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305
99화 최연소 맹주 후보 (3) >
군사전 건물의 총군사 집무실.
집무실로 군사전의 복장을 하고 있는 사내가 급히 들어와 보고를 했다.
“군사. 소검선이 성내로 들어왔습니다.”
그런 그의 보고에 집무실 책상에 앉아있던 총군사 방덕현이 물었다.
“경로는?”
“봉황당의 당주와 부당주와 동행하는 것으로 보아 봉황당의 가옥으로 향하는 듯 합니다.”
“봉황당 가옥? 여동생과의 만남을 우선한 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한 시도 놓지 않고 감시해라.”
“알겠습니다.”
사내가 나가자 탁자 앞 의자에 앉아있는 날카로운 인상의 중년인이 말했다.
“예상 외로군요. 북영도성과 접촉하리라 여겼는데.”
“흠.”
신음성을 흘리며 총군사 방덕현이 책상 위의 성 내 지도에 깃발로 위치를 표기했다.
파란색 깃발에는 소검선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외에도 수많은 깃발들이 성내 지도에 표기되어 있었다.
방덕현의 눈이 예리하게 어딘가로 향했다.
그는 아직까지 움직임이 없었다.
‘……의식한 건가? 아니면 정말로 순수한 의도로 소검선을 맹주 후보로 추천한 걸까?’
예상과 달리 두 사람이 조금의 접촉도 없었다.
이쯤 되면 의심을 거둘 만도 했지만 총군사 방덕현의 생각은 아니었다.
이렇게나 접점이 조금도 없다면 오히려 더 의심이 갔다.
‘재밌군. 이런 기분은 오랜만이로군.’
정사 대전이 끝나고 자신의 제자였던 전 총군사 제갈원명과 지략을 겨룰 때 이후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당시에 조직의 비밀에 근접하기에 도중에 은퇴를 빌미로 벗어나면서 지략 싸움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끝났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지략의 정수를 보여주마.’
제갈원명이 죽으며 이곳 무림 연맹은 그의 손바닥이나 다름없었다.
다른 제자인 이군사 사마중현이 있기는 했으나 한참 모자랐다.
그의 호승심을 자극하기에는 말이다.
그때 중년인이 말했다.
“한데 소검선이 데려온 그 여자는 대체 누구일까요?”
그렇지 않아도 그 정체불명의 여인에 관해서 대화를 나누던 차였다.
절정의 고수인 매향당의 당주 모용혜를 고작 한 수만에 제압했다고 한다.
그 정도 수준이 되려면 적어도 초절정 고수여야 한다.
“혹 보타문의 고수가 아닐까요?”
“관심이 가나 보군?”
“후후후, 강한 여자에게서 아이를 보는 것만큼 후사를 위한 길도 없지요.”
“그런가? 아쉽게 되었군. 소검선의 사람이라.”
“임자가 있다고 취하지 못할 여자는 없지요.”
중년인이 입맛을 다셨다.
그런 그를 보며 총군사 방덕현이 속으로 혀를 찼다.
주(主)의 칭호를 받지 않았으나 강한 무위를 지녀 자신의 호위로 뒀지만 색(色)에 관한 집착이 강한 자였다.
“암부에서 조사 중이니 곧 알게 될 걸세.”
외모도 꽤나 출중하고 보통 무위가 아니라면 절대 얼굴이 알려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림에서 초절정의 영역에 이른 여고수는 그리 많지 않다.
곧 알아낼 수 있으리라 여겼다.
-똑똑!
그때 누군가 집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역시나 군사전 소속의 무사였다.
무사를 본 총군사 방덕현이 물었다.
“어떻게 되었지?”
“접선한 장로들 모두 총군사의 의견을 따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런 무사의 보고에 총군사 방덕현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수를 채웠으니 이제 구색은 갖췄다.
탁자 앞에 앉아 있던 중년의 사내가 말했다.
“이제 오후 미정시에 있을 회의에서 발의해 밀어붙이기만 하면 되겠군요. 북영도성 이외에는 누구도 소검선을 추천하지 않을 테니 맹주 후보로도 등록하지 못하겠군요.”
“형산일검이 변수가 될 수 있으나, 그 자가 아무리 익양소가와 인연이 있다고 해도 성정상 연륜도 없는 애송이에게 표를 주진 않겠지.”
이것이 총군사 방덕현이 세운 복안이었다.
그는 지난 회의 이후 계속해서 장로들과 접선하여 설득에 들어갔다.
아무리 무위가 뛰어나다고 해도 연륜이나 경험이 부족한 젊은 고수가 맹주의 소임을 맡기에는 부족하다고 말이다.
그리하여 사전에 후보 선출에 일차적 검증을 두려한다.
다섯 이상의 장로들의 추천을 받지 못한다면 후보에 등록을 하지 못하게 말이다.
“열왕패도 측이 아홉, 이쪽이 확보한 자는 일곱. 변수로 두 명이 제해져도 소검선이 표를 얻을 확률은 무(無)다.”
“후후후.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후보 등록도 못하게 생겼군요.”
애초에 등록도 못한다면 다른 두 후보들과 겨룰 수도 없다.
그리 된다면 원래의 계획대로 원만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총군사 방덕현이 지도 위의 소검선이라 적혀 있는 파란 깃발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 수를 어찌 받을 테냐?”
* * *
소란스러운 성 밖에서 안으로 들어온 우리는 봉황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언니도 모용혜 그 계집애의 얼굴을 봤어야 했어요. 잔뜩 얼어붙어서 입술이 떨어지지 않는 게…..”
영영이가 재잘거리며 설백에게 언니 언니하며 말을 걸고 있었다.
보기보다 처음 보는 자들에게 낯을 가리는 저 아이가 저리 살갑게 대하다니.
소담검이 키득거리며 내게 말했다.
-네 누이동생 태도가 확 바뀌었는데.
그러게 말이다.
처음에는 불여우 어쩌고 하며 적의를 드러냈는데, 지금은 꽤나 호감을 진 것 같다.
아무래도 대립 관계였던 모용혜를 손봐 준 것이 큰 듯 했다.
-환심 제대로 샀네.
영영이 녀석 이렇게 쉽게 넘어가다니.
한데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는건 영영이 만이 아니었다.
남궁가희도 설백에게 말을 걸었다.
“위지 소저라고 하셨죠?”
“맞아.”
설백이 가명으로 내세운 이름은 위지현이었다.
중원에서 위지 성을 가진 자들은 꽤 있었기에 선택한 성이었다.
“혹시 무림 연맹에 들어오실 거라면 저희 봉황당에 들어오실 생각 없으신가요?”
왜 관심을 보이나 했더니 포섭을 하려 들었다.
남궁가희도 설백이 모용혜를 한 수에 제압한 것이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보다.
처음 보는 자에게 당으로 들어오라고 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런 그녀의 말에 설백이 나를 향해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그것도 나쁘지 않다만 나는 이 사람에게서 열 보 이상 떨어질 수 없는 운명이거든. 맞지?”
아….골이야.
열 보 이상 떨어지지 말라는 것을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다니.
정말 한 시도 방심할 수 없는 여자다.
그런 그녀를 보며 친근하게 굴던 영영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전음을 보냈다.
영영이는 장인어른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이에 나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 말에 영영이가 팔꿈치로 툭하고 치며 말했다.
[뭐가 그런 관계가 아니야? 저 정도로 좋다고 달라붙을 정도면 오라버니가 언니의 마음에 들 만한 행동을 했을 거 아냐?]이걸 참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적의 심복을 붙잡아서 데리고 다닌다고 이야기하면 감정이 잘 드러나는 영영이가 의식할까봐 당장은 이야기해주지 못하겠다.
그런 거 아니래도 안 믿네.
설백이 너무 적극적으로 구애를 해서 그런 것 같다.
미안하다.
나라고 억지로 숨기는 건 아니란다.
그런 일들이 계속 생기는 것뿐이지.
‘!?’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음……
그것 때문에 그러는 거라면 저 여자가 어떤 의미로 장인어른보다 더 위험한데.
이걸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다.
기습이라고 해도 설백이 장인어른인 월악검에게 중상을 입혀 소림사에 갇히게 만든 장본인이다.
이걸 떠올리니 정신이 번쩍 든다.
괜히 설백에게 마음이 끌리기라도 한다면 사달이 나겠다.
-대충 무슨 얘기 하는지 알 것 같네. 저 눈발 날리는 여자가 네 장인 눈에 안 띄게 조심해.
소담검 네가 말하지 않아도 그럴 거다.
아직은 만나기로 한 날이 꽤 남았으니 그때까지 해결해야지.
그때 영영이가 내 왼팔 옷깃을 잡았다.
그러더니 전음을 보냈다.
참 영특한 아이다.
혹여 오해할까봐 우려했는데 내 마음을 헤아리고 있다.
나는 녀석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줬다.
“그만해. 머리 헝클어지잖아!”
투정부리는 말과는 달리 영영이가 쑥스럽다는 듯이 괜히 얼굴을 붉혔다.
그때 전음이 들려왔다.
설백의 전음이었다.
묘하게 질투 섞인 그녀의 전음에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고보니 그녀는 영영이가 내 친누이 동생이 아니라고 알고 있는 듯 했다.
하긴 내가 삼백 년이 넘게 살아왔다고 믿고 있으니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어차피 완전히 내 사람이 아니니 이 사실을 밝힐 필요는 없겠지.
오히려 친누이 동생이 아니라고 여기는 게 낫다.
나는 그녀에게 전음을 보냈다.
그녀의 말에 나는 피식하고 웃으며 답했다.
[알고 있어.]봉황당으로 가는 우리를 지켜보는 눈이 굉장히 많았다.
그것은 나를 알아보고서 저러는 게 아니라 감시의 눈이었다.
한둘도 아니라 꽤 많은 이들이 이동하는 척 하면서 대놓고 따라붙었는데, 여러 군데서 사람을 붙인 것 같다.
검선의 후예를 떠나서 나는 금상제의 조직에 있어서 요주의 인물이니 말이다.
게다가 이번 맹주 선발에 있어서 변수인 셈이니 더욱 그럴 거다.
이렇게 대놓고 감시가 붙으니 오랜만에 무림 연맹에 왔다는 것이 새삼 실감이 간다.
‘제갈원명이 떠오르는군.’
듣자하니 뇌주, 아니 총군사 방덕현 그 자는 제갈원명과 사마중현의 스승이었다고 들었다.
제자들에게마저 자신의 정체를 숨길 정도면 용의주도한 자다.
설백은 그가 죽은 총군사 제갈원명의 스승인만큼 그와 맞먹거나 그 이상의 지략을 지닌 존재라고 말했다.
그런 나의 전음에 그녀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제일 좋은 건 뇌주를 가장 먼저 처리하는 것이겠지만, 그리 된다면 그분께서 계획을 전부 수정할 거야. 게다가 무림 연맹이 혼란스러워지겠지.]그렇겠지.
무림 연맹의 총군사가 갑자기 사라지기라도 한다면 문제가 될 거다.
물론 놈은 내가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 것은 모르겠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몇 중으로 방비를 했을 것이다.
게다가 전 총군사 제갈원명이 살해당한 사건 이후 무림 연맹의 성내 경비가 대폭 강화되었다.
움직이는 족족 그 흔적이 남겨지도록 말이다.
그녀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전음을 보냈다.
그녀의 표정을 보아하니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내가 진퇴양난의 상황 속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보고 싶은 모양이다.
그런 그녀에게 나는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그런 나의 말에 그녀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나는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 * *
정오 점심 시각.
군사전 건물의 총군사 집무실.
군사전의 복장을 하고 있는 무사가 들어와 총군사 방덕현에게 보고했다.
“아직까지 소검선 측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봉황당의 가옥에서 점심 식사까지 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소검선이 봉황당으로 간 것은 고작 한 시진에 불과하니 특별히 의심할 건 없었다.
오랜만에 만난 누이 동생인 봉황당 부당주와 식사를 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탁자 앞에 앉아 있는 중년인이 말했다.
“이대로 미정시까지만 얌전히 있어준다면 무사히 안건을 발의하여 통과시킬 수 있겠군요.”
“흠.”
그런 그의 말에 총군사 방덕현이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이대로라면 일이 수월하게 풀리게 된다.
분명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한데 이상할 만큼 자신의 예상보다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적어도 무림 연맹의 성내를 바쁘게 움직이며 정보를 수집할 거라 여겼는데, 전혀 아니었다.
주변을 철두철미하게 감시하고 시종들과 식사를 위해 음식을 배달하는 숙수들까지도 자신이 심어놓은 자들이라 감시망을 절대로 피할 수는 없었다.
‘한데 이상하다.’
뭔가 이 고요함에 의문이 생겨났다.
중년인이 총군사 방덕현에게 말했다.
“신중을 기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놈도 자신을 감시한다는 것 정도는 눈치채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얌전히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놈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면 안 된다.”
이런 총군사 방덕현의 말에 보고를 마친 사내가 두 손을 모아 답했다.
“충!”
“가봐라.”
그렇게 물러나려 하는데,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총군사 어른. 점심 식사를 가져왔습니다.”
“제가 문을 열겠습니다.”
마침 나가려고 하던 보고를 마친 군사전의 무사가 문을 열었다.
그러자 한 후덕한 인상의 숙수가 음식을 담은 함을 가지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를 본 군사전의 무사가 나가려다 멈춰서서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잠깐….숙수. 자네 봉황전에 배치시킨 그 자가 아니…”
-콱!
“켁!”
미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보고를 하려 하던 군사전 무사의 목이 숙수의 손에 잡혔다.
숙수가 손에 가볍게 힘을 주자,
-두드득!
무사의 목이 그대로 뒤틀리고 말았다.
“이런!”
그 광경에 탁자 앞에 앉아 있던 중년인이 다급히 도를 뽑아, 숙수에게로 신형을 날리려 했다.
그런데 어느새 숙수의 신형이 흐릿해지더니 그의 뒤로 나타났다.
이형환위의 수법이었다.
숙수가 반쯤 도를 뽑은 중년인의 머리를 붙잡고 그대로 돌려버렸다.
-두드득!
“컥!”
목이 완전히 돌아간 중년인은 그대로 절명하고 말았다.
총군사 방덕현은 순식간에 죽임을 당한 자신의 호위를 맡은 중년인을 보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초절정의 고수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으리라 누가 상상했겠는가.
“네놈……설마?”
놀라워하는 그에게 숙수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원하는 대로 머리싸움이라도 하길 기대했나? 뇌주?”
‘!!!’
끝
ⓒ 한중월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