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314
101화 협박 (2) >
“무림 연맹에 있는 자들을 남녀노소 상관없이 전부 도륙하면 될려나.”
“네놈!”
이런 나의 말에 내게서 거리를 벌렸던 죽립인 놈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설마 이런 전법으로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거다.
어차피 내가 무림 연맹의 맹주가 되려했던 목적은 금상제의 손아귀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기 위함이다.
제 놈들이 말하지 않았나.
쥐도 막다른 곳에 몰리면 고양이를 물게 되어있다고.
어차피 가지지 못할 무림 연맹이라면 한바탕 난리치지 못할 것도 없었다.
그때 내 검초를 막아냈던 죽립인이 말했다.
“허장성세요. 그럴 리가 없소.”
“뭐가 그럴 리가 없다는 거지? 지금 저 모습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나.”
“검선은 예로부터 정의를 숭상하고 정도의 대종사였소. 그런 그의 후예가 죄없는 사람들을 몰살한다는 말을 믿는 것이오?”
그런 죽립인의 말에 내게서 거리를 벌렸던 죽립인이 잠시 멈칫했다.
그러더니 나를 쳐다보며 박장대소를 쳤다.
“하하하하핫, 하마터면 넘어갈 뻔했군. 맞아. 명색이 도를 갈고 닦는 도인 출신이 함부로 같은 정파인들을 향한 살생을 지향할 리가 없지.”
그 말에 나는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무림을 좌지우지 하려는 자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는데 그런 걸로 망설일 것 같나.”
“허튼 소리! 괜히 우리를 혼란하게 하려는 수작임을 모를 것 같나.”
제일 먼저 넘어간 놈이 말이 많네.
그렇다면 굳이 망설일 필요가 있나.
검을 위로 들어올렸다.
“허세부리지 마라!”
“오늘부로 금상제는 꽤나 유명해질 거야. 아니 오대 악인 이상으로 악명이 높아지려나.”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공력을 끌어올려 사련검에 집중했다.
대놓고 기운을 방출하니 놈이 당황해서 소리쳤다.
“네놈 정녕!”
놈이 소리를 지르거나 말거나 나는 벽면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검격과 함께 날카로운 예기가 사련검에서 터져 나오며 벽면을 부수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내 검초를 막아냈던 죽립인이 전광석화처럼 신형을 날리며 이를 막아냈다.
-채애애애앵!
귀가 찢어질 듯한 소음과 함께 놈을 중심으로 예기가 사방으로 튕겨나가며, 집무실의 바닥과 벽면이 갈라졌다.
-촥! 촥! 쩌저저저적!
‘대단하군.’
검격을 막아내며 최소한의 피해만 생기게 전부 흘려보냈다.
상당한 공력을 가했는데도 저 자리에서 조금도 밀려나지 않을 정도라니.
역시 초인의 벽마저 넘어선 절세고수였다.
내게서 거리를 벌렸던 죽립인이 어처구니가 없어하며 소리쳤다.
“제정신이 아니구나!”
“제정신이 아닐 게 있나.”
“네놈 정말 검선의 후예가 맞느냐?”
“왜 아닌 것 같나?”
“검선의 후예라는 작자가 같은 정파인을 죽이는데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다니, 돌아도 제대로 돌았군.”
“네놈들이 먼저 건드렸다.”
남의 약점을 움켜쥐고서 협박한 건 잊었나보지.
예전의 약했던 나라면 모를까 지금은 그런 협박에 굴하지 않는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그때 내 검격을 막아낸 죽립인이 큰 소리로 나를 다그쳤다.
“타락했구나! 검선의 후예!”
예의 변조했던 목소리가 아니었다.
‘……이 목소리?’
격앙된 목소리로 외친 것이었지만 나는 이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다.
“도를 숭상한다는 자가 죄 없는 사람들을 그저 자신의 목적을 위해 희생하려하다니, 그러고도 어찌 정도를 자청할 수 있단 말인가!”
이어지는 다그침에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말이다.
얼마나 흥분했으면 냉정을 잃고 변조하는 것을 잊다니.
그런 그의 외침을 의식하기라도 했는지 내게서 거리를 벌렸던 죽립인이 그를 나무랐다.
“그만해라.”
그 말에 아차 싶었는지 죽립인이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죽립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누군가가 타락했다고 이야기하기에 부끄럽지 않나?”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오?”
이제 와서 변조를 하고서 시치미를 떼봐야 무슨 소용인가.
나는 콧방귀를 뀌며 그에게 말했다.
“자타공인 정파 최고의 검객이 실망이로군. 전 무림 맹주 무한제일검 백향묵!”
‘!!!’
이런 나의 말에 죽립인이 멈칫했다.
자신의 정체를 들켰으니 당연히 당혹스럽기 짝이 없을 거다.
나야 말로 어처구니가 없다.
그래도 정파와 무림 연맹의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게 만들었던 정파의 상징이자 최고의 무인이라는 자가 저들과 손을 잡았다니.
연유가 어찌 되었든 내가 알고 있던 그가 맞는가 싶을 만큼 실망스러운 행보다.
하긴 무림 연맹의 맹주라는 자가 본교의 교주만 익힐 수 있는 신공인 혈천대라공을 연마했을 때부터 뭔가 이상하긴 했다.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놈을 다그쳤다.
“백향묵. 명색이 전 무림 맹주라는 작자가 무림을 배후에서 좌지우지하려는 자들과 여기서 이런 작당질을 하고도 다른 누군가를 나무랄 자격이 있느냐?”
“…….오해요.”
입을 다물고 있던 그가 해명하듯이 그 말을 꺼냈다.
“뭐가 오해라는 거지? 지금도 무림 연맹 안에 들어와 얼굴조차 감추고 이들과 은밀하게 행동하고 있지 않나?”
“본인은…..”
그가 뭔가를 말하려는데 내게서 거리를 벌렸던 죽립인이 끼어들었다.
“그만!”
내가 그를 흔들려는 것을 막으려는 모양이다.
하긴 여기서 가장 최고 전력이라 할 수 있는 백향묵이 흔들린다면 나를 막기 힘들어진다.
그때 놈이 다시 입을 열었다.
“계획을 변경한다. 이 자리에서 놈을 죽인다.”
“나를 죽여?”
마치 그조차 계획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처럼 들리는 건 무엇일까?
놈이 내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검선의 후예. 우리가 지금껏 네놈을 죽일 방법을 강구하지 않았을 것 같나?”
“죽일 방법?”
뭔가 대책이라도 강구한 것일까?
의아해하고 있는데 놈이 갑자기 이를 악물었다.
그러자 까득하는 소리와 함께 놈의 입안에서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빨 안에 무언가를 끼우고 있었던 것 같다.
그때 유일하게 살이 드러난 부위인 놈의 목줄기의 핏줄이 검게 부풀어 오르는 것이 보였다.
-고오오오오!
놈의 기운이 갑자기 치솟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기감으로 초절정 고수였는데, 공력만 놓고 본다면 거의 초인의 영역에 이르렀다고 과언이 아닐 만큼 폭증했다.
특수한 무공이 아니라 약물만으로 이런 게 가능한가?
“약물의 힘으로 늘린 힘이 오래갈 것 같나?”
이런 나의 질문에 놈이 키득거리며 답했다.
“이 약을 먹으면 모든 원기를 소진시켜 공력을 세 배 가까이 치솟게 해주지.”
그런 놈의 말에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원기를 소진시켜준다는 말 때문이었다.
그 말은 저 약을 먹게 되면 일시적으로 공력이 상승될지는 모르나, 필시 원기를 소진하여 죽게 될 것이다.
“목숨을 던지는 것이냐?”
“검선의 후예 네놈을 죽이는 대가치고는 싼 편이지.”
그 말과 함께 놈이 목에 걸고 있는 호각을 불려고 했다.
내가 이를 막기 위해 사련검으로 예기를 날리자, 백향묵이 끼어들어 이를 막아냈다.
-채애애앵!
그 틈에 놈이 호각을 불었다.
-삐이이익!
호각 소리가 울리자 집무실 밖에서도 이 소리가 들려왔다.
군사전의 건물 곳곳으로 호각이 퍼져나갔다.
설마 이것들…..
놈이 나를 보며 입 꼬리를 비릿하게 올리며 말했다.
“여기 있는 모든 전력이 네놈을 잡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검선의 후예.”
“하!”
“이곳이 네놈의 묏자리가 될 것이다.”
어지간히 작정한 모양이다.
군사전의 건물 안에만 자그마치 이백여 명이 넘는 자들이 상주하고 있다.
그들 모두가 저놈이 먹은 원기를 소진하여 공력을 폭증시켜주는 단약을 먹었다면 제대로 자살 특공대를 만든 것이다.
이 정도까지 해야 나를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한 거겠지.
정파 최고의 고수인 무한제일검 백향묵과 불로불사의 서복, 약물로 공력이 초인의 영역에까지 이르는 이놈까지 친다면 최강의 전력이라 할 수 있다.
놈이 나를 고개 짓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군방. 네놈이 저놈을 묶어둬라.”
불사의 몸을 가진 그야말로 나를 묶어둘 수 있다고 확신하는 모양이다.
그런 그의 말에 서복이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짚고 있었다.
“왜 그러는 것이냐?”
“…….아무 것도 아니다.”
서복이 고개를 젓더니 내게 신형을 날리려 했다.
이에 나는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았네. 그럼 열심히 막아봐.”
“뭐?”
나는 놈의 반문이 끝나기 무섭게 군사전의 창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백향묵을 비롯해 서복이 동시에 몸을 날려 나를 막으려 했으나, 극의로 개량된 풍영보를 익힌 나의 경공은 무림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순식간에 나는 창문을 통과했다.
당황한 놈이 소리쳤다.
“거, 거기 섯!”
내가 여기서 네놈들과 마냥 싸우고 있을 것 같아.
목적대로 금상제의 모습으로 무림 연맹을 쑥대밭으로 만들 작정이거든.
물론 쑥대밭을 만들 곳은 정해뒀다.
딱 좋은 곳이 있다.
-팟!
나는 그곳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뒤에서 놈들의 외침이 들렸다.
“놈을 잡아! 반드시 잡아야 한다!”
그 말과 함께 창문으로 놈과 백향묵과 서복 등을 비롯해 군사부의 복장을 한 이들이 무더기로 튀어나왔다.
-콰득! 콰득! 콰득!
군사부 건물의 각 창문의 문풍지를 부수고 이들이 튀어나오는데 참 장관이다.
안달이 나서 미칠 것이다.
나를 잡지 못하면 여기에 있지 않은 금상제가 무림 공적이 될 테니 말이다.
나는 일부러 놈들과 거리를 유지하며 경공을 펼쳤다.
완전히 쫓아오지 못하면 안 되니까 말이다.
-어디로 가는 거야?
‘황룡당.’
-하!
이런 나의 대답에 소담검이 혀를 내둘렀다.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그렇지 않아도 회귀 전에 내 배에 검을 쑤셔 넣었던 모용수 그놈을 어떻게 죽이면 좋을까 고민했었는데, 이런 기회가 생겼네.
얼마 지나지 않아 각 당이 모여있는 당주전이 보였다.
황룡당이라 적힌 현판과 함께 가옥 건물들이 눈에 띄기에 나는 망설이 없이 그곳을 향해 들어갔다.
느닷없이 나타나 들어가려 하는 나를 황룡당을 지키는 경비들이 막으려 했다.
“멈추시오! 이곳은 함부로 들어갈…..”
-촥!
나는 그들의 다리를 일검에 동시에 베어버렸다.
“끄악!”
다리가 잘린 그들이 바닥을 뒹굴며 비명을 질러댔다.
그런 그들을 두고서 나는 현관 전각을 넘어갔다.
비명 소리를 들었는지 가옥의 건물들에서 수많은 황룡당의 당원들이 튀어나왔다.
황룡당은 모용세가 그 자체의 전력이라고 봐도 될 만큼 모용세가의 직계와 방계, 그리고 그와 관련된 요녕성의 여러 문파, 방파의 후기지수들로 이루어졌다.
“이게 무슨?”
전각 앞의 외곽 건물에서 나온 자들이 다리가 잘린 경비들을 보고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닛!”
“저 자는 대체 누구요?”
“한 쪽 눈이…..”
그래 한 쪽 눈이 금안이다.
충분히 봤겠지.
나는 놀라하는 그들의 틈 사이로 신형을 날렸다.
그리고 사정없이 그들의 몸을 난도질하며 베어나갔다.
-촤촤촤촤촤촥!
“끄악!”
“컥!”
그들이 병장기를 빼들고 대항해보려 했으나, 가장 뛰어난 고수들조차 일류에 불과한데 무슨 수로 나를 막겠는가.
열 명 중에 한 둘을 남기고서 모두를 일검에 몸을 갈라 절명하도록 만들었다.
기절한 놈들이 깨어나면 이 악독함을 아주 잘 설명해주겠지.
“놈을 잡아라!”
“와아아아아!”
터져나오는 비명 소리에 황룡당의 당원들이 내가 있는 곳으로 몰려들었다.
무림 연맹의 모든 당을 통틀어서 세 손가락에 꼽힐 만큼 가장 많은 인원을 보유한 황룡당다웠다.
순식간에 이백여 명이 넘는 자들이 나를 에워쌌다.
그런 그들의 사이로 황룡당의 당주인 모용수가 보였다.
“저 자는 대체 누군가?”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저희 당에 나타나 당원들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당장 잡아!”
제 놈이 직접 나설 생각은 없나보지.
그럼 내가 가주마.
나는 나를 에워싼 자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비켜라.”
-촤악!
“끄악!”
“컥!”
검에서 흘러나온 예기에 순식간에 이십여 명이나 되는 이들이 반 토막이 나고 말았다.
이류에서 일류에 불과한 이들은 내 검을 조금도 막을 수가 없다.
개미 떼가 수천이 있다고 물소를 어찌 못하듯이 말이다.
“마, 막아! 막아라!”
모용수가 이런 나의 엄청난 무위에 겁을 먹고서 창백해졌다.
아무리 후기지수들 중에 뛰어난 축에 속해도 기껏해야 절정의 고수에 불과한 놈이었다.
저런 놈한테 회귀 전에 죽임을 당한 것이 쪽팔릴 지경이다.
-촥! 촥!
나는 앞을 막아서는 당원들을 베어나가며 놈에게로 걸어갔다.
아마 피로 뒤덮은 내 모습이 지옥의 악귀처럼 보일 것이다.
거의 열 보 정도로 가까워지자 고민하던 놈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서 지휘를 포기하고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스륵!
이형환위(移形換位)의 수법으로 나는 순식간에 도망치려는 놈의 앞을 가로막았다.
“헉!”
당황하는 놈에게 나는 싱긋 웃었다.
“우두머리가 도망치면 쓰나.”
“다, 당신 대체 뭐야? 어째서…..”
“왜 죽는지는 지옥에 먼저 가있는 놈에게 물어봐.”
“뭐?”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놈의 머리를 그대로 내려쳤다.
-빡!
“끕!”
-콰드득!
이성 공력에 불과했지만 머리를 맞는 순간 놈의 머리가 으깨짐과 동시에 눈알이 튀어나오며 칠공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머리가 으깨진 모용수의 몸이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비틀거렸다.
마치 자신의 피를 맞아가며 춤을 추는 듯 했다.
“다, 당주!”
“이럴 수가…..”
그 모습에 황룡당의 당원들이 망연자실함을 감추지 못했다.
어느 정도 상대할 수 있는 적이라면 분노를 토해내기라도 하겠지만 압도적인 무위로 당원들을 학살한 것도 모자라 당주인 모용수를 일격에 죽였는데 누가 제대로 입을 벙긋할 수 있겠는가.
-파파파파팟!
그때 황룡당의 가옥으로 세 죽립인들을 비롯해 군사부의 복장을 하고 있는 무사들이 나타났다.
이런 그들을 같은 아군이라 여긴 황룡당의 살아남은 당원들이 아우성을 쳤다.
“군사부에서 오셨습니까?”
“도, 도와주십쇼!”
“갑자기 저 한 쪽 눈이 금안인 자가 나타나 저희 모용 당주와 당원들을 학살했습니다.”
백향묵으로 짐작되는 죽립인이 수많은 시신들을 보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죽립을 들어 올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기어코 일을 저질렀구려.”
그의 목소리가 분노로 물들어 있었다.
내가 죄 없는 정파인들을 죽였다고 여겨 분노한 모양이다.
그런 그의 앞을 지나쳐 약물을 복용한 죽립인이 나서더니 나를 가리키며 소리치려했다.
“모두 들으시오. 나는 군사부에서 왔소이다. 저 자는….”
놈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나는 바닥을 향해 진각을 밟았다.
-쾅!
그 순간 굉음의 파동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살아남은 황룡당의 당원들이 갑자기 눈이 뒤집히며 바닥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털썩! 털썩!
이들에게 내가 검선의 후예라고 지껄이는 것을 내버려둘 것 같았나.
전부 쓰러져버린 그들을 본 죽립인이 어처구니가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설마…..혈마군림보?”
사실 손가락을 튕기려고 했는데, 황룡당 주변에 있는 당에서도 소란을 감지했는지 몰려들려는 기미가 보여서 정요 환의경을 극성으로 발휘했다.
선천진기의 상당히 소모된 걸로 보면 적어도 이삼백여 명 가까이 쓰러진 것 같다.
백향묵이 죽립인에게 말했다.
“저 자가 소검선 아니 혈마의 스승인데 이제 와서 놀랄 게 무엇이겠소? 빨리 저 자를 죽이지 않는다면 더 많은 자들이 희생될 것이오.”
“흥! 알고 있다.”
죽립인이 손을 들어 올리자 군사부의 무사들이 나를 원으로 에워쌌다.
또 다시 도망칠까봐 방벽을 치는 것이었다.
죽립인과 서복, 백향묵이 내게 기수식을 취하며 거리를 좁혀왔다.
백향묵이 내게 검을 겨냥하고서 말했다.
“천하제일검이라 불렸던 검선의 진전을 이어받았다기에 한 번쯤 겨뤄보고 싶었소. 그게 이런 식으로 이뤄져서 안타깝지만.”
“감상은 필요 없다. 놈을 죽이는데 집중해라.”
그런 그들의 대화에 나는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사련검의 검병을 두 손으로 거꾸로 쥐고서 말했다.
“미안하단 말부터 하지.”
“뭐?”
“웬만하면 전력을 발휘할 생각이 없었는데, 이쪽도 시간이 없기는 마찬가지거든. 한 번에 정리하도록 하지.”
그런 나의 말에 놈이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하! 어지간히 우릴 우습게 여기는 구나. 아무리 검선의 후예 네놈이 강하다고 해도 이 정도 전력을 상대로 쉽게…..”
놈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파치치치치칙!
‘!!!’
뇌기의 순응으로 전신이 뇌전으로 뒤집히자 놈의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막아야 해!”
-팟! 팟!
이에 위기감을 느낀 백향묵과 서복이 나를 향해 동시에 신형을 날렸다.
그들의 엄청난 기세에도 불구하고 나는 뇌기의 순응 상태로 바닥을 향해 사련검을 꽂았다.
-푹!
‘대도천둔검법 뇌벽천둔(雷霹天遁) 제 3초 역천광뢰(逆天光雷)’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파치치치치칙! 콰콰콰콰콰콰콰쾅!
십여 장이 넘는 바닥에서 뇌기가 위로 솟구쳤다.
“아닛!”
“이, 이게 대체!”
내게 쇄도해오던 백향묵과 서복이 동시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것은 흡사 하늘에서 내려칠 것만 같던 천둥번개가 역으로 하늘로 치솟는 천지개벽과도 같은 현상을 일으켰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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