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331
106화 황실의 숨겨진 힘 (1) >
볼썽사납게 엎어진 두 황자들의 모습에 경왕은 어찌나 통쾌했는지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진왕과 영왕이 그 동안 준비했던 모든 것을 허무할 정도로 단숨에 무력화시킨 것에 기분이 매우 흡족한가 보다.
진왕도 그러했지만 영왕은 도저히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지 소리쳤다.
“설마 아바마마께서 이 계집을 하사하신 것이오?”
이건 또 무슨 말이지?
의아해하는데 경왕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폐하께서 그럴 분으로 보이나?”
“한데 어찌 저 계집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무공을….”
-짝!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경왕이 영왕의 뺨을 손바닥으로 날렸다.
어처구니가 없어하는 그에게 경왕이 말했다.
“짐의 총애하는 위무사다. 너 따위가 함부로 계집이니 뭐니 부를 자가 아니다.”
“고작 계집 하나…..”
“그 계집이 너와 진왕 형님의 모든 것을 무너뜨린 사실을 잊은 게냐?”
-으득!
이런 경왕의 말에 영왕이 분한지 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세게 깨물었다.
진왕은 이미 자포자기 했는지 연신 탄식만을 흘릴 뿐이었다.
상황을 어찌 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게 차라리 옳은 선택이다.
“이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하시오?”
영왕의 그 말에 경왕은 비웃음을 흘리더니 그에게 답했다.
“하옥된 북진무사는 연생이가 빼냈다. 지금쯤 북진무사 산하의 금의위들을 제압하고 있을거다.”
이곳으로 오기 전에 황궁 금옥부터 들렸던 나였다.
외궁과 내궁에 퍼져있는 금의위들은 북진무사 보원찬이 정리할 테고, 오호도독부의 군이 황도로 진격해오고 있다고 하니 실질적으로 승기를 잡은 것은 경왕이라 할 수 있었다.
눈을 이리저리 굴리던 영왕이 내게 다급히 말했다.
“계집이라 부른 것을 사과하겠소. 연 위무사.”
“개의치 않습니다.”
“짐을 도와주시오. 만약 짐을 도와준다면 그대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겠소.”
급하긴 했나보다.
경왕이 보는 앞에서 나를 회유하려는 것을 보니 말이다.
하긴 이 자리에서 나만 회유하면 경왕의 전력을 빼앗는 셈이니 이해는 간다.
영왕이 옳다구나 하며 내게 말했다.
“이건 어떻소? 짐의 황후로 삼아주겠소. 그렇게 되면 짐 다음으로 이 대연제국의 권력을 쥐는 것이나 마찬가지오.”
“하!”
그런 영왕의 제안에 옆에 있던 진왕이 자기도 모르게 코웃음을 쳤다.
나 역시도 기가 찼다.
어찌 된 것이 세 황자가 하나 같이 다를 바가 없었다.
내가 여자라고 생각하니 최고의 회유책이 황후로 책봉하는 것이라 여겼나 보다.
“하하핫. 멍청한 녀석.”
경왕은 그런 영왕을 비아냥거렸다.
“뭐요?”
“연생이는…….너 따위가 탐낼 수 있는 여인이 아니다.”
분명 앞에 남자라고 밝히려다 말을 바꿨다.
그리고는 일부러 약을 올리듯이 내게 친밀한 척 어깨에 팔을 슬쩍 걸친다.
“큭!”
그 모습에 영왕이 짜증이 났는지 이를 뿌득 갈았다.
어지간히 그를 놀리고 싶었나 보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영왕의 산하 전력들이 기절한 곳으로 다가갔다.
이들을 정요 환의경으로 제압하기 전에 미리 살폈던 나였다.
‘이 중에 있을까?’
내궁의 관인들이 아닌 자들이 영왕의 산하에 끼어 있었다.
죽립을 쓰고 있는 이 자들이었다.
금상제나 뇌장이 직접 나섰다면 분명 영왕과 함께 할 확률이 높다.
-슥!
손을 가볍게 휘젓자 그들의 죽립이 벗겨졌다.
‘!?’
금상제나 뇌장이 아니었다.
다섯 명 모두가 처음 보는 얼굴들이다.
혹시 인피면구를 쓴 건가 싶어 얼굴에 귀밑으로 손을 가져갔지만 아무도 아니었다.
‘이상하다.’
분명 이들의 복장을 보면 관인은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 누구란 말인가?
나는 영왕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들은 대체 누굽니까?”
“저들?”
“전하께서 직접 데려오지 않았습니까?”
“저들이 누구지? 저들이 어째서 짐과 함께…..큭!”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죽립이 벗겨진 자들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쳐다보던 영왕이미간을 일그러뜨렸다.
그러더니 이내 갑자기 두통이라도 난 건지 갑자기 자신의 머리를 붙잡았다.
“끄으으으.”
“왜 이러는 것이냐?”
영왕의 상태는 그저 평범한 두통이 아닌 것 같았다.
갑자기 식은땀을 흘리고 이마의 핏줄들이 검게 올라오고 있었다.
‘이건?’
이를 본 나는 작게 경왕에게 말했다.
“환마독입니다.”
이 증상은 백련하나 서복과 차이가 없었다.
기억의 이상 증세 및 뇌로 퍼져나가는 독과 강한 두통까지 동일했다.
경왕이 반문했다.
“환마독?”
“이 독에 당한 자는 암시가 걸려 하독한 자의 뜻대로 움직입니다.”
“그런 독이 있단 말이더냐?”
“네. 그 자가 제조하게 만든 독입니다.”
“뭐라!”
이런 나의 말에 경왕이 어처구니가 없어하며 혀를 내둘렀다.
그래도 황가의 사람들은 그에게 있어서 후손이나 다름없어서 이런 방법을 쓰지 않을 거라 여겼는데, 과감하게 환마독을 썼다.
나는 경왕에게 말했다.
“환마독을 유일하게 해독할 수 있는 희망이 만사신의입니다.”
“하! 그래서 그 자가 만사신의를 노리는 것이더냐?”
“그뿐만이 아니겠죠. 차기 보위를 노릴 수 있는 황자에게 환마독을 쓴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황실마저 좌지우지하려는 속셈이 틀림없었다.
영왕이 태자의 자리를 차지했다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 된다.
“감히!”
경왕이 분노를 금치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조차 없을 듯 했다.
“놈이 보이지 않습니다. 저들은 눈속임인 것 같습니다.”
“하면 서둘러야 겠구나.”
“네.”
“알겠다. 만사신의는 폐하의 곁을 지키고 있다고 하니 어서 옥현궁으로 들어가자꾸나.”
놈이 시선을 돌리고 황궁에 들어갔을 확률이 높으니 서둘러야 했다.
“뭐, 뭘 하려는 거냐?”
“주무시고 계시면 될 것 같습니다.”
“뭐라?”
-타타타타탁!
나는 점혈법으로 진왕과 영왕을 기절시켰다.
“비켜보거라.”
-촥! 촥!
그런데 그들의 목을 경왕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베어버렸다.
기절한 상태로 자신들이 죽는지도 모르고 죽은 두 황자다.
“왜? 짐이 잔인한 것 같으냐?”
경왕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이들 역시도 경왕의 목숨을 노렸고, 차기 황권을 가진 이들을 살려둔다면 결국 후환거리를 남겨놓는 셈이었다.
“훗날 피를 보는 것보다 낫겠지요.”
“후후후. 역시 짐은 네가 마음에 드는구나. 계속 짐을 보필할 의향이…..”
“적당히 하시고 가시지요.”
“흠흠. 알겠다.”
나는 경왕과 함께 옥현궁으로 향했다.
옥현궁으로 들어가자 대로를 보는 것처럼 커다란 복도가 이어졌다.
경왕이 복도의 끝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곳이 대전이다. 대전을 지나면 폐하의 집무실과 방이 있다.”
“멀리 찾을 필요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더냐?”
대전 안에 상당수의 인기척이 느껴진다.
그 중에는 무공을 익히지 않은 평범한 자의 기운들도 있었는데, 아마도 황제나 만사신의일 확률이 높아보였다.
그렇게 우리는 대전 안으로 들어갔다.
큰 기둥들이 받치고 있는 대전 안은 수천 명은 들어갈 수 있을 만큼의 규모를 자랑했다.
대전의 끝 쪽에 단이 높은 위치에 옥좌가 있었고 그곳에 백발이 성성한 곤룡포를 입은 노인이 앉아 있었다.
‘저자인가?’
저 옥좌의 노인이 황제인 것 같다.
황자들 간의 피의 전쟁을 윤허한 그 대담한 작자다.
무공을 익히지 않았는데도 그 위엄이나 기세가 보통이 아니었다.
달리 황제라 불리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만사신의!’
그 옆에는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데 상당히 초췌한 얼굴의 만사신의였다.
저걸 보면 강제로 붙잡혀 있었던 것 같다.
만사신의도 나를 쳐다보고 있는데, 연생이의 모습이라 그런지 당연히 알아보지 못했다.
“다행이 늦진 않은 것 같구나. 그럼 폐하께 예부터 갖추자.”
경왕이 내게 작게 속삭이더니, 이내 옥좌를 향해 엎드리며 절을 했다.
“소자 경왕 주윤경이 황제 폐하를 배알합니다.”
그런 그를 따라 나 역시도 일단 절을 올렸다.
나보다 더 높은 신분인 경왕이 있기에 굳이 내가 입을 열 필요는 없었다.
‘열셋.’
그보다는 대전 안에 숨어있는 기척들에 집중했다.
대전 기둥들의 뒤편에 몸과 기척을 숨기고 있는 이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황제의 안위를 책임지는 내행창의 환관들인 것 같다.
황제가 있는 옥좌의 가장 가까이에 숨어있는 자는 심지어 벽을 넘어섰다.
아마도 저 자가 황궁 최고의 고수이리라.
그때 황제의 목소리가 대전을 울렸다.
“짐의 예상을 뛰어넘고 주윤경 네가 옥현궁에 발을 들였구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러고 보니 옥현궁에 들어오는 자를 태자로 삼겠다고 했던가.
결과적으로는 태자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경왕의 몸이 살짝 떨리는 것을 보니 기대감에 잔뜩 고조된 것 같다.
그런데 황제의 입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한데 짐이 정한 규칙에서 벗어난 짓을 했더구나.”
“규칙?”
경왕이 의아했는지 작게 반문했다.
나 역시도 황제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시치미를 떼는 것이 우습구나. 둘 다 고개를 들라.”
황제의 말에 경왕과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어느새 황제의 곁으로 지팡이를 짚고 있는 대머리 노인이 서있었다.
‘뭐지?’
유일하게 기척을 감지하지 못했다.
황제의 곁에는 여전히 벽을 넘은 고수가 숨어 있는 걸 보면 그 자가 아닌데, 대체 저 노인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노인의 얼굴을 쳐다보았는데 기분이 묘했다.
이 기분은 마치 도화선의 스승님들을 앞에 두고 있을 때와 같았다.
그때 황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찌 그런 짓을 한 것이냐?”
“폐하. 소자는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사옵니다.”
이런 경왕을 가늘게 눈을 치켜뜨고서 바라보던 황제가 고개를 돌리더니, 대머리 노인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다고 하는데 비선 노옹의 생각은 어떻소?”
“비선 노옹!”
비선 노옹이라는 말에 경왕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의 얼굴을 보니 저 노인의 정체를 알고서 꽤나 놀란 듯 했다.
경왕이 내게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분이 폐하를 수호하는 황궁의 숨겨진 힘이다.”
‘저 자가 황궁의 숨겨진 힘?’
비선 노옹이라 불린 저 노인이 그 말로만 들어왔던 그 존재란 말인가?
겉보기에는 평범한 노인처럼 보이지만 아무 기운조차 느껴지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기를 완벽하게 갈무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때 비선 노옹이라 불린 노인이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홉 중 누구의 도문인가?”
“도문?”
이건 대체 무슨 말이지?
아홉 중에 누구의 도문이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었다.
-탁! 탁!
비선 노옹이 지팡이를 짚으며 경왕과 내가 있는 곳으로 걸어오며 다시 입을 열었다.
“복숭아나무 꽃이 만개한 곳에서 오지 않았던가?”
‘!?’
그 말에 순간 나는 속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복숭아나무 꽃이 만개한 곳이라는 은어가 의미하는 바는 오직 도화선을 뜻한다.
황궁의 숨겨진 힘이라 불리는 자의 입에서 도화선이 나올 줄이야.
나는 그에게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대체 누구십니까?”
“노부가 먼저 물었네. 선원운기법을 익혔으니 분명 아홉 중 누구의…..아아아. 그렇군. 아홉일 리가 없지.”
비선 노옹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다시 말했다.
“여덟 중 누구의 도문인가?”
…….여덟 중 누구의 도문이냐?
이제야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었다.
도화선을 이끄는 여덟 도인들 중에 누구의 문하인지 묻는 것이다.
순순히 답변할 수도 있었지만 의문이 생겼다.
이 노인의 정체가 뭔지 알 수 없는 마당에 내 입으로 도화선을 언급하는 것은 아무래도 위험부담이 컸다.
“노사의 물음에 함부로 답변드릴 수 없습니다. 제가 말씀드려도 되는 분인지 알 수 있게 먼저…..”
“갈!”
그때 비선 노옹이 일갈을 내질렀다.
그와 함께 엄청난 풍압이 일어나며 나와 경왕이 있는 곳으로 밀려들어왔다.
‘이런!’
이에 나는 다급히 신형을 앞으로 날리며 검결지를 뻗었다.
-파아아아앙! 콰쾅!
강렬한 풍압이 검결지에 의해 갈라지며 양옆의 기둥들을 부숴버리고 말았다.
나를 중심으로 뒤편이 부채꼴 형태로 멀쩡했고 그 주위는 엉망이었다.
이 광경에 경왕이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어, 어찌하여?”
“그 입 다물게!”
비선 노옹이 이번에는 힘을 싣지 않고 다그쳤다.
그러더니 나를 향해 왼손으로 손가락을 가리키며 언성을 높였다.
“도화선은 먼 옛날 황실과 맹약을 맺었다. 그렇기에 도인들은 황실과 관의 일에 관여를 할 수 없을 터인데 어찌하여 경왕을 도운 것이더냐?”
‘하!’
이 노인은 심지어 도화선과 황실의 맹약마저 알고 있었다.
나 역시도 과거 여덟 도인들이 황실과 이런 맹약을 맺었기에 속세를 떠났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것이 그저 떠나는 걸로 그친 것이 아니었던가?
대체 이 노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금상제와도 관련이 없는 것 같고, 황실의 숨겨진 힘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자경정과도 관련이 먼 것 같은데 대체 누구지?
“비선 노옹. 대체 무슨 말씀을 하는 건지…..”
“경왕 그대는 끼어들지 말라고 하였소.”
심지어 황자를 나무라기마저 한다.
비선 노옹이라는 노인이 제대로 기운을 드러내자 사방이 진기로 가득해졌다.
그가 내게 지팡이의 머리를 겨냥하며 말했다.
“도화선에서 가르침을 받았다면 이 맹약을 모를 리도 없고 함부로 깨뜨릴 리도 없을 터이다. 지금부터 맹약에 의거해 너를 제압하도록 하마.”
-팟!
비선 노옹의 신형이 순식간에 내 앞으로 좁혀왔다.
그가 왼손을 휘젓자 내 뒤에 있던 경왕의 몸이 부웅하고 떠올라 더욱 뒤로 날아갔다.
“헛!”
그를 위험하지 않게 해놓고서 나를 제압하려는 것 같다.
정말 난처하기 짝이 없다.
나는 다급히 그에게 전음을 보냈다.
“맹약을 어긴 도인이 어떤 처결을 받는지 모르고 그런 소리를 하는 게냐!”
비선 노옹이 나를 다그치더니 지팡이를 휘둘렀다.
지팡이에 실려 있는 엄청난 선천진기에 나는 뒤로 보법을 펼치며 전음을 보냈다.
그의 정체를 몰라도 이 정도까지는 말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데 이 전음에 비선 노옹이 노기를 감추지 못하며 소리쳤다.
“이 녀석 도화선의 도인이 아니구나!”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도문에 입적하지 않은 자에게 어떤 진인이 도(道)를 가르친단 말이더냐? 하! 네놈의 꾀에 스스로 넘어갔구나!”
-파파파파팍!
그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비선 노옹의 지팡이가 살아있는 것처럼 수십 갈래로 휘어지며 나를 단숨에 제압하려 들었다.
보통 자가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정말 큰일 나겠다.
‘별 수 없구나.’
이에 나는 비선 노옹을 향해 뜨거운 양강의 기운이 실려 있는 화양선권을 펼쳤다.
권초에 불꽃이 넘실거리며 수십 갈래로 갈라져 파고드는 지팡이와 부딪쳤다.
-화르르르륵! 파파파파팍!
두 절초가 부딪치자 비선 노옹이 인상을 찡그렸다.
“화양선권?”
놀랍게도 그는 화양선권을 알아보았다.
이에 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번에는 안개처럼 수를 놓는 장법을 펼쳤다.
그러자 비선 노옹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구운만화장?”
이번에도 초식을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창은 없지만 수공으로 펼치는 이것도 알아볼 수 있을까?
나는 지팡이로 펼치는 변초를 피해 보법을 펼치며 곧바로 뱀처럼 휘어지는 창법의 초식을 펼쳤다.
-파팍!
그러자 비선 노옹이 초식을 막지 않고서 거리를 다섯 보나 벌렸다.
그가 어찌나 놀랐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전음을 보냈다.
역시 말로 하는 것보다 보여주는 게 빠르다.
나는 놀라다 못해 당혹스러워하는 그에게 전음을 보냈다.
‘!!!’
그 말에 비선 노옹이 진심으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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