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308
99화 최연소 맹주 후보 (6) >
그것은 충격 그 자체였다.
누구도 이 같은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럴 수가.”
“소검선의 무위가 이 정도였다니…..”
그 동안 소검선 소운휘의 명성을 들어왔으나 반신반의하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고작 약관을 벗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젊은 검객이 이룬 것치고는 짧은 기간 내에 엄청난 성장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내심 의구심을 가졌기에 부맹주인 열왕패도 진균을 만류하지 않은 것이기도 했다.
열왕패도 진균은 무상도에게 밀린다는 평이 있었지만 오랫동안 팔대고수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초인이었다.
연륜과 경험으로 본다면 소운휘를 압도하고도 남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경악스럽기 그지없었다.
‘고작 한 수라니…..’
이군사 사마중현은 눈으로도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일곱 달 전 객잔에서의 승부를 직접 지켜봤었다.
훈훈하게 무승부로 마무리 되었었지만 결과적으로 소운휘는 공력으로는 열왕패도 진균에게 밀렸었다.
‘그때 공력을 숨겼었단 말인가?’
설령 영약이나 기연이 있었다고 해도 이렇게 역량이 급격하게 늘 순 없었다.
이런 사마중현과 마찬가지로 소운휘의 엄청난 무위에 혀를 내두르지 못하는 자가 있었으니, 형산일검 조청운이었다.
‘…….말도 안 되는 성장이다.’
그 역시도 소운휘와 겨뤘던 적이 있다.
익양소가에서 말이다.
한데 그때의 소운휘는 확실히 후기지수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의 역량을 갖추고 있었으나 이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의 그는 자신과 하늘과 땅의 차이라 할 만큼 격이 벌어졌다.
‘호종대 대협. 대체 뭘 키운 겁니까?’
이건 청출어람의 수준이 아니다.
괴물 그 자체였다.
조청운 그도 그랬지만 내심 그의 발전한 무위를 궁금해 했던 북영도성 곽형직 또한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
‘…….하.’
그저 기가 찰 정도였다.
혈마검에 사로잡혀서 폭주했던 시절에 마지막으로 보았었다.
요검의 힘을 빌리지 않았을 때의 역량이 어느 정도일까 궁금했는데, 이건 상상 이상이었다.
‘…….선택이 옳았군.’
내심 소운휘에게 제안을 받았을 때 많은 고심을 했었다.
그를 따르기로 한 것이 옳은지 말이다.
한데 이런 괴물 같은 역량을 확인하고 나니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곽형직은 다른 장로들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제각각 표정은 달랐지만 다들 놀라서 소운휘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제 누구도 소운휘의 무위를 의심하지 못할 거다.
그의 정체를 아는 자신으로서는 우습기는 했으나 혈마를 상대할 자로 소운휘만큼 부합하는 자가 없을 거라 여길 것이다.
‘무림 연맹 역사상 최연소 맹주가 탄생할 수도 있겠군.’
전 맹주 무한제일검 백향묵만 꺾는다면 말이다.
그런데 그를 건물의 아래층까지 처박은 소운휘가 바닥의 구멍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설마 방금 전의 그 엄청난 일격을 당하고도 멀쩡하단 말인가?
바로 그때였다.
-쿠르르르르르!
“아닛?”
“건물이 흔들리네.”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본단의 건물의 흔들렸다.
그 흔들림이 점차 강해지더니 이내 밑에서 굉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바닥이 갈라지며 붉은 화염이 이글거리는 날카로운 예기가 솟구쳤다.
* * *
-화르르륵!
나는 솟구치는 불꽃의 예기를 보법을 펼치며 피해냈다.
열왕패도 진균이 제법 튼튼해 보이기는 했는데, 칠성 공력으로 내려친 것을 버텨낼 줄은 몰랐다.
불꽃을 두른 예기가 본단 건물의 천장을 부수고 바깥으로 뻗어나갔다.
근방에 있던 자들은 그것을 보았을 지도 모른다.
그때 밑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팟!
뚫려있던 구멍에서 이글거리는 불꽃의 패열도를 들고 있는 열왕패도 진균이 튀어 올라왔다.
그의 비파 형태의 패열도가 불꽃으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열염신공!”
“열왕패도의 독문신공이다!”
이를 알아본 몇몇 장로들이 소리쳤다.
이렇게 빨리 비장의 한수를 끌어내다니 어지간히 열이 받았나 보다.
잔뜩 일그러진 진균의 얼굴을 보면 그것이 확연히 느껴진다.
-좌수도 익혔나 보네.
그런 것 같다.
우수가 아니라 좌수로 도를 든 것을 보면 말이다.
사실 방금 전 한 수로 자신과 나의 공력 차가 어느 정도인지는 확연히 깨달았을 거다.
그런데도 이렇게 부리나케 올라온 것은 저 자존심 때문이겠지.
‘누굴 닮았나 했더니 제 조부를 닮은 거였군.’
진용 녀석이 누굴 닮았나 했더니 조부를 닮은 거였다.
상대의 강함과 상관없이 강렬한 전의를 불태우는 것이 그의 젊은 시절을 짐작하게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채찍질 하여 강해졌겠지.
나는 그에게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선배님 계속 하실 겁니까?”
나의 물음에 진균이 노기가 서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직 대결은 끝나지 않았다.”
“하면 차라리 바깥에서 하시지요. 여기서 그리 타오르는 도를 들고 있으면 본단 건물이 전부 불탈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열기에 의해 나무로 만들어진 목판 바닥에 불이 붙기는 했다.
여기서 한 바탕 했다가 금방 본단 전체가 불타게 될 거다.
-뿌득!
“네놈부터 걱정 하거라!”
나의 말에 이를 간 진균이 신형을 날렸다.
독문병기인 패열도를 들고 비장의 수인 열염신공까지 펼친 그의 공력은 거의 두 배 가까이 치솟아 있었다.
이 정도라면 거의 초인의 벽을 뚫기 직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화르르르륵!
진균이 도초를 펼치자 패열도를 두른 불꽃이 흡사 커다란 맹호처럼 입을 쩌억하고 벌리며 나를 집어삼키려 들었다.
건물이 불타는 것 따윈 애초에 안중에 없는 것 같았다.
하긴 여력을 아끼거나 하는 것보다 전력을 다해야 승산이 있을 테니 이해는 간다.
일단 이 불꽃의 열기를 위로 올려야 겠다.
-스릉!
나는 허리춤에 있던 남천철검을 뽑았다.
그리고 나를 덮치는 거대한 불꽃을 향해 진각을 밟으며 검을 뻗었다.
‘제 6초식 진 축아회검(逐亞回劍).’
각도를 최대한 조절했다.
그러자 검을 뻗으면서 위로 궤적을 틀자 회전하면서 생겨난 풍압이 이내 용권풍을 일으켰다.
“아닛!”
-콰콰콰콰콰쾅!
축아회검의 용권풍이 삽시간에 진균이 일으킨 강맹한 불꽃을 집어삼키더니 이내 본단 건물의 천장을 절반이나 날려버리고 말았다.
“이럴 수가…..”
“이게 검초라고?”
그 광경에 이를 지켜보는 일부 장로들의 표정이 가관이 아니었다.
진균이 열염신공으로 일으킨 초식도 엄청났는데, 그것을 너무 쉽게 처리한 것도 모자라 검초로 이런 위력을 보여줬으니 그럴 만도 하다.
-건물 불타는 건 안 되고 이건 되냐?
그렇네.
남말 할 처지는 아닌 것 같다.
한데 대충 하기에는 그 절초의 위력은 꽤 위험했다.
이윽고 날아갔던 본단 천장의 파편들과 함께 용권풍에 휘말렸던 진균의 신형이 밑으로 떨어졌다.
-쿵!
겨우 자세를 잡아서 착지했으나 그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축아회검의 예기에 몸의 여기저기가 검흔으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계속 하려나.’
나는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진균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노부가 여태껏 수많은 고수들과 겨뤘으나 소검선 자네처럼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는 자는 처음이군.”
그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노기가 없었다.
이번 한 초식으로 확실하게 자신에게 승산이 없음을 깨달았나 보다.
그래서인지 목소리가 허탈하게 들린다.
더 이상 싸울 의지가 없어 보이기에 나는 착검 후에 그에게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과찬이십니다. 아직 부족한 게 많습니다.”
이런 나를 빤히 쳐다보며 입술을 파르르 떨던 그가 힘겹게 입을 뗐다.
“……..인품도 무공도 모든 면에서 밀렸군.”
“선배?”
“노부가 졌네.”
열왕패도 진균이 결국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아아아.”
“부맹주…..”
그의 입에서 나온 그 말에 부맹주 파벌의 장로들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패배 선언이 의미하는 바는 그 스스로 맹주 후보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이견을 제기하지 못했다.
눈 앞에서 나의 압도적인 무위를 확인했는데 누가 그러겠는가.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고 하더니 새삼 이해가 가는군. 노부가 헛된 욕망에 사로잡혔음이야.”
진균의 목소리가 한결 편해 보인다.
패배를 인정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존심 때문에 망설였던 그였다.
하나 막상 손에 쥔 것을 놓자 그의 얼굴이 한결 나아졌다.
이런 나의 머릿속에 남천철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주인께서 말씀하셨던 게 생각난다. 백정도 손에서 칼을 놓으면 당장에라도 부처가 된다고 하셨다.
녀석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사로잡혀 있던 권력욕과 승부욕을 손에서 놓은 열왕패도 진균의 얼굴은 처음 마주쳤을 때와 닮아 있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런 말씀하지 마시지요. 아직 선배께서는 충분히 현역이십니다.”
그런 나의 말에 진균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누가 은퇴하겠다고 하던가.”
“아?”
“노부는 절대로 지고는 못 사는 성미지. 새로운 목표가 생겼으니, 더욱 도를 갈고 닦을걸세. 각오하게.”
“……후배. 늘 긴장해야 겠군요.”
승부욕을 손에서 놓은 건 아닌 모양이다.
권력욕으로 사리분별을 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낫다.
열왕패도 진균이 고개를 돌려 장로들을 향해 외쳤다.
“본 부맹주는 지금부로 맹주 후보직에서 물러나겠네. 그리고 소검선을 새로운 맹주 후보로 지지하겠네. 이견이 있는 자는 말하게.”
그런 진균의 말에 부맹주 파벌의 장로들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부맹주가 포기했다고 해도 그렇게 나를 깎아 내렸으니 차마 인정하지 못하겠나 보다.
차라리 이렇게 된다면 전 맹주가 낫다고 여길 지도 몰랐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닌 모양이다.
누군가가 내게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항산파는 소검선을 맹주 후보로 지지하겠어요.”
항산파의 양명 사태였다.
그런 그녀의 말에 아미파의 정향 사태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양명 사태!”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정향 사태?”
“아무리 무위가 뛰어나도 연륜이 부족한 젊은 맹주가 혈기를 못 이긴다면 그 뒷감당은 누가 지려고 하시는….”
그때 그녀의 말을 누군가 잘랐다.
“연륜이나 부족한 게 있다면 우리 장로들이 도와가며 채우면 될 일이오. 그러기 위해 존재하는 장로단과 군사부가 아니오.”
“남궁 장로!”
그는 남궁세가의 남궁무진이었다.
그런 그녀를 무시하고서 남궁무진이 내게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우리 남궁세가는 소검선 자네를 맹주 후보로 지지하겠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로들이 차례로 내게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진주언가 역시도 자네를 맹주 후보로 지지하겠네.”
“사천당문도 소검선을 맹주 후보로 지지합니다.”
그들이 한 명 한 명 나설 때마다 나를 반대하던 장로들의 표정이 굳어져갔다.
그럼에도 장로들의 지지는 멈추지 않았다.
“형산파도 소검선을 맹주 후보로 지지하겠습니다.”
“저희 장문인께서도 이 자리에 계셨다면 소검선 대협을 지지했을 겁니다. 그러니 저희 전진파 역시도 소검선 대협을 맹주 후보로 지지합니다.”
“화산파는 전 맹주가 다시 돌아오길 바라지만 소검선이 맹주 후보로서 부족함이 없음은 인정하는 바이오.”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북영도성과 개방의 방주를 맡은 조성원이었다.
이들은 애초에 내 사람이었기에 굳이 나서가면서 티를 내지 않았지만 이 분위기를 살려서 내게 포권을 취하며 지지한다는 선언을 했다.
이로써 과반수가 넘는 장로들이 나를 맹주 후보로 인정했다.
“큭.”
“어찌….”
남은 장로들이 반대 안건을 올린다고 해도 더 이상 나를 막을 명분은 없었다.
부맹주 진균이 자신의 책사라 할 수 있는 이군사 사마중현을 쳐다보았다.
그 역시도 한숨을 내쉬었지만 이 결과를 인정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총군사께서도 동의하시지요?”
“이를 말이겠나.”
총군사 방덕현이 반대를 할 리가 있나.
내 손아귀에서 움직이는데.
이에 부맹주 진균이 정식으로 공표를 했다.
“그럼 결정됐군. 이로써 소검선 소운휘는 무한제일검 백향묵과 마찬가지로 이번에 있을 맹주 선출전의 후보로 결정되었네.”
“결정을 따릅니다!”
나를 지지하기로 밝혔던 장로들이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나머지야 답을 하든 말든 상관없었다.
이렇게 일이 잘 풀리나 싶었는데, 누군가의 전음이 갑자기 귓가를 울렸다.
그는 다름 아닌 남궁세가의 남궁무진이었다.
의아해하며 쳐다보자 그가 내게 헛기침을 해가며 뜸을 들이다 넌지시 내게 물었다.
‘!?’
끝
ⓒ 한중월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