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332
106화 황실의 숨겨진 힘 (2) >
“여덟?”
여덟 분의 스승님께 가르침을 받았다는 말에 비선 노옹이 할 말을 잃었는지, 믿을 수 없다는 듯 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여러 스승님들의 무공을 선보였기에 부정하기도 힘들 거다.
이 정도라면 도화선을 가르침을 받았다고 증명하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라고 여긴 순간이었다.
-팟!
비선 노옹이 갑자기 내게 신형을 날렸다.
그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풍압이 일어나며 대전 안이 난리도 아니었다.
-휘이이이잉! 파아아아아!
‘응?’
하지만 겉으로 일어나는 여파와 달리 지팡이에 실린 힘은 방금 전보다도 훨씬 약해져 있었다.
실제로 이를 막기 위해 장법을 펼쳤는데 예상과 같았다.
-파파파팍!
확실히 겉보기와 달리 힘을 제대로 가하지 않고 있었다.
의아해하는데 귓가로 비선 노옹의 전음이 들려왔다.
겨루는 척 하라는 의미였다.
이에 나 역시도 비선 노옹처럼 겉보기에는 위력이 강해보이나 실상은 힘을 뺀 가초식을 펼치기 시작했다.
-파파파파팍!
다른 이들이 바라보기에는 격렬히 싸우는 걸로 보일 거다.
서로 초식을 펼치는 와중에 비선 노옹이 다시 전음을 보내왔다.
‘!?’
나는 내심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체화만변술을 펼치고 처음으로 진짜 모습이 아님을 누군가 알아차렸다.
이 말로 나 역시 한 가지 추측을 할 수 있었다.
스승님들께서 말씀하시진 않았지만 비선 노옹 역시도 등선을 하고자하는 도인인 것 같다.
게다가 스승님들과 비교해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파파파파팍!
비선 노옹이 지팡이로 수십의 잔영을 만들어내며 전음을 보냈다.
[정말로 여덟 진인 모두에게 가르침을 받은 겐가?] [그렇습니다.] [허어. 어찌 그런 결정을……]비선 노옹은 여기에 어떤 사정이 있는지 전혀 모르는 듯 했다.
나는 그의 정체를 모르기에 물었다.
이런 나의 요청에 비선 노옹이 잠시 인상을 쓰며 고민하더니 내게 전음을 보냈다.
[노부 역시도 한때 도화선에서 다른 진인들과 마찬가지로 한 축을 맡고 있었던 자일세.] [한 축? 그렇다면……] [자네에게 가르침을 준 진인들과 같이 도를 갈고 닦았지.]그럼 도화선 출신이란 말이 아닌가?
그 정도의 도나 능력이라면 일반 도인들이 아닌 여덟 스승님들과 같은 선상이라 봐도 모방했다.
한데 그 정도 도인은 맹약으로 도화선을 나갈 수가 없다.
의아해하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비선 노옹이 말했다.
아아…….
이런 자세한 내막은 처음 알았다.
그저 속세에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방금 전에 얘기한 십선(十仙)은 대체 무슨 말이지?
아까 전에는 나에게 아홉 진인들 중에 누구의 문하냐고 물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십선 중에 한 사람이 남기로 하였다고 했다.
의아해서 이걸 물어보려 하는데, 비선 노옹이 먼저 전음을 보냈다.
[이제 자네도 이야기하게.]비선 노옹의 의구심 가득한 눈빛을 보니, 먼저 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에 나는 도화선의 사정을 이야기 했다.
자경정을 모르는 건가?
하긴 자경정이 스승님께 배운 기간을 고려한다면 모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에 나는 그가 검선인 순양자 스승님의 제자임을 밝혔다.
그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왜 저렇게 놀라는가 싶었는데,
나는 자경정이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고, 그가 무엇을 하려 했는지 간략하게 비선 노옹에게 설명했다.
이를 들은 비선 노옹의 표정이 방금 전과 달리 씁쓸해졌다.
이 말에 비선 노옹이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도화선 출신의 도인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도를 익힌 것만으로도 보통 무림인들보다 훨씬 강할 지언데, 거기다 모자라 인외의 힘이라 불리는 법구마저 가지고 도망쳤다하니 그야 말로 재앙덩어리였다.
비선 노옹이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걸 보면 자경정은 금상제가 황도에 있을 때 접근한 게 아닌 모양이었다.
하긴 집권 내내 친정을 다녔던 그 자가 얼마나 황궁에 머물렀겠나.
그래서 나는 밖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알려주었다.
한데 이야기를 하던 도중 당대 황제가 금상제라는 사실을 알려주자, 비선 노옹이 기가 차서 내게 말했다.
하긴 모를 리가 있겠나.
그 역시도 황제였으니 황실의 숨겨진 힘이라 불리는 비선 노옹이 모를 리가 없었다.
비선 노옹이 질린다는 표정으로 내게 전음을 보냈다.
그래도 맹약으로 여러 조건을 잘 맞췄나 보다.
하긴 그렇지 않았다면 황제들이 그에게서 용호금단의 제조법을 알아내려 부단히 노력했을 것이다.
이런 나의 말에 비선 노옹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비선 노옹은 금상제가 아직까지 살아있음을 모르고 있었다.
이걸 보면 놈이 정말 철두철미하긴 한 것 같다.
가짜 죽음으로 황실을 지키고 있는 비선 노옹까지 속인걸 보면 말이다.
나는 그간에 있었던 일들과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에 대해 짐작하고 있는 것을 간략하게 비선 노옹에게 알려주었다.
이런 내막을 알게 된 비선 노옹이 사태의 심각함을 깨달았는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만약 내가 알려준 대로 환마독에 중독된 영왕이 황제의 자리를 차지했더라면 그가 그걸 이용해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도화선의 삼십육선천위방경문(參十六仙天位方經文)의 비밀을 안다면 내가 무슨 말을 한 건지 이해할 것이다.
나는 간곡히 비선 노옹에게 청했다.
이런 나의 말에 비선 노옹이 난처함을 금치 못했다.
[그렇게 하려면 황제를 설득해야 하네.] [설득?] [노부는 황실을 지키지만 맹약에 얽매여 있네.] [싸우는 것만 멈춘다면 제가 폐하를 설득하겠습니다.] [만약 폐하가 옥새를 쓴다면 노부도 의지와 상관없이 자네에게 해코지를 가할 수 있네.] [네? 그게 무슨?] [차라리 자네가 도인으로 입적했다면 좋았을 련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비선 노옹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노부는 법구 전명옥새에 얽매여 맹약을 지켜야만 하네. 노부가 할 수 있는 건 자네가 도화선의 문도가 아님을…..]그의 전음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대전의 입구 쪽에서 수많은 기척들이 밀려들어 오는 게 느껴졌다.
‘이건?’
비선 노옹 역시도 이를 감지했는지 나와 동시에 부딪치던 것을 멈췄다.
나는 진기로 허공섭물을 일으켜 입구 쪽에 있던 경왕을 내가 있는 곳으로 잡아당겼다.
“허엇?”
대결을 지켜보고 있던 경왕의 신형이 부웅하고 떠올라 내 앞까지 날아왔다.
경왕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싸움이 끝난 것이냐?”
“뭔가 변수가 생긴 것 같습니다.”
-쾅!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전의 입구가 거칠게 열리며 수십여 명의 금의위들이 안으로 병장기를 들고서 밀려들어왔다.
“아니. 금의위들이 대체…..엇?”
그런 그들의 사이로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수염을 길게 기른 한 중년의 관인이 양 옆에 두 여인들과 함께 나타났다.
두 여인들 모두 금의위들이 목에 도를 겨냥하고서 끌고 왔는데,
“황후 마마!”
“황후!”
경왕과 옥좌에 있던 황제가 동시에 소리쳤다.
왼쪽 편에 화려하게 치장한 노부인이 아무래도 황후인 것 같았다.
우측에는 수수한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제법 미인이라고 할 수 있는 한 여인이 있었는데, 그녀는 누군지 알 수 없었다.
그때 옥좌에 있던 황제가 벌떡 일어나 언성을 높이며 외쳤다.
“비선 노옹. 당장 황후를……”
-쾅!
바로 그 순간 대전 천장을 뚫고서 두 인영이 옥좌가 있는 단상으로 떨어졌다.
“폐하!”
비선 노옹이 옥좌를 향해 신형을 날리려 했지만 이내 멈출 수밖에 없었다.
천장이 뚫리면서 피어오른 먼지 사이로 한 외눈의 금안의 존재가 보였고, 그 자가 황제의 뒷목을 움켜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얼굴 전체를 붕대로 감싼 한 사내도 만사신의를 제압하고 있었다.
‘!!!’
먼지가 흩날리며 보이는 얼굴에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다.
짧고 짙은 눈썹에 오만함과 자신감으로 가득한 얼굴.
드디어 놈을 만났다.
“금상제!”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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