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273
89화 돌아오다 (2) >
참 길고 긴 시간이었다.
도화선을 나온 나는 곧장 어검비행으로 날아올라 위치를 파악했다.
시공간의 흐름을 벗어난 도화선은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시기와 장소가 바뀌게 된다.
안개 숲은 벗어난 순간 나는 이곳이 어딘지 알 수 있었다.
‘아!’
내가 처음 도화선에 들어가게 되었던 그 숲에서 10리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천운이라고 할 수 있었다.
혹시나 거리가 너무 멀어져 다른 성이나 현으로 떨어지게 된다면 사마영이나 일행들을 찾기 힘들어진다.
‘거리가 가깝다는 것은 시간의 오차가 그리 크지 않은 건가.’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 기대는 헛된 바람에 불과했다.
도화선이 있었던 숲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초가 한 채가 자리하고 있었다.
없어야 할 것이 있고 그조차 지어진지 꽤 되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확실하게 시간이 흘렀다.
부디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았기를 바랐다.
그러나,
“뭐?”
순간 나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아무리 길어도 한두 달 정도의 오차가 있을 거라 알고 있던 나였다,
그런데 아송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 예상을 뛰어넘었다.
“…….내가 사라진지 일곱 달이 지났다고?”
“도련님 대체 어디 있다 이제 나타난 겁니까요? 쇤네 도련님께서 변고로 돌아가신 줄 알고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아십니까?”
“하아.”
“도련님?”
“잠깐만 있어봐.”
지금 머리가 생각보다 복잡하다.
예상보다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났다.
일곱 달이면 다섯 달만 있으면 한 해가 된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일곱 달이면 그 사이에 수많은 일들이 벌어졌을 것이다.
워낙 많은 일들을 겪어서 지금 이 현실이 큰 충격까진 아니지만 절로 한숨이 나온다.
-어떡해?
추진 중이던 일들도 꼬였을 확률이 지극히 높다.
계획했던 일들도 의지와 상관없이 무산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곱 달 사이에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부터 알아야겠다.
가장 먼저는,
“아송. 사마 소저와 송좌백, 송우현, 귀살권마 장문량은 어디에 있어?”
“아니 도련님. 저는 왜 빼는 겁니까요?”
“……넌 지금 내 앞에 무사히 있잖아.”
“……..”
그 말에 아송이 머쓱했는지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실없이 굴지 말고 이야기해봐.”
그런 나의 말에 아송이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했다.
“도련님께서 사라지고 나서 저희들은 한 달이 넘게 이곳에서 머물면서 기다렸습니다요. 한데….”
그러다 그들이 있는 곳에 교주 호위대와 좌호법 하종일이 나타났다.
“하 호법이?”
하종일은 나의 명을 받고서 세 가지 임무를 행하던 도중이었다.
그가 우릴 찾아온 것이라면 명한 임무의 대부분을 완수했음을 의미했다.
그런데 기대했던 것과 달리,
“하종일 호법이 그 뭐라고 하더라….아! 녹림과의 협상이 결렬되었다고 전달했습니다요.”
“뭐?”
처음 좌호법이 보내왔던 소식과 달라졌다.
서신을 주고 받을 때만 하더라도 녹림투왕 광신군이 우호적으로 나왔다고 했다.
그런데 그 사이에 결렬이 되었다니?
“왜 결렬되었는지는 알아?”
“녹림투왕 광신군이 갑자기 무림의 법도에 따라 실력으로 자웅을 가리지 않으면 혈교의 산하로 들어갈 일은 없을 거라고 공언했다고 하던데요.”
“무림 법도?”
서신으로는 우호적이었는데 갑자기 무림의 법도라니.
뭔가 이상하다.
어쨌거나 강자존을 빌미로 본교의 산하로 들어오는 걸 거절했다는 거네.
이미 팔대고수에 필적하는 무공 실력을 지닌 것으로 그 명성이 널리 알려진 녹림투왕 광신군이다.
좌호법 하종일도 초절정의 고수였으나 그의 상대로는 역부족이었나 보다.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내가 행방불명되었으니 결정권자가 없는 상황이다.
보고를 하러 왔다고 해도 그에게 추후 명령을 내릴 수 없으니, 다시 본교로 복귀시키거나 대기시키는 것이 맞다.
그런데,
“그게 사마 소저랑 좌백 도련님이 아직 어찌 된 영문인지도 모르는데, 섣불리 공자님이 행방불명되었다고 알릴 수 없다고….”
아…..
내가 사라졌다고 하면 생겨날 혼란 때문인가.
하긴 한 달이 넘게 사라졌으니 여태까지와는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두 사람의 판단이 옳을 수도 있다.
“하면 좌호법더러는 어떻게 하라고 했어?”
“도련님께서 녹림을 산하로 거두지 않으면 혈교가 장차 무림 연맹과의 전쟁에 불리해질 수 있다고 했다고 하던데 맞습니까요?”
“…..그랬지.”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내게는 꽤나 오래된 일이라 가물가물했었는데, 그리 말했었다.
사파를 통합해야 세력 면에서 어느 정도 구색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 때문에 도련님이 계셨다면 어떻게 해서든 그들을 산하로 거둬들였을 거라면서 좌백 도련님이랑 우현 도련님, 그리고 장문량 노사가 좌호법과 함께 녹림으로 떠났습니다요.”
그랬구나.
그들이 대신해서 간 건가.
한데 그게 다섯 달 전이면 왜 이곳에 없는 거지?
“결과가 어찌 되었는지는 몰라?”
“이곳에서 계속 기다렸는데 깜깜 무소식입니다요.”
“깜깜 무소식……”
무슨 변고라도 생긴 것일까?
녹림투왕 광신군과 자웅을 겨뤄서 이겼다면 혈교 산하로 들어왔을 거다.
그런데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은……
‘젠장.’
우려가 된다.
“하면 사마 소저는 어디에 있어? 그들과 함께 가지 않았을 거 아냐?”
사마영의 성정이라면 끝까지 나를 기다렸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런 나의 물음에 아송이 내 어두워진 표정을 살피다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마 소저는 석 달 전까지 저와 함께 있었습니다요. 저 방이 소저의 방입니다. 한데 근방에 가까운 현내로 다녀오시더니, 갑자기 아버님께 변고가 생겨 큰 부상을 당하셨다며….”
“장인어른이?”
그 말에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장인어른이 누구시던가.
오대 악인의 일인이자 벽의 벽을 넘어 중원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절대강자였다.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만 하더라도 악심파파와 일전을 벌일 만큼 정정하셨다.
그런 그가 부상이라니 믿기지가 않았다.
“누가 그랬는지는 들었어?”
“그건 사마 소저께서도 모른다고 하셨습니다요. 다만 소저의 아버님의 오장육부와 골수까지 한기가 가득차서 무슨 사인가 하는 절에서 구양 뭐시기인가 하는 양강의 내가 고수에게 치료를 받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오장육부와 골수까지 한기로 가득 찼다고?”
순간 머릿속에서 누군가가 스쳐지나갔다.
-설마 그 여자 아냐?
현 중원 무림의 문파들 중에서는 정사를 통틀어 한기를 다루는 무공을 가진 자들은 없다.
하나 지금은 행방이 묘연하다고 알려진 세외의 문파 북해빙궁은 한기를 다루는 무공으로 명성을 떨쳤었다.
그 북해빙궁 출신이 바로 설백이다.
‘설마…..’
그녀는 무림 박해 시절, 존주 즉 금상제의 산하로 들어갔다.
그렇다면 그녀 역시도 수백 년 동안 존주의 수하로 있었던 걸까?
확신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존주라 불리는 금상제의 밑에는 수명이 늘어난 전대 고수들이 꽤나 존재했었다.
어느 정도 그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럼 금상제가 네 장인어른을 노렸던 걸까?
설백이 맞다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아송이 해준 이야기만으로 모든 걸 단정 지을 순 없다.
어쨌거나 아송의 말대로라고 하면 장인 어른은 오장육부로 침투한 한기를 몰아내기 위해 어떤 절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건데, 구양 뭐시기라? 구양…..어디서 들어봤는데……
‘구양진경!?’
순간 나는 놀라서 아송에게 물었다.
“……혹시 그 절이 소림사라고 했어?”
아송이 두 손바닥을 부딪치며 답했다.
“맞습니다요! 틀림없이 소림사라고 했습니다.”
‘하!’
소림사라니.
-거기 정파의 구대문파 중 한 곳 아냐?
맞다.
중원 무림의 근원지라 불리는 곳이자 정파 상징이다.
-아니. 네 장인어른은 악인이라 불리는데, 대체 무슨 수로 거기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거야? 정파라면 오히려 옳다구나 싶어서 네 장인을 죽이는 거 아냐?
아냐.
다르다.
소림사는 정파의 상징이지만 무림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
-그게 무슨 소리야?
다른 문파들과 다르게 소림사는 무림의 일조차 속세의 일이라 하여 관여치 않기로 유명하다.
소림사는 무림 문파로서보다는 불가로서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해왔다.
그렇기에 뛰어난 고수들을 배출하면서도 무림 연맹의 일에도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그들이 속세의 일에 나서는 것은 오직 민생을 위해서라고 들었다.
-그럼 네 장인어른은 안전하다는 거야?
모르겠다.
안전한 건지 아닌 건지.
-응?
아까 내가 이야기 했잖아.
소림사는 민생을 위해서 나선다고.
그들은 민생에 해악을 주는 것이라고 판단되면 나선다고 하는데, 장인어른은 무림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학살자라고도 불린다.
소림사의 기준에서는 해악에 포함될 것이다.
-그런 자들을 소림사에서는 어떻게 하는데?
소림사는 정말 최악의 사태가 아니면 살생을 금한다고 들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민생에 해악이라 불린 자들을 회금동(悔禁洞)이라는 곳에 가둬두고 불경으로 교화시킨다고 했던 것 같다.
-그럼 네 장인어른은 소림사에서 치료받고 갇혀있다는 거야?
소림사의 역근경과 구양진경은 내가 정종 중의 최고봉이라 불린다 들었다.
특히 역근경에는 심각한 내상을 치료할 수 있는 효능이 있고, 양강의 내가 무공이라 불리는 구양진경은 한기를 몰아낼 수 있다.
아송이 구양 뭐시기라 한 것이 바로 구양진경인 것 같다.
생명을 경시하지 않는 소림사라면 아무리 장인어른이 악인이라도 부상을 등한시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가둬둔 거라면 약주고 병주고 아냐?
…….우리 입장에서는 그렇지.
하나 소림사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소임을 다한 걸 거다.
생명을 살리고 그릇된 악인을 가둬두는 셈이니 말이다.
-그럼 사마영이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은 건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겠네.
그런 것 같다.
사마영에게 유일한 혈육이다.
그런 아버지를 내버려둘 리가 없었다.
어쩌면 그녀는 장인어른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다 같이 갇혔을 수도 있다.
-당장에 해야 할 일이 정해졌네.
사마영과 장인어른을 구해야겠다.
* * *
하남성의 등봉시 숭산.
그곳에는 무림 정종이라 불리는 소림사가 있다.
무학의 근원이라 불리는 곳이지만 소림사의 내부는 여느 절들과 다를 바 없다.
산문과 종루, 고루, 천주전, 그리고 본전, 대웅전이 있다.
암자의 안에는 그간의 역사를 자랑하듯 죽간부터 서지로 만들어진 불경으로 가득했고, 정교한 벽화로 이루어진 천불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소림사를 방문하는 민간인들에게 허락되는 장소다.
소림사의 진면목이라 할 수 있는 백팔기예의 무학을 보관하는 역근경전과 여러 목적을 가진 삼십육동이라 불리는 서른여섯 개의 동굴은 소림사의 승려들 외에는 출입이 불가하다.
그런 삼십육동의 동굴 중 회금동(悔禁洞)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회금동 안에서는 경을 외우는 소리가 바깥까지 울려 퍼졌다.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 사리자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역부여시….”
경을 외우는 소리에서는 정기가 넘쳐흘렀다.
그런 경소리가 나는 회금동 앞에서 입술을 질끈 깨물고 있는 절세미녀가 있었다.
그녀는 다름 아닌 사마영이었다.
‘아버지…..’
그녀가 이 입구를 서성이는 것은 저 안에 자신의 아버지인 월악검 사마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석 달 전에 충격적인 한 가지 소식을 들었다.
소림사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회금동이라는 곳에 구금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 사실을 믿기 힘들었다.
무림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아버지가 소림사에 갇히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인가.
싶었는데 그것은 사실이었다.
큰 부상을 입은 사마착이 제 발로 소림사에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소문은 정말이었다.
그녀는 이곳에 와서 딱 한 번 아버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으득!
사마영은 이를 갈며 회금동 앞을 지키고 있는 흰 수염이 지긋한 승려를 노려보았다.
회금동주라 불리는 저 승려는 이곳을 지키는 책임자였다.
회금동주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
“아미타불. 보살님은 이만 물러가시지요.”
“……제 아비가 이곳에 갇혀 있는데 어찌 마음 편히 물러갈 수 있단 말입니까? 스님.”
그런 그녀의 말에 회금동주가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며 답했다.
“매일 같이 말씀드리오나 보살님께서 집착을 하면 할수록 사마 시주의 교화에 방해가 될 뿐입니다.”
“아아!”
늘 이런 식이었다.
그녀는 아버지인 사마착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 그를 구하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무력으로 시도했으나, 소림사의 무력은 여느 정파와는 차원이 달랐다.
눈앞에 있는 회금동주만 하더라도 차기 방장 후보라 불리는 초절정의 고수로 그녀의 무위로는 도저히 감당할 재간이 없었다.
이에 인피면구로 변장을 하여 잠입, 승려들의 식자재에 약을 타보는 등 수많은 방법을 시도해보았으나 하나 같이 실패로 돌아갔다.
‘아버지의 몸에 박힌 금경침들만 빼내면 되는데.’
사마착은 금경침이라 불리는 것에 의해 7대 기문이 봉해졌다.
기문이 막혀서 무공이 봉해지지 않았다면 벽의 벽을 넘은 고수인 사마착이 어찌 이곳에 붙잡혀 있을 수 있겠는가.
“이만 물러가시지요. 보살님. 계속 이리 집착하시면 빈 승은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미타불.”
상기된 얼굴로 회금동주를 노려보던 사마영이 획하고 몸을 돌렸다.
그렇게 돌아가는 것 같이 발걸음을 옮기던 사마영이 이내 바닥을 박차며,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회금동주에게 신형을 날렸다.
“아미타불.”
회금동주가 탄식과 함께 기수식을 취했다.
그것은 소림 백팔기예 중 하나인 용조수라는 조법이었다.
사마영이 장법을 펼치자 회금동주가 이를 방어 초식으로 막아냈다.
-파파파파팍!
그녀의 초식을 막아내는 회금동주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석 달 동안 그녀는 무수히 그를 공격해왔다.
그때마다 그녀를 상대했는데, 이렇게 무재가 뛰어난 여인은 처음이었다.
‘또 늘었구나.’
내공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지만 이제는 용조수의 초식을 수월하게 막아내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계속 겨룬다면 사마영이 깨달음을 얻어 초절정의 경지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피가 무섭구나.’
과연 월악검 사마착이 여식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녀를 봐줄 수가 없었다.
방장 스님으로부터 명이 떨어졌다.
“보살님. 빈승을 용서하시구려.”
용조수를 펼치던 회금동주가 조법에서 권법으로 기수식을 바꾸었다.
그것은 소림이 자랑하는 삼십육 상승 무예 중 하나인 백보신권의 기수식이었다.
-팟!
회금동주가 앞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자 파공음과 함께 권격이 앞으로 뻗어 나왔다.
“칫!”
사마영이 다급히 뒤로 공중제비를 돌며 회금동주가 권격을 피했다.
“훌륭하오. 하나!”
그러나 백보신권의 진수는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회금동주가 진각을 밟으며 연거푸 주먹을 내뻗자, 권격이 수많은 권영을 만들어내며 사마영을 뒤덮었다.
‘검만 가지고 왔어도.’
권영에 사마영이 낭패를 금치 못했다.
소림사 내로는 병장기를 가지고 있을 수 없기에 그녀는 오직 아버지 사마착에게 배운 월영화옥장(月影華玉掌)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버텨야 해.’
사마영은 이를 악물었다.
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하는 수법을 생각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소림사의 승려들은 하나 같이 살수를 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녀는 권영을 향해 정면으로 몸을 날렸다.
“그렇게 나올 줄 알고 있었소이다.”
“앗!”
회금동주가 물 흘러 가듯이 보법을 펼치며 그녀의 뒤를 점하더니, 이내 금나수의 수법으로 팔목을 움켜잡으려 했다.
-흠칫!
찰나의 순간 회금동주는 화들짝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제압당할 위기에서 벗어난 사마영이 그에게서 신형을 벌리며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갑자기 왜 그러는 거지?’
바로 그 순간이었다.
-푹!
하늘에서 회금동주와 사마영의 사이로 뭔가가 바닥에 박혔다.
그것을 본 사마영이 눈시울이 붉어지며 중얼거렸다.
“혈마검!”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회금동주가 화들짝 놀라서 반문했다.
“혈마검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요? 시….”
그러나 회금동주는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어느새 자신의 뒤에 나타나 서있는 강렬한 위압감을 보이고 있는 존재 때문이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그 자리에서 전신이 잘려나갈 것만 같다.
회금동주가 침을 꿀꺽 삼키며 입을 열었다.
“……누구시오?”
“그 여인의 남편 될 사람이오.”
끝
ⓒ 한중월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