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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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이라고?’
-정말?
남천철검의 그 말에 나는 슬며시 고개를 들어 대나무발을 쳐다보았다.
천막 자체가 워낙 넓어서 대나무발 틈 사이로 희미한 인영들이 보였다.
-놈이다! 놈이 틀림없다. 운휘!
여태껏 남천철검이 이렇게 격앙된 반응을 보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방금 대화를 나눈 자는 두 명이다.
스스로를 짐이라고 했던 황제로 짐작되는 자와 이에 대답한 신하로 짐작되는 자였다.
‘전자야 후자야.’
-후자다.
황제의 신하가 외눈의 금안, 존주란 말인가.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비밀이 이제야 드러났다.
-황실 쪽 사람인 거야?
그건 아직 확실히 단정 지을 수 없다.
존주가 얼마나 오랜 세월을 살았는지조차 모른다.
만약 그가 지금도 오랫동안 살아온 자라면 황실에 충성을 해서가 아니라, 뒤에서 모략을 꾸민 것일 수도 있다.
-앗! 그럼 존주가 계략으로 황제를 움직였을 수도 있겠네.
그럴 수도 있다.
무림의 축이라 할 수 있는 각 세력을 뒤에서 움직이려 했던 자다.
그 정도 대담함을 가진 자가 황실만큼은 절대로 건드리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 없다.
지금으로서는 변수가 많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지만 확실한 것은 남천철검이 들은 목소리가 맞다면 놈은 지금 이 안에 있다.
안에서 계속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단 귀를 기울이자.
“신이 봤던 그 허공에 있던 무언가도 그렇고 포로 이송을 습격했던 정체 불명의 고수도 그렇고, 분명히 뭔가에 다가가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폐하.”
이번에 목소리는 파궁귀 초사였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구체적으로 내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 같다.
-그건 다행이네.
조용히 해봐.
계속 들어봐야 하니까.
“특수궁병단의 단장인 자네가 그렇다면 그렇겠지.”
황제가 맞장구를 치듯이 답했다.
그런데 이어서 새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데 초 단장. 정말 제대로 본 것이 맞소? 화살도 그대로 발견하지 않았소이까?”
화살을 낚아채서 날아온 각도를 계산에 밑으로 떨어뜨렸다.
일부로 손상시키지 않고서 말이다.
한데,
‘……이 목소리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저음으로 굵직하게 울리는 목소리인데, 묘하게 귀에 낯익다.
처음 듣는 듯 하면서도 아닌 것 같다.
이상하다.
너희들도 들어본 것 같지 않아?
-나도 들어본 것 같다.
-그래? 나는 잘 모르겠는데.
의아해하고 있는데 황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또또. 그러는구만. 초 단장을 그만 자극하게. 좌시랑. 지금 그가 얼마나 자네를 얼마나 노려보고 있는 줄 아나?”
-쿵!
“송구하옵니다. 폐하. 신이 순간 감정을 억제하지 못했습니다.”
황제의 꼬집음에 무릎을 꿇는 소리와 함께 파궁귀 초사가 황망하다는 듯이 말하는 것이 들려왔다.
좌시랑이 누군지 모르나 초사가 꽤나 싫어하는 자인 모양이다.
황제가 있는 앞에서 대놓고 노려봤으니 말이다.
한데 그걸 굳이 황제가 제 입으로 직접 거론해가며 신하에게 일러주듯이 말을 하다니, 꽤나 깐깐한 성격의 소유자인 것 같다.
“4리면 두세 시진 내로 진위 여부가 가려질 것입니다. 폐하.”
-놈이다.
남천철검이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 자가 존주라니 머릿속으로 기억해둬야 겠다.
한데 이 안에 인기척이 꽤 많은데도 자경정의 목소리나 그와 흡사한 기척이 느껴지지가 않는다.
놈도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을 숨길 테지만 이상하다.
법구가 분명 이 안에 있는데 말이다.
다시 황제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대가 되는군. 사실이라면 용호금단이 짐의 손에 들어오는 순간이로군.”
‘용호금단?’
나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용호금단은 정양 진인이 조제할 수 있는 장생의 묘약이다.
도인들이 그리 오랜 세월을 젊은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던 것도 수양 이외에도 용호금단을 복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황제가 용호금단을 노리는 거야?
처음에는 설마 했었다.
그런데 이로서 그의 목표가 정확해졌다.
공교롭게도 진군하는 방향이 우연인 게 아니라 이들이 향하는 곳은 정말 도화선이었다.
‘……뭐지?’
뭔가 내 짐작과 달라졌다.
용호금단과 도화선의 위치를 알렸다는 것은 배신을 넘어섰다.
들었던 그 자의 성품상 민생을 위해 황제를 처리하려고 이곳에 잠입했다고 여겼는데, 이런 정보를 풀었을 줄은 몰랐다.
-황제한테 붙은 거 아냐?
그럴 지도 모르겠다.
최악의 폭군에게 장생의 묘약이 있는 위치를 알리다니.
정말 제대로 된 반골(叛骨)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경정이 도화선이 머무는 시기를 계산하는데 오차가 있었다.
두세 시진만 빨랐어도 황군은 안개 숲에 도달했을 것이다.
‘스승님이 제자를 잘못 받았어.’
그런 짓을 벌였어도 검선 스승님은 그를 참회시키고 싶어 했다.
한데 이 정도라면 죽여 마땅하다.
그는 도화선에 해가 될 인간이었다.
-죽일 거야?
‘상황에 따라서는.’
녀석에게 불행한 소식이지만 나는 도인이 아니거든.
후환이 될 자라면 죽이는 것이 맞다.
그때 황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장군을 오래 기다리게 했군. 들라해라.”
“예이.”
입구 쪽에서 비음이 섞인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내관인 것 같다.
한데 목소리에 담긴 진기가 보통이 아닌 것을 보면 그 유명한 동창임에 틀림없다.
-동창이 뭐야?
무공을 익힌 내관들이다.
내시라 불리는 자들로 이들은 황제를 곁에서 모시는 관료다.
하나 워낙 가까이서 머물다 보니 이들은 황제를 위하여 전부 거세를 했다.
-거길 잘랐다고?
그래.
황제가 기거하는 궁전 안에는 그를 제외한 누구도 남성이어서는 안 된다.
황궁의 궁녀들은 모두가 황제의 예비 신부이자 여인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동창이라 불리는 저 내관들은 황제의 곁에서 호위의 역할도 하기에 무공을 익힌다고 들었다.
-여긴 온통 고수들 천지네.
그러게 말이다.
그때 대나무 발이 위로 걷어졌다.
그 앞에 허리를 구부정히 숙이고 있는 푸른 관복을 입은 수염 흔적조차 없는 민얼굴의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창 내관으로 짐작되는 그 자가 무릎을 꿇고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우리들에게 말했다.
“폐하의 명입니다. 대장군과 장수들은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신 대장군 항무기 삼가 황제의 명을 받듭니다.”
대장군의 대답을 따라 염 장군과 나 역시 답했다.
“명을 받듭니다.”
이와 함께 모두가 일어나 걷어진 대나무 발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이 순간 나의 눈동자는 빠르게 내부를 탐색했다.
황제의 용안을 보면 안 되기에 고개를 숙인 상태였지만 주위를 둘러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자경정….존주….’
놈들은 어디에 있지?
주위를 둘러보던 나는 이채가 띨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아무렇지 않게 들여보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천막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병장기를 가지고 있었다.
전시 상황이라 치부한다고 해도 황제 곁에선 원래 병장기를 들고 갈 수 없다.
그런데 전부 병장기를 들고 있었다.
좌측에 앉아 있는 초사 역시도 커다란 활과 화살통을 등에 걸치고 있었다.
-중앙에 저 남자가 황제야?
정중앙의 용좌에 금색 용포를 입은 강인한 인상의 중년인이 보였다.
과연 일국을 다스리는 황제다운 모습이었다.
무공과는 상관없이 풍기는 위압감이 평범한 사람들과 달리 매우 비범했다.
‘…..호위라고?’
황제의 양 옆을 지키는 두 호위가 있었다.
검은 면사로 얼굴을 가린 자들이었다.
한데 좌측에 있는 자는 절정의 무위에 이른 자였는데, 우측에 있는 자는 달랐다.
그냥 다른 정도가 아니라 격을 달리했다.
-어느 정도 길래 그래?
‘……벽을 넘어섰어.’
-진짜?
복장도 그렇고 그저 호위에 불과한 자인데 저런 무공을 지녔다니.
어쩌면 저 자가 황실의 숨겨진 힘일 지도 모르겠다.
‘산 넘어 산이로군.’
이 안에 벽을 넘어선 자는 총 네 명이다.
황제 옆에 있는 예상 밖의 저 자를 제외한다면 나머지는 천하십이절의 셋일 것이다.
그나마 설백을 기절시킨 것이 신의 한수였다.
나는 눈알을 오른쪽으로 굴렸다.
회색 경장을 입고서 이 추운 날에도 섭선을 가지고 있는 저 노인이 묘월 양명신인가.
이들의 외양을 호종원에게 미리 들어두길 잘했다.
그 왼쪽에 또 다른 벽을 넘어선 자가 그럼 복산서생 뇌장….응?
내가 들었던 그 자의 외양이 아니었다.
‘지팡이?’
양명신의 옆에는 관복을 입고서 지팡이를 짚고 있는 자가 있었다.
두 눈을 검은 천으로 가린 장님이었다.
수염을 기르고 있었는데, 그의 얼굴을 본 나는 순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
-왜 그래?
‘…….그 자야.’
-그 자라니?
두 눈이 금안인 그 사내다.
-뭐? 진짜?
진짜다.
장님처럼 두 눈을 가리고 수염을 길렀지만 저 얼굴을 어찌 잊겠는가.
봉림곡과 혈마검의 심상 속에서 구야자를 찾아왔던 그 자다.
정말 예상치 못한 만남이었다.
설마 이 자가 폭군 금상제의 곁에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
낯익은 그 목소리는 아무래도 저 자였던 것 같다.
뭔가 익숙하면서 달리 들렸던 것은 저 자가 목소리를 굵게 변조해서 그랬던 거다.
-금안을 감추려고 장님인척 하나 봐.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애초에 장님이라 하면 누가 눈을 뜨라고 하겠는가.
-아니. 그 괴물 같던 녀석이 왜 여기 있는 거야?
‘……설마?’
그러고 보니 봉림곡에서 만났을 때 저 자는 외눈의 금안, 존주를 알고 있는 듯이 말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지금이 그 시절일 수도 있다.
하! 하필 그것이 지금이라니.
잠깐만 그럼 자경정은 대체 어딨는 거지?
-황제 옆의 저 자 아니야?
‘저 자냐고?’
그렇다고 하기에 뭔가 기척이나 느낌이 달랐다.
자경정은 도를 수양해서 좀 더 정순한 기운이 강했는데, 저 호위는 무게감이 보통이 아니었다.
최대한 기운을 갈무리해도 무거운 위압감이 절로 풍겨지고 있었다.
-운휘. 아무래도 우측에 있는 저 황제의 호위가 존주인 것 같다.
‘뭐?’
-얼굴이 잘 보이지 않지만 드러난 턱선이 그 자와 매우 닮았다.
남천철검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존주는 그럼 황실의 숨겨진 힘인 건가?
충분히 그럴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다면 들어왔던 그의 강함이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그럼 자경정 그 녀석은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이 안에 법구가 있는데 정작 자경정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황제의 산하로 들어갔다던 천하십이절의 마지막 한 사람인 복산서생 뇌장의 모습 또한 보이지 않았다.
그럼 법구는 대체 누가 들고 있는 거지?
두 가지는 장신구의 형태라 숨길 수 있지만 다른 두 가지는 병장기의 형태를 하고 있어서 이를 숨길 수가 없다.
그때 검은 천으로 눈을 가린 두 눈이 금안인 사내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마간을 찡그렸다.
대장군과 염 장군을 따라 무릎을 꿇으려던 나는 그 모습에 순간 당혹스러웠다.
‘이런!’
눈을 가렸어도 저 자는 금안을 가졌다.
기운을 빛으로 읽어내는 금안의 앞에서는 기운을 갈무리하는 것이 무의미했다.
천인장과 다른 무위를 가졌음을 눈치챌 수밖에 없다.
이를 어찌해야 하나 싶었는데, 그때 장님 행세를 하고 있는 두 눈의 금안의 사내가 황제에게 고개를 돌리더니 말했다.
“그 자가 말한 손님이 찾아온 것 같군요. 폐하.”
이게 무슨 소리지?
의아해하고 있는데 용좌에 앉아 있는 황제가 입을 열었다.
“호오. 그래?”
황제가 흥미롭다는 얼굴로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자 대장군 항무기와 염 장군이 갑자기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과 도를 뽑아, 무릎을 꿇고 있는 내 목에 겨냥했다.
그들만이 아니었다.
-챙! 챙! 챙!
천막 안이 병장기들을 뽑는 소리로 울려 퍼졌다.
안을 지키는 동창 내관들 모두가 품 속에서 비수를 빼들었다.
심지어 천하십이절이라 불리는 파궁귀 초사도 활을 빼고는 내게 시위를 겨냥했고, 묘월 양명신도 섭선을 활짝 폈다.
-이게 무슨 영문이래. 운휘야.
나라고 알 도리가 있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일이 제대로 꼬였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함정에 빠진 것 같다.
그때 용좌에 앉아 있던 황제가 다리를 꼬아 앉으며 입을 열었다.
“도화선에서 보냈느냐?”
‘!!!’
그의 입에서 직접적으로 도화선이 거론되었다.
장님 행세를 하는 저 자의 말에 내게 단번에 그 말을 하다니 대체 이게 무슨 영문인지 알기 힘들다.
잠시 입을 다물고 눈알을 돌리며 주위를 훑어본 나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일단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시치미를 떼야겠다.
“폐하.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초 단장.”
-파앙! 슉!
황제의 부름이 떨어지기 무섭게 옆에서 날카롭게 쇄도해오는 뭔가가 느껴졌다.
그것은 찰나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만큼 쾌속했다.
이에 나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들지도 않고서 날아오는 그것을 잡아냈다.
-팍!
그것은 파궁귀 초사가 쏜 화살이었다.
“보지도 않고서 이 거리에서 내 화살을 잡아내다니.”
가까운 거리에서 쏜 화살을 잡아낸 것에 놀라워하는 그였다
황제 또한 천하십이절이라 불리는 파궁귀의 화살을 잡아낸 내 모습에 꽤 놀랐는지 눈매가 가늘어져 있었다.
강 천인장을 연기하는 것은 이미 글렀다.
“후우.”
한숨을 내쉰 나는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려 황제를 정면으로 쳐다보았다.
그런데 놀라하던 황제가 이제는 희열로 가득해진 얼굴로 입 꼬리를 올리며 내게 말했다.
“오기를 기다렸노라. 검선의 후예여.”
‘!!!’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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