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286
93화 기생의 신위 (3) >
“손을 내리면 어찌 될지 한 번 내려 보시죠.”
굳어진 진왕의 올려진 손이 살짝 떨렸다.
차마 손을 내려 화살을 쏘라는 신호를 보내지 못할 거다.
여기서 내가 조금만 손에 힘을 주면 그의 목이 부러질 것이다.
나도 참 대담해지긴 한 것 같다.
예전 같으면 황자의 목을 잡아 이런 협박을 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어차피 내 정체도 모를 테니 이렇게 막나갈 수 있는 것이다.
-촥!
바로 그때였다.
아주 교묘하게 진왕의 목을 잡고 있는 내 팔을 향해 날카로운 무언가가 쇄도했다.
그것은 바로 옆에 있던 장수의 도날이었다.
이 자는 좌측 편에 있는 동창 첩형보다도 훨씬 강한 자였다.
정확한 판단이다.
전조도 없이 기습을 노려야 진왕을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차앙!
나는 그런 장수의 도를 검지와 중지 두 손가락으로 젓가락을 집듯이 잡아냈다.
장수가 놀라서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체 넌…..”
편견이라는 게 참 우습긴 하다.
기생의 모습으로 신위를 보이니 하나 같이 더 당혹스러워 한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장수에게 말했다.
“장수님은 전하의 안위가 걱정되시지 않나 봅니다.”
“이 계집이!”
그런 나의 말에 장수가 자존심이 상하기라도 했는지 인상을 굳히며 공력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았는지 갈수록 표정이 어두워졌다.
애초에 공력으로 나와 겨룬다는 게 어불성설이었다.
-파앙!
장수가 뒤로 튕겨나가 열 보 가까이 밀려나고 말았다.
나는 그런 장수에게서 빼앗은 도를 바닥에 전리품처럼 꽂아넣었다.
-푹!
자신의 병장기인 도마저 빼앗기고 만 그는 치욕스러웠는지,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진왕의 목에 힘을 주며 말했다.
“전하. 병사들을 최대 1리 밖으로 물려주시지요.”
그런 나의 말에 좌측에 있던 동창 첩형이 다그쳤다.
“불손한 것! 지금 네 행동은 모반이자 역모이다!”
“무엇이 말입니까?”
“황제 폐하의 장자이신 진왕 전하를 위협하는 것은 황실과 나아가 대 연제국을 능멸하는 것이다.”
“황제 폐하의 또 다른 자식인 경왕 폐하를 죽이려드는 것 또한 폐하와 대 연제국을 능멸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자들은 경왕 전하께 위협을 가하려 했으니, 황실을 모독한 죄로 한 사람도 남김없이 사형을 당해야 겠군요.”
그런 나의 말에 동창 첩형의 말문이 막혔다.
애초에 황자들 간의 싸움에서 황실을 모독하니 뭐니는 모순에 불과하다.
잠시 대답을 하지 못하던 첩형이 뭔가를 반박하려 했다.
하지만 진왕의 손짓 한 번에 이를 멈춰야 했다.
“무위만 뛰어난 줄 알았더니, 언변에도 제법 재주가 있구나.”
“송구하옵니다.”
“처음으로 아우가 부럽구나.”
‘부럽다?’
처음과 달리 더 이상 떨림이 없는 것이 금방 안정을 찾았다.
경왕도 그렇지만 확실히 황자라는 자들은 평범한 이들에 비해서 담대한 것 같다.
진왕이 누군가를 쳐다보며 명했다.
“문 장군. 병사들을 물려라.”
“하오나 전하!”
“물리도록 하라. 짐이 이 자리에서 목이 부러져 죽기라도 바라는 것이더냐?”
그런 진왕의 말에 문 장군이 분노를 금치 못했다.
“만약 그리 된다면 신이 목숨을 걸고 이 계집을 죽일 것입니다.”
“그대의 충정은 알았으니 군사들을 물려라.”
“……알겠나이다.”
문 장군이 손짓을 하자, 근방에 있던 장수들이 깃발을 흔들었다.
그러자 시위를 당기며 경왕을 겨냥하고 있던 궁병들이 이를 거두고서 물러났다.
다른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1리 밖으로 물러나 보이지 않게 되자, 기생들과 경왕 산하의 관군이 안도의 숨을 내쉬는 것이 보였다.
진왕이 내게 말했다.
“자 네가 원하는 대로 하였다. 하니 이제 짐의 목에서 그 손을 떼어줄 수 있겠느냐?”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는데 목소리가 상당히 부드럽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의 그릇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인 것 같다.
-어떤 의미로는 대단하네.
이 핏줄들은 참 어지간한 것 같다.
경왕에게 했던 것처럼 정체를 밝히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리 된다면 원래의 계획대로 할 수는 없겠지.
“그건 아직 힘들 것 같군요.”
“네 주인을 노릴까 걱정이라도 되는 게냐?”
그런 진왕의 물음에 나는 빙그레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경왕 전하가 걱정되어서 물러나라 한 것이 아닙니다.”
“뭐라?”
나의 대답에 진왕이 의아해했다.
이에 나는 중단전과 하단전을 동시에 개방하여 정기의 조화를 이루었다.
기운을 갈무리하지 않고서 이를 드러내자 폭증한 공력으로 인해 내게서 강렬한 풍압이 뿜어져 나왔다.
“아닛!”
“헉!”
-촤르르르르!
진왕의 주변을 지키고 있던 장수들이 풍압에 의해 뒤로 밀려났다.
내공 수위가 약한 이들은 이렇게 일부러 방출하는 기운을 버텨내기 힘들 것이다.
그나마 동창의 첩형과 내게 도를 빼앗긴 장수는 깊은 내공 덕분에 밀려나지 않고 버틸 수 있었지만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변했다.
“이, 이럴 수가……”
“어찌 이런…..”
괴물이라도 보는 듯 하다.
그들도 기감이 있으니 확연하게 알 수 있을 거다.
이 정도 기운이라면 벽을 넘어섰다는 것을 말이다.
이들이 초인의 영역에 이르렀다면 그마저 능가했다는 사실을 알겠지만, 아직 이들의 수준으로는 그것까지는 모를 거다.
내가 이렇게까지 기운을 끌어낸 것은 대놓고 위협을 가하기 위한 거니까.
“대…..대체 이게…..”
평범한 진왕으로서는 이것을 버티기도 힘들 것이다.
나는 그런 진왕에게 웃으며 말했다.
“혹여 힘 조절이 안 돼서 전하를 비롯한 이곳에 있는 자들을 전부 죽여 버릴까 우려되어 물러나라 한 것입니다.”
“그게 무슨…..”
진왕이 반문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드드드드!
바닥에 박혀 있던 도가 저절로 빠져나와 내 손에 잡혔다.
허공섭물에 군장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도병을 잡은 나는 아무도 없는 뒤편 막사를 향해 도를 휘둘렀다.
날카로운 예기가 도신을 휘어 감기며 하단전과 중단전의 조화로 폭증한 공력이 강렬한 도격을 만들어냈다.
-촥! 콰콰콰콰콰쾅!
커다란 굉음이 터져 나왔다.
마치 폭풍이라도 휩쓸고 간 것처럼 말이다.
피어오르는 먼지가 가시며 동창 첩형을 비롯하여 주변의 장수들이 입이 살짝 벌어져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다들 어찌 그런…..”
진왕이 그런 그들의 반응에 궁금한가 보다.
이에 나는 목을 잡고 있던 손아귀에 힘을 풀고서 친절하게 진왕이 고개를 돌릴 수 있도록 해줬다.
천천히 뒤로 고개를 돌린 진왕의 표정이 얼음이라도 된 것처럼 딱딱하게 굳어졌다.
‘!!!’
부채꼴 형태로 수십여 장 가까이 파괴된 흔적
중앙 막사를 통틀어 뒤편에 있던 이백 여 개의 막사가 흔적도 없이 날아갔다.
“…….하!”
이를 떨어져서 지켜보고 있던 경왕조차 마찬가지였다.
내가 강하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 수준일 줄은 꿈에도 몰랐던 듯 하다.
기생들과 휘하 관군들처럼 넋을 놓고 있었다.
파괴된 흔적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는 진왕의 어깨를 가볍게 누르며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부디 저로 하여금 힘 조절을 못할 상황을 만들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전하.”
그 말에 진왕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실력 행사를 하고나니 더는 빈(嬪)이니 뭐니 그런 생각은 들지 않는 모양이다.
이제 내 몫은 여기서 끝난 것 같다.
내가 쳐다보자 넋을 놓고 있던 경왕이 정신을 차렸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나와 진왕이 있는 곳으로 가까이로 다가왔다.
“형님 전하.”
그런 경왕을 진왕이 질린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짐이 여태껏 아우를 잘못 보았구나. 이런 자를 숨겨오다니.”
“제가 가장 총애하는 여인입니다.”
“……하여 어찌할 것이냐? 짐을 이 자리에서 어찌해보고 싶은 것이냐?‘
“어찌하고 말고는 형님의 대답에 달려있습니다.”
“하…..”
진왕이 허탈한 듯이 중얼거리며 나를 힐끔 쳐다보았다.
자신도 이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을 것이다.
고작 기생 한 명 때문에 이런 상황이 초래한 것이 말이다.
“짐의 목숨을 부지하려면 이 굴욕을 감내해야 겠구나.”
“굴욕이라 생각하지 마십시오. 형님에게도 좋은 기회일 수가 있으니까 말이죠.”
“좋은 기회?”
의아해하는 진왕에게 경왕이 자못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연생이의 도움을 받기 전에 저 자가 제 목숨을 위협하며 말하더군요.”
“…….무엇을 말이더냐?”
“제가 형님처럼 고분고분 잘 따랐다면 그분의 선택을 받아 황제가 되었을 거라고 하더군요.”
“뭐라!”
그 말에 진왕이 순간 화를 참지 못했다.
이때 나는 진왕의 곁에 있는 휘하 장수들과 관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가 진왕과 경왕의 대화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분이라는 자의 말이 나오자마자 포박되어 있던 관군을 쳐다본 두 명이 있었다.
한 사람은 바로 내게 도를 빼앗겼던 장수였고, 또 한 사람은 동창의 첩형이었다.
‘……둘 중 한 명인가.’
그들 중 금상제의 사람이 있다.
경왕이 나를 슬쩍 쳐다보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경왕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분이 누군지 모르나, 감히 대연제국의 황제를 마치 자신이 정하는 것처럼 불손한 언행을 저지르는데 형님 전하께서는 이를 그냥 두고 보실 겁니까?”
그 말에 진왕의 눈동자가 떨려왔다.
경왕의 말이 이간책일 수도 있다고 여겨서일 거다.
하지만 결정적인 방법이 있다.
내가 손짓을 하자 관군들이 포박한 그 자를 가까이로 데려왔다.
입에 재갈까지 물려서 말을 못하고 있는 놈이 몸을 부르르 떨면서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
자신과 관련된 자를 쳐다보지 않기 위해서였다.
경왕이 내게 하명하듯 말했다.
“네가 한 번 추궁해 보거라. 연생아.”
“네. 전하.”
그 말과 함께 나는 그 자에게로 다가가 말했다.
“두려워하지 마라. 약조한대로 이 자리에서 진실을 밝히면 네 목숨을 살려줄 것이다.”
그런 나의 말에 놈이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있었다.
한데 너는 대답을 할 수밖에 없을 걸.
“입을 열 수 있게 풀어줘라.”
나의 명에 관군들이 놈의 입에 물려 있던 재갈을 풀었다.
이때 나는 작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놈의 동공이 멍해지더니 이내 모두가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분께서 진왕 전하에게 명을 내려 경왕 전하를 죽이라고 하였습니다. 하여 진왕 전하는 그 명을 충실히 따랐습니다.”
“네놈이 감히!”
그 말에 진왕이 분노를 금치 못했다.
자신이 하수인이라도 된 것 마냥 외쳐대니 화가 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았다.
“그 분이라는 자가 누구기에 진왕 전하에게 명을 내릴 수 있는 거지?”
나의 물음에 정요 환의경에 걸려든 놈이 내가 생각한 대로 그대로 대답을 하려고 했다.
“그 분은 한쪽 눈에….”
바로 그때였다.
-팍!
놈의 가슴팍으로 한 자루의 비수가 날아들었다.
그러나 내가 바로 앞에 있는데 그것이 가슴에 꽂힐 리가 만무했다.
비수를 단숨에 잡아낸 나는 날아온 방향을 쳐다보았다.
그곳에 내게 도를 빼앗겼던 장수가 투척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와 눈이 마주친 놈이 당혹스러웠는지 이를 악물려고 했는데,
-팟!
나는 단숨에 경공을 펼쳐 놈에게로 신형을 좁혔다.
그리고 놈의 혈도를 전광석화처럼 점했다.
-타타타탁!
놈이 자결이라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혈을 점한 것이었다.
혈도가 점해져서 꼼짝 못하는 놈의 입을 벌려 나는 어금니 쪽에 보이는 검은 무언가를 허공섭물로 빼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독단이었다.
“하!”
어처구니가 없어하는 진왕에게 나는 이 독단을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릇된 자를 멀리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전하.”
* * *
그로부터 반나절 후 정오,
주둔지로부터 떠나려고 하는 내게 경왕이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네가 본 왕의 곁에서 도와준다면 천군만마를 얻는 것과도 다름없을 텐데.”
그런 경왕에게 나는 포권을 취하며 답했다.
“제가 아니더라도 전하께서는 잘 해내실 것이옵니다.”
굳이 내가 없더라도 망나니 연기를 해가며 자신만의 세력을 잘 구축해놓은 경왕이었다.
이번 일로 진왕은 약점이 잡혀서 한동안 수그러져 있을 테니, 또 다른 황제 후보인 영왕을 상대하는 것은 훨씬 수월할 것이다.
“아니면 네가 놈이 입을 열 때까지만이라도 있는 것이 어떠하느냐?”
“송구하오나 그리 쉽게 입을 열지 않을 겁니다.”
쉽게 정보를 발설할 자였다면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지 않고서라도 입을 열게 했을 거다.
금상제가 그리 허술한 자가 아니었다.
게다가 잡힌 두 녀석은 연 제국 황실에서 금상제의 존재를 경계하게 만들 역할을 할 자들이었다.
경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 이내 네게 말했다.
“네 뜻이 정녕 그렇다면 어찌할 수 없지. 하나 네 공을 치하하여 선물을 주고 싶구나.”
“선물이라 하심?”
“네가 정말 여자라면 황후로 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으나, 그것이 아니기에 연생이를 본 왕의 호위무사로 삼으려 한다.”
그 말에 나는 인상을 찡그리며 답했다.
“저는 진짜 연생이가 아니옵니다만.”
“네 덕분에 목숨도 부지하였는데, 아무 것도 보답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짐의 체면이 무엇이 되느냐?”
“그렇다 하여도…..”
“연생이게도 그 직책을 줄 테지만, 뛰어난 무위를 지닌 연생이는 네가 아니더냐?”
참 특이한 논지다.
물론 그 말이 맞기는 하지만.
경왕이 품 속에서 옥으로 만들어진 패를 꺼냈다.
옥패에는 크게 금의위(錦衣衛)라고 새겨져 있었고, 그 아래에는 종4품 위무사(衛撫使)라고 적혀 있었다.
‘!?’
그냥 호위무사라 생각했는데 적혀있는 것에 나는 놀라서 경왕을 쳐다보았다.
이에 경왕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황자들에게는 자신의 호위를 총괄하는 금의위를 선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하여 네게 종4품 위무사의 지위를 하사하노라.”
종4품 위무사라면 남북진무사 다음 직위였다.
황제의 근위군이자 형옥업무를 관장하는 최고기관인 금의위에서도 높은 관직인 것이다.
심지어 주(州)를 다스리는 지주가 종5품이니 벼락출세나 마찬가지였다.
경왕이 내미는 옥패를 보며 나는 혀를 내둘렀다.
“……참으로 약으셨군요.”
그런 나의 말에 경왕이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들켰느냐?”
조삼모사나 다름없었다.
이렇게 관직을 주고나면 언제든 필요할 때 내게 도움을 요청하겠다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경왕이 내게 말했다.
“거절하지 말거라.”
“저는 무림인입니다. 관의 관직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게 있다면 네가 어딜 다니든 요긴하게 쓰일 수 있고, 심지어 임시로 관군마저 동원할 수 있을 텐데 말이더냐?”
“……..”
“어차피 네 진짜 모습이나 정체를 모르니, 이것을 네게 준다 해도 알 길이 없다. 하니 본 왕이 내리는 고마움의 표시로 받아다오.”
그런 경왕의 말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뭘 새삼 청렴한 척 하는 거야? 그냥 받으면 되지.
소담검이 재잘거렸다.
그래 주는 걸 마다해서 뭐하겠는가.
어차피 소운휘도 진운휘도 아닌 연생이가 받은 벼슬이니 말이다.
나는 무릎을 꿇고서 정중히 예를 갖추어 옥패를 받아들었다.
“삼가 전하의 명을 받듭니다.”
“하하하하핫. 본 왕이 최고의 위무사를 얻게 되었구나.”
대놓고 좋아하는 경왕이었다.
그렇게 옥패를 챙겨 넣은 나는 떠나기 전에 궁금하여 물었다.
“한 가지만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무엇을 말이더냐?”
“제 진짜 정체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그런 나의 물음에 경왕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짐은 연생이로 족하노라.”
…….남자인 내 정체는 일절 궁금하지 않다는 소리다.
속으로 혀를 내두른 나는 경왕에게 인사를 하고서 남서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 * *
평왕 릉 주변 주둔지 안.
잠에서 깨어난 기생 연생이 영문을 알 수 없어했다.
자고 일어나보니 자신이 경왕의 위무사가 되어있지를 않나, 그를 보호하는 무공의 초고수로 관군이 환호를 하고 받들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꿈인지 생시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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