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312
100화 만나버렸다 (4) >
내가 이들 부녀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던 것일까?
한순간에 일사천리로 이루어지는 결과에 나는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그 완고한 장인어른도 그렇고 사마영이 또 다른 여인을 내 아내로 받는데 이견이 없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였다.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 나와 달리 설백은 얼굴이 환해져 있었다.
그녀가 득의양양해진 목소리로 내게 전음을 보냈다.
자신의 승부수가 통했다는 것에 굉장히 기뻐하고 있었다.
참 이걸 어찌 받아들여야 할까?
“언니로 모실게.”
설백이 사마영에게 포권을 취하며 예를 표했다.
낯이 두꺼운 여자다.
삼백 년을 넘게 살아온 그녀의 입장에서는 사마영이 아기만도 못한 존재일 텐데, 그런 것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들 부녀에게 인정받은 게 좋은가 보다.
어쩔 때는 여우 같고 어쩔 때는 순진무구한 것 같기도 하고 모를 여자다.
그때 머릿속에 장인어른의 전음이 들려왔다.
‘……?’
[너와 맺어져야만 금상제 그 자에 관한 것을 알려준다고 했으니, 이제 정보를 요구하거라.]하?
순간 나는 내색할 뻔 했다.
하면 설백을 정말로 받아들인 게 아니라 속인 것이 아닌가.
그럼 사마영도 장인어른의 장단에 맞춰서 그녀를 받은 척 한 것일까?
장인어른이 이렇게 머리를 써 묘책을 짤 줄은 몰랐다.
이에 나는 장인어른에게 물었다.
혹 설백에게서 정보만 얻고서 죽이려는 것일까?
얼마 전이라면 일말의 망설임 없이 죽였겠지만 그녀의 외로웠던 인생이나 나에 대한 마음이 진심임을 알기에 조금은 망설여진다.
이런 나의 물음에 장인어른이 전음으로 답했다.
이건 진심이었다.
누군가에게 호감을 가진다고 해도 사마영이 원하지 않으면 누구도 받을 생각은 없다.
이런 나의 전음에 장인어른이 못마땅하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더니 내게 전음을 보냈다.
진심을 담은 나의 말에 장인어른이 빤히 쳐다보다 전음을 보냈다.
[…….곁에 두고 지켜봐라.] [네?]의아해하는 내게 장인어른이 전음으로 말했다.
[적은 가까이 두라는 말이 있다. 정말로 저 여인이 네게 진심이라 판단되면 영이 저 아이가 확실한 결정을 내릴 거다.]이런 장인어른의 말을 듣고서 깨달았다.
애초에 장인어른 역시도 그녀를 죽이기보다 좀 더 지켜보려했음을 말이다.
결국 관건은 설백이 얼마큼 사마영에게 신뢰를 주느냐에 달린 것이니 결과는 별반 달라질 게 없었다.
-너 어쩌냐?
뭐?
-백혜향 그 불여우도 있잖아.
소담검의 말에 나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지금은 그냥 넘어가자.
어차피 그 문제까지 지금 꺼내면 지금 이상의 사달이 벌어질 것 같다.
-참 여난이구만.
불난 집에 부채질 하듯이 소담검이 키득거렸다.
그때 귓가로 영영이의 전음이 울렸다.
영영이가 난처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장인어른과 사마영이 갑자기 난입하면서 깜빡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영영이는 주변의 눈치를 본다고 불쌍하게 이도저도 못하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영영이가 대체 무슨 소리냐며 의아해했다.
하지만 눈을 언급하니 무의식적으로 내 눈을 쳐다보았다.
“아…..”
그 순간 영영이의 두 눈이 멍해졌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다.
영영이한테 소림사를 벗어나 장인어른과 사마영과 대화를 나눴던 것을 정요 환의안의 환상으로 보여줬다.
그때 도화선을 비롯해 금상제 등 진실에 관해 많은 대화가 이뤄졌었으니 말이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이게 나을지도 모른다.
환상은 영영이에게 있어 찰나의 순간에 불과했다.
다시 눈동자가 원래대로 돌아온 영영이가 경악한 얼굴이 되었다.
“이게 대체….”
[쉿.]나는 영영이에게 전음을 진정하라고 말했다.
많이 혼란스러울 거다.
정요 환의안으로 환상을 본 것도 그렇고 이로 인해 진실을 알게 된 것도 말이다.
나는 그런 영영이에게 전음을 보냈다.
이런 일들이 내게 벌어진 게 쉽게 믿기지 않을 것이다.
비록 환상으로 보여줬다고 해도 내가 겪었던 일들이나 금상제에 관한 것들은 무림인들조차 받아들이기 힘들만큼 엄청난 일들이었다.
한데 갑자기 장인어른과 사마영이 나타날 줄 몰랐을 뿐이다.
그래도 이렇게 되었으니 영영이도 전부 알아야겠지.
이걸 알려줘야 내가 왜 무림 연맹의 맹주 자리까지 얻으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될 테니 말이다.
순간 나는 하던 말을 멈췄다.
[오라버니 왜 그래?]영영이의 말에 답변해주고 싶지만 지금 나의 정신은 다른 곳에 신경이 쏠리고 있었다.
지금 나는 머릿속에 보이는 사련검이 바라보는 시선에 집중되어 있었다.
총군사 방덕현의 집무실로 죽립과 흑포로 얼굴을 가린 세 명의 인물이 나타났다.
‘놈들인가?’
맹주전을 앞두고 있기에 분명 그와 접촉하려는 자가 있을 거라고 여겼었다.
머릿속에 사련검의 목소리가 울렸다.
-갑자기 말없이 들이닥쳤어. 환의경이나 술법이 통하지 않는데 어떻게 할까?
이미 사련검은 환술을 걸어보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그것이 통하지 않았다.
셋 모두 보통 고수들이 아님을 의미했다.
‘일단 시간을 끌어.’
-알겠어.
* * *
총군사 방덕현에게 빙의한 사련검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집무실로 들어온 세 명의 인영.
그들은 하나 같이 죽립과 흑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이런 그들이 나타나는데도 군사부의 누구 하나 그들을 제지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들과 같은 한 패임을 의미할 것이다.
긴장이 될 만한 상황이지만 사련검은 태연스럽게 방덕현의 입을 빌어 말했다.
“오셨소.”
진운휘가 알려준 대사였다.
여기서 태연자약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저들이 의심할 것이다.
그때 흑포를 쓴 자들 중에 좌측에 서있던 자가 입을 열었다.
“무슨 생각인거지? 뇌주.”
역시나 총군사 방덕현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사련검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오?”
“분명 소검선을 배제시키도록 하라고 했는데, 어떻게 그 자가 맹주전을 치를 후보가 된 거지?”
그 말에 사련검이 시치미를 떼고 말했다.
“소검선이 수를 써서 부맹주를 도발하여 겨루도록 했소.”
“부맹주를 도발해?”
“그렇소. 노부가 아무리 장로들의 추천 안건을 내서 여론을 조장한다고 한들 부맹주가 도발에 넘어가서 그와 사전에 겨뤄버렸는데 어찌 하란 말이오.”
대답은 그럭저럭 완벽했다.
이런 사련검의 대답에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예상 외로군.”
“무엇이 말이오?”
“뇌주. 그대가 그분을 배신하다니 말이야.”
‘!?’
순간 그 말에 총군사 방덕현에게 빙의한 사련검이 눈매를 가늘게 떴다.
대답에서 크게 허술함이 없었는데 이 자는 마치 자신이 배신했다고 확신하듯이 말하고 있었다.
사련검은 울려 퍼지는 진운휘의 지시를 따랐다.
“대체 그게 무슨 말이오? 노부가 어찌 그분을 배신한단 말이오?”
“시치미를 떼기는.”
“뭐요?”
“우리가 그 회의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를 것 같나?”
‘흐으응. 확실하게 들킨 것 같네.’
이런 그의 말에 사련검은 옅은 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회의에 참석했던 장로들 중에 이들의 간자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 같다.
진운휘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그조차 모르던 존재인 모양이다.
-스릉!
그 자가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그리고 사련검을 향해 검 끝을 겨냥하며 말했다.
“이해가 가지 않는군. 뇌주 그대는 절대로 배신할 자가 아니라고 했는데 말이야.”
“늘 예상치 못한 곳에서 복병이 일어나는 법이지.”
사련검이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며 이죽거렸다.
어차피 배신이라고 확신한 이상 여기서 최대한 시간을 끄는 것만이 답이었다.
사련검은 진운휘가 읊어주는 말을 그대로 입으로 내뱉었다.
“신뢰한답시고 나이를 이렇게나 먹어가는 데도 금상지체의 시술조차 받지 못했는데 노부가 어찌 그분을 믿고 따를 수 있겠나?”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 품고 있었다면 더는 안 되겠군.”
죽립인의 검이 쾌속하게 움직였다.
사련검이 총군사 방덕현의 몸을 움직여 뒤로 신형을 날렸다.
하지만 죽립인의 검이 더욱 빠르게 총군사 방덕현의 왼쪽 가슴을 꿰뚫었다.
사련검이 고통스러운 척 놈에게 말했다.
“끄으으으.노, 노부가 죽으면 계획이 전부 망치게 될 터인데, 이래도 되는 것이오?”
그런 사련검의 말에 죽립인이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안타깝지만 계획이 수정되었거든.”
“수정?”
“죽을 놈이 알 바가 아니잖아.”
그 말과 함께 죽립인이 검날을 힘주어 그대로 총군사 방덕현의 심장까지 사선으로 베어버리려고 했다.
그때 가운데에 있던 죽립인이 입을 열었다.
“멈춰.”
“왜 그러는 거지?”
검에 힘을 가하려던 죽립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러자 가운데에 있던 죽립인이 손으로 총군사 방덕현이 들고 있는 두꺼운 지팡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지팡이를 손에서 놓지 않는군.”
굵직한 목소리가 변조를 한 듯 했다.
“이게 어쨌다는 거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운데 있던 죽립인이 지팡이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사련검이 다급히 손을 움직여 지팡이가 가격당하는 것을 피하려 했다.
그러나 검에 찔린 상태로 그것은 무리였다.
-콰지직!
지팡이가 부서지며 그 안에 있던 사련검의 본신이 드러났다.
검을 찌르고 있던 죽립인이 중얼거렸다.
“검?”
그런 그의 말에 지팡이를 부순 죽립인이 피식 웃음소리를 내더니 말했다.
“역시 사련검이었군.”
“사련검?”
그 말에 사련검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단번에 자신을 알아봤다.
지팡이를 부순 죽립인이 팔짱을 끼고서 말했다.
“충성심이 깊은 자가 느닷없이 배신했다고 했을 때 어느 정도 짐작했었다.”
“그게 무슨 소리지?”
“다섯 요검 중 하나인 사련검은 사람을 현혹시키고 그 육신을 지배해서 조종할 수 있는 요력을 가지고 있다.”
‘난감하네.’
사련검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저 자의 정체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자신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검을 찌르고 있는 죽립인이 말했다.
“하면 뇌주가 이 요검에 지배를 당하고 있었다는 건가?”
“그렇다.”
이런 죽립인의 말에 유일하게 혼자 움직이지 않고 있던 죽립인이 작게 탄식을 내뱉었다.
뭔가 진실을 알게 되어 안타깝다는 듯이 말이다.
그와 달리 검이 사련검임을 알게 된 죽립인은 흥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하핫. 이거 참 전화위복이나 다름없군. 그렇지 않아도 유일하게 행방을 알 수 없었는데, 이렇게 찾았으니 말이야.”
-촥!
그 말과 함께 죽립인이 총군사 방덕현의 몸을 베어버렸다.
그리고는 바닥에 떨어지는 사련검을 향해 손을 뻗어 허공섭물로 끌어당기려 했다.
“그분께서 기뻐하시겠군.”
사련검이 들썩이며 위로 떠올랐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떠올랐던 사련검이 이내 죽립인의 손이 아니라 집무실의 창가 쪽으로 날아갔다.
“아닛?”
-파드득!
그때 창문의 문풍지와 창틀이 부서지며 누군가 집무실로 난입했다.
그리고 난입한 그 자의 손으로 사련검이 빨려 들어갔다.
* * *
-아슬아슬했네.
사련검의 말에 나는 동의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사련검을 놈들에게 빼앗길 뻔 했다.
“칫.”
내가 갑자기 집무실로 난입하여 사련검을 회수하자, 손을 내밀고 있던 죽립인이 민망했는지 아무렇지 않게 펴고 있던 손을 움켜쥐었다.
나는 그들을 차례로 훑어보았다.
보통 자들이 아니었다.
사련검을 가져가려 했던 자는 초절정의 고수였고, 심지어 나머지 두 사람은 기운을 갈무리하고 있었는데 벽을 넘어선 고수들인 것 같다.
-제대로 월척이네.
나는 가장 우측에 있는 죽립인을 바라보았다.
마치 한 자루의 잘 가다듬은 보검을 보는 것처럼 기운이 날카롭기 그지없다.
이들 중에서 가장 강하다.
어쩌면 설백이 말한 세 심복 중 가장 강하다는 뇌장일지도 몰랐다.
그때 내게 검을 빼앗긴 죽립인이 말했다.
“네놈 누구냐?”
놈들이 사련검을 알아차리는 바람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체화만변술로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다르게 변화시키길 잘했다.
“그건 알거 없고 네놈들 금상….”
그때 나는 순간 하던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가운데에 있던 자가 죽립을 들어 올리는 순간에 흑포 너머로 보이는 두 개의 금빛 안광 때문이었다.
죽립을 슬며시 들어 올린 그 자가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군. 검선의 후예.”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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