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3
3화 검이 말한다 (1)
“혈교라니? 무슨 개 같은 소리야?”
“그, 그래. 개 같은 소리다.”
“야! 그만 좀 따라해! 아무튼 혈교는 오래 전에 무림 연맹에 패해서 뿔뿔이 흩어졌잖아!”
세간에 알려진 혈교에 대한 사실이다.
20여 년 전 혈교는 정사 대전에서 무림 연맹과 무쌍성의 연합에 패해 그 수장인 혈마 교주가 죽으면서 와해되고 말았다.
하지만 워낙 수많은 악명 덕분에 지금까지도 무림인들은 혈교 소리만 들어도 치를 떨다 못해 두려워할 정도다.
“그리고 밖에 저 소리가 혈굔지 아닌지 네가 어떻게 알아?”
당연히 알지.
이미 한 번 경험했던 일이니까.
하긴 이 녀석들 입장에서는 내가 헛소리 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끄악!”
“컥!”
못 믿겠다며 따져대던 송좌백의 얼굴이 굳어졌다.
밖에서 연이어 들려오는 비명 소리들은 혈교를 떠나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쾅!
2층의 문들이 열리며 객실에 머물던 사람들이 뛰쳐나왔다.
그들도 비명 소리를 들은 모양이었다.
근방에서 뭔가 사건이 터졌다고 짐작한 사람들이 부랴부랴 계단을 내려왔다.
나도 이러고 있을 틈이 없었다.
“아송. 따라와!”
“네…네! 도련님.”
비명 소리에 넋을 놓고 있던 아송이 나를 따랐다.
그런데 내가 향하는 곳은 객잔을 나가는 문이 아니었다.
송좌백이 소리쳤다.
“야! 망아지! 거기로 가면 어떡하겠다는 거야?”
설명해봐야 믿지도 않을 테니,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객잔의 뒷문으로 향했다.
“멍청이. 그러다 죽을 거다.”
송좌백이 나를 비웃더니, 동생인 송우현을 데리고 객잔의 여관방에서 나온 사람들을 따라 나가버렸다.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는 누구를 챙기고 할 틈이 없었다.
각자가 살아남아야 했다.
“도련님. 도망가려면 밖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요?”
아송 역시도 의아했는지 따라오면서 물었다.
내가 고개를 저었다.
“늦었어. 놈들이 이 마을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데 무슨 수로 도망간다는 거야.”
어렸을 적 단전이 손상된 나나 무공을 전혀 익히지 않은 아송이나 그 많은 혈교의 무사들 손에서 도망칠 수 있는 확률은 극히 낮았다.
적어도 반 시진 전으로 회귀했다면 그나마 생존율이 높았겠지만 지금은 무리다.
“그, 그럼 어쩌시려고요?”
“숨어야지.”
“네? 대체 어디로요? 뒤쪽 마당에는 측간이랑 마구간 밖에 없는 걸요.”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아송이 일그러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으…이런.”
안타깝게도 아송의 불길한 짐작은 정답이었다.
내가 향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측간이었다.
뒤쪽 마당에는 측간과 마구간이 있어서 온갖 역한 냄새로 가득했다.
“도련님 설마겠죠.”
“안됐지만 이 수밖에 없어.”
무공을 익힌 악랄한 혈교인들을 상대로 숨어서 살아남을 방법은 더럽지만 측간에 숨는 수밖에 없다고 나는 확신했다.
그들도 사람이기에 더러운 것은 기피할 수밖에 없다.
-끼익!
아송이 측간 문을 열더니, 절망스러운 눈으로 그곳을 바라보았다.
살아있는 지옥을 보는 기분일 것이다.
“도, 도련님. 똥물이 꽤 깊어 보이는데요. 꼭 여기에 숨어야 합니까? 숨도 못 쉬고 죽으면 어쩌죠?”
아송의 물음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눈에 띤 것은 술을 만들기 위한 것인지 몰라도 대나무 묶음이 보였다.
벽에 있던 도끼를 집어서 그것을 하나 잘라냈다.
그리고 아송에게 넘겼다.
“이거 물고 입으로 숨 쉬면 버틸 수 있을 거야.”
“네에? 이 굵다란 걸요?”
대나무가 좀 많이 굵었다.
입을 큼지막하게 벌리고 물어야 한다.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야? 저승보다 개똥밭이 낫다는 말도 몰라? 아송. 혈교 놈들이 얼마나 잔인한 줄 모르나 본데. 네 사지를 전부 절단해서….”
“히익!”
내 말에 잔뜩 겁먹은 아송이 들어가겠다고 했다.
더럽고 힘들겠지만 이것만이 녀석이 살 수 있는 방법이었다.
아송이 측간으로 들어갔다.
“저 똥독 오르면 어떡하죠?”
“나도 들어 가본 적 있는데, 비름나물을 찧어서 바르면 싹 나으니까 걱정 말고 들어가.”
“네? 도련님이 똥독에 들어 가본 적이 있다고요?”
들어가기만 했을까.
근 한 시진이 넘게 버티느라 똥독에 죽을 뻔 했다.
근데 더 이상 대답할 시간이 없다. 나도 숨어야 하니까 말이다.
“아송. 어떻게든 버텨. 그래야 살 수 있다.”
“넷? 헉!”
-팍!
냅다 아송을 측간 구멍으로 밀어 넣었다.
“도련니이이임!”
-풍덩!
나는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측간 구멍으로 검은 똥물이 튀어 올랐다.
‘미안하다. 아송.’
전생에 죽었던 네 녀석을 살리자면 이것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억울해 하진 마라. 나도 들어갈 거니까.
옆에 측간에….
“젠장.”
이건 또 뭐야?
옆에 측간은 똥통 안이 거의 비워져 있었다.
이래서는 몸을 숨길 수 없다.
‘억지로 들어가야 하나.’
아송이 들어간 측간의 똥통에 비집고 들어갈까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협소했다.
괜히 이 녀석을 먼저 살리려다가 내가 곤란해졌다.
‘어떡하지?’
두리번 거리던 내 눈에 마구간이 띄었다.
-히이잉!
마구간의 말 한 마리가 낯선 내가 다가가자 경계심을 보였다.
급하긴 했나보다 대부분의 객들이 말을 가지고 도망갔는데, 이 귀한 걸 두고 도망치다니.
나는 얼른 줄을 풀어 말을 밖으로 보냈다.
여기에 말이 없어야 혈교의 무사들이 관심조차 보이지 않을 거다.
말의 먹이를 담은 통에 건초들이 수북하게 담겨 있었다.
‘몸을 가리기 충분하겠어.’
제발 객잔에 고수들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삼류나 이류 무인들은 모르겠지만 일류 고수는 귀가 밝고 기감이 뛰어나기에 까딱하면 들킬 수 있었다.
예전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랐다.
통에 들어가 짚으로 몸을 가린 나는 품속에 천으로 감싸놓은 단검을 매만졌다.
고민이 되었다.
만약 들킨다면 저항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다만 아까 전에 단검을 만졌을 때 그 소름 끼치는 괴성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목숨이 달린 일인데, 그런 것이 무서워 있는 무기도 활용하지 않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결국 나는 고심 끝에 단검의 천을 벗겨냈다.
그리고 단검을 만지는 순간,
-끼야아아아아아악!
‘젠장. 대체 이게 무슨 소리야.’
억지로 버텨가며 놀라하고 있는데,
-만지지마. 진짜 싫어.
‘!?’
나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괴성 소리를 내던 목소리가 자신을 만지지 말라고 했다.
‘설마……이 단검에서 난 소리는 아니겠지?’
당황해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
-설마 내 소리가 들리는 건가?
진짜로 단검이 말을 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한다면 이 소리는 귀에 들리는 것이 아니라 내 머릿속을 울리고 있었다.
마치 환청처럼 들린다고 해야 할까.
‘…….어떻게 이런 일이.’
어처구니가 없어하고 있는데 또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일이….
단검이 도리어 놀라워하고 있었다.
-인간이 내 말을 들을 수 있다니!
미치겠군.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살아 있지도 않는 단검이 말을 한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뭐야? 단검은 말하면 안 된다는 법이 있어? 세상에나. 그럼 길쭉길쭉한 장검만 말해야 하는 거야?
이제는 신경질도 내고 있다.
나는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심하게 긴장해서 스스로 환청을 떠올린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와……멀쩡한 단검. 환청으로 만들어버리네.
투덜거리는 소리에 나는 머리가 멍해졌다.
처음 겪어보는 기이한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혹스러웠다.
그때였다.
-저벅!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숨을 죽이고서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발걸음 소리를 내가 들을 수 있을 정도라면 고수는 아니었다.
-야. 야. 대답 좀 해봐라.
머릿속을 울리는 목소리에 순간 짜증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
안 그래도 긴장 돼서 죽겠는데 미치겠다.
‘환청이야. 환청. 잡념아 물러가라. 워이. 워이.’
-……이게 돌았나. 지금 날 잡귀신 취급을 하는 거냐?
‘하!’
이쯤 되니 나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이건 환청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때 귓가로 들려오는 불길한 소리.
-저벅저벅!
입이 바짝 말라왔다.
바람과 달리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마구간이 비어 있어서 관심을 끌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을 벗어났다.
‘젠장.’
-심장 소리가 커지네. 두려운가봐?
‘좀 닥쳐.’
안 그래도 심란해 죽겠는데 재잘대는 소리에 정신이 흐트러졌다.
발걸음 소리가 점점 마구간 가까이로 다가왔다.
단검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건초 더미를 파헤치려고 한다면 단숨에 놈이 소리를 낼 수 없게 목을 찔러야 했다.
-저벅!
놈을 발자국 소리가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다.
건초 더미를 건드리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팍!
나는 재빨리 건초 더미에서 일어났다.
건초 더미에서 일어나자마자 보이는 것은 복면을 쓰고 있는 사내였다.
“헉!”
갑자기 튀어나와 놀란 복면인이 뒤로 피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것을 예상하고 있었던 나는 용수철처럼 몸을 날려 놈의 목에 단검을 찔렀다.
-푹!
“컥!”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복면인이 그대로 즉사했다.
오랜 첩자 활동으로 다져진 기습 능력만큼은 발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애초에 이 녀석이 삼류에 불과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야. 허구한 날 망나니처럼 어린놈이 술만 퍼마신다고 생각했는데 제법이다. 오랜만에 피 맛 좀 보네.
머릿속을 울리는 단검의 목소리.
나는 쓰러지려 하는 복면인의 옷 멱살을 붙잡았다.
잡음 소리를 최대한 줄여야 했다.
이 녀석이 여기까지 왔다면 객잔 내에 다른 혈교의 무사들이 있을 확률이 높았다.
삼류나 그 이하의 실력을 가진 무사들은 못해도 세 명 이상이 한 조로 붙어 다닌다.
‘하아.’
계획이 엉클어져 버렸다.
혈교에 납치가 아니라 죽을 지도 몰랐다.
이렇게 된다면 목숨을 걸고 도망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슥슥!
나는 피가 묻은 단검을 죽은 복면인에 옷에 닦아냈다.
얼마나 오랫동안 관리를 하지 않았는지 단검에 녹이 슬어 있었다.
‘역시다.’
날과 날 끝이 죽어서 찌를 때 많이 힘을 주어야 했다.
날을 갈지 않으면 쓰기 힘든 상태였다.
-그걸 아는 놈이 여태껏 날 방치한 거냐.
단검이 조잘거렸다.
그러나 녀석과 말을 할 틈도 없었다.
‘칫.’
객잔의 뒷문 쪽에서 검은 인영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죽은 녀석과 한 조일 것이다.
나는 멱살을 잡고 있던 복면인을 살짝 내려놓고서 몸을 숙인 상태로 마구간을 나와 기척을 최대한 죽이고, 객잔의 뒷문 옆에 최대한 붙었다.
‘멍청이. 실수했어.’
죽은 녀석의 몸을 뒤져서 다른 무기를 챙겼어야 했는데, 적이 온다고 긴장한 나머지 미처 그걸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이 망할 귀신 들린 단검을 써야 했다.
-또! 또!
‘시끄러워.’
지금 나오는 녀석을 죽이고서 무기를 빼앗는 편이 나았다.
최대한 몸을 바짝 붙이고 집중했다.
“이봐. 뒷마당 쪽에는 뭐라도 나온 게 있나?”
‘지금이다!’
문 밖으로 다리가 보이는 순간, 나는 있는 힘껏 그 다리를 걷어찼다.
그 순간 예측 밖의 일이 벌어졌다.
걷어차려고 했던 놈의 오른다리가 슬그머니 뒤로 빠졌다.
‘앗!’
그리고는 도리어 내 다리를 걷어 차버렸다.
뻑 소리와 함께 다리를 맞았는데 강한 통증과 함께 내 몸이 옆으로 굴렀다.
“크윽!”
“문 옆에 왜 숨어있나 했더니 역시였나.”
여유로운 목소리와 함께 한 복면인이 뒷문으로 나왔다.
‘이런…..’
그것을 본 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먼저 죽인 녀석과 마찬가지로 같은 하급 무사일 거라 여겼다.
한데 이 복면인은 하급 무사가 아니었다.
‘밤색 허리띠.’
허리를 감고 있는 밤색 띠는 혈교의 중급 무사를 뜻했다.
그저 외공만 쓸 줄 아는 삼류 무사들과 다르게 내공 역시 익힌 자였다.
단련을 한 훗날의 몸으로도 기습이 아니고는 무작정 정면으로 붙을 수 있는 자가 아니었다.
‘어떡하지?’
난감해하고 있는데 녀석이 중얼거렸다.
“보아하니 내공도 익히지 않은 녀석 같은데, 제법 깡다구가 있구나. 살려고 눈알을 굴릴 줄 알고.”
이런 칭찬은 하나도 고맙지 않았다.
무가의 자식으로 태어나 내공 한 번 익혀보지 못한 것은 첩자 생활을 할 때조차도 천추의 한이었다.
“그럭저럭 중등품 정도로 쓸 수 있겠군.”
‘중등품?’
그 말에 예전이 떠올랐다.
그때도 납치당할 때 녀석들은 등급을 매겼다.
당시에 나를 최하등품으로 품평했었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에 무공은커녕 바닥을 기어가며 도망을 쳤으니, 녀석들의 눈에는 버러지만도 못하게 보였을 것이다.
“기회를 주지. 어차피 네 녀석은 여기서 벗어나지 못한다. 살고 싶으면 곱게 투항해라.”
“어차피 죽일 생각도 없었잖아.”
“네가 죽을지 안 죽을지 어떻게 아나?”
“그럼 등급을 매길 이유가 없지.”
등급을 매겼다는 것부터가 납치할 생각이었다.
“애송이가 영리하구나. 머리를 굴리는 것만큼 몸도 잘 쓰면 중상에서 상등품은 되었을 텐데 말이야.”
눈빛에 살기가 도는 것이 빈정이 상했나 보다.
-탓!
더 이상 말을 섞을 생각이 없는지 녀석이 나를 향해 몸을 날렸다.
이젠 별 수 없었다.
납치당하기 싫으면 죽으나 사나 덤벼보는 수밖에.
-팍!
녀석이 나의 머리 쪽을 향해 발차기를 했다.
몸을 일으키지 못했던 나는 추하지만 다급히 옆으로 몸을 굴렸다.
-팍!
“딱 어울리는 구나.”
녀석이 비웃음을 흘리며 가지고 놀려는 것처럼 넘어져 있는 내게 도를 휘둘렀다.
그냥 빈정만 상한 게 아니라 정말 죽일 작정인 듯 했다.
‘빌어먹을.’
그때 내 머릿속을 울리는 목소리.
-왼쪽으로 살짝만 상체를 틀었다가 놈의 팔을 찔러.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그대로 살짝 몸을 틀어 도를 피해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단검으로 도를 들고 있는 오른팔을 있는 힘껏 찔렀다.
“헛?”
녀석이 다급히 피하려 했지만 살짝 단검에 찔렸다.
날이 무뎌서 제대로 찌르지 못했다.
-뭐해. 일어나지 않고.
나는 얼른 몸을 일으켜 세우고 경계하듯이 단검을 쥐고서 자세를 취했다.
“이 새끼가!”
그 모습에 복면인이 다급히 도를 휘둘렀다.
-왼발로 크게 좌 1보.
나는 시키는 대로 크게 왼쪽 다리를 벌렸다.
-슉!
아슬아슬하게 복면인의 도가 내 등 쪽을 스치고 지나갔다.
최소한의 동작만으로 공격을 피한 것이다.
“아닛?”
-허벅지 찔러!
그 상태에서 허벅지를 찔렀다.
이번에는 힘이 제대로 실렸기에 단검이 허벅지로 박혔다.
-푹!
“끄악!”
-몸으로 밀어!
몸통 박치기를 하자 복면인이 균형이 무너지면서 뒤로 넘어졌다.
그 다음에는 시키지 않아도 나는 넘어진 복면인의 머리를 향해 단검을 찍어버렸다.
“켁!”
얼굴이 관통 당한 복면인이 몸을 파르르 떨더니, 이내 숨을 거뒀다.
그저 시키는 대로 한 것이지만 어처구니없는 결과에 할 말을 잃었다.
그런 내 머릿속에 의기양양한 단검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 나한테 제대로 목숨 빚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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