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307
99화 최연소 맹주 후보 (5) >
“환마독?”
이런 나의 말에 회의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라움과 한편으로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일부 장로들은 난처해하는 것이 표정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자리에서 일어나 있던 이군사 사마중현이 내게 소리쳤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리요? 환마독이라니?”
당연히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독일 것이다.
금상제의 산하에 있던 혈사왕 구제양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특별한 독이니 말이다.
나는 천에 놓여 있는 침을 모두에게 보이며 말했다.
“환마독은 이 침에 발라져 있는 독입니다. 사람의 뇌에 강한 영향을 미쳐 인지 능력을 흩트려놓고 상대를 조종하게 만듭니다.”
이런 나의 말에 장로들 중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하면 총군사께서는 진정 그 독에 당했단 말입니까?”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무진이었다.
그의 물음에 총군사 방덕현의 몸을 차지한 사련검이 대신 답했다.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이네. 여러 장로들께 송구스럽네.”
장로들이 믿을 수 없다며 수근거렸다.
“그런 독이 있단 말인가?”
“어찌 그런 일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무림 연맹의 총군사가 독에 조종당했다니 쉽게 믿기 힘들 거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그는 무림 연맹의 제 2장로이자 화산파의 장문인인 매화백검 호양 진인이었다.
“정말 독에 의해 당한 것인지 확인시켜줄 수 있는가? 노부가 오랜 세월 무림에 있었지만 그런 독이 있다는 말은 처음 들어보네.”
이런 그의 말에 몇몇 장로들도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매화백검 호양 진인과 마찬가지로 전 맹주인 무한제일검 백향묵을 지지하는 층이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럴 줄 알고 이 환마독이 묻혀진 장침을 챙긴 것이었다.
마침 이 자리에는 당가의 부가주인 당우중도 있고 못 증명할 것도 없었다.
그 역시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본인이 확인해보겠네.”
“아미타불. 잠시 기다리시죠.”
그때 누군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그쳤다.
오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비구니인 그녀는 아미파의 정향 사태였다.
“부맹주, 여러 장로님들. 지금 소검선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들으실 겁니까? 그리고 이 자리는 장로단과…..”
“그만하시오. 정향 사태. 지금 소검선이 하는 말은 그런 법도의 문제를 넘어섰소.”
“곽 장로!”
이런 그녀의 말을 북영도성 곽형직이 잘랐다.
적절할 때 잘 대처해줬다.
-저 비구니는 왜 저렇게 난리야?
당연히 난리겠지.
그렇지 않아도 현재 무림 연맹의 수뇌부들은 최근에 있었던 혈교와의 전쟁을 대패하면서 정도 무림의 수많은 문파, 방파들에게 신뢰를 시험 당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무림 연맹의 머리이자 중추라 할 수 있는 총군사 방덕현이 독에 중독되어 조종당했다는 소문이 퍼지게 된다면 그 신뢰는 더욱 무너지게 될 것이다.
그때 한 반백의 노도인이 일어나 북영도성 곽형직을 나무랐다.
“곽 장로. 정향 사태의 말대로 이 자리는 장로단과 군사부 이상만 참석할 수 있는 회의요. 그것을 무시할 거라면 법도가 어찌 있단 말이오?”
그는 공동파의 장문인인 정양 진인이었다.
현 개방의 방주인 조성원에게 어느 정도 현 장로들의 파벌에 들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그것을 드러낼 줄이야.
정향 사태도 그렇고 그는 부맹주 열왕패도 진균의 지지층이다.
어떻게든 나를 내보내고 싶어 안달이 나있다.
“멈춰주십쇼. 정양 진인. 법도가 중요하다고 해도 소 사제의 말대로 정말 총군사께서 독에 중독되었던 거라면 이리 다투고 있을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또 다른 누군가가 나를 두둔하고 나섰다.
그는 형산파의 형산일검 조청운이었다.
익양소가에서 사형사제의 연을 맺게 되었다고 지지해주는 것 같다.
물론 그의 올곧은 성정이 한 몫 한 거겠지만 말이다.
“사제, 아니 소검선 그 독이 정말 총군사 방덕현 노사를 조종한 게 틀림없나?”
“방덕현 노사께서 하신 말씀을 듣지 않으셨습니까? 노사께서는 이 침에 조종당하여 무림 연맹을 위기에 빠뜨렸습니다.”
그렇게 말하는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전음으로 들려왔다.
[무슨 짓을 하는 겐가! 소 형제.]그는 이군사 사마중현이었다.
내게 총군사 방덕현이 정체불명의 조직의 간자일 거라 이야기했던 그였다.
그런 그가 내게 이렇게 전음으로 다그치는 건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을 꾸짖는 것일 거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만약 이 자리에서 내가 계속 밀어붙이게 되면 부맹주나 그의 입지가 불리해진다.
총군사 방덕현의 행동에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무능력함을 인정하는 것이 되고, 알고도 모른 척 했다고 한다면 더욱 문제가 된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이군사 사마중현에게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이 모든 것을 알아낸 것이 바로 이군사 어른입니다.”
‘!?’
갑작스러운 나의 말에 사마중현의 어안이 벙벙해졌다.
설마 내가 이렇게 나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나보다.
매화검선 호양 진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이군사가 그걸 알아냈다니?”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제가 일곱 달 동안 자취를 감춘 것은 이군사 어른의 부탁을 받고 배후에 숨어 무림 연맹을 암약하려 했던 조직을 알아내기 위해서입니다.”
‘!?’
이런 나의 말에 회의장이 술렁였다.
이군사 사마중현은 말문이 막혔는지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다 이내 다급히 상석에 있는 부맹주 열왕패도 진균을 바라보았다.
진균의 표정이 무섭게 굳어져 있었다.
이군사 사마중현의 목이 떨리는 걸 보니 전음으로 열심히 해명하나 보다.
-진짜 네 잔머리는 키키킥.
소담검이 혀를 내두르며 웃어댔다.
세 치 혀로 한순간에 이군사 사마중현이 나와 한패가 되어버렸다.
그러니 부맹주 진균의 입장에서는 의구심과 더불어 화가 치밀어 오를 것이다.
나는 이를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갔다.
“여기 계신 분들은 금안의 사내의 존재를 알고 계실 겁니다.”
“금안!”
이런 나의 말에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죽은 총군사 제갈원명의 말대로 무림 연맹의 수뇌부들은 정파의 차세대 고수들을 해치고 다녔던 금상제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때 진주언가의 가주 언광운이 내게 물었다.
“하면 지금 이 일이 금안의 사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하면 혈교…..”
“혈교가 아닙니다.”
역시 아직까지 이들은 진실에 조금도 다가가지 못했다.
혈교와 금상제가 연관이 있다고 여기다니.
여기서 바로 잡아야 겠다.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금안의 존재는 아주 오랫동안 이 무림을 배후에서 조종하려 들었습니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린가?”
“들으신 그대로입니다. 그 자는 단순히 고수들만을 해치고 다닌 것이 아닙니다. 그는 무림 연맹을 비롯한 정사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무림 단체들에 자신의 사람을 심어 혼란을 야기시켜 왔습니다.”
이런 나의 말에 장로들의 웅성거림이 커졌다.
이것을 공식석상에서 거론한 적이 없을 테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때 한 훤칠하게 생긴 중년인이 내게 말했다.
“소검선. 자네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지금 자네가 하는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자칫 본 맹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네.”
그는 바로 모용세가의 가주 모용웅경이었다.
그 역시도 부맹주 진균을 지지하는 파벌이라고 하더니 알 만 했다.
“맞네. 자네가 설령 사마 군사의 부탁을 받고 그것을 조사했다고 해도 너무 터무니없는 이야기이지 않나.”
그런 그를 황보세가의 가주 황보종이 거들었다.
“무엇이 터무니없다는 것입니까?”
“소검선. 자네의 말대로라고 한다면 본 맹이 그런 배후에 숨어서 암약하는 조직에 의해 휘둘리고 있다는 것이 되는데….”
그런 그의 말을 나는 피식하고 웃으며 끊었다.
“실제로 휘둘리고 있지 않습니까?”
“뭐?”
비웃음이 담긴 나의 목소리에 황보종이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공동파의 장문인 정양 진인이 끼어들었다.
“이보게. 소검선. 말이 지나치네.”
“지나칠 게 있겠습니까? 무림 연맹의 머리라 할 수 있는 총군사가 그런 조직에게 당해 세뇌되었는데 저기 계신 사마군사를 제외하고 누구 하나 모르지 않으셨습니까?”
“자네!”
이런 나의 말에 정양 진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자리가 이런 자리가 아니라면 당장 내게 일 장을 날릴 기세였다.
하지만 그런 우는 범하지 못할 거다.
적어도 팔대 고수, 아니 이제는 무상도 정천과 태극검제 종선 진인이 죽었으니 육대 고수라고 해야 겠구나.
어쨌거나 초인의 영역에 이른 육대 고수의 역량을 잘 알 테니, 괜히 망신당하기 싫다면 함부로 덤비진 못하겠지.
물론 단 한 사람은 아니었다.
-고오오오오!
숨 막힐 정도로 피어오른 기세에 모두의 시선이 상석에 앉아 있는 부맹주 진균에게로 향했다.
탁자에 앉아서 두 손을 모으고 있는데, 분노를 최대한 자중하는 걸로 보인다.
“부맹주…..”
이군사 사마중현이 그를 만류하려는 듯 했는데, 부맹주 진균이 손을 들어올리며 나서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
진균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소 형제. 아니 소검선.”
“말씀하십시오.”
“총군사의 이상 징후는 이미 본 부맹주 역시도 알고 있었다.”
이런 그의 말에 일부 장로들이 의아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진균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
“하나 그것을 모른 척 한 것은 총군사 방덕현의 배후에 있는 존재를 끌어내기 위함이었다. 한데 자네가 그것을 망쳤군.”
그런 그의 말에 나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무림 연맹에 입성한지 고작 반 년 만에 정치인이 다됐다.
이 말로 모든 책임을 내게 전가시켰다.
이런 그를 일부 장로들이 반색하며 지지했다.
“과연!”
“부맹주께서는 이를 알고 계셨구려.”
“어쩐지 부맹주께서 침묵으로 일관하신 이유를 알겠소이다.”
침묵으로 일관하기는 뭘 침묵으로 일관해.
이군사 사마중현이 자신의 뒤통수를 쳤다고 여겨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었던 거였는데.
뭐 사실 진짜로 방덕현을 건드리지 못했던 것은 결정적인 명분을 찾지 못해서였다.
게다가 장로들의 일부가 그를 지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는 내색하지 않고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아아. 부맹주께서 그런 계책이 있으신 줄 몰랐습니다.”
이런 나의 말에 부맹주 진균이 기세가 살았는지 낮은 어조로 내게 훈계하듯이 말했다.
“한데 자네가 이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었군. 자네로 인해 그 배후에 대해서 알 길이 없어졌네. 이 책임을 어찌 질 텐가?”
그를 지지하는 장로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아주 기세등등하다.
이에 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왜 제가 책임을 집니까?”
그런 나의 말에 부맹주 진균이 기가 차다는 듯이 내게 언성을 높였다.
“지금 자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나?”
“무림 연맹이 더욱 혼란에 빠질 뻔한 것을 막지 않았습니까?”
“지금 본 부맹주와 농이라도 하자는 겐가!”
“농이 아닙니다만.”
“뭐?”
“혈교가 취약해졌다며 토벌전을 강행한 것이 죽은 맹주님과 여기 세뇌 당하신 총군사 방덕현 노사였던 걸로 아는데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습니까?”
‘!?’
그 말에 부맹주 진균의 말문이 막혔다.
나의 말에 반박하기에는 실제로 이번 전쟁으로 수많은 정파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때 이군사 사마중현이 나서서 내게 말했다.
“이보게! 부맹주께서는 이번 전쟁을 반대하셨었네. 여기 있는 장로 분들도 알고 계시지 않으십니까? 부맹주께서는 더 많은 희생을 초래하는 것보다 종선 진인을 살해한 흉수인 절심을 먼저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셨었네. 그 덕분에 무림 연맹의 전력을 이만큼 보존할 수 있었던 걸세.”
이런 그의 말에 진균을 지지하는 장로들이 이구동성으로 내게 다그쳤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지나치군.”
“자네가 그때 부맹주의 심경을 알고 있나!”
어지간히 이번 사태를 묻고 싶나 보다.
그렇지 않으면 부맹주나 자신들의 입지가 흔들리니 말이다.
이에 나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안타깝군요. 그럼 그때 총군사의 이상 징후를 밝히시고 반대하셨다면 더 많은 정파인들을 살릴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그건…..”
정곡을 찌르는 나의 말에 이군사 사마중현의 말문이 막혔다.
여기서 반박을 하면 자신들과 뜻을 같이 하지 않는 파벌을 해결하기 위함임을 드러내게 될 테니 쉽게 말할 수 있겠는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아니면 방덕현 노사가 중독된 것을 눈치 채셨다면 이를 방비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한데 그러진 못한 것을 보면 딱히 그건 몰랐던 것 같습니다만.”
이런 나의 말에 진균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마에 핏줄까지 올라선 것을 보면 분노가 극에 달한 것처럼 보였다.
이에 아미파의 정향 사태가 내게 다그쳤다.
“아미타불. 소검선 시주 참으로 무례하오. 여기 계신 부맹주를 비롯해 모든 장로분들은 정파의 정의를 위해 수십 년 간을 자신을 희생하신 분들이오. 한데 그런 분들의 앞에서 이런 식으로 모욕을 주고도 정녕 그대가 본 맹의 맹주의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겠소.”
“크흠! 정향 사태의 말이 맞소이다. 이렇게 선배들에 대한 예의도 없이 앞뒤를 모르고 날뛰는데 이런 자를 맹주 후보로 인정했다간…..”
황보세가의 가주 황보종이 그녀를 거들었다.
아주 죽이 잘 맞다.
황보종은 총군사 방덕현을 지지해서 전 맹주 무한제일검 백향묵의 복귀를 바라는 파벌이었다.
그런 그가 반대쪽 파벌을 도와 거드는 것은 나를 위협으로 여겼기 때문이겠지.
여기서 내가 계속 주장하고 나서면 자신들도 입지가 위험해지니 말이다.
이에 나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총군사 어른.”
이런 나의 부름에 사련검이 빙의한 총군사 방덕현이 답했다.
“왜 그런가?”
“오늘 이 회의가 장로 분들의 추천이 없으면 맹주 후보로 등록할 수 없는 안을 합의하기 위한 자리라고 했습니까?”
이 물음에 일부 장로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들은 총군사 방덕현의 제안을 받아들인 장로들이었다.
황보세가의 가주 황보종도 마찬가지였다.
부맹주를 지지하는 파벌 측도 할 말은 없을 것이다.
이 제안을 못 이기는 척 받아들일 생각이었을 테니 말이다.
사련검의 조종을 당하는 총군사 방덕현이 나의 물음에 답변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부끄럽지만 사실….”
그때 하북팽가의 가주인 팽사용이 끼어들었다.
“그만하게. 자네야 말로 본 맹을 혼란에 빠뜨리려고 작정했군. 설령 자네의 주장이 전부 맞다고 쳐도 혈교라는 거대한 적을 앞에 두고 본 맹을 사분오열시키면 어쩌자는 겐가!”
이런 그의 말에 나는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팽 장로님도 제가 후보로 등록할 수 없게 만드는데 동의하셨다고 들었습니다만.”
이 말에 팽사용이 뜨끔했는지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여기서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자들은 거의 없다.
나는 장로들에게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무림 연맹의 총군사가 환마독에 중독되어 조종당한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앞에 두고도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각자가 지지하는 맹주 후보 분들을 위해 한 뜻을 모으시는 여러 장로님들께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뼈를 때리는 이런 나의 말에 장로들의 표정이 제각각 변했다.
그래도 화산파의 호양진인이나 남궁세가의 남궁무진, 진주언가의 가주 언광운, 항산파의 양명 사태, 사천당문의 당우중 등 일부 장로들은 부끄러운지 탄식하는 것을 보니 모두가 그 나물의 그 밥은 아닌 모양이다.
참된 정파인들이 없진 않나보네.
“사설이 길었습니다. 부디 새로이 뽑히시는 맹주께서는 혈마와 대적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소모는 그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일침을 날린 나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때 누군가 나를 불러 세웠다.
“멈춰라.”
그는 바로 부맹주 열왕패도 진균이었다.
무섭게 굳은 표정이 된 진균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지금 그 말이 무슨 의미지?”
이에 나는 몸을 돌리지 않고서 천천히 답했다.
“들으신 그대로입니다만.”
“들으신 그대로? 하!”
그 순간 뒤에서 커다란 굉음 소리가 났다.
-쾅!
뒤로 고개를 돌리니 회의장의 탁자가 박살이 나서 내려앉아 있었다.
부맹주 진균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기세에 모두가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초인의 영역에 이른 자가 스스로의 기운을 통제하지 않고 발산하니 좌중의 공기가 무겁게 느껴질 것이다.
진균이 부서져 내려앉은 탁자를 밟고 직선으로 걸어오며 말했다.
“못 본 사이에 많이 시건방져졌군. 노부가 자네를 잘못 봤음이야.”
그런 그의 말에 나는 포권을 취하며 정중히 말했다.
“혹여 후배의 말에 심기가 불편하셨다면 사죄드리겠습니다. 하나 저 역시 오랜만에 뵙게 된 선배께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만.”
그 말을 들은 진균에게서 강렬한 투기가 발산되었다.
직접적으로 발산한 투기로 인해 회의장 전체가 풍압이 일어날 정도였다.
진균이 모두가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길게 갈 필요도 없겠군. 이 자리에서 누가 맹주 후보가 될 지를 결정짓도록 하지.”
“부맹주!”
“갈!”
-촤르르르르!
“큭!”
이군사 사마중현이 그를 만류하려다 강한 기세에 밀려나고 말았다.
이 정도면 누구도 진균을 말릴 수 없다고 여겼는지 각자가 의자에서 일어나 뒤로 물러났다.
진균이 내게 걸어오며 살기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약식으로 겨뤄 무승부를 이뤘다고 보이는 게 없군. 그 오만불손함이 화를 가져왔음을 후회하지 말 거라.”
그런 그에게 나는 포권을 풀지 않고서 답했다.
“선배. 이 정도에서 끝내셨으면 좋겠습니다.”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그때와는 다를 거다!”
-팟!
일갈과 함께 부맹주 진균이 내게 신형을 날렸다.
엄청난 속도로 쇄도해오는 그의 우수는 단숨에 나를 반 토막으로 갈라버릴 기세였다.
“후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포권을 풀고서 한 손을 뒷짐지었다.
“건방진!”
그런 나의 모습에 쇄도해오던 진균이 더욱 분노했는지, 우수에 살기마저 실렸다.
그렇게 순식간에 좁혀온 진균의 우수를 나는 그대로 잡아냈다.
-콰아아아앙!
손을 잡아낸 좌측 부근의 벽이 진균의 우수에 실려있는 공력의 여파에 통째로 날아갔다.
하나 그의 손은 여전히 내게 잡혀 있었다.
이에 진균이 다소 진지해진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제법이구….엇!?”
-두드드득!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게 잡혀있던 그의 손목이 비틀렸다.
자존심이 어찌나 강한지 신음조차 내지 않고 있었는데, 그의 두 눈동자는 터질 듯이 커져 있었다.
“네놈…..공력이 어찌…..”
놀라워하는 그에게 나는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분명히 그만하자고 했습니다.”
“뭐?”
나는 뒷짐을 지던 왼손을 풀고서 위로 들어올렸다.
그리고 칠성 공력으로 끌어올린 상태로 그대로 손바닥으로 진균의 머리를 내리쳤다.
진균이 다급히 왼팔을 들어올렸으나,
-파아아아앙!
“억!”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진균의 신형이 그대로 바닥을 파고들었다.
-콰콰콰콰콰콰쾅!
밑에서 계속해서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아마도 본단 건물의 1층까지 떨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고개를 돌려서 장로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니 얼마나 경악했는지, 하나 같이 어안이 벙벙해진 얼굴로 내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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