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311
100화 만나버렸다 (3) >
“공자님.”
역시 사마영이 맞았다.
목소리가 평소와 달리 싸늘하다.
설백을 바라보는 그녀의 매서운 눈빛을 보아하니 제대로 오해한 것 같다.
게다가 인상 좋은 중년인의 인피면구를 쓰고 있는 장인어른조차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못마땅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고 장인어른의 시선은 내가 아닌 설백에게로 향했다.
장인어른이 인상을 찡그렸다.
역시 기운을 갈무리하고 있어도 절세고수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 같다.
“대체 이 소저 분은 누구기에 밖에서 온통….”
사마영이 내게 설백을 눈빛으로 가리키며 뭔가를 말하려고 했는데, 장인어른이 손을 내밀고서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아버지?”
영문을 알 리가 없는 사마영이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장인어른이 설백을 쳐다보며 의구심이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누구지?”
많은 것이 함축된 물음이었다.
그 물음에 설백이 나를 힐끔 쳐다보았다.
나는 누차 경고했다.
괜히 그녀가 말을 잘못하기라도 한다면 더 일이 커질 것이다.
진심으로 두통이 나려고 한다.
영영이를 비롯해 사마영, 장인어른, 설백까지 한 자리에 모이는 상황이 벌어지다니.
여기서 잘 풀지 않으면 복잡한 사달이 날 거다.
그때 사마영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버지 대체 왜 그러세요?”
“평범한 여자가 아니다.”
“그게 무슨?”
“벽을 넘어섰다. 아니. 그 이상일지도.”
“네에?”
그런 장인어른의 말에 사마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놀라기는 영영이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 않아도 오대 악인의 일인인 월악검 사마착을 보게 되어 혼란스러운 와중에 그런 대단한 고수가 설백이 벽을 넘은 고수라고 언급하니 당혹스럽기마저 한 모양이다.
‘바로 알아차리다니.’
역시 소환단을 먹고서 원기를 완전히 회복한 듯 했다.
그녀의 정체를 밝혀야 하는데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설백은 장인어른께 중상을 입힌 존재였다.
덕분에 소림사에 갇히는 등 얼마나 고생을 했는가.
그렇지 않아도 당시 벌어졌던 이야기를 하며 다시 그녀를 보게 된다면 그때의 빚을 갚아줄 거라고 수차례 강조했던 장인어른이었다.
-말 잘해야 할 걸.
네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그럴 거다.
역시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부분부터 이야기해야 겠다.
“장인어른, 영아. 어찌 된 영문인지 설명해줄 테니, 괜한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해요?”
사마영의 반문에 나는 설백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이에 사마영이 미심쩍게 그녀를 바라보다 이내 나를 믿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인어른은 여전히 그녀에게서 경계를 풀지 않은 채 물었다.
“누군지부터 말하거라.”
“그녀는 금상제의 심복 중 한 사람입니다.”
“금상제의 심복?”
“네에?”
그런 나의 말에 두 부녀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벽을 넘은 고수라하여 범상치 않은 자라고 여겼겠지만, 설마 금상제의 부하일 거라고는 예측하지 못했을 거다.
“금상제?”
영영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반문했다.
영영이에게 금상제란 이름은 단순히 과거 무림을 들쑤셔놓은 폭군으로밖에 각인되어 있지 않을 것이다.
그때 놀라하던 사마영이 내게 말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금상제의 심복이 공자님과 함께 있는 건가요?”
여기서 말을 잘해야 한다.
나는 장인어른을 보고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장인어른. 우선 그녀는 지금 금상제의 산하에서 나왔고 저와 거래를 했다는 사실부터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이런 나의 말에 장인어른이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왜 그런 식으로 내게 이야기를 하는 게냐? 마치 내가 이 여인을 건드리기라도 할 것처럼 말을 하는 구나.”
역시나 눈치가 너무 빠르다.
하지만 이렇게 미리 얘기해두지 않으면 무슨 사달이 벌어질지 모르니까요.
사마영이 그녀를 바라보며 내게 물었다.
“그럼 이 소저 분은 금상제를 배신한 건가요?”
“그만둔 거지만 배신이라면 배신일 수도 있겠네.”
그런 그녀의 물음에 설백이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나는 설백을 쏘아보며 고개를 저었다.
말을 하지 말라는 신호였다.
이런 나의 모습을 미심쩍은 눈초리로 바라보던 장인어른이 그녀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아무래도 그대에게 직접 들어야 겠다.”
“장인어른 제가…..”
“아니. 뭘 숨기기에 이 여인더러 계속 말을 하지 못하게 하는지 직접 물어봐야 겠구나.”
“일단 제 얘기를 들어주십….”
“내 사위 녀석과 무슨 거래를 했기에 저리 해명하듯이 말하려는 거지?”
이에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와의 약조를 지킨다는 걸 티라도 내듯이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 짓으로 나를 가리켰다.
이에 장인어른이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녀더러 직접 이야기하라고 해라. 전음으로 지시를 내릴 생각은 하지 말거라.”
“장인어른. 저를 믿지 못하시는 겁니까?”
“믿는다. 하나 네가 숨기려는 게 뭔지는 알아야 겠구나.”
“숨기지 않습니다. 전부 말씀드릴 겁니다.”
“하면 이 여인의 입으로 직접 들어도 상관없는 것이 아니더냐?”
……..미치겠다.
내가 각색이라도 할까봐 저러는 것 같다.
장인어른이 보통 사람들보다도 머리가 좋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괜히 무림에서 만박자와 버금간다고 불리는 게 아니었다.
“말이라는 것은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그녀가 하는 말이 자칫 장인어른께 오해를 불러일으킬 까봐 그런 겁니다.”
“적이었던 자보다 사위로 인정한 자를 믿지 못할 만큼 내가 편협해 보이더냐?”
“…….아닙니다.”
“하면 직접 물어보겠다.”
이렇게까지 말을 하니 별 수 없었다.
이에 나는 설백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눈빛으로는 부디 괜한 오해를 부를만한 이야기는 하지 않기를 경고했다.
알아들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
그런데 이런 내게 설백이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입 꼬리가 올라간 것이 뭔가 불길하다.
마치 내 약점을 붙잡기라도 한 것처럼 즐거워하고 있는 표정이다.
‘아…..’
이런 내 속을 모르는 장인어른이 그녀에게 물었다.
“사위와 무엇을 거래했지?”
“내가 원하는 것을 주면 금상제의 산하에서 나오고 그에 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알려준다고 했다.”
“흠.”
그런 그녀의 말에 장인어른이 턱을 쓰다듬었다.
여기까지는 그리 이상할 게 없다.
장인어른이 물었다.
“심복이라 할 정도면 고작 거래 정도로 충성심이 꺾이지 않을 텐데 대체 무엇을 거래했기에 배신을 결심한 거지?”
그런 장인어른의 물음에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충성심으로 그를 따른 게 아니다.”
“충성심이 아니라고?”
“그분과도 거래를 했었고, 그분과 함께 있으면 다시 만나고 싶었던 자와 만날 수 있을 거라 여겼기 때문에 함께 한 것뿐이다.”
“만나고 싶었던 자?”
그런 그녀의 말에 장인어른이 눈살을 찌푸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왜냐하면 설백의 시선이 그 말과 함께 내게 향했기 때문이다.
사마영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물었다.
“공자님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하는군요?”
“삼백여 년 전에 인연이 있었지.”
그런 그녀의 말에 사마영이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아아. 머리가 아파온다.
일부러 삼백여 년 전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설백에 대한 부분은 문제가 될 만한 것은 말을 하지 않았었는데 그게 이렇게 화살이 되어 돌아오다니.
그런데 이게 문제가 아니었다.
-고오오오!
갑자기 장인어른에게서 강렬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그 살기가 방 안을 무겁게 짓누르며 영영이가 호흡이 막히기라도 한 것처럼 사색이 되어 숨을 제대로 못 쉬었다.
“장인어른!”
이런 나의 말에 장인어른이 손을 내밀고서 끼어들지 말라는 신호와 함께 설백에게 싸늘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심복, 삼백여 년 전. 네가 설백이구나.”
아아아.
기어코 그녀의 정체를 추론했다.
직접 밝히지 않아도 몇 가지만으로도 금방 알아차렸다.
“사위 녀석이 왜 내게 네 정체를 말하길 눈치를 봤는지 이제 알겠군.”
장인어른은 당장에라도 그녀에게 손을 쓸 만큼 기운이 날카롭게 고조되어 있었다.
그녀 또한 이를 느꼈는지 서서히 몸에서 한기가 스멀거리며 흘러나왔다.
방안이 차가워지자 장인어른의 눈매가 더욱 싸늘해졌다.
부상을 당했던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나보다.
“장인어른. 심경은 이해하지만 이곳은 무림 연맹입니다. 여기서 그녀와…..”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설백이 갑자기 몸을 뒤로 돌렸다.
그리고 장인어른께 등을 보이며 말했다.
“명을 받았다고 하나 사과로 끝날 일은 아닌 것 같군. 내게 똑같이 부상을 입혀라.”
“………”
그런 설백의 말에 장인어른의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설마 그녀가 자신의 등을 내어주며 먼저 낮추고 들어올 줄은 몰랐나 보다.
등을 보이는 그녀를 장인어른이 말없이 쳐다보다 이내 살기를 갈무리하고서, 분노를 삭히듯 길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두공과 서복은 어찌 되었지?”
일이 커질까봐 우려했는데 다행이다.
내 예상과 달리 장인어른은 냉철하게 자신의 분노를 조절했다.
그녀가 이렇게 나오지 않았다면, 다른 결과가 벌어졌을 수도 있었겠지만 일단은 서로가 현명하게 대처했다.
“그분의 손에 있다.”
“살아있나?”
“그래.”
그런 그녀의 대답에 장인어른의 얼굴이 한결 누그러졌다.
친한 벗이라고 하더니 그의 생사를 걱정했나보다.
안도한 장인어른이 그녀에게 물었다.
“그들은 어디에 있지?”
그 물음에 설백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알 수 없다.”
“뭐?”
누그러졌던 장인어른의 얼굴이 또 다시 무서워졌다.
그럼에도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들의 신상은 그분과 뇌장이 관리하기에 나 역시도 모른다.”
“그럼 금상제 놈과 그 뇌장이라는 자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 것이 아니더냐?”
“그들이 주로 머무는 몇몇 안가와 연락을 주고 받는 방법이 있다.”
“하면 말해라.”
그런 장인어른의 말에 설백이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럴 수 없다.”
-고오오오오!
그녀의 거절이 끝나기 무섭게 장인어른의 몸에서 또 다시 살기가 치솟았다.
이번에는 조금 전과 다르게 정말로 당장에라도 손을 쓸 기세다.
“말하지 않으면 죽는다.”
장인어른의 손이 어느새 검병으로 향해 있었다.
지금 이 거리라면 그녀의 목을 단숨에 벨 수 있는 간격이었다.
이에 나는 다급히 그들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장인어른 진정하십쇼.”
“비켜라. 이 계집의 입만 열게 하면 될 일이다.”
장인어른은 힘으로 그녀의 입을 열게 할 작정인 모양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열게 할 거라면 진즉에 나 역시도 설백의 입을 열게 했을 거다.
“장인어른 일단 제 얘기를 들어…..”
“비키라 했다!”
그때 장인어른의 왼손에서 쇠구슬이 포탄처럼 쏘아졌다.
탄지신통(彈脂神通)이었다.
기습적으로 설백의 어깨를 노린 것이었는데, 나는 이를 가볍게 잡아냈다.
-팍!
예전이라면 쇠구슬이 회전하는 힘에 손바닥이 다쳤겠지만 지금은 이를 멈추게 하는 것을 넘어서 부술 수도 있었다.
부서진 쇳가루가 움켜진 주먹에서 흘러나왔다.
이를 본 장인어른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내심 놀라신 듯 했다.
하지만 이미 소림사에서 내 무위를 본 적이 있기에 오래 가지 않았다.
장인어른이 내게 말했다.
“왜 방해하는 것이냐?”
“그녀는 죽어도 입을 열지 않을 겁니다.”
“그걸 네가 어찌 장담하는 것이냐?”
“이미 심각한 부상도 입히고 목을 자르려고 해봤지만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이런 나의 말에 장인어른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흥! 고문에도 버틸 재간이 있는지 확인해보면 될 것 아니더냐?”
장인어른은 완고했다.
그때 설백이 그런 장인어른에게 말했다.
“거래한대로 내가 원하는 것을 주면 당장에라도 말해줄 수 있다.”
“원하는 것? 그게 뭐지?”
당황한 나는 선수 쳐서 장인어른에게 말하려 했다.
“그녀의 특수한 체질 때문에…..”
“이 남자와 혼인해서 아이를 가지고 싶다.”
‘!!!’
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설백의 입에서 튀어나온 그 말에 순간 방안에 정적이 감돌았다.
머릿속에 미리 말하려고 했던 말들이 허무하게 흩어져갔다.
‘천음지체의 체질 때문에 아이를 가질 수 없어 그녀에게 태양절맥을 앓고 있는 경왕을 소개시켜주려……’
이 모든 것을 그녀는 말 몇 마디로 뒤엎어버렸다.
“하!”
거래의 조건에 뜬금없는 말이 튀어나오자 장인어른조차 어처구니가 없는지 기가 차했다.
사마영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지더니 이내 결국 폭발하듯이 터지고 말았다.
“당신 지금 그걸 말이라고…..”
“라고 계속해서 말했지만 이 남자는 참 미련하더군.”
“뭐예요?”
“정혼자인 당신 한 사람만을 사랑할 거라고 애기하더군.”
그런 그녀의 말에 폭발해서 화를 내려고 했던 사마영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그러더니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
이 여자가 갑자기 뭘 잘못 먹었나?
갑자기 왜 태도를 바꾼 건지 알 수가 없다.
의아해하고 있는데 순간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서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설백의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눈물이 흘러내렸다.
‘엇?’
흘러내리던 눈물이 차가운 피부에 닿자 얼음 조각이 되어 바닥에 투툭거리며 떨어졌다.
그 광경에 모두가 의아함과 동시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니 갑자기 왜 우는 거예요?”
사마영의 물음에 설백이 애처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북해빙궁의 사람들은 한기가 가득한 무공을 익히며 천음지체의 체질이 되어 그 대가 전부 끊겼다. 이 저주 받은 체질 때문에 보다시피 흐르는 눈물마저 얼어붙고 모두가 나를 만질 수조차 없다.”
“만질 수 없다고요?”
“그래. 나는 타인의 체온조차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다. 이렇게 나마저 죽는다면 북해빙궁은 그 대가 완전히 끊기겠지.”
‘……..’
순간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설마 이 여자가 지금 감정에 호소하고 있는 건가?
나에게 유혹하려 했던 것과 다르게 장인어른과 사마영 앞에서 일부러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사마영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게 공자님과 대체 무슨 상관이란 거예요?”
“이 남자의 체질인지 아니면 무공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나를 만질 수 있다.”
설백의 말에 사마영이 나를 흘겨보며 말했다.
“공자님 설마…..”
“삼백여 년 전에 그녀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건드린 거지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
차마 찔려서 당시 얼떨결에 입맞춤한 것은 말하지 못하겠다.
이런 나의 말에 이어 설백이 말했다.
“나는 평생 이런 남자를 찾아왔다. 북해빙궁의 대를 살려줄 수 있고 내게 타인의 온기를 느끼게 해줄 사람을 말이다.”
이 말에 입을 다물고 있던 장인어른이 끼어들었다.
“한기를 포기하면 되지 않느냐?”
“무공을 포기하고서 북해빙궁을 어찌 다시 살릴 수 있단 거지?”
그런 그녀의 말에 장인어른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한 문파를 재건하는 일에 무공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납득해서인 듯 했다.
이에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말했다.
“장인어른, 그래서 제가 아니더라도 그녀의 이런 요구를 충족시킬 대체자를 찾았습니다. 하여 그 자를 소개시켜주고서 그녀에게서 금상제에 대한 정보를 얻기로 약조한 겁니다.”
이런 나의 말에 설백이 애처롭게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나는 당신이 아니면 안 돼. 차라리 나를 죽여.”
그런 그녀의 말에 나는 기가 차서 말했다.
“이야기가 다르지 않나.”
“그건 당신의 마음에 들 시간을 벌려고 한 거였는데, 이젠 그럴 수도 없게 되었네. 당신이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왔으니 말이야.”
내가 방심했던 것 같다.
이 여자 여기서 끝장을 보려는 모양이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승부수를 던졌다.
하! 역시 연기를 했다.
이런 여우를 보았나.
목숨까지 걸 만큼 말인가.
하지만 장인어른과 사마영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악인이나 악인의 딸로 살아온 그들은 이런 감정에 호소하는 것에 넘어갈 만큼 호락호락한 이들이 아니었다.
게다가 장인어른은 평생 한 여자만을 사랑했기에 더욱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이런 승부수는 자충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때 장인어른이 입을 열었다.
“이건…….내 딸의 결정에 맡기겠다.”
“네?”
순간 나는 놀라서 반문했다.
설마 장인어른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을 우롱하냐며 그녀의 입에서 어떻게든 금상제에 관한 것이 나오게 하려나싶었는데, 사마영의 결정을 따르겠다니?
영문을 알 수 없어하는데, 장인어른이 냉철한 목소리로 사마영에게 말했다.
“초인의 벽을 넘어선 절세고수를 다른 자에게 양보하거나 죽일 바에는 정식으로 네 밑에 두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이 애비는 생각한다.”
…….내 귀가 잘못된 건가?
결정권을 넘겨놓고서 부정적인 것도 아니고 꽤 긍정적으로 이야기 했다.
장인어른이 이럴 사람이 아닌데.
그런데 이어지는 사마영의 말은 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장인어른의 말에 뭔가 고민하는 것 같더니,
“공자님. 어떤 일이 있어도 제가 우선이죠?”
“그야 당연한 일인데……”
“그럼 됐어요. 공자님이 절 두고 한 눈 팔지 않았으니까 받아줄게요.”
“뭐?”
“당신. 설백이라고 했죠?”
“맞아.”
“공자님의 아내가 되고 싶으면 제가 언니에요. 못 받아들이겠으면 이 자리에서 그냥 죽어요.”
……..아무래도 내가 이 부녀를 잘 몰랐던 것 같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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