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271
88화 진의 (4) >
-콰르르쾅쾅! 파치치치치치!
내려치는 벼락과 몸을 뒤덮은 푸른 빛의 뇌전.
이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게 걸어가자 자경정은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안타깝지만 대도천둔검법의 비기인 뇌벽천둔을 익히기 위해 얼마나 수많은 벼락을 맞았던가.
-혈관에 피가 아니라 번개가 흐를 거야. 암.
소담검이 키득거리며 말했다.
그 정도는 아니고 전신이 뇌기로 가득하다.
스승님의 말에 의하면 평범한 사람의 몸에도 최소한의 뇌기가 존재하는데, 내 몸에는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뇌기가 잠재되어 있다.
경악해하던 자경정이 이를 갈며 검선 스승님을 노려보았다.
“저놈에게 대도천둔검법을 전수한 겁니까?”
놈의 물음에 스승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더 이상 그에 대한 미련이 없는 듯 하다.
“당신의 밑에서 수십 년 동안 있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비기를 나 하나 잡자고 고작 저런 놈에게 전수를 해?”
억하심정이 담긴 외침이었다.
될 성 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안다고 했다.
계속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데, 나라고 해도 섣불리 비기를 가르치지 않았을 거다.
인과응보였다.
“좋아. 더 이상 사제 관계도 아니란 거군.”
내게 계속해서 천둔을 휘두르던 자경정이 방향을 틀었다.
그곳은 여덟 도인들이 있는 방향이었다.
그렇게 내버려둘 것 같아.
-스륵!
이형환위를 일으킬 만큼 빠르게 경신법을 펼친 나는 순식간에 놈에게로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천둔을 내려치려는 팔목을 베어 들어갔다.
“흥!”
놈이 천둔의 방향을 틀어 이를 막아냈다.
-챙!
나는 그 상태로 채화풍각의 각법으로 놈의 턱을 노렸다.
그러나 놈이 뒤로 고개를 살짝 젖히며 이를 피한 후에 왼손의 검결지로 미간을 노렸다.
이에 검의 방향을 틀어서 막으려 했는데,
‘착?’
놈이 착(着)의 묘리로 검을 붙게 해서 못 움직이도록 막았다.
덕분에 다급히 검병을 손에서 떼고서 몸을 회전하며 놈의 가슴에 구운만화장의 장초를 날렸다.
-타타타탁!!
놈이 현란한 보법을 펼치며 뒤로 신형을 물렸다.
그 틈에 나는 착으로 천둔의 검날에 붙어있던 남천철검을 회수했다.
-강한데?
당연하지.
근 수십 년 동안 검선에게 검을 배웠다.
기본적으로 검술 수련만큼 나보다 수십 년을 더 해왔다는 소리다.
여러 기연들 덕분에 내공이나 선천진기는 우위일지 모르나 기본 검술 실력은 오히려 놈이 뛰어날 거다.
그것은 검선 스승님도 인정한 바였다.
그렇기에 자경정을 제자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놈이 전의를 끌어올리고서 제대로 검을 다룬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를 거다.
내게서 신형을 벌린 자경정의 눈동자가 나와 어딘가를 번갈아 보았다.
그곳은 여덟 도인들이 있는 곳이었다.
그들을 서둘러 죽이고 싶은가 본데 내가 방해가 돼서 짜증이 날 거다.
“끝까지 내 발목을 잡는군. 네놈은.”
“네놈의 인과응보지.”
소담검을 멋대로 가져가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거다.
그랬다면 오히려 제 놈이 원하는 대로 됐을 수도 있다.
자경정이 코웃음을 치더니 내게 말했다.
“저기 있는 꼰대 같은 작자들과 네놈을 죽이지 못한다면 대의를 이룰 수 없겠구나.”
“그놈의 대의.”
나는 혀를 찼다.
끝까지 자신의 신념이 옳다고 여기는 놈이었다.
자경정이 법구 천둔의 검병을 꽉 쥐고서 전의를 가다듬었는지, 기수식을 취했다.
그리고 큰 소리로 모두가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당신들이 한 모든 짓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려주겠다. 특히 순양자, 당신의 눈앞에서 저놈을 오체분시하여 당신이 틀렸다는 것을…..”
그때 내가 놈의 말을 끊었다.
“스승님. 죽여도 되겠습니까?”
그 말에 놈이 기가 찼는지 죽일 듯이 노려보며 소리쳤다.
“나를 죽여? 하!”
하지만 나는 그 말에 신경 쓰지 않았다.
검선 스승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태양처럼 이글거리는 구체를 막고 있는 스승님이 탄식을 내뱉더니, 두 눈을 감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자경정이 그 모습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그렇게 나온다는 거지. 좋아. 누가 먼저 죽게 되는지 당신의 눈앞에서…..”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파치치치치치칙!
분노를 토해내던 놈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신의 푸른 빛의 뇌전으로 뒤덮인 내 모습에 놀란 듯 하다.
이것은 대도천둔검법의 최종 비기인 뇌벽천둔을 펼치기 위한 전조 뇌기의 순응이었다.
놈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뇌벽천….”
-팟!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나는 번개처럼 놈에게로 파고들었다.
뇌기의 순응 상태로 움직이게 되면 그 속도는 한쪽 신발만 신고 다니는 남 스승님이 개량해주신 신풍영보를 능가한다.
놈의 바로 앞으로 파고든 나는 놈을 향해 검을 찔렀다.
“큭!”
놈이 다급히 법구 천둔을 들었다.
천둔에서 뇌기가 치솟으며 검이 푸른 빛의 뇌전으로 물들었다.
-차아아아아앙!
천둔과 남천철검이 부딪치자 강렬한 풍압과 함께 사방으로 뇌전의 푸른 빛줄기가 나무의 뿌리처럼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한데 놈의 신형이 뒤로 밀려나기는 했으나 뇌전에 타격이 없다.
놈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리석은 놈. 천둔의 주인은 뇌기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네놈이 뇌벽천둔을 익혔다고 한들 내게 천둔이 있는 한……”
“알고 있어.”
“뭐?”
스승님과 같이 수련을 했는데 그것도 모를 것 같나.
“이제 제대로 할 거니까 이 꽉 깨무는 게 좋을 거야.”
“네놈 지금…..!?”
-슈우우우우!
그 순간 나의 몸에서 뿌연 수증기가 흘러나왔다.
피의 순환을 빠르게 하는 진혈금체다.
뇌기의 순응 상태에서 진혈금체까지 펼치게 되면 외공의 극한까지 더해지게 된다.
“이건…..헛!”
-촤르르르!
검과 검이 부딪친 상태로 놈의 신형이 뒤로 밀려났다.
법구 천둔으로 공력이 세 배 이상 치솟아서 동등하다고 여긴 모양인데.
아직 나는 제대로 전력을 다하지 않았거든.
“이놈!”
놈이 이를 악물고 공력을 끌어올려 버텨내려 했지만 소용없다.
나는 그대로 놈을 밀어붙였다.
발바닥을 지탱하고 있는 지면이 진흙이라도 된 것처럼 뭉개지며 놈의 신형이 뒤로 계속해서 밀려났다.
-콰르르르르르!
계속해서 밀려나 공동의 벽면까지 밀려나자 놈이 방법을 바꿨다.
공력 싸움으로는 도저히 되지 않기에 변초를 써서 맞부딪치는 상황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런데 나는 놓아줄 생각이 없거든.
-채애앵!
놈이 법구 천둔에 가하던 힘을 흘려보내서 검의 방향을 틀려는 순간,
-팍!
나는 천둔의 검날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놈을 그대로 공동의 벽면으로 밀어붙였다.
“흐헉!”
-쾅!
놈의 몸이 벽면을 파고들었다.
천둔을 놓게 하려고 검을 비틀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놈이…..”
“일단 나가보실까.”
-콰콰콰콰쾅!
놈의 몸이 공동 벽을 부수며 더욱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나는 그 상태로 계속해서 놈을 밀어붙였다.
“끄으으으!”
끝도 없이 밀려나자 놈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등이 벽면을 파고들 때마다 파편들이 박히면서 그 고통이 장난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벽을 파고들던 끝에,
-쾅!
결국은 공동의 벽을 뚫고서 반대편으로 나오게 되었다.
도화선의 서북쪽으로 수풀로 둘러싸여서 아무도 없는 곳이었다.
벽을 뚫고나온 나는 잡고 있던 천둔의 검날을 놓고서 놈을 반탄력으로 튕겨냈다.
-뿌드드득! 뿌드드득!
놈의 신형이 날아가면서 나무 몇 그루를 부러뜨렸다.
굵은 고목나무를 다섯 그루 정도 부러뜨리고 나서 겨우 멈출 수 있었다.
놈이 비틀거리며 천둔을 지팡이처럼 바닥에 꽂았다.
-푹!
“하아….하아…..이놈…..”
놈이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고개를 들어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그런 놈을 향해 걸어갔다.
-스스스스스!
놈의 상처가 빠르게 회복되어가는 것이 보였다.
장생의 묘약인 용호금단을 먹어서 그런지 엄청난 회복력을 가졌다.
역시 이런 존재는 머리와 몸을 떼어놔야 죽일 수 있다.
놈이 이를 악물고서 내게 말했다.
“빌어먹을 놈. 그 혈액을 빨리 돌리는 수법을 얼마나 길게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네놈을 죽일 수 있을 만큼.”
그런 나의 말에 놈이 갑자기 미친 듯이 광소를 터뜨렸다.
“하하하하하핫!”
나는 녀석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미치기라도 한 거냐?”
그러자 놈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답했다.
“기어코 도를 수행했던 나로 하여금 마지막 선을 넘게 하는군.”
“마지막 선?”
“후우.”
놈이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런데 그런 놈의 몸에서 어두운 아지랑이가 스멀거리며 피어올랐다.
그것은 도를 수양하는 도인들의 정순한 기운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했다.
완전히 상반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두득두득!
놈의 얼굴의 핏줄이 부풀어 오르며 점차 검게 물들었다.
“해가 있으면 달이 있고,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이다. 선(仙)으로는 넘을 수 없는 마(魔)가 가진 파괴적인 힘을 보여….”
-퍽!
“끄헉!”
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의 주먹이 놈의 복부에 꽂혔다.
기습적으로 복부에 가격당한 놈의 두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안 보여줘도 된다.”
“끄으으….이놈이…..”
불길한 그 기운을 제대로 드러내기도 전에 공격할 줄은 몰랐겠지.
놈이 비겁다는 듯이 나를 노려보았다.
그런데 내가 굳이 구구절절 알려주는 척하면서 기운을 변이시킬 시간을 버는 걸 기다릴 이유가 있나.
놈이 복부로 박힌 내 손목을 금나수의 수법으로 덥썩 잡고서 소리쳤다.
“네놈만큼은 반드시 죽인다.”
놈에게서 흑색 아지랑이와 함께 불길한 기운이 더욱 치솟았다.
이에 나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내가 왜 아무도 없는 여기로 데려온 것 같나?”
“지금 무슨 소릴….!?”
나를 바라보는 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동공에 비추는 나의 머리카락이 피처럼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은 머리카락만이 아니었다.
-파치치칙! 파치치치칙!
푸른 빛이었던 뇌전이 점차 붉어져 갔다.
정기의 합일, 뇌벽천둔 뇌기의 순응, 진혈금체, 염의 개방을 통한 혈마화.
폭증을 넘어서 나조차 이 힘이 도저히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경악한 놈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네, 네놈 대체….”
“힘 조절이 안 될 것 같군.”
“뭐?”
-콰아아아앙!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우레가 내려치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자경정이 커진 눈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
놈의 뒤쪽으로 부채꼴 형태로 근 이십여 장이 초토화되어 있었다.
숲의 나무는 사라져 있었고, 파괴되어 파여진 바닥에서 붉은 뇌전의 불꽃이 치칙거리며 튀어 올랐다.
“안 아픈가 보지?”
그런 나의 물음에 놈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끄아아아아악!”
경악한 나머지 아픔을 잊었던 모양이다.
검으로 내리치면서 왼쪽 어깨부터 몸의 절반이 통째로 날아간 놈이었다.
비명을 지르던 놈이 비틀거리며 쓰러지고 말았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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