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243
81화 존주의 비밀 (1) >
더 이상 철수련의 술법이 아니다.
이제 그녀가 가졌던 모든 술법은 내 것이다.
물론 기억에 없는 것들은 어쩔 수 없지만 백을 통해 흡수되었던 것들은 연마의 시간만 갖춘다면 얼마든지 펼칠 수 있을 것 같다.
몸을 파르르 떨던 철수련이 분노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네놈! 내게서 가져간 것이로구나.”
이제야 그것을 깨달은 그녀였다.
그러나 새삼 그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들 어쩌겠는가.
이미 빼앗긴 백을 되찾을 방법도 없거니와 힘의 상당 부분을 잃은 그녀나 수양 아들들로서는 장인어른인 월악검 사마착은커녕 나조차 어찌할 수 없다.
“끄아아아아악!”
어느새 종만이라 불린 삼십대의 사내 역시 얼굴이 피범벅이 되어갔다.
이미 자생이라 불린 자는 바닥에 엎어져 꿈틀거리며 죽어가고 있었다.
“어머니!”
철수련에게 어떻게 해달라고 해봐야 소용없다.
조음사마의 맏형인 철음유가 조급해진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무게를 재고 있을 것이다.
금제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철수련을 떠나서 내게 있으니 말이다.
“그럼 한 사람 더 늘려볼까.”
나는 손을 튕길 준비를 했다.
셋 중 누가 될지 모르기에 나머지 형제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사색이 되었다.
결국 철음유가 내게 다급히 외쳤다.
“어머니 이 죄는 저 역시 목숨으로 사죄하겠습니다! 혈마! 멈춰라. 말하….”
“그만!”
그의 말을 끊고서 철수련이 소리쳤다.
나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철수련이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깨물더니 내게 말했다.
“말해주겠다!”
항복 선언이 나온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수양 아들들이 죽는 것은 둘째치고 숨겨둔 원래 육체가 드러나면 영원히 죽을 지도 모르니 당연한 선택일 것이다.
-딱!
손가락을 튕기자 고통스러워하던 그들의 핏줄이 가라앉았다.
금제가 폭주하는 것을 멈추게 했기 때문이었다.
자생이라는 자는 이미 상태가 최악으로 보였지만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말하시오.”
그런 나의 말에 그녀가 주먹을 움켜쥐고서 바들바들 떨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혈마의 칭호를 걸고 약조해라.”
“무엇을 말이오?”
“아까 전에 말한 대로 목숨을 보장해라.”
내가 말을 바꾸기라도 할까봐 자신의 목숨을 보장하라고 확답을 들으려는 그녀였다.
나는 그녀의 수양 아들들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들의 심경은 꽤나 복잡해보였다.
특히 철음유는 자신들이 살기 위해 결국 그녀의 비밀을 내뱉으려고 했었다.
한 번 시험해볼까?
“약조는 그대뿐이었는데 나머지는 죽어도 상관없소?”
그런 나의 말에 철수련이 앞이 보이지도 않으면서 정확하게 그들이 있는 방향을 쳐다보더니 악이 받친 목소리로 말했다.
“먹이고 키워줬더니 어미를 배신하려는 못돼먹은 놈들이다! 죽여도 상관없다.”
“어, 어머니!”
“어찌!”
그런 그녀의 외침에 수양 아들들이 격한 반응을 보였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는지 철음유 만이 두 눈을 감고서 탄식을 내뱉을 뿐이었다.
두 수양 아들들이 그녀에게 소리치며 아우성을 쳤다.
“어머니! 살려주십시오!”
“저희들은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은 큰 형님의 뜻이었습니다.”
그런 그들의 외침에 철음유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친형제는 아니지만 아우들을 살리려고 그런 선택을 한 것이었는데, 다른 형제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구제하기 바쁘니 실망스러운 모양이었다.
-다른 녀석들이랑은 다르네.
소담검도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나 보다.
녀석은 실망스러운 기색을 보이면서도 모든 것을 체념했는지 두 눈을 감고서 탄식을 흘리고 있었다.
철수련이 내게 이를 갈며 말했다.
“저 불효막심한 놈들을 먼저 죽여라. 그러면 알고 싶은 걸 전부 알려주마.”
“그래?”
반문을 한 나는 그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위기감을 느낀 그들의 선택은 간단했다.
두 눈을 감고서 운명을 받아들인 철음유와 달리 나머지 두 형제들은 경공을 펼쳐 달아나려고 했다.
-딱!
이에 나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경공을 펼치기 위해 위로 뛰어오르려던 그들이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발이 묶인 것 마냥 떠오르지 못했다.
-와. 어떻게 한 거야?
술법이야.
나도 당했던 것인데, 지기(地氣)가 발목을 붙잡아 몸의 무게감을 늘리게 한다.
물론 실제로 늘어난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그렇게 만든다.
“빌어먹을!”
“지기의 압박술이다!”
그래도 철수련에게 주술과 방술을 배웠다고 곧바로 알아차리는 그들이었다.
그들이 동시에 손가락으로 특이한 모양을 만들며 뭔가를 웅얼거렸다.
“옴나야. 가리와주율.”
-파파파팍!
철수련처럼 주술이 깊지 않은 그들은 저렇게 직접 술문을 외우고 수결을 맺어야만 주술을 펼칠 수가 있었다.
두 사람이 동시에 외쳤다.
“해(解)!”
그러자 꼼짝 못하던 그들의 두 다리가 다시 움직였다.
한데 내가 그것을 내버려둘 거라 여기는 건가.
나는 바닥을 향해 진각을 밟았다.
-쿵!
그 순간 경공을 펼치며 위로 날아오르려던 그들이 화들짝 놀라서 두 손을 교차하며 방어의 자세를 취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뭔가에 부딪친 것 마냥 바닥에 떨어졌다.
바닥에 엎어지듯이 넘어진 두 사람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 위를 쳐다보며 당혹스러운 듯이 외쳤다.
“이, 이 괴물은 대체 뭐야?”
“이런 술법은 들어본 적이 없어.”
알 수 없는 그들의 말에 눈을 감고 있던 철음유도 의아했는지, 눈을 뜨고서 그들을 쳐다보았다.
위를 쳐다보며 사색이 된 두 사람.
그들은 다급히 손을 움직이며 다시 술법을 해지해보려고 했다.
“해(解)!”
동시에 외쳤다.
그런데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아닛!”
“헉!”
두 눈이 커진 그들은 위를 쳐다보며 다급히 두 손을 들어올렸다.
알 수 없는 그들의 행동에 철음유가 두 사람에게 소리쳤다.
“마종! 윤호! 왜들 그러는 것이냐?”
그들은 그런 철음유의 말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견디느라 정신이 없었다.
뭔가가 그들을 억누르기라도 하듯이 두 손을 위로 들어 올리고 있었는데, 팔의 근육이 팽배해지고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끄으으으!”
“혀, 혈마! 제발 살려주시오!”
두 사람이 애원하듯이 소리쳤다.
철수련의 기억을 통해서 얻은 그들은 무림인들뿐만이 아니라 민간인조차 손쉽게 죽일 만큼 악독한 자들이었다.
굳이 살릴 가치는 없는 것들이지만 써먹을 곳이 있을 수도 있으니, 지금 당장은 죽일 마음은 없었다.
“엄살 피우지 마라.”
환상에 당하면서도 저렇게 호들갑을 떨다니.
바로 그 순간이었다.
-콰득!
“끄악!”
바들바들 떨고 있는 그들의 두 팔이 꺾이며 뼈가 튀어나왔다.
뭐지? 환상을 보여서 겁을 줄려고 했을 뿐인데.
“으아아아악!”
놈들이 절규의 비명을 질렀다.
그러더니 이내 그들의 몸이 정말 뭔가가 짓누른 것 마냥 안면이 납작해지며 이내 목이 꺾이고 허리까지 꺾여서 바닥에 눌려지고 말았다.
‘!!!’
장인어른도 그렇고 철음유도 이 광경에 어안이 벙벙해져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대체 이게……”
철수련조차도 이 기이한 광경에 말문을 잃고 말았다.
그녀도 미리 금제를 걸어놓지 않는 이상 술법으로 사람을 이런 식으로 죽일 수 없었다.
이런 반응은 당연했다.
-어떻게 한 거야?
‘하…..’
소담검의 물음에 나도 모르게 탄성으로 답했다.
나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무슨 말이야?
주사련의 소리를 통한 암시를 거는 방법과 환의안의 세 번째 단계를 혼용했다.
거기서 오감을 좀 더 자극하기 위해 백을 통해 깨달은 철수련의 술법을 더해서 활용해보았다.
그런데 믿기지 않은 결과가 일어났다.
-뭘 어쨌길래 그런 거야?
저들에게 저 고목나무 만한 거대한 괴물이 손바닥으로 억누르는 환상을 보이게 했다.
그런데 저들은 있지도 않은 환상에 눌려서 정말로 죽고 말았다.
기가 막힌 일이었다.
‘아……’
그때 하나의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혈수마녀 한백하가 내게 환의안을 전수했을 때 구결이 끊긴 마지막 단계의 앞부분을 말해줬었다.
그때는 그게 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들었다.
워낙 추상적인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알 것 같다.
오감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환각에 당한 자는 그것을 오감으로 정말로 체감하게 되는 것을 의미했다.
-뭔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
철수련의 술법의 기본은 인간의 오감을 속이는 것이다.
인간은 신 것을 먹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 입에 침이 고인다.
이것은 경험했던 기억을 머릿속에서 육신으로 전달하여 생기는 현상이라고 한다.
-신기하네.
극단적으로 철수련이 술법을 위해 실험했던 것 중 하나의 기억이 있다.
펄펄 끓는 물을 보여준 후에 뒤로 다가가 물 주전자를 바꾸어 등에 찬 물을 붓는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어떻게 됐는데?
등에 화상을 입었다.
-찬 물을 부었는데?
그래.
겁에 질린 피실험자는 자신이 본 것 그대로 찬 물을 펄펄 끓는 물이라 여긴 것이다.
뜨거운 물이 닿는 순간 살이 데이게 된다는 강한 자기 암시.
겁에 질려 머릿속으로 만든 극단적인 선입견이 자신의 오감을 속인 셈이었다.
철수련은 이를 술법에 구현하려고 했다.
-어? 그럼 너가 그걸 성공한 거네?
그보다는 아무래도 환의안의 마지막 단계를 완성한 것 같다.
주사련과 철수련이 깨달은 심득이 합쳐지면서 구결에 없던 부분이 채워졌다.
‘핫……’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뻔 했다.
철수련의 백을 얻은 것이 내게는 엄청난 기연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야. 완전 사긴데. 환상을 보여준 것만으로 상처를 주거나,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거잖아.
맞아.
다만 환의안의 마지막 단계는 앞의 단계에 비해서 기운이 소모되는 것이 차원이 달랐다.
염(念)과 선천진기가 동시에 3할 가까이나 줄었다.
악심파파 철수련의 백을 흡수하고서 염이 늘었음에도 이 정도 소모라면 자주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은 아니다.
연달아 쓴다면 세네 번이 한계였다.
게다가 어느 정도 수준의 적에게까지 마지막 단계가 통용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엄청 유용하겠는데.
그건 동의한다.
잘만 활용하면 이것만큼 유용한 것도 없겠다.
철수련이 내게 어처구니가 없다는 목소리가 말했다.
“수십 년 동안 이루지 못한 최고 경지를 네놈이 어찌…….”
상대적 박탈감에 젖은 목소리였다.
그녀도 술법으로 이를 이루려고 했던 모양이다.
억울하긴 할 것 같다.
자신의 술법을 빼앗긴 것도 모자라 그 목표를 본의 아니게 내가 이루게 되었으니 말이다.
“글쎄.”
나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장인어른도 보는 앞에서 너무 우쭐한 모습을 보이면 그렇겠지.
그때 장인어른의 전음이 들려왔다.
끝까지 관망할 거라 여겼는데 이번 것은 어지간히 궁금했나 보다.
환의안까지 설명하자면 길 것 같으니, 철수련의 술법을 내가 익히게 됐다는 식으로 말을 해야 겠다.
그런데,
어…….!?
심검(心劍)?
이거 뭔가 오해를 한 것 같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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