
‘흠?’
평소라면 이렇게 자신들의 신분을 밝히면 무가의 여성들이 관심을 보여왔으나, 그런데 이 여자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시큰둥하다.
‘명문가의 자제들인가?’
그렇지 않고는 이런 반응이 나올 리가 없었다.
이에 신길립이 다시 나서서 말했다.
“혹시 우리 소저 분들의 이름을 여쭤 봐도 괜찮겠습니까?”
소영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희는 무림 연맹 봉황당의 무인들로 임무 때문에 신분을 밝히기가 그러하니, 그냥 저희끼리 조용히 있다가 가고 싶군요.”
적절한 대처였다.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게 잘 둘러댔다.
무림 연맹까지 이야기했으니 더는 치근덕거리지 않을 거라 여겼다.
하나 그것은 예상 밖이었다.
“이야. 그럼 더 잘됐군요. 저희도 안 그래도 무림 연맹에서 새로운 당들을 창설한다고 해서 가던 참입니다. 같이 동행하면 되겠군요.”
아뿔싸였다.
이들의 목적지도 무림 연맹이었다.
이것은 예상치 못했기에 소영영이 난처하다는 듯이 남궁가희를 쳐다보았다.
그녀 역시도 이들이 이렇게 끈질기게 치근덕거릴 줄은 몰랐다.
봉황단까지 거론해도 달라붙을 정도라면 자신들의 신분을 밝혀도 마찬가지일 듯 했다.
그러다 남궁가희가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저희가 계속 정중히 거절했는데도 계속 그러시면 이 소저의 오라버니분께서 많이 언짢아하실 걸요.”
그 말에 신길립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물었다.
“오라버니 분이 누구시길래 언짢아하신다는 겁니까?”
“요즘 최고로 위명이 높으신 분이시죠. 소검선이라고 들어보셨는지 모르겠네요.”
남궁가희의 말에 객잔 안이 술렁거렸다.
그녀들끼리 대화를 할 때는 웃을 때나 농담할 때만 큰소리로 말했기에 아무도 듣지 못했지만, 지금은 시선이 집중된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소검선이라는 말이 나오자 놀란 이들이 꽤나 많았다.
전음으로 들어오는 소영영의 타박에 남궁가희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사실 이렇게까지 이야기한다면 어느 정도 한 발 물러설 거라 여겼다.
그런데 예상을 벗어난 반응이 나왔다.
“아아, 소저의 오라버니께서 그 유명하신 소검선 소운휘 대협이시군요. 이렇게 유명하신 분의 누이 동생을 뵙게 되다니 영광입니다.”
신길립의 목소리에는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
그의 일행들도 피식 거리며 웃고 있는데, 마치 비웃음과도 같았다.
소영영이 기분 나빴는지 물었다.
“지금 그 웃음 뭐죠?”
“아니 아닙니다. 기분 나쁘셨다면 사죄드리겠습니다. 무림에는 워낙 과장된 소문이 많아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군요.”
“…….과장된 소문?”
“뭐 그렇지 않습니까? 고작 이십대 초반에 불과한 친구가 어검비행에 이기어검술이라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신길립이 키득거리며 웃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는 이 소문이 허황된 것이라고 확신하는 모양이었다.
그의 동료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웃어대던 신길립이 다시 정중함을 갖춰서 말했다.
“죄송합니다. 소저. 농담은 여기까지하고 서로의 가문이나 혈육이 뭐가 중요합니까? 아….많이 언짢으신 모양이군요. 하면 저희가 그 대가로 저녁 식사를 대접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바쁘시면 저희가 연맹까지 호위라도 해드리겠습니다.”
끝까지 치근덕대는 이들이었다.
이들의 태도에 결국 남궁가희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적당히 하라고 말을 하려했다.
그때 소영영이 그녀를 붙잡았다.
그리고 신길립과 그의 일행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허황된 소문 같으면 오라버니한테 직접 얘기하시죠.”
“직접?”
이들은 소영영이 쳐다보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들의 뒤에 한 목갑을 등에 지고 있는 훤칠한 청년이 서있었다.
그는 바로 진운휘였다.
뭔가 범상치 않은 모습에 신길립이 자신도 모르게 당혹스러워하며 말했다.
“당신이 이신성 소운….”
그의 말을 끊고서 진운휘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내 누이 동생에게 치근덕대는 거요?”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나는 현무정문의 신길립이라고…..”
“됐고 셋 셀 동안 조용히 가면 그냥 넘어가겠소.”
그런 진운휘의 경고에 신길립이 기가 차했다.
그의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유명한 당사자가 갑자기 나타나서 당혹스럽긴 했으나, 자신들더러 축객령을 내리는 것이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 그들에게 진운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셋.”
“이보시오. 소 형. 지금 우리를 마치 여자나 밝히는 파락호…”
“둘.”
“이 사람이 정말….”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진운휘가 손가락을 들어서 그의 이마로 가볍게 튕겼다.
-딱!
“억!”
그와 동시에 신길립이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그 자리에서 눈을 뒤집으며 쓰러지고 말았다.
그 광경에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호북성 최고의 후기지수가 고작 손가락을 한 번 튕기는 걸로 기절했으니 말이다.
남궁가희가 전음으로 소영영에게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소영영은 입술을 실룩거리며 입 꼬리가 올라가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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