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268
88화 진의 (1) >
목에 닿아있는 남천철검의 검날에 황제의 등이 떨려왔다.
오만으로 가득했던 그의 입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네놈 대체……”
천하십이절이라 불리고, 또 그에 버금가는 벽을 넘은 세 고수들이 합공을 하고도 자신의 뒤를 점하는 이런 상황을 어찌 예상했겠는가.
“폐하!”
“이놈!”
파궁귀 초사와 묘월 양명신이 분노를 금치 못했다.
그런 그들에게 나는 재차 경고했다.
“움직이지 말라고 했을 텐데.”
그 말과 함께 천천히 검날을 황제의 목에 갖다 붙였다.
조금만 힘을 주면 그의 목으로 검날이 파고든다.
검을 갖다 대면서도 기분이 묘하다.
과거 최악의 폭군이라 불리면서 무림의 씨를 말리려고 했던 금상제의 목숨이 내 손 안에 달려있는 것이다.
-어차피 죽이진 못하잖아.
…..그야 그렇지.
그렇게 되면 훗날이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더 큰 영향이 생겨버리면 심할 경우 나라는 존재 자체도 없어질 지도 모른다.
물론 이 세상의 큰 흐름을 일개 한 사람에 불과한 내가 어찌 알겠냐만은 최대한 훗날에 미칠 영향은 없게 해야 한다.
‘병사할 때까지 내버려둬야 하니.’
아쉽지만 목적을 달성하는 걸로 끝내야 겠다.
우선 자경정이 어디에 있는지와 이곳에 있는 법구를 회수해야 한다.
법구는 아마도 황제에게 있을 것이다.
천고의 기물이라 불리는 것을 다른 자에게 넘겼을 리가 만무하다.
-운휘 존주는 어찌 할 건가?
남천철검의 물음에 검은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호위를 쳐다보았다.
무림인이 아닌데도 무위는 천하십이절의 고수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아니 오히려 조금 더 우위일지도 모른다.
-왜?
처음 겪는 것일 텐데 뇌검천둔의 뇌기를 가장 빨리 해소시켰다.
천막의 판목이 갈라진 형태만 봐도 알 수 있다.
수백 년 전인 지금조차 이리 강하다면 후환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지금 죽이는 게 답일 텐데.
그저 정보를 캐내는 데서 끝내야 하는 것이 참 안타깝다.
그때 등을 떨고 있던 황제가 입을 열었다.
“지금이라도 그만 둔다면 네 목숨만은 보존토록 해주겠다.”
그래도 한 일국의 황제다운 면모를 보였다.
어지간하면 자신의 목에 검을 들이밀면 진정되지 않을 터인데 말이다.
나는 황제에게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저야말로 폐하께 말씀드리죠. 제게 여쭙는 말에만 대답해주신다면 아무 일없이 조용히 넘어가게 될 겁니다.”
“감히 이놈이….”
“가만히 있으라고 했을 텐데요. 아까 저보고 손 끝 하나 움직이지 말라고 했던가요.”
이런 나의 말에 화살통을 향해 손을 움직이던 파궁귀 초사가 이를 멈췄다.
뇌검천둔에 밀리기는 했으나 이들도 명색이 천하십이절이라 불리며 현 무림에서 정점인 자들이다.
조금만 틈을 보이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다.
그리 시간이 많지 않으니 본론부터 꺼내야 겠다.
“폐하, 자경정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걸 알아서 어찌 하려는 것이더냐? 놈을 잡으려고?”
“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 말이 하나 같이 거짓으로 들려서 말이지.”
대답을 잘하면 죽이지 않는다고 해서일까?
농까지 하면서 담담히 대답한다.
황제로서의 그릇이기에 이 정도 담대함을 지닌 것일까?
-슥!
검날이 피부에 닿자 황제가 살짝 움찔하고 움직였다.
나는 방금 전과 달리 살기를 머금고 말했다.
“검날이 유독 차갑게 느껴질 겁니다. 그것은 폐하의 목숨과도 직결이 되어있기 때문이죠.”
그 말에 황제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좀 긴장이 되나 보다.
“너…..”
“세상에 절대로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 마디 한 마디에 심사숙고하여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주르륵!
황제의 목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이를 지켜보는 묘월 양명신의 얼굴이 노기로 상기되었다.
하나 황제의 목숨이 달려 있기에 섣불리 움직이진 못했다.
“…….”
그들의 뒤쪽에 서있는 두 눈을 검은 천으로 가리고 있는 금안의 사내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눈을 가리고 있으면서도 미간을 찌푸리고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이 장님이 아닌 것을 알아 혼란스러울 거다.
“자. 이제 이야기 하시죠.”
“자경정의 행방을 말하라는 것이냐?”
“네.”
“……모른다.”
황제의 입에서 나온 대답에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자경정이 알려진 정보를 바탕으로 도화선으로 들어가려하고, 나에 대한 방비마저 한 자가 그의 행방을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걸 저더러 믿으라는 것은 아니겠지요?”
“짐이 용상의 목을 걸 거도 거짓을 말할 이유가 있느냐?”
그런 그의 말에 나는 코웃음을 쳤다.
“폐하께서는 제가 보아왔던 어떤 자들보다 욕구가 강하신 것 같더군요. 그런 분이 자신을 솔깃하게 만든 자의 행방을 모른다고 말하면 믿을 수 있겠습니까?”
“의심이 많은 자로구나.”
“합리적 의심이죠.”
“모르는 것을 안다고 짐이 네게 구구절절 설명하기를….”
-푹!
“헛!”
황제가 화들짝 놀라했다.
그의 목으로 검날이 더욱 깊이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저로 하여금 역모라는 죄를 범하게 해지 마십시오.”
“이, 이게 역모가 아니면…..”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하는 자구책일 뿐입니다. 그 자구책이 변질되게 하는 것은 폐하의 대답 여하입니다.”
그 말과 함께 나는 더욱 검날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황제가 다급히 소리쳤다.
“그, 그 자는 안개 숲을 붙잡아두기 위하여 간다고 하였다.”
‘!?’
그 말에 순간 나는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안개 숲을 붙잡아둬?’
-이게 무슨 소리야?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도화선은 주기적으로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타고서 이동을 한다.
삼십육선천위방경문(參十六仙天位方經文)에 의해 기존의 흐름에서 완전히 벗어나 별개로 움직이기에 한 곳에서 오래 머물지 못한다.
지금쯤이면 도화선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을 거다.
그리 믿었기에 자경정이 도화선의 위치를 예측하는 것에 실패했다고 여겼다.
한데 이를 붙잡아두기 위하여 간다 했다고?
“그게 정말입니까?”
“사실이다. 짐이 이를 확인하기 위해 뇌 총독으로 하여금 자경정을 따라붙어 감시하게 하였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자경정 이 자가 그럼 지금 도화선에 갔다는 건가?
‘하…..’
민생을 위하느니 뭐니 하면서 도화선을 배신하고 자신의 발로 나갔다.
한데 이 대담한 놈은 그것도 모자라 황제의 손에 장생의 묘약인 용호금단을 넘기기 위해서 다시 도화선으로 돌아갔다고?
-불가능하지 않아?
소담검의 말이 옳았다.
삼십육선천위방경문에 선적이 올라와 있어야 도화선에 들어갈 수 있다.
내가 우연이지만 도화선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도 검선 스승님의 백이 있었기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놈은 그것에서 제명되었기 때문에 혼자의 힘으로 도화선에 들어갈 수 없다.
설마…….
-여양선이 있잖아!
소담검의 말대로 여양선은 선적에서 제명되지 않았다.
그녀는 언제든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렇게 한 것은 그녀가 혹 자경정의 손에서 벗어날 경우를 대비한 검선 스승님의 안배였다.
‘빌어먹을 놈. 자신의 사매를 이용한 건가?’
그런 것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하나 대체 무슨 수로 도화선을 붙잡다는 거지?
삼십육선천위방경문을 파괴한다면 가능하겠지만, 놈이 벌인 일로 그곳은 정양 진인을 제외한 일곱 스승님들께서 돌아가면서 지키고 있다.
아무리 놈이 강하고 법구까지 지녔다고 해도 도화선 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선인의 영역에 이른 정양 진인만 나서도 금방 제압될 것이다.
‘무슨 배짱인 거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서둘러 돌아가야 할 것 같다.
놈이 어차피 이곳에 없다면 무슨 수작을 부리기 전에 막아야 한다.
그 전에,
“폐하.”
“사,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느냐?”
“자경정에게 받은 기물이 있으시지요.”
“그건…..”
“그건 저희 사문의 보물입니다. 이것은 아무리 일국을 다스리는 폐하이시라도 매우 위험한 물건입니다. 하니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법구만 회수해서 돌아가야 겠다.
-운휘.
‘걱정하지마. 남천.’
존주의 얼굴도 확인할 거야.
이런 나의 말에 남천철검도 입을 다물었다.
검날에 다시 힘을 가하자 황제가 경기를 일으키며 말했다.
“주, 주겠다. 주면 되지 않느냐. 이것을 돌려주면 짐을 놓아줄 것이느냐?”
“그렇습니다.”
곱게 돌려줄 것이지.
뭐 하러 피를 보는 것인지.
황제가 천천히 자신의 품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괜한 수작 부리지 마십시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고를 했다.
무공도 익히지 않은 그가 무엇을 한다고 해서 당할 일은 없겠지만, 괜히 법구라도 사용하려 든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렇기에 검날에 힘을 계속 가하고 있는 것이다.
황제가 품속에서 무언가를 빼들고서 자신의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그것은 옥으로 만든 작은 패였다.
‘선벽진옥의 패?’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이것이 아니라 양황강명의 석이 있을 줄 알았다.
이게 있었다면 자신의 가까이로 다가오지 못하게 했을 수 있는데, 그저 장신구처럼 품에 지니기만 하다니.
뭔가 이상했다.
추침판대로 하면 분명 이것을 계속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품속에 손을 넣어 추침판을 꺼냈다.
지금 황제는 법구를 사용하지 않으니 추침판의 바늘이 움직이지 않아야 하는데,
-파르르르르르!
추침판의 바늘이 엄청난 속도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바늘은 황제가 아닌 누군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곳으로 시선을 돌린 나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존주?’
바늘은 정확하게 검은 면사를 쓰고 있는 황제의 호위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나는 검날을 의식하고 있는 황제를 내려다보았다.
“어, 어서 가져가거라.”
지금 나를 속이려고 하는 건가.
저 자에게 법구를 맡겨놓고서 말이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황제에게 말했다.
“허튼 수작은 부리지 말라고 하였을 텐데요.”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자경정이 준 기물을 달라고 하지 않았느냐? 이것이 바로 그것이다.”
“제가 그리 어리석어 보이십니까? 당장 저기 있는 호위더러 얌전히 기물을 달라고 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폐하는…..”
검날이 황제의 목을 더욱 파고들었다.
황제가 경기를 일으키며 당황해서 호위에게 소리쳤다.
“이, 이 자가 원하는 대로 해주어라.”
그런 그의 말에 나는 경고를 덧붙였다.
“기물을 사용하면 황제는 죽는다.”
“…….”
이에 검은 면사를 쓰고 있는 황제의 호위가 말없이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황제의 손바닥에 있는 옥패와 완전히 똑같은 것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가운데 붉은 보석이 더욱 선명했다.
이를 본 황제가 의아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네놈이 어찌 그것을…..”
“됐고 옥패를 이리 던지시죠.”
이런 나의 말에 호위가 옥패를 쥐고서 내게 던질 듯이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는 그것을 내게 뻗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우우우웅!
눈앞에서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회색 빛을 내고 있는 얇은 막처럼 보이는 벽이 황제가 내가 있는 곳의 앞을 가로막았다.
좌우로 고개를 돌리니 그것은 내 양옆에도 생겨나 있었다.
“이, 이게 대체….”
황제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에 나는 그의 목을 붙잡고서 남천철검으로 얇은 막의 벽을 찔러보았다.
-파파파파팍!
그러자 강한 반탄력에 의해 검이 뒤로 튕겨나갔다.
“젠장.”
놈이 선벽진옥의 패를 사용했다.
이 막은 선벽이라 불리는 것으로 누군가를 가두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용으로 쓰인다.
요물이나 마물마저 가둘 수 있다고 알려진 이것은 평범한 인간의 힘으로는 부술 수 없다고 한다.
나는 황제의 목을 강하게 움켜쥐고서 말했다.
“황제가 죽는 꼴을 보고 싶은 것이냐?”
이런 나의 말에 검은 면사의 사내가 피식거리며 웃었다.
황제의 목숨이 달려 있는데 웃어?
황당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황제도 마찬가지였는지 노기가 차올라 소리쳤다.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게야! 짐이 어찌 되어도 상관없다는….”
“쉿.”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검은 면사의 사내가 검지를 입가에 대고서 그리 말했다.
그러자 황제가 벙어리가 된 것 마냥 입을 다물었다.
상기된 얼굴의 황제는 입을 닫고서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혼자 읍읍 거렸다.
‘이게 대체….’
그때 검은 면사의 호위가 혀를 차며 말했다.
“짐을 완벽히 흉내 낼 수 있도록 만들라고 하였더니, 제대로 모욕을 주었군.”
‘!!!’
그의 말에 양옆에 서있던 파궁귀 초사와 묘월 양명신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황제 또한 이게 무슨 소리냐는 듯이 두 눈이 커졌다.
이에 나는 가늘게 눈매를 뜨고서 황제의 호위에게 말했다.
“…….당신이 황제였군.”
내가 목을 움켜잡고 있는 이 자는 대역이었다.
진짜가 아니었다.
“하찮은 것에게 짐의 용안을 보이게 될 줄은 몰랐구나.”
황제의 호위가 검은 면사를 벗었다.
그러자 그 안에 굵은 점을 찍은 듯이 짧은 눈썹에 훤칠하면서 강인한 인상을 가진 얼굴이 드러났다.
머릿속에서 남천철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놈이다! 운휘.
하……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말문이 막혔다.
최악의 폭군이라 불리는 금상제가 존주였던 것이다.
병사로 죽었다고 알려진 금상제가 무림을 뒤에서 좌지우지 했던 존주라니.
이는 나조차 경악을 금치 않을 수가 없었다.
한데 놈의 눈.
-금안이 아닌데?
두 눈동자 모두 금안이 아닌 평범한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정말 그 자가 맞아?’
-맞다. 저 목소리도 그렇고 얼굴도 확실하다. 주인의 팔을 자르고서 오만하게 내려다보던 저 얼굴을 어찌 잊겠나!
남천철검이 분을 이기지 못했다.
황제가 정말 존주라면 지금은 아직 시술을 받지 않은 건가?
그렇지 않고는 저리 멀쩡할 리가 없었다.
그때 스스로가 진정한 황제라 밝힌 금상제가 뒷짐을 지고서 가까이로 걸어왔다.
“설령 대역이라고 할지언정 짐을 해하려 들다니, 목숨이 아까운 줄 모르는 자로구나.”
위엄, 그리고 오만함.
강함마저 갖추고 있는 자였다.
황제가 정말 존주가 확실한 것 같다.
바로 앞까지 다가온 그가 내게 말했다.
“이제 네놈을 죽이기 전에 진정한 목적을 들어봐야 겠구나.”
금상제가 한 손에 쥐고 있던 옥패를 앞으로 들이밀었다.
그러자 옥패의 한 가운데 있던 붉은 보석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역시 선벽진옥의 패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회색 빛을 내던 벽이 물결처럼 일렁였다.
“네 목적이 정말 자경정이라는 자를 잡는 것이냐?”
그의 물음에 나는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의지와 상관없이 저절로 입이 열어졌다.
“그렇소.”
선벽진옥의 패.
이것은 진실의 법구라고 불린다.
선벽에 갇힌 자는 법구의 주인이 묻는 것을 사실대로 고하게 된다.
나는 남천철검의 검을 움켜잡았다.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본 금상제가 피식 웃으며 내게 말했다.
“선벽이라는 이 벽이 절대로 부서지지 않는다는 것은 도화선에서 나온 네놈이 더욱 잘 알고 있을 터인데.”
“여기서 계속 당신의 물음에 답변할 수 없소.”
질문을 할 때마다 강제로 답변을 하게 되어서 운기를 할 수가 없다.
그의 말에 답변이 끝날 때마다 조금씩 움직일 수 있었는데, 계속 해서 질문을 이어나갔다.
“하나 죽기 전까지 답해야 할 걸.”
“당신은 나를 죽일 수 없소.”
그런 나의 말에 금상제가 어처구니가 없다듯이 실소를 터뜨렸다.
“네놈의 그 번개를 다루는 검법을 믿고서 그러는가 보구나. 그것도 검선에게 배운 것이더냐?”
젠장. 말을 하지 않아야 하는데 입이 계속 열린다.
“그렇소. 검선께 배운 뇌검천둔과 성명검법을 합친 것이오.”
“성명검법? 그것도 검선에게 배운 것이냐?”
“검선이 아니오.”
-으득!
이러다 놈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나는 재빨리 남천철검으로 검을 찌르는 형태의 기수식을 취했다.
금상제가 이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부술 수 없다고 하였을 터인데. 그보다 의외로구나. 짐이 여태껏 본 적이 없는 절세검법이었다. 하면 누구에게 이 검법을….”
-파치치치치칙!
금상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검에서 푸른 빛의 뇌전이 일렁였다.
이를 본 금상제가 코웃음을 쳤다.
“괜한 짓을 하지 말거라. 벽의 벽을 넘어서려하는 복산서생이라 불리던 뇌장조차 벽을 부수지 못했다. 오히려 선벽이 튕겨낸 힘에 의해 다쳤을 뿐이지. 네놈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입이 열어졌다.
선벽 내에 있어서 머릿속에 있는 생각이 그대로 입으로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나는……벽의 벽을……넘…..어…..섰다.”
“뭐?”
그 말에 선벽 너머의 금상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뇌기가 방출되며 일렁이던 선벽이 더욱 심하게 일렁였다.
이에 금상제가 경계심을 느꼈는지, 자신도 모르게 반 보 정도 발걸음을 뒤로 물렸다.
-쾅!
그와 상관없이 나는 진각을 밟았다.
“뭘 하려는 거냐?”
놈의 질문에 나는 억지로 견뎌냈다.
‘찌른다. 찌른다. 찌른다.’
오직 이 일념에 집중했다.
그러자 심장이 찢어질 듯이 고통스러우며 입에서 핏물이 흘러나왔다.
선벽의 신기를 강제로 버텨내면 이런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좋아.
뭘 하려는 건지 대답해주지.
“진…..”
“정말 부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냐?”
“축….”
“멈춰라. 선벽은 가해진 힘을 튕겨낸다. 그러다 네놈이 죽을 게다.”
“아…..”
“멈추라고 했다!”
“회…..”
“놈을 막아라. 당장!”
금상제가 뒤로 신형을 날리고서 외쳤다.
그러자 묘월 양명신이 다급히 그의 앞 쪽을 가로막았다.
“검!”
뇌검천둔 진 축아회검(逐亞回劍).
검에서 일어난 푸른빛의 뇌전이 회오리를 일으키며 선벽을 강타했다.
강렬하게 회전하는 뇌전의 검격에 의해 선벽에서 엄청난 파공음이 터져나오며 흔들거렸다.
-촤르르르!
그와 동시에 나의 신형이 뒤로 세 보 가량 밀려났다.
이를 본 금상제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그러면 그렇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에 나는 이를 악물고서 하단전에 이어 중단전을 개방했다.
삼 년 하고도 여덟 달 동안의 수련 끝에 벽과 벽을 넘어서면서 나는 정기신(精氣神) 중 기신의 합일에 이르렀다.
이를 두고 검선 스승님은 현경(玄境)이라 하였다.
-콰지지지지직!
기신의 합일을 행하자 내공과 선천진기가 조화를 이루며 공력이 폭증하였다.
그러자 부서지지 않을 것만 같던 선벽이 찌그러져갔다.
“흐아아아압!”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앞으로 축아회검을 내뻗었다.
그 순간 선벽이 부서지며 뇌전의 회오리가 하나의 폭풍이 되어 파죽지세로 앞으로 뻗어나갔다.
-파치치치칙!
뇌전의 폭풍에 의해 거대한 천막이 찢겨나갔다.
“아닛!”
“이게….”
-콰콰콰콰콰콰콰콰!
그리고 진군하던 황군의 일부가 그대로 폭풍이 휩쓸리고 말았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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