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320
103화 진짜 (3) >
이곳으로 오기 얼마 전,
도망치던 복면인을 제압한 백향묵의 앞으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다름 아닌 제자 이정겸이었다.
이정겸에게서 흘러나오는 살기 넘치는 기운은 자신과 무당파의 태극검제 종선 진인이 가르친 정순한 정도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오히려 사마외도(邪魔外道)의 기운과 다름없었다.
“스승님……”
재빨리 자신의 그런 기운을 숨겼지만 이미 늦었다.
백향묵이 그를 향해 검결지를 겨냥하며 다그쳤다.
“언제부터 속인 것이냐?”
“스승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제자…..”
“언제부터 속였는지 묻고 있지 않느냐!”
“……..”
재차 다그치는 백향묵의 말에 이정겸은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복면인을 힐끔 쳐다보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이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는 얼굴이다.
“역시 알고 계셨군요.”
그런 그의 말에 백향묵이 탄식을 내뱉었다.
역시 검선의 후예가 짐작한대로 자신의 제자는 줄곧 겁살검의 요성에 사로잡혔던 것 같다.
여태껏 자신을 속여왔던 것이 소름끼칠 정도였다.
강한 배신감에 사로잡힌 백향묵이 그에게 인상을 쓰며 말했다.
“줄곧 알아차리지 못한 노부를 비웃었겠구나.”
그런 그의 말에 이정겸이 고개를 갸웃거리다 다급히 답했다.
“제가 어찌 스승님을 비웃겠습니까? 저는 요검의 요성에 사로잡혔음에도 저를 끝까지 믿고 함구해주셨던 스승님께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뭐?”
그 말에 백향묵이 의아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줄곧 요성에 사로잡혔다고 여겼었는데, 지금 그의 대답은 여느 때와 다를 게 없다.
자신이 알고 있던 그 제자 이정겸이었다.
그런 그에게 백향묵이 물었다.
“…….요성에 사로잡힌 것이 아니었느냐?”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무슨 말이냐니?”
“제가 요성과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던 게 아니었습니까?”
‘!?’
백향묵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검의 요성과 싸웠다니 이게 무슨 소린가.
그럼 지금까지 벌어졌던 살흉 절심의 수많은 살육과 태극검제 종선 진인의 죽음은 대체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요성과 싸우다니? 그럼 전부 기억한다는 것이냐?”
“…….네. 만사신의 어른의 도움이 없었다면 끝까지 제가 검의 요성에 사로잡혔던 사실을 몰랐을 겁니다.”
“만사신의의 도움?”
그제야 검선의 후예가 말했던 만사신의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 * *
“네놈이 여지껏 내 제자를 흉내 낸 것이냐!”
백향묵의 그 말에 피부가 검게 물든 이정겸이 비웃음을 흘렸다.
이 비웃음의 의미는 무엇일까?
노기에 찬 백향묵이 전광석화처럼 붉은 예기를 날렸다.
단숨에 일도양단해버릴 기세의 예기였지만 검게 물든 이정겸은 이를 가볍게 검결지를 긋는 것만으로 베어버렸다.
-촥!
이를 베어낸 검게 물든 이정겸이 말했다.
“흉내라. 재밌군.”
“뭐?”
“누가 누구의 흉내를 냈을까?”
검게 물든 이정겸이 그 말과 함께 검결지를 휘둘렀다.
그러자 흑색 아지랑이를 머금은 날카로운 예기가 두 사제를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들었다.
이정겸이 앞으로 튀어나가며 날아오는 예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예기가 손에 닿기도 전에 빗겨나가며 위로 튀어 올랐다.
-촥!
검게 물든 이정겸이 선보였던 이화접목의 수였다.
한데 놀라운 것은 검게 물든 이정겸은 직접적으로 맞닿아야 기운을 흘려보낼 수 있는 반면, 백향묵과 함께 나타난 이정겸은 닿기도 전에 흘려보낸다.
기에 대한 감응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과연 타고난 재능이야.”
검게 물든 이정겸도 이를 인정하는지 그런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한 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지 대놓고 물었다.
“한데 겁살검의 요성을 어떻게 버티고 있는 거지?”
“그걸 당신한테 말할 이유는 없죠.”
-팟!
그 말과 함께 이정겸을 비롯한 백향묵이 동시에 신형을 날렸다.
그들 사제는 이 검게 물든 이정겸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기에 합공으로 제압하려는 듯 했다.
그러나 그들은 도중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검게 물든 이정겸이 어느새 장침을 빼들고서 나를 겨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백향묵이 그에게 소리쳤다.
“비겁하구나. 당장 그를 놓아주지 못할까?”
그런 그의 다그침에 검게 물든 이정겸이 비웃으며 말했다.
“착각이 심하군.”
“뭐라?”
“네놈들보다 더 위험한 게 이놈이다. 네놈들을 상대하는 게 어려운 일 같나?”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놈이 장침을 내게 날렸다.
-슉! 푹!
“컥!”
장침은 정확하게 심장이 있는 부위를 관통했다.
단전이 있는 부위로 관통했을 때보다도 화끈거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소 형!”
“이놈!”
장침에 심장이 관통하는 모습을 본 백향묵과 이정겸이 놀라서 소리쳤다.
그런 그들의 반응을 즐기기라도 하듯이 검게 물든 이정겸이 나를 바라보며 이죽거렸다.
“중단전을 내버려둘 것 같았나?”
“끄으으으.”
“고통스러울 거다. 파혈침은 몸이 재생해도 날카로운 융기가 엉겨 붙어 떨어지지 않도록 제작되었으니.”
치밀하게 준비한 모양이다.
내게도 뛰어난 회복 능력이 있다는 것을 가정하고서 함정을 판걸 보면 말이다.
놈이 내게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을 맛보아라. 가장 마지막에 죽여주마.”
그리고는 놈이 저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 그에게 백향묵이 노성을 내지르며 신형을 날렸다.
“이노오옴!”
먹이를 노리며 활공하는 매처럼 쭈욱 뻗어온 백향묵이 그를 향해 검초를 펼쳤다.
혈천대라검의 검초인 혈라검천이었다.
극성의 경지에 이른 것은 아니었지만 백향묵 정도의 절세검수의 손에서 펼쳐지는 혈라검천은 가히 완벽에 가까웠다.
그러나,
-파파파파팍!
놀랍게도 검게 물든 이정겸은 가만히 서서 이를 가볍게 막아냈다.
심지어 검식에 실려 있는 힘마저 흘려보내는지, 백향묵의 검초에 담겨있던 예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어찌?”
백향묵이 당혹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공력을 집중시키는 혈천대라공의 묘리라면 이화접목의 수를 대항할 수 있으리라 여겼는데, 그것이 통하지 않자 당황한 듯 했다.
그런 그에게 검게 물든 이정겸이 이죽거렸다.
“얼추 삼백여 년 전이었다면 통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지.”
“삼백여 년?”
“명성에 흠이 가는 것마저 감수해가며 혈마의 무공에 손을 댄 것이 무의미해져서 어떡하나?”
백향묵의 검초를 쉽게 막아낸 검게 물든 이정겸이 빈틈을 파고들었다.
쾌속한 검결지에 미간에 꿰뚫릴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아슬아슬한 찰나에 이정겸이 예기로 검게 물든 이정겸의 목을 노리는 바람에 이것은 불발로 그치게 되었다.
-휘리릭!
검게 물든 이정겸이 여유롭게 보법을 펼치며 이를 피해냈다.
두 사제가 동시에 합공을 가했다.
어차피 혈천대라검이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백향묵은 자신의 독문검법인 묵선검법의 검초를 펼쳤다.
이런 그를 보조하듯이 이정겸은 태극검의 검초를 펼쳤다.
서로 합을 맞추기라도 하듯 백향묵의 검초가 주를 이루고 이정겸의 태극검이 빈자리를 메꿔나갔다.
-촤촤촤촤촤촤!
“하핫! 좋구나.”
검게 물든 이정겸이 흥에 겨워하며 이들의 검초를 막아냈다.
빈틈 없이 쏟아지는 검식을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서 오직 한 손만으로 막아내는 굉장한 위용을 보여줬다.
그런 엄청난 실력에 백향묵과 이정겸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심지어 검게 물든 이정겸이 원을 그리자,
-파팡!
“큭!”
“아닛!”
-촤르르르르르!
마치 뭔가에 부딪친 것처럼 공기가 물결처럼 일렁이며 그들의 신형이 튕겨나갔다.
이정겸이 놀란 눈으로 쳐다보자 검게 물든 이정겸이 이죽거리며 말했다.
“이게 완성된 이기진경(移氣眞經)이다.”
“이기진경?”
“네가 백(魄)을 통해 배운 불완전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지.”
이런 그의 말이 이정겸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정겸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당신도 겁살검의 요성을 통해 그것을 터득한 건가요?”
이 물음에 검게 물든 이정겸이 뭐가 그리 우스운지 갑자기 광소를 터뜨렸다.
“하하하하하하핫!”
그렇게 한참을 웃어대던 검게 물든 이정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실망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완성된 이기진경을 보고서 나온 말이 고작 그런 것이라니.”
“당신 대체 정체가 뭐죠?”
“나야말로 네게 스승이나 다름없는 존재지.”
“그게 무슨….”
-스륵!
이정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놈의 신형의 그의 뒤에서 나타났다.
그의 움직임을 놓친 이정겸이 다급히 앞으로 몸을 날렸다.
움직임을 따라잡을 능력에는 미치지 못하나, 예민한 기감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포착한 것이었다.
“기감만큼은 놀랍구나. 하나.”
검게 물든 이정겸이 검결지를 뻗자 흑색 예기가 일직선으로 뻗어나가 이정겸의 등을 관통하고 말았다.
-푹!
“큭!”
이정겸이 이를 악물고 몸을 비틀어 놈에게로 일장을 날렸다.
평범한 일장 같아 보이지만, 무당파의 장법 중에 일 장에 열식이 중첩된다는 가장 강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십단금(十段錦)이었다.
“배움이 얕군.”
그러나 그런 십단금조차 검게 물든 이정겸이 가볍게 손을 뻗자, 일렁이는 공기의 층에 막혀 십단금의 여파가 역으로 튕겨나가 이정겸을 덮치고 말았다.
-파앙! 콰콰콰쾅!
튕겨나간 이정겸이 나무들을 부러뜨리며 날아갔다.
그런 그를 백향묵이 이화접목의 수법으로 받아내 여파를 흘려보냈다.
-쩌저저저적!
딛고 있는 그의 발바닥을 중심으로 바닥이 갈라졌다.
상상을 초월하는 공력에 백향묵의 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전부 해소하기에는 십단금 이외에도 검게 물든 이정겸의 공력까지 실려서 벅찼을 것이다.
-주르륵!
“스승님?”
백향묵의 입에서 흘러내리는 핏물을 보며 이정겸의 목이 메였다.
명색이 정파 최고의 검객이라 불리는 무한제일검이 이렇게 부상을 당한 모습은 제자로서도 처음일 것이다.
백향묵이 호흡을 고르며 말했다.
“긴장을 풀지 말거라. 여기서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우리 사제의 목숨은 끝이다.”
“…….제자 명심하겠습니다.”
스승의 명에 이정겸이 전의를 가다듬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검게 물든 이정겸이 비웃음을 흘렸다.
“쓸데없는 짓들을 하는군.”
“쓸데없는 짓이 될지 안 될지는 해봐야 알 것이다.”
백향묵이 십성 공력으로 끌어올렸는지 그의 주변에 있던 나무들이 풍압으로 거세게 흔들거렸다.
이 자리에서 목숨을 걸 기세였다.
그런 기세에도 불구하고 검게 물든 이정겸은 조금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오히려 오만하다 못해 광오한 말까지 내뱉었다.
“3초식 내로 목숨을 거두겠다.”
“뭐?”
무림에는 삼초지적(三招之敵)이 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것은 자신보다 절대적으로 하수에게 쓰거나 도발하기 위한 말이기도 했다.
난생 처음 겪는 일에 분노했는지 백향묵의 얼굴이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경험 많은 노장은 여기서 흐트러지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신형을 날릴 듯 했던 백향묵이 물었다.
“…….그대 정도의 무위라면 내 제자를 흉내내가면서까지 이런 짓을 벌일 이유가 없을 텐데 대체 무슨 의도에서 이런 일을 벌이는 거요?”
“하!”
그 물음에 검게 물든 이정겸이 콧방귀를 뀌었다.
흉내를 낸다는 말이 거슬리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애초에 쉽게 입을 열 위인이 아니었다.
그러나 백향묵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말했다.
“금상제란 자의 명을 받고서 내 제자를 흉내 낸 것이오? 여차하면 제자에게 살흉이라는 희대의 살인마의 올가미를 씌우게 하기 위해서?”
검게 물든 이정겸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불쾌한가보다.
그러더니 이내 변심이라도 생겼는지 말했다.
“착각하지마라. 저 녀석의 손에 겁살검이 들어가도록 안배한 것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설마 그대가 그랬다는 거요?”
“흉내는 내가 아니라 네 제자 놈이 했겠지. 물론 나의 백(魄)에 사로잡혔으니 그 역시도 내가 한 것이나 다름없지만 말이야.”
“그게 무슨 소리요? 백은 무엇이고…..”
-촥!
물음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검은 예기가 출렁이며 허공을 갈랐다.
이를 백향묵이 마찬가지로 예기를 일으키며 막아냈지만 공력에서 차이가 나는지 오히려 뒤로 십 보가 넘게 밀려났다.
-촤르르르르르!
“잡담은 끝이다. 네놈들이 여기서 죽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더 이상 말을 섞을 생각이 없는 듯 했다.
그때 뒤로 밀려난 백향묵이 내가 있는 곳을 쳐다보았다.
검게 물든 이정겸이 비웃음을 흘리며 이죽거렸다.
“놈을 본다고 달라질 건 없다.”
그런 그의 말을 무시하고서 백향묵이 내가 들릴 수 있게 큰 목소리로 말했다.
“노부가 알아낼 수 있는 건 여기까지인 것 같네.”
‘!?’
그 말에 검게 물든 이정겸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스륵!
놈의 신형이 안개처럼 흩어지며 내 위로 나타났다.
그러더니 이내 확인사살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내 목을 발로 짓밟으려 했다.
그 순간 나는 놈의 발바닥을 손으로 막아냈다.
-팍!
검게 물든 이정겸이 눈매가 가늘어졌다.
“네놈 어떻게?”
전신의 요혈들을 비롯해 하단전과 중단전을 관통했는데 어떻게 움직이냐고?
체화만변술이 단순히 겉모습만 바꿀 수 있는 수법이 아니었다.
전신의 근육까지 변환시킬 수 있기에 장기기관이나 혈도의 위치를 바꾸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나는 놈에게 말했다.
“처음부터 목을 노렸어야지.”
“이놈!”
놈이 더욱 공력을 가하려고 했다.
그 순간 나의 몸에 박혀 있던 수많은 장침들이 마치 당가의 비기인 만천화우(滿天花雨)처럼 사방으로 폭사되어 나갔다.
-파파파파파파팍!
놈이 다급히 뒤로 신형을 날리며 장침들을 이기진경의 수법으로 튕겨냈다.
그리고 내게 공격을 가하려고 했는데, 그것을 백향묵이 기습적으로 검초를 펼치며 견제했다.
물론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이정겸도 모든 기운을 죽이고서 놈의 뒤를 노렷다.
“흥!”
-파아아앙!
하지만 물결처럼 생겨나는 공기의 파동에 두 사람이 동시에 튕겨나가고 말았다.
-촤르르르르르!
밀려난 백향묵이 내게 말했다.
“어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무사해서 다행이네.”
내가 검선의 후예가 아니라 그 제자로 알고 있는 백향묵이었다.
“덕분입니다.”
사실 남천철검에 의해 중단전이 막힌 시점에서 나는 체화만변술로 체내를 변화시켰다.
그것을 내색하지 않고 계속 있던 것은 놈이 이겼다고 생각하여 모든 것을 털어놓게 하기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들 사제가 절묘한 시점에 도착하면서 일이 조금 꼬인 것이었다.
백향묵이 놈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않고 말했다.
“자네의 스승이 무림 연맹에 있네. 노부가 어떻게든 막아볼 터이니 내 제자를 데리고 가서 도움을 요청하게.”
“스승님! 그럴 수 없습니다!”
희생을 자처하는 것을 눈치 챈 이정겸이 이를 거부했다.
백향묵이 전음으로 무언가를 얘기하는 걸 보니 그를 타이르는 것 같았다.
이에 나는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저 괴물 같은 자는 자네 스승이 아니면 상대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이네. 노부의 말을 듣….”
-팟!
그의 만류가 끝나기도 전에 놈이 무섭게 굳은 얼굴로 내게 신형을 날리며 소리쳤다.
“풀려났다고 한들 달라질 건 없다!”
나는 바닥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남천.”
그 순간 바닥이 심하게 들썩거렸다.
-콰콰콰콰콰콰콰!
그러더니 이내 땅을 뚫고서 남천철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다렸다.
어지간히 깊이도 박아놓았다.
남천철검을 쥔 나는 놈을 향해 검을 찔렀다.
그러자 놈이 검결지를 쥔 손으로 원을 그리며 이기진경의 수를 펼쳤다.
물결처럼 파동이 일어나며 검을 찌른 곳이 허공에서 멈추며, 역으로 더욱 강한 힘이 일어나 나를 튕겨내려고 했다.
“일부러 당해줬던 걸로 착각하지 마라. 이것이 내 진정한 무위다.”
놈의 몸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솟구치며 회오리치더니, 이기진경의 반탄력이 배로 치솟았다.
-콰드드드드득!
그러자 근 삼십 장에 이르는 바닥이 엄청난 압력에 의해 함몰되려 했다.
“…..말도 안 되는 공력일세!”
“소 형! 물러나세요!”
백향묵과 이정겸이 놀라서 내게 소리쳤다.
엄청난 여파에 의기양양해졌는지 놈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슈우우우우우우!
전신의 피가 맹렬하게 순환하며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그것도 모자라 뇌기의 순응과 함께 혈마화가 동시에 일어나며 붉은 뇌전이 전신을 감쌌다.
-파치치치치치칙!
이 변화에 놈의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쪽도 마찬가지야.”
그 말과 함께 남천철검의 검 끝에 회전력을 가하며 더욱 힘을 줬다.
그러자 검은 아지랑이와 함께 물결처럼 파동을 일으키던 이기진경이 휘어지듯이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더니 이내 그것이 찢겨지려 했다.
이에 당황한 놈이 다급히 있는 힘을 다해 몸을 비틀었다.
그 순간,
-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붉은 뇌전이 실린 검격이 허공을 꿰뚫었다.
순수하게 정기 합일을 통한 공력을 넘어서 뇌기의 순응과 혈마화, 진혈금체까지 동시에펼친 것은 도화선 때 이후로 오랜만인 것 같다.
그때와 지금의 공력은 비교할 수가 없다.
가까스로 피했지만 어깨 부근이 날아간 놈이 뒤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사…..산이…..”
뒤에서 이정겸의 목소리가 들렸다.
경악한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눈앞에 있던 커다란 산에 자그마치 백 장에 달하는 구멍이 휑하니 뚫려 있었다.
“자네….대체…..”
백향묵 또한 놀랐는지 탄성을 금치 못했다.
검선의 후예로 착각 할 때보다 더 강한 힘을 내서 괜히 이상한 오해를 할지도 모르겠다.
일단 가짜 이정겸이 먼저다.
나는 놈을 향해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진짜 이정겸이 아니니까. 힘 조절을 안 해도 되겠네.”
“잠깐……”
-촥!
“끄악!”
놈이 뭔가를 말하려고 했는데 나는 듣지도 않고 놈의 허리를 베어버렸다.
다급히 이기진경으로 막으려고 했는데 소용없었다.
그것 채로 베어버렸으니 말이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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