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237
79화 재회 (3) (삽화) >
-야. 정말 이러기냐?
-굳이 우린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망할! 나는 계속 갇혀 있었는데….
검들의 목소리가 일제히 차단되면서 머릿속이 조용해졌다.
너희들 같으면 누가 뚫어지게 지켜본다면 중요한 뭔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냐.
목갑을 닫은 나는 사마영을 쳐다보았다.
붉게 홍조를 띠고서 옅은 숨을 내쉬고 있는 모습이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사마영이 앵두 같은 입술을 열었다.
“이제 됐어요?”
나는 손을 슥 저으며 진기로 방안의 소리가 퍼져나가지 못하도록 했다.
이 경지에 올라서 이런 용도로 쓰다니.
“……그래.”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마영이 나를 향해 걸어왔다.
서로가 고작 한 발자국 거리만 남겨두고 있다.
조금씩 호흡 소리가 크게 들렸다.
“하아.”
귓가를 간질이는 호흡 소리에 가슴이 뛰는 것을 넘어서 얼굴이 화끈거린다.
사마영과 나는 서로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 나의 얼굴이 담겨 있었는데, 떨림이 보였다.
“공자님……”
그녀가 나를 부르며 내 뺨에 손을 갖다 댔다.
그 순간 누구라 할 것도 없이 서로가 와락 끌어안으며 입을 맞췄다.
입을 맞추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녀의 혀와 나의 혀가 얽히며 끈적한 타액이 섞이며 그것들을 부드럽게 감쌌다.
서로를 갈구하듯이 한참을 그렇게 입을 맞추던 우리는 입술을 떼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하아….하아….공자님.”
“영아.”
“기분이 이상해요. 서책에는 이런 게 나와 있지 않았는데.”
대체 무슨 서책을 본 거지?
부끄럽다는 듯이 새빨개진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사마영.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공자님 아까부터….아!”
사마영이 아래쪽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더욱 새빨개진 얼굴로 어쩔 줄 몰라했다.
사마영이 공기가 섞인 목소리로 새초롬하게 중얼거렸다.
“짐승….”
그 순간 나는 이성을 잃고 말았다.
정말로 한 마리의 짐승이라도 된 것처럼 그녀를 거칠게 벽으로 밀어붙이며 입을 맞추고서 상의를 벗기려 했다.
“하악.”
그녀의 입에서 야릇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사마영이 뜨거운 숨을 내쉬며 두 다리를 내 허리로 감쌌다.
서책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여성으로서의 본능이 그녀에게 앞으로 해야 할 것을 알려주듯이 말이다.
나는 남장을 하느라 흉부를 압박하고 있던 천을 힘으로 뜯어냈다.
-쫘아악!
출렁거리는 그녀의 감춰왔던 아름답고 탄력 있는 그것에 나는 물소처럼 콧김을 내뿜었다.
나만 이런 오묘한 기분이 아닌 모양이다.
그녀가 뜨거운 호흡을 내뱉으며 암사자라도 되는 것 마냥 거칠게 내 상의를 찢을 기세로 손을 움직이는데,
-쾅!
갑자기 객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아니. 뭘 하길래 우현이가 계속 문을 두드려도….!?”
객실 문 앞에 송좌백이 서있었다.
순간 모두가 얼음이 되었다.
인간의 기초적인 본능에 충실한 송좌백의 눈동자가 자연스럽게 어딘가로 향하려고 했다.
사마영은 당황해서 자신의 노출된 부위를 감싸며 소리쳤다.
“꺄아아악!”
당황한 송좌백이 다급히 객실 문을 닫았다.
그리고 밖에서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씨, 씨발…..”
왜 거기서 그런 욕이 나오냐.
욕이 나오는 건 네 녀석이 아닌데 말이야.
제대로 방해를 받았다.
사마영을 쳐다보았더니 부끄러운 것도 잠시였고, 못마땅했는지 객실 문밖을 흘겨보고 있었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그녀에게 말했다.
“우현이가 왔다는 건 접선지로 놈들이 온 모양이야.”
악심파파 철수련의 사자인 영정과 만나기로 한 접선지에 송우현을 보냈었다.
놈들이 나타나면 알려달라고 했었다.
“접선지로 가야 하니까 빨리 나와.”
밖에서 송좌백의 목소리가 들렸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이 진도를 나가는 것은 뒤로 미뤄야 할 것 같다.
아…….
탄식이 절로 나온다.
나는 사마영을 내려놓고서 상의를 주섬주섬 여미려고 했다.
그러자 사마영이 내 손목을 탁 붙잡았다.
의아하게 쳐다보는데 사마영이 내게 뜨거운 눈빛을 보내며 야릇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대로 끝내긴 아쉽지 않나요?”
“접선지로 가봐야….”
“어검비행으로 금방 가실 수 있잖아요.”
그 말과 함께 그녀가 내게 몸을 완전히 밀착하며 귓가로 속삭였다.
“네에?”
귀를 간질이는 숨소리에 가슴이 쿵쾅거린다.
…….이걸 그냥 넘기면 남자도 아니다.
밖에 송좌백이 있다는 사실도 잊은 것 마냥 나는 그녀를 번쩍 들어올려서, 침상으로 향했다.
.
.
.
한바탕의 열기가 방안을 뜨겁게 덥혔다.
“공자니이이임. 헷.”
사마영이 내 팔짱을 끼고서 만족스러운 얼굴로 교태를 부렸다.
남장한 모습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그것에 감춰진 여자로서의 그녀는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만큼 요염함을 가지고 있었다.
방금 전을 떠올릴 때마다 두 뺨이 화끈거린다.
-좋냐? 좋아? 저 안에 처박아놓고 너무 하네.
소담검의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목갑에서 다시 빼냈더니 불만으로 가득하다.
-나는 만족하오. 전주인에게서 경험해보지 못한 색다른 기분이오.
남천철검 이놈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남천검객은 대체 뭐가 되는 거냐?
-흐으응. 뭘 그런 걸 가지고 만족해하는 거야? 소리만 들어도 우리 자기는 아직 기술이 부족하다는 걸 알 수 있는데.
‘!?’
아……머리가 지끈거리려고 한다.
아무래도 시간이 좀 지나서 소리를 풀 걸 그랬다.
아주 별별 소리들을 하고 있다.
사람 민망할 정도로 말이다.
그때 혈마검이 내게 말했다.
-……인간. 앞으로 이런 일이 있을 때는 목갑에 박아두지 마라. 인간들끼리 엉켜있는 걸 본다고 이 몸이 무슨 감흥이 있을 것 같나.
…….감흥이 없으시다고?
제일 난리법석을 부리더니 한다는 소리가 가관도 아니다.
이놈들 검의 탈을 쓴 변태놈들 아냐?
앞으로 이런 일이 있을 때는 아예 멀찌감치 떨어트려놔야 겠다.
객실 문을 열고 나가자 팔짱을 끼고서 2층 난간에 서있는 송좌백이 보였다.
매우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흠흠. 우현이는?”
나의 물음에 녀석이 숨을 한 번 깊게 들이키더니 분노를 토해내듯이 말했다.
“자그마치 이각이다! 이각! 꼭 지금 어! 그렇게…..”
뭔가를 말하려다 송좌백이 뒤에 있던 사마영과 눈이 마주쳤다.
사마영의 눈빛이 아주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매섭게 쳐다보는 것에 위축이라도 되었는지, 송좌백이 침을 꿀꺽 삼키더니 웅얼거리듯이 대답했다.
“그….그….기다리는 사람의 입장도….배려를…..해달라는 차원에서….”
“배려했거든요.”
“네?”
반문하는 송좌백에게 사마영이 자신의 두 뺨을 감싸고서 살짝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금방 나왔잖아요.”
그런 그녀의 모습에 송좌백이 심경 복잡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부러움, 시기심, 짜증이 동시에 묻어나고 있었다.
소담검이 혀를 차며 말했다.
-얘 진짜 소개시켜주든지 해라.
그러든지 해야 겠다.
* * *
악귀 가면을 쓴 나는 어검비행을 펼치며 허공을 가로질러 접선지로 왔다.
사마영의 말대로 금방 도착했다.
선천진기로 안력을 집중하니 멀리서 마차 한 대와 십수 명의 인영들이 보였다.
저들의 눈에 띄기 전에 걸어가야 겠다.
굳이 소검선이라는 또 다른 정체와 공통점을 보일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다.
-탁!
바닥에 내려온 나는 경공을 펼치며 마차가 있는 곳으로 갔다.
횃불 하나 켜놓지 않아 어두웠지만 보름달의 은은한 빛만으로도 저들의 모습이 훤히 보였다.
마차의 주변으로 열두 명의 죽립에 면사를 쓰고 있는 호위자들로 보이는 자들이 있었고, 그 앞에 악심파파 철수련의 수하인 영정이 서있었다.
-저 마차 안에 그 악심파파인가 하는 노괴가 있을까?
솔직히 모르겠다.
마차 안에 기묘한 기운이 느껴지긴 한다.
한데 무슨 수를 썼는지 사람이 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마치 기운을 차단한 것처럼 말이다.
-조심해. 악인들치고 멀쩡한 인간들 없다며.
그래야지.
장문량도 내게 경고했었다.
악심파파 철수련.
초인들 중에서도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는 다섯 괴물들 중 한 명이다.
지금의 나로서도 감당키 어려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워낙 위험한 자이기에 여차하면 도주하는 것도 감안하고서 누구도 데려오지 않은 것이기도 했다.
일단은 접선을 해보면 그 노괴가 직접 왔는지 아닌지 알 수 있겠지.
나는 어깨를 펴고서 위엄 있게 뒷짐을 지고서 앞으로 걸어갔다.
-슥!
거리가 가까워지자 영정이 포권을 취하며 인사했다.
“오셨소이까?”
나 역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보았을 때는 무림 연맹의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묶고 있던 머리를 풀고서 검은 무복을 입으니 사파인들처럼 보이기는 했다.
나는 눈짓으로 가마를 가리키며 말했다.
“모시는 분께서는 직접 오셨나?”
그런 나의 말에 영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저 가마 안에 악심파파 철수련이 정말 있는 거로구나.
몸소 이곳까지 왔다는 것은 노괴 역시도 내가 제안한 동맹에 긍정적으로 여겼기에 그럴 확률이 높았다.
나는 가마를 향해 가볍게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혈교의 교주요. 위명이 높으신 철 선배를 뵙게 되어 영광이오.”
이 정도로 충분히 예를 갖췄다고 본다.
한 단체의 수장으로서 만나는 자리이기에 너무 숙이고 들어갈 필요는 없다.
한데 악심파파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인사를 했는데도 아무 말이 없다.
‘뭐지?’
의아해하고 있는데, 마차의 안쪽에서 뭔가 염(念)을 외우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차 안에 아무래도 악심파파만 있는 게 아닌 듯 하다.
기운을 감지할 수가 없어서 알기가 힘들다.
-흠칫!
뭐지?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사이한 기운이 사방을 잠식했다.
매우 기이한 현상이었는데, 이 섬뜩할 정도로 사이한 기운이 이내 마차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이게 대체….’
바로 그때였다.
마차 안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네가 당대 혈마로구나.
쉰 듯 하면서도 다소 정기가 넘치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악인이라 불렸을 시절부터 감안하면 적어도 백 세를 넘겼을 노파의 목소리치고는 꽤나 젊게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야 어찌 되었든 갑자기 마차 안에서 풍기는 이 사이한 기운이나 위압감을 보면 악심파파가 틀림없었다.
여기서 기세에서 밀리면 안 되겠지.
“그렇소. 선배와 직접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모습을 보여주시오.”
돌리지 않고 직접적으로 말했다.
그러자 마차 안에서 광소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카카카카카카칵.
그 웃음 소리가 괴이하기 짝이 없었다.
늙은 노파의 웃음 소리라고 생각하면 어울리기는 하다만 참으로 기괴하다.
그때 웃음 소리가 그치며 마차에서 악심파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애송이가 제법 담대한 척 구는구나.
“애송이?”
이 노괴 정말 동맹을 맺으러 온 게 맞나?
가장 오랜 세월을 살아온 악인이라지만 예상보다 더 오만하게 굴고 있다.
혈교를 전혀 아랑곳 하지 않는다는 건가.
여기서 흥분해선 안 된다.
상대의 흐름에 휘말리게 되면 저쪽이 원하는 대로 끌려가게 되어 있다.
“굳이 얼굴을 보이기 힘들다면 양해를 구해도 되오만.”
그런 나의 말에 마차 안에서 또 다시 웃음 소리가 들렸다.
-카카카카카카카칵!
아무리 들어도 적응이 안 되는 소리다.
뭔가 삭아서 갈리는 소리 같다.
-제법 배짱이 두둑하구나. 하긴 그쯤 되니 동맹이니 뭐니 하는 소리도 할 수 있는 거겠지.
기분이 나빠서 웃은 것은 아닌 모양이다.
보통 사람들과는 감정선이 달라서 어디로 튈지 모르니 주의해야 겠다.
굳이 이것저것 끌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동맹을 해서 나쁠 건 없다고 보오. 선배도 관심이 있으니 직접 찾아와 주신 것이….”
-달마다 처녀 다섯 명을 내놓아라. 그리 한다면 그 동맹이란 걸 생각해보도록 하마.
‘!?’
이 노괴가 지금 뭐라고 했지?
처녀를 달마다 다섯 명씩 내놓으라고?
순간 어처구니가 없었다.
인악면 사건의 배후임은 알고 있지만 동맹을 제의한 다른 단체에게 처녀를 달라니 이건 어지간히 나와 본교를 우습게 여기지 않고는 나올 말이 아니다.
“처녀를….달라?”
-그래. 젊고 아름다울수록 좋다. 그리고 무림인이면 더 좋을 것 같구나.
……괜히 악인이라 불리는 게 아닌 것 같다.
월악검이나 귀살권마는 이 노괴에 비하면 양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냥 떠보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요구하고 있었다.
-설마 들어줄 거야?
들어주기는 뭘 들어줘.
내가 아무리 혈마가 되었어도 인간으로서 도리라는 게 있다.
여자를 납치하다가 저 노괴에게 바치는 게 말이 되나.
그때 마차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카카칵…..재미있는 녀석이구나. 여태껏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다가 그깟 계집 몇을 달라고 했더니 심장이 뛰는 소리가 커졌어.
‘이 노괴가…..’
-흥분하고 있구나. 분노하는 게냐?
가마 안에서 내 심장 소리를 듣는다고?
말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경지에 올라서 오감이 발달했다고 해도 이 거리에서 타인의 심장 소리마저 듣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의구심을 품고 있군. 네 심장 소리를 본노가 듣지 못할 것 같으냐?
‘!?’
이 노괴 생각보다 많이 위험하다.
마차 안에서 밖을 훤히 들여다보는 것처럼 굴고 있다.
말문이 막혀 하는데 악심파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남자의 비밀을 알고 싶다고 하지 않았느냐?
“…….”
존주를 말하는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것을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내가 이 노괴를 가볍게 생각한 것 같다.
내 흐름으로 어떻게든 넘겨야 한다.
“선배의 수하가 실수로 선배가 존주라는 자의 약점을 알고 있다는 것을 발설했는데, 아쉬운 쪽은 그쪽도 마찬가지가 아니요?”
-뭔가 착각하고 있구나.
“착각?”
-그 남자가 두려워서 네 요청에 응한 것 같으냐?
이건 무슨 소리지?
존주라는 자가 노리는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건가?
-내 자식을 구해줬다기에 네게 작은 기회를 주는 것이다.
오만함을 넘어섰다.
이 노괴는 광오하기 짝이 없었다.
동맹이나 협상을 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나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사 손을 잡는다고 해도 믿을 수 있는 자가 아니다.
“아무래도 선배와 나는 뜻이 맞지 않는 것 같구려.”
그 말을 하면서 나는 용천혈로 공력을 일으켰다.
당장에라도 이곳을 벗어나는 게 나을 듯 하다.
그때 악심파파 철수련이 말했다.
-도망갈 궁리를 하는구나. 한데 오는 건 네 마음대로였을지 모르겠지만 가는 건 본노의 허락 없이는 안 되지.
-딸랑!
마차 안에서 흉흉한 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뭔가가 어깨를 짓누르는 것처럼 몸이 굉장히 무거워졌다.
-쿠쿠쿠!
심지어 발바닥이 조금씩 땅을 파고들고 있었다.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악심파파 철수련이 사이한 술법에 능하다는 이야기는 들어왔지만, 이 정도까지 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딸랑!
방울 소리가 한 번 더 울리자 짓누르는 힘이 더욱 강해졌다.
발 부분이 완전히 파고들고 있었다.
-붙잡아라.
철수련의 명이 떨어지자 죽립인들이 기이한 신음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흐으으으.”
“허어어어어.”
객잔에서 보았던 그 괴인과 비슷한 소리였다.
이들에게서 기묘한 기운이 느껴진다고 했는데, 이것은 예상이 들어맞았다.
하면,
-쾅!
나는 환의안의 구결을 외우며 공력을 끌어올려 세차게 진각을 밟았다.
한데 진각이 울리자 한쪽 편에 있던 영정이라는 자를 제외하고는 죽립인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내게 다가왔다.
-안 통하네.
그건 나도 알고 있어.
무슨 연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죽립인들은 암시에 걸리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객잔에 있던 얼굴을 실로 꿰맨 그 괴인도 암시가 통하지 않았던 것 같다.
-괜히 힘을 낭비하지 말거라.
빌어먹을!
‘혈마검!’
나의 부름에 검집에 있던 혈마검이 출초했다.
-스릉!
그와 동시에 혈마검이 허공을 날으며 죽립인들을 향해 뻗어갔다.
나와 달리 혈마검은 이 괴이한 술법에 영향을 받지 않는지 아무렇지 않게 날았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객잔에서의 괴인과 같다면 그냥 몸을 관통하는 것만으로는 죽지 않을 지도 모른다.
‘목을 베!’
-알겠다.
혈마검이 죽립인들의 목을 베기 위해 날아갔다.
-촥!
혈마검이 가장 가까이로 다가온 괴인의 목을 베었다.
머리통이 바닥을 뒹굴면서 죽립이 벗겨지며 눈과 입을 실로 꿰맨 한 사내의 얼굴이 드러났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그때 마차 안에서 방울 소리가 울렸다.
-딸랑!
그러자 천천히 내게 다가오던 죽립인들이 동시에 몸을 날렸다.
마치 혈마검이 자신들의 목을 베기 전에 어떻게 해보겠다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보이나.
-슈우우우우!
몸에서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나는 혈마화와 동시에 진혈금체를 펼쳤다.
그러자 무겁게 짓누르던 무게감이 어느새 가볍게 느껴졌다.
‘소담검!’
-알았어!
소담검도 검집에서 빠져나와 죽립인들을 향해 쇄도했다.
그 사이 나는 코앞까지 도달한 죽립인 중 한 명의 가슴을 전광석화처럼 뛰어올라 발로 걷어찼다.
-퍽!
죽립인이 튕겨나가자, 나는 그 상태에서 몸을 회전하며 검결지를 휘둘렀다.
-촥!
날카로운 예기가 네 명의 죽립인들을 향해 날아갔다.
죽립인들이 두 손을 교차하며 날아오는 예기를 몸으로 받아냈다.
팔목이 예기로 인해 반쯤 베여나가며 그들이 밀려났다.
-촤르르르르르!
그때 한 죽립인이 내 머리를 향해 커다란 둔기 같은 것을 휘둘렀다.
나는 상체를 슬쩍 옆으로 젖혀 그것을 피한 후에 죽립인의 목을 움켜잡고서 그대로 바닥에 찍어버렸다.
-쾅!
그 상태에서 손에 힘을 주어 목을 뜯어내려고 했는데,
‘!!!’
나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바닥에 내려치며 죽립이 벗겨졌는데, 그 안에 보이는 얼굴.
실로 눈과 입을 꿰맸지만 이 얼굴을 어찌 잊겠는가?
“아……송?”
그는 행방불명되었던 나의 하인 아송이었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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