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302
98화 무림 연맹으로 (4) >
유혹하듯이 혀로 혈마검의 검신을 핥고 있는 설백.
그녀는 모르겠지만 내 귀에는 혈마검의 묘한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크흐흐.
…….이 자식 그렇게 남천철검을 뭐라 하더니.
제 놈도 다를 바가 없다.
평소라면 누가 건드리면 곧장 혈맥을 폭주시키는데, 설백이 혀로 핥자 그것을 즐기기라도 하듯 가만히 내버려두고 있다.
이에 나는 그녀에게서 검을 거뒀다.
-아아.
혈마검이 아쉬웠는지 신음성을 흘렸다.
설백이 나를 올려다보며 혀로 자신의 입술을 핥았다.
유혹하려고 작정을 한 모양이다.
“방금 말한 정보는 확실하겠지?”
그런 나의 물음에 설백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북해빙궁의 명예와 이 목을 건다고 하면 믿겠어?”
그녀의 눈동자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거짓은 없어 보였다.
정말로 그녀는 금상제에게서 벗어날 생각인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기밀을 쉽게 발설할 리가 없다.
-크흐흐. 인간 남자는 자고로 삼처사첩이라는 말이 있다고 하지 않나. 이참에 이 인간 여자도 거둬서 혈교의 번성을 위해 많은 자식들을 낳게 해라.
‘……..’
네가 뭔가 간과하는 게 있는데 그녀의 목적은 북해빙궁의 재건이다.
아이를 낳게 되면 혈교가 아니라 북해빙궁의 혈손으로 키워지게 될 텐데, 뭘 거두라는 거냐.
-북해빙궁도 혈교의 산하로 거두면 될 일 아니냐?
‘……..’
어지간히 설백이 마음에 드나보다.
평소와는 다른 통찰력을 보여주는 걸 보면 말이다.
그때 설백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다가왔다.
나도 모르게 뒤로 물러날 뻔 했다.
“신뢰는 충분히 증명했고, 그 대가를 줘야지.”
“대가?”
“나만 손해 볼 수 없잖아. 이 정도의 정보를 줬는데 맨 입으로 넘어갈 생각은 아니겠지?”
“가장 중요한 정보는…..”
“그건 내가 바라는 걸 이뤄줘야 준다고 했잖아.”
그런 그녀의 말에 나는 속으로 난감함을 금치 못했다.
설백의 기세를 보면 이 피가 난무하고 폐허가 된 곳에서라도 상관없다는 눈치다.
백혜향 이후로 여자가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
-어차피 선택권은 없다. 그냥 받아들여라.
혈마검은 이 상황을 굉장히 즐기고 있는 듯 했다.
녀석의 말대로 눈 딱 감고 설백을 받아들이면 놈이 어디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
설백이 옅은 호흡을 내뱉으며 말했다.
“하아…..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린 줄 모를 거야.”
그녀가 내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이에 나는 손바닥을 뻗어 다가오지 말라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확실하게 금상제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기습적으로 내게 몸을 날렸다.
정확하게 말하면 얼굴을 향해 그녀 자신의 얼굴로 돌진했다고 봐야 했다.
충분히 피할 수도 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녀가 원하는 것만 이뤄준다면 나 역시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설백의 입술이 단번에 내 입술을 노려왔다.
-슥!
입술이 닿는 순간 굉장한 한기가 느껴졌다.
그녀 스스로 제어를 하고 있는데도 그때 입맞춤 했을 때와는 비교도 안됐다.
나는 순간 설음지의 운기법으로 바꾸었다.
그러자 체내에서 한기가 일어나며 그녀의 입술이 더 이상 차갑게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하아.”
설백도 이를 알아차렸는지 입 꼬리가 올라갔다.
그러더니 이내 입술과 입술을 닿은 상태로 자신의 혀를 쏙하고 집어넣었다.
지금 나는 백련하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그녀는 이를 전혀 개의치 않는 듯 했다.
-백발의 미녀와 적발의 미녀가 입술을 맞추는 광경이라. 참 보기 드문 흥미로운 광경이군.
혈마검 녀석의 이죽거리는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그러나 그녀의 혀가 나의 혀와 얽히며 더 이상 그 소리보다 혀의 감각에 더욱 집중이 될 수밖에 없었다.
설백은 그동안 참아왔다는 듯이 자신의 욕구를 해방시켰다.
그녀의 혀에서 흘러나오는 타액이 내 입술을 흥건히 적실 정도였다.
“하아…..하아….”
얼굴이 홍조로 새빨개진 설백의 손이 대담하게 내 가슴을 움켜잡았다.
체화만변술로 여인의 몸이었기에 기분이 묘했다.
설백이 가슴을 잡고서 중얼거렸다.
“크네. 이런 취향인 가봐?”
이런 취향이라니.
백련하의 모습 그대로 구현한 것뿐이다.
설백이 입술을 귓가로 가져오며 흥분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하아…..여자의 모습도 나쁘지 않지만 네 원래 모습이 보고 싶어.”
이 말이 왜 이렇게 야하게 들리는 걸까?
체화만변술로 변화한 몸이 아니었다면 단번에 그곳이 성이 났을 것이다.
그녀가 몸을 가까이 당기며 비비적거리는데, 옷이 검초에 의해 찢겨나가 살결이 닿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하윽.”
그녀의 입에서 야릇한 교성이 튀어나왔다.
흥분한 그녀의 손이 거침없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
“하아 하아. 아니면 이 상태로 먼저 할까? 나는 상관없어.”
‘!?’
아니 내가 상관있다.
야릇해지는 기분 이상으로 소름이 끼친다.
그때 순간 찰나에 머릿속에서 뭔가 좋은 방법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 방법을 미처 떠올리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였다.
나는 그녀의 두 팔을 잡고 강제로 떼어냈다.
“뭐야?”
설백이 고운 미간을 찡그렸다.
한참 좋을 때 뭐하는 짓이냐는 표정이다.
“네 기대에 충족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을 소개시켜주는 것은 어떻나?”
“다른 사람?”
그녀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삼백여 년이나 자신을 감당할 수 있는 남자를 찾았지만 실패했으니 이런 반응도 당연했다.
그런 그녀에게 나는 말했다.
“음기를 감당할 수 있는 체질을 가진 자를 알고 있다.”
“음기를 감당해?”
“태양절맥을 앓고 있는 자가 있거든.”
그 말에 설백의 표정이 묘해졌다.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일 줄 알았는데, 조금도 그런 반응이 아니다.
설백이 퉁명스러운 말투로 내게 말했다.
“바로 앞에 최고의 씨를 가진 남자가 있는데, 태양절맥을 앓는 자를 내게 소개시켜준다고? 하!”
그녀는 기가 차다는 듯이 말했다.
눈앞에 있는 떡이 더 중요하다 이거다.
“태양절맥을 앓고 있어서 그 자에게도 네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게다가 혈통도 최고라고 자부하지.”
“혈통이 최고라고?”
-인간 너 설마 그 황자 놈을 말하는 거냐?
그래 맞다.
대연제국의 황자 경왕.
혈통으로 치면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게 무인으로서의 혈통이라고는 자부할 수 없겠지만.
이런 나의 말에 설백이 살짝 고민하지 눈매가 가늘어졌다.
하지만 아주 잠시에 불과했다.
설백이 내게 실망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자그마치 삼백 년이 넘게 너 하나만을 생각했는데, 너는 아닌가 보군.”
삼백 년 동안 나를 생각했다니 굉장히 부담스러워진다.
그녀의 바람을 들어줄 대체자를 찾았으니, 굳이 그녀에게 맞춰줄 필요는 없겠지.
“내겐 이미 평생을 함께 하기로 한 여인이 있다.”
-여인들이겠지.
혈마검이 눈치 없이 끼어들었다.
나는 이를 개의치 않게 계속 말했다.
“삼백 년 동안 너는 나를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니다.”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올려다보며 내게 물었다.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나?”
평소에는 얼음덩어리 같은 얼굴을 하더니, 왜 나를 보면서 그렇게 애처로운 고양이 같은 표정을 짓는지 모르겠다.
괜히 미안해지게 말이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매력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래?”
그런 나의 말에 설백의 얼굴이 살짝 밝아졌다.
이 여자 삼백 년이나 살아왔다면서 내게 하는 짓은 여느 사랑에 빠진 여자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내 진짜 얼굴도 모르면서 이게 가능한 건가?
그만큼 그때의 입맞춤이 그녀에게 소중할 만큼 각인이 된 건가?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어쨌거나 그 자도 네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다.”
이런 나의 말에 그녀가 뾰로통해져서 말했다.
“내가 그렇게 부담스럽나?”
“그런 의미가 아니라고 했을 텐데.”
설백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넌 내가 알고 있는 여느 남자들과 많이 다른 것 같다. 내가 남자라면 나 같이 이렇게 뛰어난 무위를 가지고 아름다운 여인을 취하지 못해서 안달이 날 텐데 말이다.”
“……..”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꽤나 높다.
본인 입으로 이렇게 낯부끄러운 말을 자연스레 내뱉는 것 보면 말이다.
스스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고 있다는 방증으로 듣자.
-자뻑이 심하군.
그래 속된 말로 그런 것 같다.
설백이 말을 이어갔다.
“내가 그분을 버린다고 한 것은 순전히 너로 인해서다. 네가 그분의 적이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는데, 대체자를 알려준다고 하면 그럴 필요도 없다는 사실을 알 텐데?”
이런 그녀의 말에 나는 순간 눈에 힘이 들어갔다.
이를 본 그녀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싫은가 보지?”
이 여자 은근히 자신의 가치를 알고 있었다.
목숨 줄을 내가 쥐고 있는 데도 상황을 조금씩 자신에게 맞춰서 유도하고 있는 걸 보니, 생각보다 지혜롭다.
확실히 금상제가 탐이 날 만한 인재였다.
-이 정도의 강자가 제 스스로 인간 네놈 품에 안기는데, 그걸 다른 반려들의 눈치를 본다고 다른 사람에게 넘길 생각을 하다니 너도 참 미련스럽군.
네 말도 일리는 있다.
눈앞의 이 여자는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하지만 나는 탐욕만으로 여인을 취하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취했을 거라면 수많은 여인들을 이미 첩으로 들였을 거다.
감정적으로 끌리는 여인을 원하는 것뿐이다.
-여태껏 보았던 혈마 중에 네놈만큼 특이한 녀석도 없을 거다.
그건 인정한다.
네가 알고 있던 혈마에는 오히려 백혜향이 더 어울리니까.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다는 혈마의 기준에 내 자신이 맞추고 들어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살 거니까.
-네놈 좋을 대로 해라.
말투는 퉁명스러운데 전보다 많이 살가워졌다.
어쨌거나 나는 설백에게 말했다.
“금상제는 내 손에 죽을 자다. 그 자의 밑이 아니라면 네가 어찌 살든 상관없다. 물론 내 앞을 막는다면 그와 상관없이 용서하지 않을 거다.”
이런 나의 말에 설백의 표정이 묘해졌다.
화가 나거나 기분이 나쁠 만도 한데 눈빛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나를 빤히 쳐다보던 그녀가 말했다.
“그렇게 말하니까 오기가 생기는군.”
“오기?”
“궁의 재건만이 삶의 목적이라고 여겼었다. 그것만을 위해 살아갈 거라 맹세했지.”
“그럼 그 맹세대로 살아라.”
“아니. 한데 꼭 그 맹세대로만 살고 싶지 않아졌어. 나도 감정이란 게 있으니까.”
“뭐?”
“네 씨만이 아니라 너를 갖고 싶어졌다.”
“……..”
무슨 청개구리도 아니고.
순간 어처구니가 없었다.
“말했을 텐데. 내게는…..”
그녀가 손을 내밀고서 내 말을 끊었다.
“충분히 알아들었다. 네가 다른 여인을 좋아한다는 건.”
“알아들었는데 그런 소리가 나오나.”
“내 감정에 솔직한 게 죄라도 되나?”
“미치겠군.”
입 밖으로 속내가 절로 튀어나왔다.
그런 나를 바라보며 설백이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뭐 네 말대로 남녀 관계라는 것이 한 쪽이 원한다고 강제로 되는 건 아니겠지.”
포기하는 건가?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럼 내 제의를 받아들인 건가?”
“반만 받아들이겠다. 나도 내 기준이란 게 있으니 검선의 후예 네가 소개해준 그 자가 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금상제에 대한 것은 알려줄 수 없다.”
“하!”
기가 찼다.
나는 다시 혈마검을 그녀의 목에 가져갔다.
그리고 냉정하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그런 식으로 흥정할 생각은 없어. 이쪽도 더는 금상제 그 자를 내버려둘 수 없는 처지라서 말이야.”
그런 나의 말에 설백이 검에 목을 더 가까이하며 말했다.
“그럼 죽여.”
“…….”
이 여자 정말 난처하게 만든다.
금상제에 관한 정보를 제외하면 쓸 만한 정보들은 많이 얻었다.
그렇기에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없다면 오히려 죽이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내가 못할 것 같나?”
“…….처음으로 가지고 싶어진 남자의 손에 죽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그런 그녀의 말에 손에 힘이 풀렸다.
맥이 빠진다고 해야 할까.
“북해빙궁을 재건할 생각은 없는 거냐?”
“할 거야.”
“그런데도 스스로의 목숨으로 저울질을 하는군.”
“그만큼의 값어치가 있는 거니까.”
설백이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기필코 가질 거라는 의지가 매우 분명해 보였다.
이에 나는 결국 혈마검을 다시 거둬들였다.
“좋아. 하면 그 남자가 네 기준에 부합된다면 나를 포기할 건가?”
“그건 그때 봐서.”
“확실하게 얘기해라.”
“지금 내 마음은 완전히 네게로 기울어져 있는데, 다른 자가 쉽게 눈에 찰 것 같아?”
솔직해도 너무 솔직한 그녀의 말에 골이 아파지려고 한다.
이젠 별 수 없다.
여기서 이런 걸로 말싸움을 더 하는 것도 지친다.
경왕이 그녀의 마음에 들기를 바라야 겠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
넌 대체 누구의 편인 거냐?
그런 나의 물음에 혈마검이 클클 거리며 마냥 웃어댔다.
어쨌거나 목적지는 정해졌다.
경왕을 만나는 것도 그렇고 금상제 놈이 무림 연맹에 벌이려는 일들을 막으려면 무한시로 향해야 한다.
“따라와라.”
그 말에 설백의 입 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저 먹잇감을 노리는 눈빛.
…….당분간 힘든 여정이 될 것 같다.
* * *
물기가 축축한 한 어두운 동굴 공동 안.
그 안에는 수십 명의 인파가 있었다.
그들 중에 누군가가 공동의 천장을 막고 있는 검고 윤기가 나는 거대한 암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부술 수 있겠소? 우호법?”
그 질문을 한 자는 바로 혈교의 좌호법 하종일이었다.
하종일의 손에는 부러진 도가 들려 있었다.
흑철로 만들어진 보도였지만 이 거대한 암석의 단단함을 이기지 못하고 부러졌다.
이런 하종일의 물음에 근육질의 거구의 사내가 말했다.
“낸들 알겠소. 이번에 만가영공이 구성에 이르렀고 이 영감탱이도 팔성까지 내공을 회복했으니 가능할 지도.”
“스승이라는 말은 곧 죽어도 나오지 않는구나. 이놈아.”
귀살권마 장문량이 혀를 차며 송좌백을 나무랐다.
“에이. 그놈의 스승 소리는….”
“아이고 복장 터져. 노부가 공력만 회복하면 네놈 버르장머리를 고쳐놓을 테다.”
“공력부터 회복하고 말씀하시지요.”
이런 그들의 대화에 익숙한지 이를 지켜보는 이들은 별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빨리 이곳을 나가고 싶을 뿐이었다.
“망할 암석.”
“귀암석이다.”
“뭐가 됐든 돌이 맞지 않소. 이젠 별 걸로 뭐라 하시네.”
“이놈아 바로 잡아줘도 난리느냐.”
그들이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출구를 틀어막은 이 암석은 귀암석이라 불리는 것이었다.
그 성분을 알 수 없는 것으로 그 단단함은 흑철로 만들어진 보도를 능가하고 무림 고수의 내공마저 흡수할 정도였다.
초절정의 고수인 좌호법 하종일이 종일 보도로 내려쳐도 작은 흠집에 그칠 정도이니 얼마나 대단한 귀물인지 알만 했다.
하종일이 한숨을 내쉬며 두 사제에게 말했다.
“후우. 두 분 그만하시죠. 이번에는 기필코 성공해야 합니다.”
“이를 말이겠소.”
“두 분의 공력이 한층 올랐으니 가능성이 있을 겁니다.”
불과 한 달 전에도 다 같이 도전했었다.
애초에 이 거대한 암석을 부수는 것은 무리였으니, 들어보자고 말이다.
아주 잠깐이지만 이것은 살짝 들어 올리는 데 성공했었다.
지금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망할 광신군 새끼. 내 여기서 나가면 그놈의 사지를 전부 찢어버릴 거요.”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오.”
좌호법 하종일도 이에 동의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녹림투왕 광신군의 함정에 빠져 이곳에 동굴로 떨어졌다.
그들은 험난한 동굴 속에서 보름을 지내고서야 알 수 있었다.
이곳이 사천성 북쪽에 숨겨져 있다던 무림의 삼대 금지 중 하나인 귀암석굴(鬼巖石窟)인 것을 말이다.
이 안에서 몇 달 동안 수많은 역경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들은 살아남았다.
“……배…배고프다.”
송좌백이 동생 송우현을 쳐다보았다.
식탐도 강한데 먹을 것이라고는 지렁이나 쥐새끼들 밖에 없는 곳에서 고생이 많았다.
“나가면 실컷 먹게 해줄 테니까 힘 한 번 제대로 쓰자.”
그런 그의 말에 송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살아남은 교주 호위대와 송좌백, 송우현, 장문량 등 모든 이들이 각자 위치에 서서 귀암석에 손을 갖다 댔다.
오늘은 반드시 이곳을 나갈 거라는 결의로 가득했다.
좌호법 하종일이 소리쳤다.
“하나, 둘, 셋 하면 공력을 가하는 거요.”
“아니 셋 신호에 맞추라고 하면 되지. 하나, 둘, 셋 해서 혼자 힘을 줬잖소.”
“…….우호법 대충 알아들으시오.”
투덜대는 송좌백을 하종일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나무랐다.
그래도 이 안에서 서로 동고동락하면서 많이 친해진 상태였다.
“자 그럼 하나! 둘!…..”
셋이라고 외치려던 순간이었다.
-촥! 쩌저저저적!
그 순간 천장의 귀암석에서 날카로운 예기가 흘러나오며 그렇게 꿈쩍하지 않던 거대한암석이 십자 형태로 쪼개지는 것이 아닌가.
“헉!”
“모, 모두 물러나랏!”
암석을 받치고 있던 이들이 화들짝 놀라서 황급히 물러섰다.
-쿠르르르르릉! 쾅! 쾅!
이내 견고히 막고 있던 암석이 갈라지며 밑으로 붕괴되어 떨어졌다.
이들은 부서진 암석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갑자기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뚜, 뚫렸다!”
하지만 이내 밝은 빛이 들어오는 뚫린 출구의 모습에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경공을 펼치며 뛰어올라갔다.
“아닛?”
“이, 이게…..”
오랜만에 마시는 바깥 공기를 즐길 틈도 없었다.
송좌백은 사방에 널려있는 수많은 시신들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들은 다름 아닌 녹림의 산적들이었다.
“전부 죽었어.”
“대체 누가?”
하나 같이 일검에 목숨을 잃었다.
이를 모두가 넋 놓고 쳐다보고 있는데 밖으로 나온 장문량이 누군가를 발견했다.
“워, 월악검?”
검을 쥔 채 뒷짐을 지고 서있는 창백한 얼굴에 콧수염을 기른 중년인.
그는 다름 아닌 월악검 사마착이었다.
그제야 장문량은 이 귀암석을 누가 갈랐는지 알아차렸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검술 실력이로군.’
가히 명불허전이었다.
“사마 소저!”
송좌백이 그의 곁에 있던 한 절세미녀를 알아보고서 소리쳤다.
그녀는 바로 사마영이었다.
사마영이 달려오는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송 호법! 살아있었군요.”
그렇지 않아도 그녀는 혹여 이들이 몇 달이나 귀암석굴에 갇혀 있어서 죽지 않았나 걱정했던 차였다.
“말도 마십쇼. 저 망할 동굴 안에서 어떻게 버텼는지 들으신다면…..”
“잘됐어요. 일단 서둘러 하산하면서 얘기해요.”
그런 그녀의 말에 송좌백이 내심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막 나왔는데 왜 그렇게 서두르는 겁니까?”
그런 그의 말에 사마영이 남동쪽을 예리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어딘지 초조해 보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뭔가 불안해요. 서둘러 운휘 공자님에게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
“네?”
송좌백은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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