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330
105화 황궁 (4) >
“짐은 연생이 너를 믿고 있었노라.”
경왕의 빠른 태도 돌변에 나는 속으로 실소를 금치 못했다.
방금 전만 하더라도 긴장을 감추지 못했는데, 지금은 내가 무공을 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표정이 달라졌다.
‘다행인건가.’
어떤 연유에서인지 모르겠으나 산공독에 당한 것처럼 내공이 흩어지는 현상을 만들어낸 이것은 원기마저 흩어지게는 못하는 듯 했다.
하긴 중단전의 선천진기는 원기에 가까워서 이것이 흩어진다면 죽음이나 다름없었다.
‘절반이라도 충분하겠지.’
정기 합일은 불가능하지만 선천진기만으로도 초인의 벽을 넘은 수준인 나다.
“큭……”
고작 손가락 한 번 튕기는 걸로 금의위 전부가 기절을 하자, 남진무사 동현은 이 사태를 어찌해야 할지 당혹스러워하고 있었다.
경왕이 그런 그에게 다가가려 하기에 내가 손을 내밀어 만류했다.
“왜 그러느냐?”
“저 자도 무공을 사용하는 게 가능합니다.”
“무공을?”
포위하고 있던 금의위들 중에서 유일하게 저 자만이 무공을 쓸 수 있었다.
처음부터 기감으로 그것을 눈치 챘던 나였다.
선천진기를 쓰는 나와 달리 어떻게 내공을 쓸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남진무사는 제법 무위가 뛰어난 자였다.
초절정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남진무사라 했나? 무공을 어떻게 쓸 수 있는 거지?”
이런 나의 물음에 놈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위무사…..그대야 말로 옥새의 허락도 없이 어찌 무공을 쓸 수 있단 말인가?”
“옥새의 허락?”
“이런!”
되묻는 나의 반문에 놈이 아차 싶었는지 입을 다물더니, 이내 도주를 시도하려 했다.
-팟!
“연생아. 놈이 도망친다!”
경왕이 다급히 내게 소리쳤다.
옳은 선택이기는 하다.
나의 움직임을 간파하지 못했으니 애초에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이니.
하지만 도망치는 게 가능할까.
-스륵!
“헉!”
순식간에 앞을 가로막은 나는 남진무사 동현의 정강이로 발차기를 날렸다.
놈이 다리를 올리며 이를 막으려 했지만 내 발등에 부딪친 정강이 뼈가 고스란히 부러지고 말았다.
-우드득!
“크윽!”
그것도 모자라 안면을 팔꿈치로 후려쳤다.
-퍽!
“켁!”
턱이 옆으로 돌아가며 남진무사가 비명과 함께 바닥을 뒹굴었다.
그래도 금의위라서 어느 정도 고통을 감내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끄으으으!”
-타타타탁!
다리가 부러져서 뒹굴거리는 놈에게 다가가 혈도를 점했다.
경왕을 쳐다보며 이제 괜찮다는 눈빛을 보내자 그가 가까이로 다가왔다.
이미 도망치기는 글렀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는지, 남진무사 동현이 체념한 얼굴로 경왕을 바라보았다.
경왕이 바닥에 떨어진 검 한 자루를 들고서 검 끝을 놈의 목에 겨냥하고서 물었다.
“북진무사는 어찌 되었지?”
“…….금옥에 하옥시켜놓았습니다.”
“금옥? 그래도 죽이진 않았구나?”
“전하께서 돌아가시면 어차피 북진무사도 새로운 황상의 명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순순히 답하는 남진무사였다.
대놓고 자신의 죽음을 거론하는 놈에게 심기가 불편했는지 경왕이 목줄기에 검 끝을 밀어 넣으며 말했다.
“진왕 형님은 아닐 테고 영왕이더냐? 황후마마이시더냐? 네게 이런 짓거리를 시킨 게.”
“…….”
이런 그의 말에 남진무사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저 표정의 의미가 대체 뭘까?
경왕이 한층 무거워진 목소리로 다그쳤다.
“살고 싶으면 말해라.”
이런 그의 다그침에 남진무사가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영왕 전하를 선택하기는 했으나, 지금 황궁 내에서 벌어지는 이 모든 사태가 오직 그분의 뜻으로 이뤄진 것 같습니까?”
“뭐?”
그런 그의 말에 경왕의 표정이 굳어졌다.
나 역시도 남진무사가 방금 한 말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대전에서 황제가 쾌차한 모습으로 나타났다는 것을 모든 관료들이 보았다고 했었다.
황제가 그리 멀쩡하다면 내궁 내에서 황후를 비롯해 영왕이 이렇게 대놓고 다른 황자들을 죽이는 짓거리를 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보통이라면 황제가 무사하지 않다고 여기겠지만 남진무사 저 자의 말대로라면…..’
그때 경왕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설마 지금 이 사태가 모두 폐하의 윤허 하에서 벌어진 일이냐?”
경왕은 이것이 거짓이기를 바라는 듯 했다.
그러나 그런 그의 물음에 남진무사 동현이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
* * *
내궁의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옥현궁(玉現宮).
정사를 논하는 대전 안에는 한 밤 중이라 그런지 관료들이 없었다.
하지만 이 넓고 텅 빈 대전 안을 홀로 가득 채우는 존재가 있었다.
백발이 성성하고 주름이 가득했지만 그 눈빛에 패기와 위엄으로 가득한 곤룡포의 노인이 옥좌에 앉아 있었다.
그는 당대 황제인 만성제 주금복이었다.
이런 만성제의 옆에서 한 훤칠한 얼굴의 중년인이 머리에 침을 놓고 있었는데, 그는 바로 만사신의였다.
침을 맞고 있는 만성제 주금복이 입을 열었다.
“역시 황궁 어의마저 인정하는 최고의 의원답군. 침을 맞을 때마다 기력이 되살아나는 듯 하구나.”
이런 그의 말에 만사신의가 말했다.
“일시적인 현상이옵니다.”
“회광반조(回光返照)의 현상이라고 해도 좋다. 그 동안 침상에 누워서 골골거리며 눈과 귀를 막은 채 지내는 것보다는 낫도다.”
“……..”
만사신의는 그런 만성제 주금복의 말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의 초췌한 얼굴을 보면 그 동안 많은 고초를 겪은 것 같다.
그런 만사신의에게 만성제 주금복이 말했다.
“짐의 후계가 정해질 때까지만 버티면 족하노라. 짐이 눈을 감기 전에는 자네의 수양딸과 함께 궐 밖으로 나갈 수 있게 해주겠다.”
“……..알겠나이다.”
만사신의가 탄식이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그가 이렇게 오랫동안 묶여 있던 이유는 순전히 수양딸 때문이었다.
숨겨왔던 수양딸이 잡혀 오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황제를 치료할 일은 추호도 없었을 것이다.
그가 이렇게 침을 놓는 일에 열중하자 만성제 주금복의 귓가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왕도 내궁 안으로 들어왔다고 전갈이 왔나이다.”
그 말에 만성제 주금복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대전의 한 쪽 편에서 지팡이를 짚고서 걸어 들어오는 한 노인이 있었다.
머리털이 한 점 없는 대머리 노인이었는데, 어떻게 보면 백세는 되어 보이는 얼굴이었고 어떻게 보면 동자를 보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럼 내궁으로 짐의 아이들이 전부 들어온 셈이겠구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위엄 있던 만성제 주금복의 목소리가 다소 공손함을 보이고 있었다.
만인지상의 존재인 황제가 이렇게 공대를 해주는 이 노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노인이 옥좌의 가까이로 걸어오며 말했다.
“황상. 이렇게까지 하셔야 겠소이까?”
“이제 와서 마음이 약해지셨소? 비선 노옹도 짐의 뜻에 따라주기로 하지 않았소이까?”
“하아…..”
이런 만성제 주금복의 말에 노인이 탄식을 내뱉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찌 아비 된 자가 자식들이 서로를 해하도록 직접 자리를 만든단 말이오?”
“어차피 짐이 죽게 되면 벌어질 일들이오.”
지금까지 황실은 그러했다.
당금의 황제가 숨을 거두게 되면 새로운 황제가 탄생하기 위해 내부의 전쟁이 벌어졌다.
황제가 정한 태자가 온전히 황제로 등극하는 경우는 역사적으로도 극히 드물었다.
“그렇다고 하여도…..”
“어차피 옥좌에 오르기 위해 제 형제들을 전부 죽일 것들이오. 짐도 그래왔고.”
만성제 주금복 역시도 그렇게 옥좌에 올랐다.
수많은 피를 묻힌 대가였다.
“녀석들을 황제로 옹립하려고 그 아랫것들까지 피를 묻히기 전에 차라리 제 놈들끼리 후계를 정하는 편이 낫소.”
“…….”
황제의 의사는 단호하기 그지없었다.
어차피 노인은 이를 거부할 권한도 말릴 권한도 없었다.
이것은 황실의 숙명이나 다름없었다.
그때였다.
대전 안으로 내행창의 환관 한 명이 들어와 고했다.
“폐하. 궁궐 밖으로 진왕 전하와 영왕 전하가 도착하였나이다 두 분 전하 모두가 폐하를 뵙기를 청하온데 어찌 하오리까?”
이 말에 만성제 주금복이 중얼거렸다.
“역시 예상대로인가.”
어느 정도 이런 상황을 예측하고 있던 그였다.
애초에 실권을 거의 장악하고 있던 것도 진왕과 영왕이었다.
괜히 왕위를 하사받은 것이 아니었다.
‘그 아이는 죽었나보군.’
내심 경왕 역시도 이 자리에 오리라 여겼던 만성제 주금복이었다.
그는 경왕이 망나니 연기를 하는 것도 알고 있었고, 자신의 힘을 모으고 있다는 사실마저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진왕과 영왕이라는 산을 넘을 지도 모른다고 여겼는데, 그 예상이 벗어났다.
“폐하?”
환관의 부름에 만성제 주금복이 입을 열었다.
“나가서 짐의 말을 전하거라.”
* * *
옥현궁의 앞에 수백에 이르는 이들이 대치를 하고 있었다.
좌측 편에는 진왕과 그가 이끄는 동창의 우두머리인 제독동창을 비롯하여 첩형, 당두들을 비롯해 병장기를 들고 있는 삼백여 명의 환관들.
그리고 우측 편에는 영왕과 죽립을 쓰고 있는 몇몇 정체 모를 자들과 서창의 우두머리인 공공과 서창의 첩형, 당두, 무술을 할 줄 아는 환관들 삼백여 명과 백여 명의 금의위들이 있었다.
긴장이 감도는 것이 당장에라도 전쟁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대치만 하고 있는 이유는 옥현궁은 황제의 영역이기 때문에 누구도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그 동안 많이 준비했구나.’
진왕이 자신보다 더 많은 이들을 확보한 영왕 측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자신 역시도 조금씩 내궁 내의 세력을 확보했으나, 지금 상황만 본다면 오히려 영왕이 우세하다고 할 수 있었다.
영왕이 자신의 옆에 있는 금의위에게 말했다.
“양 동지(同知).”
“네 전하.”
“나머지 금의위들을 언제 합류가 가능한가?”
“북진무사 보원찬이 이끄는 금의위들이 제법 되어 적어도 반 시진 가량은 소요될 겁니다.”
“별 수 없겠군.”
“송구하옵니다. 전하.”
“괜찮네. 어차피 이쪽이 유리하다는 사실은 변함없으니.”
어차피 숫적으로 백 명 가량 자신이 유리했다.
전투가 벌어진다면 끝내 승리하는 것은 자신이 될 것이다.
그리 된다면 옥좌는……
-끼이이익!
그때 옥현궁에서 내행창의 환관이 걸어 나왔다.
내행창의 환관들은 오직 황제의 곁을 지키며 그의 명령에만 움직인다.
환관이 큰 소리로 외쳤다.
“황제 폐하의 어명을 전하겠습니다.”
어명이라는 말에 영왕과 진왕을 비롯한 모든 자들이 한 쪽 무릎을 꿇고서 예를 갖췄다.
이들이 예를 갖추자 환관이 어명을 전달했다.
“옥현궁 내로 들어올 수 있는 자는 오직 한 명뿐. 그 자가 태자로 임명될 것이다.”
‘!!!’
예를 갖추고 있던 모든 이들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다.
살아서 옥현궁으로 들어가는 황자를 후계로 삼겠다는 것이었다.
영왕의 입 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바라는 바다.’
어차피 전력에서 훨씬 압도하는 자신이었다.
게다가 자신을 비롯해 금의위에서 전대 남진무사를 맡고 있던 양 동지를 비롯해 서창의 공공 등 무공을 펼칠 수 있는 자도 셋이나 되었기에 승리를 확신했다.
내행창의 환관이 어명이 끝났다고 말하는 것과 동시에 양측이 자리에서 일어나 병장기들을 뽑았다.
-챙! 챙!
옥현궁의 앞이 전쟁터가 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다그닥! 다그닥!
모두의 시선이 옥현궁으로 들어오는 대로로 향했다.
그곳에 마차 한 대가 들어오고 있었다.
마차의 등장에 모두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대치하고 있는 그들이 있는 곳까지 다가온 마차가 이내 멈춰 섰다.
-달칵!
마차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 안에서 내렸다.
그를 본 진왕과 영왕이 동시에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경왕?”
“경왕!”
진왕과 다르게 남진무사 동현을 비롯해 금의위를 보내 경왕을 죽이라고 명을 내렸던 영왕은 그가 살아서 나타나자 당혹스럽기 짝이 없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야?”
그의 다그침에 금의위 양 동지도 영문을 모르겠다며 답했다.
“이럴 리가 없습니다. 경왕의 손발을 전부 끊어놓았는데……”
북진무사 보원찬을 비롯해 그 산하 천호장들을 하옥시켰다.
게다가 그를 따르는 금의위들도 지금 전부 제압하고 있지 않은가.
노기가 서린 영왕에게 서창의 제독을 맡고 있는 임 공공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전하. 무에 그리 걱정하시는지요. 폐하의 명이 떨어졌으니 설령 이곳까지 왔다고 한들 달라질 건 없습니다.”
“그래. 그 말이 맞군.”
임 공공의 말이 맞았다.
경왕이 무사히 이곳까지 왔다고 해도 황제의 명이 떨어졌다.
살아서 저 안으로 들어가는 자만이 장차 보위에 오를 태자가 될 수 있다.
영왕이 마차에서 내린 경왕을 향해 소리쳤다.
“형님 전하. 뭣 하러 여기까지 오신 겝니까? 목숨을 부지했으면 차라리 궁궐 밖으로 도망치지 그러셨소?”
도발하는 말에 경왕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아우께서 많이 준비하셨더군.”
“두 형님 전하들을 상대하려면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소이까?”
“그래. 그 정도는 해야겠지.”
“폐하께서 옥현궁으로 들어온 단 한 사람에게 태자의 자리를 주신다고 하는데, 형님 전하는 무슨 배짱으로 혼자 이곳에 온 것이오? 하하하하하핫.”
영왕이 큰 소리로 그를 비웃었다.
기분이 나쁠 만도 한데, 경왕은 오히려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내겐 연생이가 있다.”
‘!?’
그 말에 영왕이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내궁 내에서는 선택된 자들 이외에는 누구도 무공을 펼칠 수가 없다.
그런데 지금 고작 한 사람을 믿고 저런 태도를 보이는 건가?
“연생이? 아아, 그 진왕 형님을 곤란하게 만들었다던 그 기생 출신 위무사 계집을 말하는 거요?
“영왕 네놈!”
가만히 있다가 자신을 끌어들이는 말에 진왕이 분노를 금치 못했다.
진왕은 그때의 수모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영왕이 그런 그에게 이죽거리며 말했다.
“고작 그런 계집에게 수모나 당하다니 형님은 장차 보위를 물려받기에는 그릇이 터무니없이 작은 것 같소.”
영왕의 도발에 크게 노한 진왕이 소리쳤다.
“저놈의 목을 베는 자는 짐이 그 공로를 잊지 않겠다. 쳐라!”
“와아아아아아아!!!”
그의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동창의 환관들이 일제히 진격하려 했다.
“영왕 전하를 지켜라!”
“진왕의 목을 베어라!”
“와아아아아아!!!”
마찬가지로 기다리고 있다는 듯이 영왕을 따르는 서창의 환관들과 금의위 백 인 역시도 앞으로 돌격하며 그들에게 맞섰다.
영왕은 그보다 경왕을 손으로 가리키며 임 공공에게 말했다.
“형님 전하의 수급을 가져와라.”
“네이. 알겠나이다.”
임 공공이 혁대에서 연검을 뽑아들더니 신형을 날렸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신형을 날리는데 허공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떨어졌다.
-쾅!
큰 굉음과 함께 동시에 일어난 파공음.
공기 중으로 퍼져나가는 파장이 사방으로 전해지는 순간,
-털썩! 털썩!
일촉즉발로 부딪치려 했던 양측의 전력이 일제히 눈이 뒤집혀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쿵! 쿵! 쿵!
심지어 경왕을 향해 신형을 날렸던 임 공공은 언제 튕겨나갔는지, 바닥을 수차례 뒹굴더니 일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진왕과 영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의 시선이 누군가에게로 향했다.
위무사의 관복을 입고 있는 어여쁜 여인이 뒷짐을 지고 서있었는데, 그녀의 발 밑이 거의 일 장 가까이 움푹 들어가 있었다.
“여, 연생……”
그녀의 얼굴을 단번에 알아본 진왕이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을 쳤다.
영왕은 도저히 이 사태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내궁에서…..”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연생이 양손을 뻗어서 잡아당기는 시늉을 하자, 영왕을 비롯한 진왕의 몸이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공중으로 뜨더니,
“아, 아닛?”
“이게 대체 무슨….”
이내 앞으로 강제로 부웅하고 끌려왔다.
의지와 상관없이 날아온 그들은 경왕의 앞에 볼썽사납게 엎어지고 말았다.
경왕이 자신의 앞에 엎어진 두 왕들을 바라보며 귀에 찢어질 듯이 입 꼬리가 벌어져서 말했다.
“말하지 않았느냐. 짐에게는 연생이가 있다고.”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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