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230
77화 소검선 (4) >
그날 늦은 밤.
양평 객잔의 숙소 객실.
정신적 충격으로 내상을 입고서 한참을 기절해 있던 소영영이 눈을 떴다.
눈을 뜨고서 멍한 얼굴로 있는 그녀를 누군가가 불렀다.
“영매 정신이 좀 들었어?”
“언니?”
그녀를 부른 것은 봉황당의 당주인 남궁가희였다.
한참 동안 간호라도 했는지 그녀의 손에는 따뜻한 물로 적신 수건이 들려있었다.
“제가…..왜…..이곳에 있는 거죠?”
그런 소영영의 물음에 진주언가의 언영인이 다가와 말했다.
“언니 괜찮아요? 기절한 언니를 오라버니 분께서 업고 와서 제가 객실로 데려온 거에요.”
“오라버니가?”
오라버니를 떠올린 소영영.
[영영아. 너도 혈마의 피를 이었어.]그 순간 오한이라도 왔는지 몸을 파르르 떨었다.
이에 놀란 남궁가희가 그녀를 붙들었다.
“영매? 괜찮아? 왜 이렇게 떠는 거야?”
호흡마저 거칠어졌다.
마치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의 모습처럼 혼란스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에 남궁가희가 다시 소영영을 침상에 눕히려고 했다.
소영영이 손사래를 치며 이를 거부했다.
“괘, 괜찮아요.”
“괜찮기는? 식은땀까지 흘리는데? 이것 봐 입술도 바짝 말라서 벗겨지려 하잖아. 언매 가서 객잔주에게 따뜻한 차라도 받아와줄래.”
“알겠어요. 언니 잠시만 기다려요.”
언영인이 차를 가지러 객실 밖으로 나갔다.
남궁가희의 말대로 소영영은 식은땀도 났지만 입술도 입속도 바짝 말랐다.
몸살이라도 난 것처럼 말이다.
남궁가희가 파르르 떠는 소영영의 손을 꽉 잡고서 말했다.
“떨지마. 영매.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들었던 거야?”
“언니……”
소영영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머. 얘!”
그런 그녀를 남궁가희가 엄마처럼 꽉 껴안았다.
무슨 사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심적으로 힘들어 보이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남궁가희의 품속 온기에 소영영의 뺨으로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내가……내가 혈마의 피를 이었다니…..’
소영영의 모든 가치관을 부수는 진실이었다.
오라버니인 소운휘와 마찬가지로 힘든 유년기를 보내왔다.
그런 그녀를 지탱해준 것이 형산파의 무인으로서의 삶이었다.
불운했던 유년기를 극복하고 스승인 형산여협 조일혜와 같은 정파의 여고수로 명성을 떨치는 것이 그녀의 삶의 목적이었다.
-토닥토닥!
“영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힘들어하지마.”
남궁가희가 그녀의 등을 매만져주며 달랬다.
“언니?”
눈물을 글썽이던 소영영이 꺼이꺼이 울었다.
눈물에 적시는 옷을 보며 난처해하면서도 남궁가희는 그녀를 안아주며 보듬어주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소영영은 진정이 되었다.
한바탕 눈물을 흘리고 나니 떨리던 것까지 진정이 되었다.
그런 소영영의 뺨에 흐른 자국을 닦아주며 남궁가희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소문이 틀렸나보네.”
“네?”
“우리 착하고 다부진 영매를 울린 걸 보니까 오라버니 분이 나쁜 사람인가 보네. 내가 당장 달려가서 혼내줄까? 볼기짝을 그냥!”
그런 그녀의 말에 소영영이 풋하고 웃었다.
“울다 웃으면 엉덩이에 뿔이 날걸?”
“나라죠. 뭐.”
그런 소영영의 답에 남궁가희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이제야 내가 알던 영매답네.”
“……고마워요. 언니.”
“고맙기는.”
“가끔은 언니가 내 친언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목조목한 얼굴로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귀여운 소영영의 모습에 남궁가희가 그녀를 꽉 끌어안으며 호들갑을 떨었다.
“꺄아. 우리 영매 내가 평생 끼고 살아야 겠다. 시집가지 말고 언니랑 살자.”
“어니….수….숨 막혀요.”
남궁가희의 풍만한 가슴에 눌린 소영영이 두 팔을 파닥거렸다.
“어머!”
남궁가희가 끌어안던 것을 얼른 풀었다.
새빨개진 얼굴의 소영영이 그녀의 얼굴을 보며 깔깔거리며 웃어댔다.
그리고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며 말했다.
“언니…..언니한테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우리 사이에 안 될 건 어디 있니?”
“고마워요.”
“고맙기는.”
호흡을 가다듬은 소영영이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언니…..만약 언니가 여태껏 알고 있던 모든 것이 전부 거짓이고 믿을 수 없는 진실이 현실이라면 어떻게 받아들이겠어요?”
“……응?”
어려운 질문에 남궁가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를 의식했는지 소영영이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
“아니아니. 제가 말을 이상하게 한 것 같아요. 그냥 저는……정파로서 자격이 없는 것 같아요. 스승님한테도 죄송스러워요.”
“그게 무슨 말이야? 정파로서 자격이 없다니.”
“…….그냥 모든 게 다요.”
자신감이 없는 목소리에 남궁가희가 그녀의 손등을 꽉 잡았다.
“영매. 영매 같이 강하고 맑은 사람이 정파가 아니라면 누가 정파라는 거야?”
“그냥…..저한테는 자격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 그녀의 말에 남궁가희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무엇 때문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영매도 스스로 정사의 괴리에 부딪친 것 같구나?”
“괴리?”
“나도 예전에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거든.”
“그게 무슨 소리에요? 언니가 저와 같은 생각을 했다뇨?”
“우리 백부가 집을 나가 사파로 전향한 것은 영매도 알고 있지?”
“아!”
그녀와 친해지고 언젠가 들은 적이 있었다.
오대세가이자 정파의 명문가인 남궁세가의 이탈자.
조혈검 남궁인.
어렸을 적 그녀는 자신의 백부를 따르고 좋아했다고 했었다.
“나 사실 어릴 적에 매일 무등을 태워줬던 백부의 변절을 보고서 정사에 관해서 머리에 쥐가 나도록 고민을 한 적이 있거든.”
“정말요?”
“당연하지. 내가 알던 백부는 누구보다도 협의심이 높고 좋은 사람이었거든. 그런 분이 수십 명의 정파인들을 죽이고 가문을 나갔을 때 얼마나 배신감이 들었는데.”
자신과는 상황이 조금 다르지만 결이 비슷하다는 생각에 소영영은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사실 그때 남궁세가에서 자체적으로 별동대를 만들어 백부를 잡아오려고 했다.”
“잡았나요?”
그것에 관해서는 들은 적이 없었다.
그런 영영의 물음에 남궁가희가 말했다.
“있지 영매…..사실 우리 가문 사람들은 모르지만 아버지와 내가 가장 먼저 백부를 발견했다.”
“정말요?”
“응.”
“그럼……가주님과 언니가 직접….”
“무슨 소리야? 아무리 사파로 전향했어도 가족이잖아.”
“아…….”
“그때 외지의 시골에 은거한 백부가 아이들을 무등 태우고서 웃고 있는 모습을 보았어.”
남궁가희가 아련한 얼굴을 하며 말했다.
그 모습에는 어떠한 분노도 실망감도 보이지 않았다.
남궁가희가 소영영의 손을 꼭 붙잡고 말했다.
“해질녘의 감나무 언덕 위에서 아이들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 백부의 모습에 그냥 웃음이 나왔어. 있지. 영매. 나는 변했다고 생각했지만 백부는 여전히 그대로였던 거야.”
보지는 않았지만 그 순간을 공유한 것처럼 아련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소영영은 왠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졌다.
답답했던 속이 풀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렇네요.”
남궁가희가 눈을 찡긋하면서 말했다.
“정사에 너무 얽매이지 마. 영매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고 만족스러운 삶을 산다는 게 종요한 거 아니겠어?”
“맞아요!”
영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답했다.
사실을 밝힐 수 없었지만 남궁가희가 겪었던 이야기를 들으니 자신이 너무 스스로에게 얽매여 괴로워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상이 누구든 어머니의 과거가 어떻든 오라버니가 어떻든 간에 자신은 자신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오라버니는 자신의 하나뿐인 오라버니였다.
“저 내일 일찍 가서 오라버니랑 더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아요. 내일 오후에 출발해도 괜찮을 까요?”
“그러렴. 하루 더 늦어진다고 무슨 큰 일이 있겠어.”
“고마워요. 언니.”
“아니. 그런데 언매 얘는 왜 이렇게 늦는 거야? 차를 받아와달라고 했더니, 차밭에서 찻잎이라도 따러간 거 아냐?”
“풋! 언니는 무슨 그런 말을.”
“하도 늦으니까 그렇지. 있어봐 내가 내려갔다 올게.”
“같이 가요.”
“뭘 같이 가. 너는 좀 더 쉬고 있어.”
남궁가희가 객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녀의 말대로 침상에 누워서 쉬려고 했던 소영영의 귓가에 뭔가 우당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놀란 소영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침상 옆에 세워뒀던 검집을 들고서 객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런 그녀는 아랫 층을 보고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언니!”
그곳에 한 거구의 사내가 남궁가희의 다리를 붙잡고 거꾸로 들어 올리고 있었다.
사내의 우악스러운 손에 붙잡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남궁가희의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떻게 언니가?’
봉황당의 당주를 맡을 만큼 남궁가희는 강한 여자다.
절정의 고수인 그녀가 저렇게 무력하게 당한 모습은 처음 본다.
‘저자는 대체….’
-오싹!
거구의 사내의 얼굴을 보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두 눈과 입을 바느질 한 것처럼 실밥으로 닫혀 있는 괴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두려워할 겨를이 없었다.
남궁가희를 구해야 했다.
-챙!
소영영이 검을 뽑고서 단번에 아래층으로 뛰어내리려 했다.
그런 그녀에게 남궁가희가 힘겹게 소리쳤다.
“아….안 돼! 영매…..이, 인악면이야.”
“인악면?”
그 말에 소영영의 두 눈이 커졌다.
몇 달 전부터 사천성 동쪽 파중과 평창, 달주 부근에서 젊은 여자들이 사라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다시피 하는 이 사건은 처음에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평창의 무중문의 장문인의 여식이 사라지면서 각광을 받게 되었다.
범인에 관한 어떠한 정보도 없었지만 유일한 목격자가 악마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는 그 말에 사람들은 이 자를 두고 인악면(人惡面)이라고 불렀다.
처음에는 사천성 동부 무림 지회는 무림 연맹에 도움을 요청했고, 이에 연맹에서는 처음 창설한 봉황당을 파견했다.
여자 당원들을 미끼로 범인을 끌어내기 위해서였다.
그녀들이 파견되고 사천성 무림 연맹 지부까지 움직이자 마치 눈치라도 챈 것 마냥 실종 사건은 멎었다.
아무런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평창현에서 가까운 산골짜기에서 죽은 여인들의 시신 여섯 구를 찾았다.
한 달 가량을 머물며 범인을 찾으려 했으나 더 이상의 성과를 내기 힘들었기에 결국 봉황당은 철수를 결정했다.
그런데 남궁가희가 저 거구의 괴인을 두고 인악면이라 한 것이다.
‘저 자가 인악면이라고? 한데 이렇게 소란이 일어났는데 어째서 객잔에 누구도 나와보지 않는 거지?’
이상한 일이었다.
그때 남궁가희가 소리쳤다.
“영매 도망쳐!”
그럴 순 없었다.
어떻게 동료를 두고서 도망간단 말인가.
여기서 자신이 도망친다면 남궁가희도 죽은 여인들과 같은 신세가 될지 모른다.
고민하고 있는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보내준다고 하더냐?”
-촥!
들려오는 허공을 가르는 소리에 소영영이 옆으로 몸을 굴렀다.
누가 자신을 공격 했나 싶었는데 웬 복면인이 있었다.
-끼이익!
‘!?’
2층의 객실문들이 열리며 복면인들이 우르르 걸어 나왔다.
그 수만 열 명이 넘었다.
게다가 미처 몰랐는데 밑에도 숨어 있던 복면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스무 명 가량이나 되었다.
“곱게 잡혀라. 상처가 나기 싫으면.”
복면인이 검을 겨냥하며 다가왔다.
복면인과 남궁가희를 번갈아 쳐다보던 소영영은 이내 아래층으로 뛰어내렸다.
‘언니를 구해서 도망가야 해.’
이들을 쓰러뜨리는 것은 자신만으로 무리였다.
아래로 뛰어내린 그녀는 공중에서 단박에 인악면으로 짐작되는 괴인을 향해 검초를 펼쳤다.
남궁가희를 놓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앗!”
괴인이 거꾸로 들고 있던 남궁가희를 둔기라도 된 것 마냥 갑자기 거칠게 부웅하고 휘둘러댔다.
이에 당황한 그녀가 펼치던 검초를 멈추고서 공중에서 몸을 틀었다.
이렇게 비겁하게 굴 줄은 몰랐다.
그러는 사이에 아래층에 있던 복면인들이 그녀를 둘러싸며 포위했다.
복면인 중 한 명이 중얼거리며 말했다.
“그분의 말대로 최상등급과 상등급이로군.”
‘그분?’
소영영이 인상을 찡그렸다.
“네놈들 대체 뭐야?”
“귀찮게 우리 일을 방해했으니 네년들이 그 수는 채워야지.”
‘젠장.’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두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인악면이 단순히 한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단체인 것 같다.
그리고 이들이 악의를 가지고 자신들을 납치하려 한다는 것이다.
복면인이 괴인에게 말했다.
“그 계집은 넘기고 저 계집도 제압해라.”
그 말에 괴인이 복면인 중 한 사람에게 짐짝을 던지듯이 남궁가희를 넘겼다.
“언니!”
소영영이 그녀를 구하려 신형을 날리려 했지만, 그녀의 앞을 거구의 괴인이 가로막았다.
인질이 없다면 검초를 펼치는데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소영영은 형산파의 청형검법의 3초식인 비차영경을 펼쳤다.
-촤촤촤촤촥!
검로가 경쾌하게 궤적을 그리며 괴인을 향해 쇄도했다.
그러자 괴인이 이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두 팔을 교차하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뭐지?’
소영영의 검초가 괴인을 난도질했다.
그런데 검이 괴인을 베기는커녕 오히려 단단한 것에 내려친 것마냥 오히려 튕겨나가고 말았다.
‘몸이 단단해!’
당황해 하는 찰나에 그녀의 복부를 괴인이 걷어찼다.
-퍽!
“아악!”
복부를 얻어맞은 소영영이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고통과 함께 피를 뿜으며 뒤로 튕겨져 나갔다.
탁자를 두 개나 부숴먹었다.
바닥에 엎어져 피를 토하는 그녀를 보며 복면인이 짜증을 냈다.
“멍청아! 누가 그렇게 세게 걷어차래!”
“으으으으.”
입이 바늘로 꾀여진 괴인이 괴이한 신음성을 냈다.
복면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다른 복면인들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복면인들이 피를 토하고 있는 소영영을 구속하기 위해 다가왔다.
이에 그녀가 검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누가 네놈들에게 끌려 간대! 쿨럭쿨럭.”
“더 피를 보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따라오는 게 좋을 거다. 계집.”
“닥쳐.”
소영영이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그녀의 근성있는 모습에 복면인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계집 주제에 제법이군.”
소영영이 검으로 복면인들을 견제하며 말했다.
“너희들 실수했어.”
“실수?”
소영영이 복면인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를 노려보며 말했다.
“내가 누군지 알아?”
그런 그녀의 말에 복면인의 우두머리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쳐다보다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하하핫. 이 계집이 상황 파악이 안 되나보군.”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건 너희들이야.”
비릿하게 웃은 소영영이 호흡을 깊게 들이키더니 이내 큰 소리로 소리쳤다.
“오라버니이이이이이이!”
그런 그녀의 외침에 복면인의 우두머리가 광소를 터뜨리며 비웃었다.
“크하하하핫! 이거 참 멍청한 계집일세. 우리가 소리가 바깥으로 퍼져나갈 수 있도록 해놨을 것 같으냐? 그리고 오라버니? 푸하하하핫.”
복면인의 그 말에 소영영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말은 저 복면인의 무위가 절정의 극에 이르거나 초절정에 이른 고수임을 의미했다.
그렇지 않고는 진기로 소리를 차단할 수가 없었다.
‘오라버니…….’
소영영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리고 옷자락을 찢어 검병과 자신의 손을 둘둘 감았다.
‘오라버니도……살아남기 위해 모든 걸 다했다고 했어.’
이 자리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들의 손에 곱게 잡혀갈 생각 따윈 없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복면인이 코웃음을 쳤다.
“포기를 모르는 계집이군. 제압해라.”
우두머리 복면인의 그 말에 복면인들이 소영영을 향해 거리를 좁혀들어왔다.
소영영은 이를 악물고 검을 치켜올렸다.
그때 그녀의 눈에 뭔가가 보였다.
‘!?’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작은 단검.
그것은 매우 눈에 익숙한 그것이었다.
그런데 이것을 본 것은 그녀만이 아니었다.
복면인들도 갑자기 나타나 허공을 둥둥 떠다니며 소영영의 주변을 맴돌고 있는 단검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단검이 떠다니고 있어.”
“이건 서, 설마….”
당혹스러워하는 그들에게 소영영이 비릿하게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니들 뒈졌어.”
“뭐?”
바로 그 순간이었다.
-쩌저저저저적!
모두가 위를 쳐다보았다.
객잔의 천장이 우그러지며 내려앉고 있었다.
그렇게 우그러진 천장을 뚫고서 뭔가가 객잔의 한가운데 바닥을 유성처럼 내려쳤다.
-콰아아아아앙!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엄청난 공력에 의해 객잔 바닥에 있던 모든 것들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탁자와 의자, 부서진 목판의 잔해.
심지어 소영영을 포위하고 있던 복면인들조차 충격에 의해 위로 튕겨나가듯이 떠올랐다.
‘!!!’
마치 이 자리에 있는 모든 것의 통제권을 앗아간 것 마냥 튕겨나간 복면인들의 행동이 멈춰있다.
그 짧은 찰나가 길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이게 대체….’
마찬가지로 위로 튕겨나간 복면인의 우두머리의 눈동자로 누군가 보였다.
충격에 떠오른 소영영을 안고 있는 한 훤칠한 청년.
그 자의 검집에서 저절로 검이 빠져나왔다.
그리고,
-푸푸푸푸푸푸푸푹!
그렇게 빠져나온 검이 허공에 떠오른 복면인들의 몸을 엄청난 속도로 관통했다.
검이 관통하면서 거미줄처럼 만들어낸 수많은 피의 궤적.
이를 본 우두머리 복면인의 머릿속에 뭔가가 스쳐지나갔다.
‘소, 소검선!’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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