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297
96화 고금제일마 (3) >
호북성 무한시 무림 연맹의 성.
본단 건물의 대회의실의 분위기는 무겁기 그지없었다.
아직까지 맹주 무상도 정천의 장례를 치르고 있는 중이었기에 장례 복장을 입고 있는 무림 연맹의 인사들이었다.
누구도 이런 사태를 예측하지 못했었다.
이번 토벌이 비록 현 맹주였던 무상도 정천과 그의 파벌 측에서 주장했다고 하나, 기존의 집권층 역시도 그들의 승리를 점쳤었다.
한데 그 예상이 깨졌다.
“고금제일마라니…..하!”
무림 연맹의 제 2장로인 화산파의 매화백검 호양 진인이 기가 차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미 사방팔방으로 그 칭호가 무림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 칭호가 의미하는 바는 굉장히 컸다.
“있을 수 없는 일이오. 뭔가 수작을 부렸을 게 뻔하오.”
무당파의 신임 장문인인 종오 진인이 믿을 수 없다며 혀를 찼다.
무상도 정천은 현 정파에서 전 무림 맹주 무한제일검 백향묵과 더불어 최고의 무인이라 불린다.
그런 그의 패배는 아직도 충격 그 자체였다.
“수작? 종오 진인께서는 그 괴물 같은 자를 보지 못해서 하는 소리요.”
무림 연맹의 제 6장로인 하북팽가의 가주 팽사용이 그를 나무랐다.
최전선으로 가 그와 직접 겨뤄봤던 팽사용이었다.
초절정 고수인 자신이 고작 한 수도 버티지 못해 나가 떨어졌다.
“팽 가주를 탓하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오.”
“허어. 그런데 어찌 수작을 부렸다고 하는 것이오. 전선도 아니라 책상 머리만 쳐다보고 앉아있으니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이 아니오.”
“말씀이 과하시오.”
이런 그의 말에 토벌전에 참여하지 않은 장로들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토벌전에서 의견이 갈리며 두 파벌은 서로에 대한 불만이 커져 있는 상태였다.
진주언가의 가주 언광운이 입을 뗐다.
“이번 사태는 매우 심각하다고 할 수 있소. 본 가주와 형산일검 조 대협이 그와 겨뤘지만 가히 천하제일이라 할 만한 무위를 지녔소이다.”
“천하제일이라니. 가당치도 않소이다.”
공동파의 장문인인 정양 진인이 이를 부정했다.
혈교의 우두머리인 혈마의 무위가 강하다고 해도 천하제일의 무위를 지녔다고 인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전쟁의 패배로 위축되었던 정파의 사기는 더욱 바닥을 치게 될 것이다.
형산일검 조청운이 탄식과 함께 입을 열었다.
“인정하고 안하고의 문제는 이미 지났습니다. 여러 장로님들께서도 아시겠지만 이미 혈교는 이번 전쟁을 승리하면서 장강 이남의 수복이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크흠.”
조청운의 말대로 혈교의 움직임은 매우 빨랐다.
이번 전쟁에서 무림 연맹 5개 지부의 전력이 전멸하는 사태가 일어나며, 이미 운남성, 귀주성, 호남성, 강서성, 복건성은 혈교의 손아귀에 넘어갔다.
이미 다섯 성의 정보망이 상당수 끊긴 상태였다.
혈교에서 다섯 성의 정파 세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9개 지부가 아직 건재하오.”
매화백검 호양진인의 그 말에 진주언가의 언광운이 고개를 저었다.
“5개 지부와 본단 절반의 전력으로도 전쟁에 패했소. 그런데 지금 9개 지부의 전력이 건재한 걸로 안심할 상황이라 할 수 있겠소?”
사천성, 감숙성, 안휘성, 하남성, 절강성, 강소성, 산동성, 하북성, 산서성, 요녕성 등 9개 지부와 본단이 건재하다고 해도 상황이 전과는 달랐다.
이로써 혈교는 사파의 세력을 결집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춘 것이었다.
“게다가 무쌍성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잖소.”
“흐음.”
장로들의 안색이 무거워졌다.
무쌍성이 물러났다고 하나 이번 남하로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그들은 혈교나 사파를 제외하고도 북쪽 뒤통수에도 거대한 적을 가지고 있음을 말이다.
그때 이들의 대화를 가만히 지켜보던 부맹주 열왕패도 진균이 입을 열었다.
“그것은 본인이 손을 썼으니 기다리도록 하시오.”
“손을 쓰시다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맹호단의 단주를 무쌍성으로 보냈소이다.”
“맹호단의 단주? 부맹주의 손주 분이 아닙니까?”
맹호단의 단주는 열왕패도 진균의 손자인 진용이었다.
그를 보냈다는 말에 모두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그들의 말에 넉 달 전에 의혹에서 벗어나 복귀한 이군사 사마중천이 대신 답했다.
“모두 아시다시피 무정풍신 진성백이 무쌍성의 성주가 되어 권력을 잡았습니다.”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이오? 지금 무쌍성의 집권층인 진성백이나 해왕성종의 종주 왕처일은 본 맹에 전혀 우호적이지 않지 않소이까?”
“그렇지요. 하나 맹호단의 단주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다뇨?”
아미파의 정향 사태가 되물었다.
이에 사마중천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맹호단의 단주 진용이 무정풍신 진성백의 제자입니다. 그와 연을 맺었기에 이번 사태를 수습하고 재동맹을 추진하기 위해 간 겁니다.”
“호오. 그게 정말이오?”
“그러고 보니 들어본 것 같구려.”
“노부도 들었소이다. 청룡당의 당주인 이정겸과 맹호단의 단주가 풍영팔류종의 시험을 치르러갔었다고 말이오.”
이런 그들의 반응에 부맹주 열왕패도 진균이 입 꼬리를 올렸다.
손주 놈이 멋대로 그런 짓을 저질렀을 때는 불같이 화를 냈었는데, 오히려 선견지명이라고 할 만큼 신의 한수가 되었다.
아무리 무정풍신이라고 해도 제자를 문전박대하겠는가.
게다가 이번 사태로 아무리 무쌍성의 집권층이 무림 연맹과 우호적이지 않다고 해도 혈교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손을 잡을 수밖에 없을 거라 이군사 사마중현이 확신했다.
이제 남은 일은 하나였다.
열왕패도 진균이 이군사 사마중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기다렸다는 듯이 사마중현이 입을 열었다.
“장례가 끝나면 이야기하려 했으나, 사태가 점점 급박하게 돌아가기에 여기서 장로님들께 제안을 드리려 합니다.”
“제안?”
“그게 무슨 소리요?”
“언제까지 본 맹의 수장 자리를 비워둘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건 여기 계신 장로분들께서도 동의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사마중현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부맹주가 있다고 하나 엄연히 맹주를 보좌하기 위한 위치였다.
사마중현이 말을 이어갔다.
“현 맹주이신 정천 대협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는 데로 현 부맹주이신 열왕패도 진균 대협께서 맹주 직을 이어받는 것을 제안 드립니다.”
“열왕패도께서 말이오?”
그 말에 매화백검 호양 진인이 되물었다.
그의 말투나 표정을 보면 그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이런 호양 진인에게 공동파의 장문인인 정양 진인이 말했다.
“왜 그리 반문하시오? 이 시국에 맹주 직을 맡아주실 분은 진균 대협 이외에 아무도 없지 않습니까?”
“본 사태도 이에 동의합니다.”
아미파의 정향 사태도 한 손 거들었다.
이들은 맹주 선출 때부터 열왕패도 진균을 지지했던 이들이었다.
두 장로의 말에 죽은 현 맹주 무상도 정천을 지지했던 파벌들 역시도 마땅한 대안이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때 누군가 입을 열었다.
“노부의 생각은 다르오.”
그는 총군사 방덕현이었다.
부맹주를 제외한다면 무림 연맹에서 가장 큰 영향권을 가진 그였다.
그런 그가 나서자 부맹주 열왕패도 진균이 심기가 불편했는지 다소 굳어진 얼굴로 말했다.
“총군사는 본인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모양이구려.”
“그럴 리가 있겠소이까. 진균 대협도 충분히 맹주로서의 자질이 충분하오.”
“하면 어떤 고견이 있기에 그리 말씀한 것이오?”
묵직한 그의 물음에 회의장의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군사 방덕현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입술을 뗐다.
“모름지기 맹주 직의 선출은 공정하게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오.”
그가 그렇게 서두를 떼자 이군사 사마중현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역시 반대하는 구나.’
그는 한 때 스승이었던 총군사 방덕현을 의심했다.
하나 복직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 내버려두고 있는 상태였다.
이번에 맹주가 선출된다면 그를 자연스럽게 몰아낼 작정이었다.
‘가만히 당할 작자가 아니지.’
명색이 총군사였다.
자신의 계책을 눈치 채지 못하리라 여기진 않았다.
그가 저 자리를 지키게 내버려둘 순 없었다.
사마중현이 입을 열었다.
“대안이 없는 위치입니다. 어찌 공정함을 논할 수 있습니까?”
“어찌 대안이 없다는 겐가?”
“맹주 정천 대협, 무당의 종선 진인마저 없는 이 상황에서 혈마를 유일하게 상대할 수 있는 자는 오직 부맹주이신 진균 대협 뿐입니다.”
이것은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모두가 침묵했다.
혈마의 무위를 감당할 수 있는 자는 팔대고수의 일인이라 할 수 있는 진균뿐이었다.
반박해보라는 식으로 사마중현이 총군사 방덕현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방덕현이 웃으며 말했다.
“고금제일마라 불린다는 것은 당대 혈마가 초인의 영역을 넘어섰다는 것을 의미하네.”
그런 그의 말에 진균의 인상이 무섭게 굳어졌다.
이 자리에서 설마 무위를 논할 줄은 그조차 예상치 못했다.
당사자를 앞두고서 말이다.
사마중현이 날카로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진균 대협의 무를 폄하하시는 겁니까?”
“…….허허허, 사마 군사 왜 이렇게 날카롭게 구는 건가? 혹 진균 대협이 아니면 안 될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겐가?”
그런 방덕현의 말에 사마중현이 입을 다물었다.
‘늙은 너구리.’
여기서 흥분하면 그의 수작에 넘어갈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총군사 방덕현은 절대로 방심할 수 없는 자였다.
잠시 스스로를 진정시킨 사마중현이 말했다.
“……그럼 누가 본 맹의 맹주직을 맡아 혈교를 상대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 물음에 총군사 방덕현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있지 않나.”
그 말에 모두가 의아했다.
대체 누구를 말하려고 하는 것일까?
방덕현이 말을 이어갔다.
“현역에 물러난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지만, 이십여 년 전 정사 대전에서 전대 혈마의 목을 직접 거뒀던 정파 최고의 검객이 말이네.”
그 말에 모두의 표정이 굳어졌다.
부맹주 열왕패도 진균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금 그가 누구를 말하는 건지 바로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사마중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전 맹주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전 맹주.
무한제일검 백향묵.
그간의 공을 인정받아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처분이 끝났지만 혈마의 무공인 혈천대라공을 익힌 중한 죄를 짓지 않았는가.
‘대체 무슨 수작이지?’
사마중현은 도저히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것을 밝혀서 탄핵을 직접 감행한 자가 바로 총군사 방덕현이었다.
지금 그는 자신의 손으로 몰아낸 전 맹주를 다시 복권시키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었다.
공동파의 장문인 정양 진인이 끼어들었다.
“전 맹주는 중죄를 짓고 물러났소이다!”
그런 그의 말에 총군사 방덕현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소. 혈마의 무공에 손을 댔으니 말이오.”
아이파의 정향 사태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아미타불. 총군사께서 직접 탄핵을 진두지휘하지 않으셨습니까? 한데 이제 와서 갑자기 전 맹주를 거론하시다뇨.”
“안정적인 대안을 원한다고 하지 않았소?”
“전 맹주는 혈마의 무공에 손을 댔습니다. 사기에 침식된 자를 어찌 정파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맹주 직에 본권시킨단 말입니까?”
어느 측의 편도 들지 않던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무진마저 반대하고 나섰다.
순식간에 회의장이 떠들썩해졌다.
그만큼 전 맹주의 복권은 복잡한 문제였다.
‘대체 무슨 수작이지? 설령 전 맹주께서 복귀한다고 해도 그의 입지는 흔들린다.’
그의 탄핵으로 물러나게 된 전 맹주 백향묵이었다.
백향묵과 대화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전 맹주 역시도 그를 수상히 여겨 뒤를 캐고 있었다고 말이다.
그런데 이건 대체 무슨 계략인지 알 수 없었다.
‘반대해야 한다. 그의 수에 끌려가게 된다면…..’
바로 그때였다.
-쿵! 쩌저저적
탁자가 반으로 갈라지며 떠들썩한 회의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탁자를 이렇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부맹주 열왕패도 진균이었다.
모두가 그에게로 시선이 향했다.
진균이 입을 열었다.
“중죄를 지은 전 맹주가 아니면 혈마를 상대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인가?”
목소리에서 노기가 서리다 못해 전의마저 느껴진다.
‘이런.’
진균이 도발에 넘어갈 줄은 몰랐다.
그 역시도 팔대고수라 불릴 만큼 무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그런 와중에 방덕현이 각파의 고수들 앞에서 대놓고 자존심을 건드렸으니 분노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당장에라도 방덕현의 목을 꺾어버릴 기세다.
하지만 이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지 방덕현이 웃으며 말했다.
“비록 중죄를 지었다고 하나, 시국이 그렇지 않소이까?”
“시국?”
“만약 부맹주마저도 혈마에게 패하게 되면 정도 무림 연맹의 신망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오.”
부정할 수 없는 말에 모두가 작게 신음성을 흘렸다.
이미 현 맹주 무상도 정천이 당대 혈마에게 패해 죽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무림 연맹의 입지는 상당히 흔들리고 있었다.
총군사 방덕현은 이를 꼬집고 있는 것이었다.
전 맹주를 지지했던 매화백검 호양 진인마저 난처하다는 듯이 말했다.
“하나 총군사. 전 맹주를 복권시키기에는 명분이 부족…..”
“명분이야 만들면 그만이지 않소. 가령 다시 혈교가 부활할 것을 예지했던 전 맹주가 혈마의 무공을 파헤친 것이었다고 말이오.”
“………”
막힘없는 총군사 방덕현의 말에 모두가 반박하지 못했다.
그들 역시도 전 맹주가 거론된 시점부터 흔들리고 있었다.
중죄를 떠나놓고 본다면 이십여 년이나 굳건한 정파의 시대를 연 장본인이 바로 전 맹주 백향묵이었다.
게다가 그의 무위는 모두가 인정하는 바였다.
이군사 사마중현이 다급히 부맹주 진균에게 전음을 보냈다.
그러나 그의 전음이 끝나기도 전에 진균이 손을 내밀며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는 진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좋소. 하면 누가 진정으로 혈마를 상대할 수 있을지 결정을 짓는 게 좋겠구려.”
“맹주!”
사마중현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진균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갔다.
“전 맹주를 불러서 공개적으로 선출하도록 합시다. 이번에는 투표가 아니라 무(武)를 겨뤄 맹주직을 결정하도록 하면 불만이 없겠소?”
그런 진균의 말에 총군사 방덕현이 입 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이를 본 사마중현이 속으로 탄식했다.
결국 그가 의도한대로 이뤄지고 말았다.
무인으로서 자존심이 금에 간 진균은 말린다고 해서 들을 상황이 아니었다.
‘차라리 전 맹주와 상의를 해야 겠구나.’
이 상황에서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자는 오직 전 맹주 백향묵뿐이었다.
뜻하는 바를 이뤄낸 방덕현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화통하시구려. 진 대협의 결단에 찬사를 보내오. 만약 진 대협이 전 맹주를 꺾어 무를 인정받는다면 모두가 군말 없이 따르게 될 것이오.”
이렇게 회의가 마무리되는가 싶었다.
그때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혈마를 상대할 적임자가 맹주에 어울리는 것이라면 그에 합당한 자가 한 사람 더 있지 않소?”
“곽 장로?”
그는 바로 북영도성 곽형직이었다.
무상도 정천의 맹주 취임 때 새로운 장로로 발탁된 그였다.
신임 장로로 발탁되었다지만 그 동안 두각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가 처음으로 나서자 모두가 의아해하며 바라보았다.
그것은 총군사 방덕현 또한 마찬가지였다.
방덕현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런 자가 대체 누가 있다는 것이오?”
그 물음에 북영도성 곽형직이 답했다.
“본인은 이 자만큼 적임자가 없다고 보오.”
확신에 찬 그의 목소리에 부맹주 진균이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대체 누구를 말하는 것이오?”
“그 자는 열왕패도 진균 대협과도 겨룬 적이 있소.”
“나와 겨뤄?”
“그는 낭왕 혁천만과도 겨룬 적이 있고, 사대, 아니 오대 악인의 두 사람인 악심파파 철수련과 귀살권마 장문량을 죽이기마저 했소이다.”
‘!?’
그 말에 진균의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누구를 말하는지 알아들었기 때문이었다.
현 정파 무림에서 이만큼의 대업을 달성한 자는 오직 단 한 사람뿐이었다.
“설마……”
“그를 말하는 건가?”
모두가 술렁거렸다.
누구도 이 자를 대안으로 떠올리지 못했었다.
그렇기에는 너무 젊었고 근래에 행방이 묘연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는 자신의 뜻대로 이뤄져 여유로웠던 총군사 방덕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너무 젊소.”
“혈마를 상대할 자를 찾는 것이 아니오?”
“……그건 그렇지만.”
“유일하게 고금제일마라 불리는 당대 혈마를 패퇴시킨 장본인이오.”
-웅성웅성!
술렁거리는 회의장.
북영도성 곽형직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본인은 소검선 소운휘를 맹주로 추천하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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