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287
94화 그가 돌아왔어 (1) >
호북성에는 정도 무림 연맹을 비롯하여 무당파, 그리고 수많은 정파의 문파, 방파들이 존재하기에 이곳은 사파와 흑도들이 활동하지 못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호북성의 서남쪽 송자현(松滋縣)은 호남성과 가까웠고 장강 이남이기에 비교적 정파인들의 지배 영역에서 자유로운 곳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런 송자현에는 호북성에 유일하게 자리 잡고 있는 혈교의 지부가 있었다.
물론 대놓고 지부 형태를 갖춘 것이 아니라 주루로 운영되고 있다.
-다들 네가 죽은 줄 알고 있는 거 아냐?
글쎄.
일곱 달이면 길다면 길 수 있다.
그 기간 동안 한 번도 본교에 연락을 취하지 않았으니 그렇게 여길 수도 있겠다.
게다가 교주 호위대와 좌호법 또한 녹림으로 가서 행방이 묘연해졌으니, 내 죽음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뭐……그래도 백혜향이 있으니까.’
부교주 백혜향.
그녀의 통솔력과 타고난 재능이라면 혈교를 이끌어나가기 충분하다.
원래의 역사에서는 그녀가 교주가 될 운명이었기에 믿고 부교주를 맡긴 것이었다.
어찌되었든 송자현 지부로 가서 대략적인 상황을 알아내야 겠다.
내가 없던 사이에 무림 연맹과 혈교에 어떤 일이 벌어졌었는지 알아야 하니 말이다.
송자현의 동쪽 어귀.
마을에서 살짝 떨어진 곳에 지부가 있다.
평왕의 릉에서 보았던 한 평범한 병사의 얼굴로 변장해서 나를 알아볼 이들은 없을 거다.
도화선에서 배운 것 중에 체화만변술 만큼 용이한 것도 없었다.
‘흠……’
그런데 이 주변에 왜 이렇게 사람이 없지?
이른 저녁이라 주루 근처라면 꽤 사람들이 있을 법 한데 조용했다.
한데 이윽고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뭐야? 완전 폐가인데?
소담검의 말대로 등이 켜져 사람이 바글거려야 할 주루가 폐가가 되어 있었다.
한바탕 싸움이라도 벌어진 것처럼 주루 건물의 여기저기가 박살나있다.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지?
-아송인가 하는 네 시종더러 여기 있으라고 하지 않았어?
그랬다.
그런데 녀석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녀석은 살아있는 상태로 강시가 된 반시라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기운을 가졌다.
한데 저 폐허가 된 주루 안에는 내공을 익힌 자의 기운이 느껴진다.
기감으로 보면 정종 계열의 무공을 익혔다.
그리고 주변의 수풀에 이십여 명 정도 되는 이들이 매복해 있다.
‘……역시 문제가 생겼나.’
본교의 지부가 들킨 게 확실한 것 같다.
그런 것이라면 그냥 물러나는 게 맞지만, 아송의 행방이 문제였다.
아송이 이곳에 왔다면 분명 매복해 있는 이들과 마주쳤고 필시 부딪칠 수밖에 없었을 거다.
‘함정이지만 걸려 들어줘야 하나.’
별 수 없었다.
나는 폐허가 된 주루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니 더 가관이 아니었다.
일부러 남겨놓은 듯 한 핏자국들과 내부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후우.”
한숨을 내쉰 나는 고개를 들어 주루의 2층 난간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난간 위에 누군가 걸터앉아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거지?’
행색을 보아하니 중년의 거지였다.
의결을 걸치고 있는 것을 보니 개방의 문도였다.
그것도 평범한 개방 문도가 아니라 다섯 개의 의결을 걸치고 있는 당주 급에 해당하는 자이다.
-개방 방도가 왜 여기 있는 거야?
그야 나도 모르지.
다만 송자현 지부가 이렇게 폐허가 된 이유 정도는 이들도 알겠지?
-개방은 이제 조성원이 방주 아냐?
나도 그게 의문이다.
녀석이 방주이기에 개방의 방도들이 본교의 지부를 지키고 있는 게 더 의아하다.
물론 개방의 방도들은 자신들의 새 방주가 본교의 사람이 된 것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녀석의 입김이 닿는다면 이런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그때 난간에 걸쳐 앉아 있는 중년의 거지가 나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확실히 이곳이 혈교도들의 지부는 지부로군. 계속 이렇게 알아서들 찾아오는 걸 보면 말이야.”
-삑!
녀석이 입술을 오므리고 입으로 호각 소리 비슷한 것을 냈다.
그러자 주루 근처의 수풀과 나무 위에 매복해 있는 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삼결을 차고 있는 그들은 분타주 급의 거지들이었다.
하나 같이 일류고수들인 걸 보니 정예들만 모은 듯 했다.
“후열 견벽진, 전열 타견봉진 개(開)!”
오결 거지의 명에 입구 쪽을 가로막고 있는 열 명의 거지들이 팔짱을 끼고서 인간 벽을 만들어냈고, 앞 열의 거지들은 몽둥이를 들고서 나를 포위했다.
-탁!
오결 거지가 난간에서 뛰어내리고서 내게 철 몽둥이를 겨냥하며 말했다.
“혈교도. 투항하면 목숨을 살려주마.”
“……이곳에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혈교도가 되는 건가?”
그런 나의 말에 오결 거지가 폭소를 터드렸다.
“하하하하하핫. 혈교도가 아니라면 폐허가 된 이곳에 뭣 하러 들어온단 말이냐?”
“간단한 논지로군.”
하긴 폐허가 된 곳에 평범한 이들이 들어올 리가 없지.
나는 녀석에게 물었다.
“이곳을 이리 만든 게 누구지?”
그런 나의 물음에 오결 거지가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본 맹이 너희 혈교도들의 근거지를 찾아내지 못할 것 같으냐? 헛소리 하지 말고 항복해라. 이제 네놈들의 본단이 무너지게 되면 혈교도 어차피 끝이다. 그리 되면 항복하더라도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거다.”
“뭐?”
녀석의 말에 나는 인상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본단이 무너지게 된다면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지?
“방금 그 말 다시 해봐.”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보군. 벌주는 네놈이 택한 것이다. 당장 놈을 제압해라!”
“충!”
오결 거지의 명에 열 명의 거지들이 내게 봉진을 펼치려 했다.
기운을 완전히 갈무리 했더니 주제 파악도 못하고 별별 놈들이 덤빈다.
나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딱!
-털썩! 털썩!
그러자 내게 달려들려 하던 거지들이 하나 같이 눈이 뒤집혀서 기절하고 말았다.
그것은 뒷열에서 팔짱을 끼고서 견벽진을 펼치던 거지들도 마찬가지였다.
손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쓰러졌다.
“이, 이게 대체….”
느닷없이 쓰러진 거지들의 모습에 오결 거지 놈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녀석도 기절시킬 수 있었지만 일부러 남겨두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당황한 놈이 뒷걸음을 쳤다.
“네…..네놈 뭐야? 그냥 평범한 혈교도가 아니구나.”
-교주한테 교도라니.
소담검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뭐 그걸 일일이 설명하고픈 마음은 없다.
“빌어먹을!”
-팟!
놈이 도망을 시도하려고 하기에 나는 진기로 허공섭물을 일으켜 그를 잡아당겼다.
당주 급이라고 해도 내 진기를 버틸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부서진 창문으로 몸을 날리던 녀석이 공중에서 멈춰져서는 이내 부웅하고 내게로 날아왔다.
-쿵!
“으윽!”
엉덩방아를 찍은 녀석이 창백해진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저 어줍잖은 혈교도 정도로 보았는데, 허공섭물마저 펼칠 만큼 대단한 고수임을 알게 되니 새삼 겁을 먹은 모양이다.
“방금 그 얘기 다시 해봐. 혈교의 본단이 어쩌고 저째?”
이런 나의 물음에 놈이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 것 같다.
말로 안 된다면 강제로 입을 열게 하는 수밖에.
손을 들어 올리자 놈이 다급히 소리쳤다.
“나를 건들면 본 방의 방주님께서 네놈을 용서치 않을 것이다.”
‘하!’
이 녀석 그 방주 놈이 내 수하인 것을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조성원 녀석 대체 밑에 것들을 어찌 관리했기에 이렇게 혈교를 노리는데 앞장서서 움직이는 거지?
…….설마 내 소식이 끊겼다고 본교와 연을 끊은 건가?
-배신했다는 거야?
만약 그런 것이라면 꽤나 골치 아프다.
조성원의 성정은 함부로 나를 배신할 만큼 가볍지는 않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무사할 경우다.
-그럼 네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럴 수도 있다.
녀석은 원래 개방의 방주로 정식 취임하고 나서 무한시에서 나와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일곱 달이 지나도록 나의 소식이 끊겼다.
죽었다고 확신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녀석은 나라는 존재가 있어서 혈교에 충성을 맹세했다.
-네가 죽은 거라면 굳이 혈교를 따를 필요가 없다고 여길 수도 있겠네.
원래 녀석이 혈교로 들어온 것은 공을 세워 개방에서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였다.
한데 이제 녀석은 개방의 방주다.
자신이 염원하던 자리를 얻었으니 변심도 충분히 가능하다.
내가 빤히 쳐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겨있자 녀석이 자신의 협박이 통했다고 여겼는지, 이죽거리며 말했다.
“머지않은 곳에 방주께서 계신다. 목숨을 부지하고 싶다면 우릴 놔두고 도망치는 것이 좋을 거다.”
녀석의 말에 나는 입 꼬리를 씨익 올리며 반문했다.
“방주가 근방에 있다고?”
* * *
송자현 마을 한복판의 있는 한 빈 가옥.
그곳에 수십여 명에 이르는 거지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의결을 매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본다면 평범한 거지들이 아닌 개방의 방도들임을 알 수 있었다.
한 젊은 거지가 대청 위에 앉아 있는 누군가에게 다가갔다.
혼자 의자에 앉아 있는 구결의 자루 주머니를 매고 있는 자는 다름 아닌 조성원이었다.
일곱 달 전만 하더라도 깔끔하기 그지없었지만, 개방의 방주로 취임한 후 그 사이에 많이 거지다워졌다.
‘흠.’
조성원은 전서구를 읽고 있었다.
전서구 안에는 매우 중요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형산까지 도달한 건가?’
형산에는 호남성 최고의 문파라 할 수 있는 형산파가 있다.
아마도 그곳에서 군량미 등 재정비를 하고나서 남하하게 될 것이다.
‘결국 형산파도 합류한 건가?’
그가 알기로 형산파는 진운휘의 친 누이동생인 소영영이 몸을 담고 있는 문파다.
혈교 내에서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자들이 더러 있으니, 상황이 참 묘하게 돌아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소영영은 봉황당의 일로 무림 연맹에 있다.
다만 이번 전쟁으로 형산파가 많은 피해를 입게 된다면 그녀가 혈교를 과연 어찌 여기게 될지 의문이다.
“어디쯤 도달했다고 합니까? 방주.”
좌측에 있던 장로 의구생이 전서구 내용이 궁금했는지 물었다.
이에 조성원이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형산입니다.”
“오오! 결국 형산파도 합류한 모양이군요.”
“그런 것 같습니다.”
“방주. 하면 저희도 합류해서 맹의 정벌군을 도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측에 있던 대머리에 흰 수염을 기른 양문생 장로가 말했다.
그는 이번 무림 연맹의 대대적인 혈교 토벌에 개방이 참여하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어했다.
이에 조성원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일곱 달 전의 장강 사건으로 많은 인재를 잃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 일은 본 방주의 권한으로 명하겠습니다. 우리 개방은 이번 토벌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크흠.”
양문생 장로가 심기가 불편했는지 강하게 기침을 했다.
사실 그 이외에도 이번 결정을 불만스러워하는 장로들과 당주들이 많았다.
하지만 조성원으로서는 전쟁에 참여할 수가 없었다.
혈교에 대한 깊은 충성과 의리 때문이 아니었다.
‘……만약 참가라도 했다가 혈교에서 내가 그들에게 충성맹세를 했던 사실을 알리기라도 한다면……’
겨우 얻은 이 자리가 최악으로 끝맺게 될 것이다.
교주인 진운휘가 죽어 자유를 얻었지만 혈교가 완전히 멸망할 때까진 안심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대놓고 어느 쪽을 돕는 것을 삼가야 한다.
이런 고민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다는 것이 매우 답답했지만 자신이 져야 할 숙명이었다.
“방주.”
그때 대청으로 올라온 젊은 방도가 그를 불렀다.
이에 조성원이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래. 놈은 입을 열었나?”
“아닙니다.”
“재우지 않고 있나?”
“잠도 재우지 않고 먹을 것도 마실 것 한 모금조차 주지 않는데도 입을 꾹 닫고 있습니다. 정말 인간이 아닌 것 같습니다.”
“흠.”
불과 이틀 전에 잡혀온 사내가 있었다.
혈교의 지부에 들어온 것을 방도들이 잡으려 했는데, 고통을 느끼지 않는지 맞아가며 도리어 그들을 때려 눕혔다.
이에 보고를 받은 당주들과 양문생 장로까지 나서서 겨우 잡을 수 있었다.
‘그 정도 무위라면 적어도 혈교에서 단주나 부단주 급은 된다. 한데 그런 얼굴은 본 적이 없다.’
혈교의 단주 급 이상의 얼굴들은 전부 알고 있는 그였다.
그런데 이 자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더 기괴한 것은 도저히 인간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맥도 거의 뛰지 않고 생리 현상도 없다. 잠을 자지 않아도 멀쩡하다니 정말 인간이 아닌 건가?’
흡사 강시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의 하명을 기다리고 있던 젊은 개방 방도가 말했다.
“차라리 고문을 할까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데 무슨 수로 고문을 한다는 건가.”
“그래도 팔 다리가 잘린다면 혹 입을 열지 누가 알겠습니까?”
그 말에 조성원은 고민에 빠졌다.
혈교인일 수도 있어 일단 직접적인 고문은 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마저도 계속 하지 말라고 하면 개방 방도들의 의심이 깊어질 수 있었다.
그러던 차였다.
누군가 가옥 안으로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그는 금일 당직을 맡고 있던 하해평이라는 당주였다.
사색이 되어 뛰어 들어온 그의 모습에 장로 의구생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하 당주. 무슨 일인가?”
그 물음에 하해평이 호흡을 가다듬지도 못하면서 다급히 말했다.
“하아….하아….방주, 장로님들 크, 큰일입니다. 웬 괴물 같은 놈이……”
“그게 무슨 소린가? 일단 진정하고 말해보게.”
“후우….후우….갑자기 나타난 괴물 같은 자가 방도들을 순식간에 쓰러뜨렸습니다.”
“뭐야!”
그 말에 가옥의 마당에 앉아 있던 개방 방도들이 전부 일어났다.
대단한 고수가 나타났다면 이건 심각한 일이었다.
양문생 장로가 그에게 물었다.
“방도들은 어찌 되었나?”
“아직 죽진 않은 것 같습니다. 하나 그곳에 아직…..”
방도들이 살아있는 말에 양문생 장로가 그를 다그쳤다.
“이런 미련한 자를 보았나! 그럼 그들을 버리고 혼자 도망쳤다는 건가?”
“당장 알려야 겠다는 생각에….”
“방주! 노부가 당주들과 함께 가보겠습니다.”
급한 상황이었기에 조성원도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허락했다.
“당주들은 따르라!”
“알겠습니다!”
양문생 장로가 대청에서 내려가 십여 명의 당주들을 끌고 내려갔다.
그들은 양문생 장로의 직속 당주들로 이틀 전에도 그 정체 모를 자를 잡아낸 공로가 있는 고수들이었다.
이들이 가옥을 서둘러 나가자 조성원이 하해평 당주에게 물었다.
“하 당주. 그 자에 대해 자세히 말해보시오.”
대단한 고수라면 양문생 장로만으로 힘들 수도 있다.
지원을 나갈지 판단할 기준이 필요했다.
호흡이 어느 정도 가다듬어졌는지 하해평 당주가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자가 그저 손가락을 튕겼을 뿐인데, 갑자기 방도들이 쓰러졌습니다.”
“뭐!”
놀란 조성원이 자리에서 화들짝 일어났다.
순간 그의 머릿속에서 누군가의 모습이 스치고 지나갔다.
장로 의구생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무슨 헛소리인가? 어지 손가락을 튕긴 것만으로 멀쩡한 무인들이 쓰러진단…..”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가옥의 지붕 위에 있던 개방의 방도가 외쳤다.
“저, 저길 보십쇼!”
그가 가리킨 곳은 양문생 장로가 당주들을 이끌고 간 동쪽 방향이었다.
이에 조성원과 의구생 장로가 대청을 나와 경공을 펼쳐 지붕 위로 올라갔다.
지붕 위로 올라간 그들은 개방 방도가 손으로 가리킨 곳을 보며 두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초저녁이라 아직까지 밝은 송자현의 마을.
그런데 동쪽 대로를 중심으로 불빛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대체 이게…..아!”
사라져가는 불빛 속 대로에서 뭔가 검은 인영이 보였다.
그곳으로 양문생 장로를 비롯한 당주들이 뭔가를 외치며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어둠 속으로 들어간 그들의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찰나에 어둠에 먹힌 것처럼 말이다.
“양문생 장로?”
이게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불빛 속으로 또 다시 검은 인영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 자가 한 발자국 씩 걸어올 때마다 마을의 불빛들이 꺼지고 있었는데, 이 현상을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점점 마을의 동쪽이 어둠으로 잠식되고 있었다.
“빌어먹을!”
이 괴이한 현상에 불길함을 느낀 의구생 장로가 다급히 방도들에게 소리쳤다.
“뭔가가 오고 있다. 모두 동쪽 대로로 나가랏!”
“알겠습니다!”
그의 외침에 마당에 있던 모든 방도들이 뛰쳐나갔다.
그들이 대로로 우르르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방주. 우리도 가십시다.”
의구생 장로가 조성원에게 말했다.
그러나 조성원은 다가오는 어둠을 보며 창백해져가고 있었다.
“방주?”
조성원의 귀에는 어떠한 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그다. 그가 돌아왔어.’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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