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335
107화 개양(開陽) (2) >
-파치치칙!
검붉은 뇌전이 백여 자루의 검들에 나무뿌리처럼 이어지며, 도화선에서의 일이 떠오른다.
[드디어 칠성현문의 여섯 번째인 개양(開陽)을 깨우쳤구나.] [전부 스승님 덕분입니다.] [네 오성이 뛰어남이 어찌 빈도의 덕일 수 있겠느냐?] [과찬이십니다.]이런 나를 스승님은 흡족하게 여기셨다.
도화선에 있는 동안 북두칠성의 여섯 번째인 개양마저 개방하게 되리라고는 나도 그랬지만 스승님조차 예측하지 못했었다.
여섯 번째인 개양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능력이었다.
길진 않더라도 근방에 있는 모든 검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과연 어울리는 말이었다.
수많은 검들이 내 마음에 동하는 것이니 말이다.
스승님께서는 이 개양과 뇌벽천둔의 힘을 합쳐, 먼 옛날 세상에 해악을 일으키는 교룡(蛟龍)을 처치했었다고 했다.
‘인외의 존재인 교룡마저 해치는 힘.’
그런 힘을 나는 반 불로불사의 존재인 금상제에게 행하려고 한다.
스승님께서 이 힘만큼은 속세의 인간들에게 쓰지 말라고 했으나, 놈은 그 한계를 벗어난 괴물의 영역에 이른 자.
충분히 이것을 감당할 자격이 있다.
“네놈!”
놈이 내게 노성이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런 것치고는 흔들리는 금안을 보면 이것을 감당키 어렵다는 것을 인지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봐줄 생각은 없거든.
‘뇌벽천둔(雷霹天遁) 제 5초식 천검낙뢰(天劍落雷).’
나는 놈을 향해 검결지를 뻗었다.
그 순간 나무뿌리처럼 검붉은 뇌전으로 연결되어 있던 백여 자루의 검들이 일제히 금상제를 향해 내려치는 번개처럼 쇄도했다.
-슈슈슈슈슈슈! 파치치치칙!
몰아치는 검붉은 낙뢰는 그야 말로 장관이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모든 이들이 입을 벌린 채 넋을 놓고 있을 지경이었다.
-콰콰콰콰콰콰쾅!
천검낙뢰의 엄청난 위력에 지반이 함몰되다 못해 밑으로 더욱 뚫려갔다.
덕분에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사방이 흔들거리며 바닥이 갈라졌다.
“이, 이게 무슨!”
“정녕 인간의 힘이란 말인가?”
“모두 물러나라!”
여파에 놀란 금의위들과 환관들이 황급히 물러났다.
지반이 갈라지고 흔들리던 것이 멈춘 것은 천검낙뢰가 끝났을 때였다.
얼마나 함몰되었는지 검게 보이는 커다란 구멍.
그곳에서 먼지가 피어올랐다.
여기서 살아남는다면 거의 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내가 생각해도 대단한 위력이었다.
스승님께서 왜 인간에게만큼은 이것을 쓰지 말라고 경고했는지 알 것 같다.
그때 뒤쪽에서 미약한 기감이 느껴졌다.
“연생아!”
누군가 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는데, 그는 바로 경왕이었다.
대전이 부서지고 그 혼란스러운 틈에도 살아남은 것을 보면 정말 그도 대단한 작자다.
황제는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맞나 보다.
경왕이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 한 주위 광경과 내 바로 앞에 지반이 함몰된 커다란 구멍을 보며 탄성을 내뱉었다.
“하!”
그 역시도 이런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는 것 같다.
긴장하다 못해서 절망스러워하던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경왕이 나를 보며 활짝 잇몸까지 드러내며 말했다.
“과연 짐의 위무사다. 짐은 연생이 네가 승리할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노라.”
‘퍽이나.’
그 말에 나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대전 안에서만 하더라도 사색이 되었던 그였다.
한데 그걸 까맣게 잊은 사람마냥 저렇게 기쁨을 감추지 못하다니.
그런데 그가 왜 저리 좋아하는지 알 것 같다.
“겨, 경왕 전하의 위무사라고?”
“그럼 그 연생이라는 여자 위무사?”
“저…..저런 괴물 같은 무위를 지닌 자가 전하의 위무사라니?”
“이 정도면 천하제일의 고수가 아닌가.”
주위에서 들려오는 금의위들과 환관들의 목소리.
이것만 들어도 경왕이 무슨 의도로 나를 보며 짐의 위무사라며 크게 칭찬을 내뱉었는지 알겠다.
이 와중에 실리를 찾다니 대단하다.
그렇게 속으로 혀를 내두르고 있던 나는 경왕에게 속삭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한데 전하 대전 안에 있던 다른 자들은…..”
-흠칫!
나는 뒷말을 잇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연기가 점점 가시고 있는 깊게 함몰된 구멍을 쳐다보았다.
‘…….질기군.’
목을 잘리는 것을 넘어서 천검낙뢰에 전신이 소멸되었을 거라 여겼다.
한데 아주 미약하게나마 밑에서 기운이 느껴졌다.
그야말로 질긴 생명력이다.
“왜 그런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느냐?”
“아직 안 죽었습니다.”
“뭐?”
이런 나의 말에 경왕이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천재지변이라도 일어난 듯 저 함몰된 구멍 속에서 아직도 명줄이 붙어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 모양이었다.
“완전히 죽여야겠습니다.”
놈에게는 조금의 여지도 주면 안 된다.
자경정의 사건을 통해 배운 교훈은 완전한 소멸만이 답이었다.
나는 함몰된 구멍으로 뛰어내리려고 했다.
그때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다.
“멈춰라!”
이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무너진 대전 방향 쪽에서 먼지투성이가 된 긴 수염의 중년인이 두 여인을 붙들고 서있었다.
그들은 황후와 만사신의의 수양딸이었다.
“황후 마마!”
이것을 본 금의위와 환관들이 난리가 났다.
연 대제국의 국모가 붙잡혀서 인질이 되어 있으니 말이다.
‘용케 살아남았네.’
하긴 경왕조차 살아남았는데, 아무리 내공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도 금상제 산하의 고수라면 그곳을 탈출하지 못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그런데 살아남은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대전 쪽에서 또 다른 누군가가 양손에 두 사람을 목을 움켜잡고서 걸어 나왔다.
“폐, 폐하!”
얼굴에 붕대를 매고 있는 자였다.
내공을 회복했는데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할 리가 없었다.
금상제를 죽이는데 집중하느라 이들의 안위는 애초에 머릿속에서 지우고 있었던 나였다.
‘…..칫.’
거리가 멀다.
아무리 내 경공이 바람과 같다고 한들, 이 거리에선 네 사람 모두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분명 사상자가 나오게 되어있다.
“연생아. 보는 눈이 많다.”
경왕이 내게 작게 경고했다.
그의 말대로 주변에 금의위부터 환관들까지 수백 명에 이르는 자들이 있었다.
경왕의 입장에서는 이들이 보는 앞에서 누군가를 포기한다면 황제가 되기도 전에 구설수에 오르게 될 것이다.
‘전부 잠재우는 편이 나을까?’
아무래도 지켜보는 눈들을 잠재우는 게 나을 것 같다.
뒤에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도록 말이다.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몽주가 내게 소리쳤다.
“그분을 놓아준다면 이들을 살려주겠다.”
“하!”
그런 놈의 말에 나는 콧방귀를 뀌었다.
겨우 잡은 녀석을 인질 때문에 내가 놓아주리라 여기는 건가.
몽주 놈이 내게 이어서 소리쳤다.
“받아들이겠다면 고개를 끄덕여라.”
귀가 들리지 않는다고 움직임으로 표시를 하라는 건가.
네놈들에게도 절박하겠지만 나는 절대로 후환을 남겨둘 생각이 없거든.
원망이라는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때 귓가로 누군가의 전음이 들려왔다.
이보게?
나는 전음을 보내는 당사자에게로 눈동자를 돌렸다.
그는 다름 아닌 얼굴을 붕대로 매고 있는 자였다.
벽을 넘어선 고수이자 금상제의 수하인 그가 내게 이런 식으로 부른 이유가 뭘까?
의아해하고 있는데 놈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순간 나는 내색할 뻔했다.
만박자 두공.
그는 팔대 고수의 일인이자 장인어른인 월악검 사마착의 지인이었다.
설백으로부터 그 역시 서복과 마찬가지로 금상제 놈에게 붙잡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저 자였을 줄이야.
놀라고 있는데 전음이 이어졌다.
‘하!’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똑똑하다 불리는 자가 오대악인의 일인인 장인어른과 함께 너무 허망하게 적들에게 당했다고 여겼는데 이렇게 내부에 침투해서 버티고 있었다니.
그 말과 함께 그가 고갯짓으로 자신의 앞 쪽에 있는 몽주와 인질들을 가리켰다.
그리고 다시 내게 전음을 보냇다.
그런 그의 말에 나는 빙그레 웃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뭐?]인질이 몽주라는 자에게만 붙잡힌 거라면 상황은 다르다.
나는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몽주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 순간 놈의 눈이 멍해지더니, 이내 붙잡고 있던 인질들을 놓아주었다.
“아?”
그러더니 이내 자신의 목을 도로 베어버렸다.
-촥!
자결을 하고 만 것이다.
‘!?’
바닥을 뒹구는 놈의 머리통에 붕대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만박자 두공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애초에 소리가 아니더라도 시각만으로 정요 환의경을 쓰는 게 가능했다.
다만 황제와 만사신의도 붙잡혀 있었고, 상황이 여의치 않았기에 괜히 저들을 섣불리 구하려다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어서 기회를 엿본 것뿐이었다.
“아아아!”
인질로 붙잡혀 있던 황후와 만사신의의 여식이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주저앉았다.
그런 그들을 바라본 두공이 혀를 내두르며 내게 전음을 보냈다.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위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기운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구름마저 휘몰아칠 만큼 거대한 용권풍이 생겨나더니 이내 그것이 엄청난 속도로 하늘에서 쇄도해왔다.
-팟!
나는 다급히 손을 뻗어 허공섭물로 경왕을 밀어냈다.
하지만 이래서는 범위에서 못 벗어날 듯 하다.
나는 다급히 허공으로 솟구치며 이 주변을 뒤덮으려 하는 용권풍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촥! 파치치칙!
그러자 그 거대하던 용권풍이 이내 검붉은 뇌전을 머금은 검격에 의해 반으로 갈라졌다.
이 광경이 대단하게 보였는지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나의 신경은 다른 곳에 가있었다.
‘비선 노옹!’
방금 전의 일격에 모든 전력이 실려 있었지만 이것은 눈속임에 불과했다.
밑을 보니 어느새 비선 노옹이 바닥에서 기어 올라온 피투성이의 금상제를 부축하고 있었다.
금상제가 뭐라뭐라 중얼거리더니, 이내 자신의 가슴팍에 있던 옥새를 뽑더니 그것에 힘을 가해 부숴버렸다.
그러자 비선 노옹이 그의 몸에 손을 갖다 댔다.
‘설마!’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놈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금상제 놈이 나를 이글이글 타오르는 분노의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우우웅!
‘놓칠 수 없어.’
-파치치칙!
날아가는 나의 족적에 검붉은 뇌전이 불꽃을 튀겼다.
그러나 이미 놈의 몸이 일렁이는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 * *
호북성 북쪽 조양.
절벽으로 둘러싸여 숨겨진 가옥.
가옥의 안에 자리하고 있는 대장간으로 숨을 헐떡거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비틀거리며 안으로 들어왔다.
온몸이 피투성이인 그는 다름 아닌 금상제였다.
그의 모습에 안에 있던 대장장이가 화들짝 놀라서 당혹스러워했다.
“이, 이게 어찌 되신…..”
“네놈이 신경 쓸 바가 아니다.”
“하오나 상처를 치료해야 할 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상처로 보이는 부위에서 파란 불꽃이 튀기고 있었는데, 위중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금상제가 거칠게 대장장이의 멱살을 잡고서 말했다.
“검은…..검은 어찌 되었지?”
“그, 그렇지 않아도 이른 반 시진 전에 완성시켰습니다.”
겁을 먹은 대장장이가 손으로 가리킨 커다란 향로 쪽에는 누가 보아도 혈마검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 복잡한 문양의 검이 꽂혀 있었다.
금상제가 멱살을 내려놓고서 검을 향해 다가갔다.
그때 누군가 그를 불렀다.
“상처가 위중해 보입니다. 주군.”
금상제가 고개를 훽하고 돌렸다.
대장간의 입구 쪽에 후덕한 인상의 중년인이 서있었다.
그는 바로 그의 세 심복 중 한 사람인 뇌장이었다.
“뇌장……”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 것 같습니다만. 영문이 어찌 되었든 지금은 안정을 취하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뇌장의 말에 금상제가 일그러진 인상으로 혈마검을 뽑으며 말했다.
“회복을 기다릴 여유 따윈 없다.”
“하나……”
“지금 당장 그곳으로 가야 한다.”
급해 보이는 금상제의 목소리에 뇌장의 눈빛이 묘해졌다.
그것은 매우 짧은 순간에 불과했다.
이내 그 눈빛을 지운 뇌장이 금상제에게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하면 제가 모시겠습니다.”
* * *
호북성 무한에 있는 초나라 평왕의 릉.
릉 내부 깊숙이 숨겨져 있던 석실 안의 공간이 일렁이며 두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금상제와 바로 뇌장이었다.
아직도 거동이 불편한지 절뚝거리는 금상제가 뇌장에게 말했다.
“놈이 올 수도 있으니 밖으로 가서 지키고 있어라.”
이런 그의 말에 뇌장이 고분고분히 포권을 취하며 석실 바깥으로 나갔다.
그가 나가자 금상제가 등에 차고 있던 다섯 자루의 검집에서 하나씩 검을 뽑아서, 오각 형태의 석실에 세워져 있는 석관의 음각에 이를 끼워 넣었다.
-착!
강한 자력에 의해 검이 흠에 완전히 밀착되었다.
-쿠르르르르!!!
그러자 기관 장치가 움직이며 이내 석실 바닥에서 검은 액체가 흘러나왔다.
흘러나온 검은 액체가 바닥에 곡선을 그렸다.
“역시.”
금상제가 이어서 다른 석관에도 차례로 음각에 검을 끼웠다.
검들을 끼울 때마다 기관 장치가 움직이며 석실 바닥에서 검은 액체가 올라오며 더 많은 곡선의 문양을 그렸다.
그것은 점점 지도의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아아아.”
이제 마지막 검만 끼워 넣으면 된다.
금상제가 북쪽의 석관으로 다가가 요검 겁살검을 음각에 넣었다.
-철컹! 쿠르르르르!
마지막 검이 안에 들어가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천장이 열리며 작은 구멍이 드러났다.
그 구멍에는 야광주가 있었는데, 야광주의 빛이 일직선으로 향하며 바닥에 완성된 지도의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드디어…..”
바로 그 순간이었다.
-푹!
누군가 금상제의 심장을 찔렀다.
“컥!”
부상이 심하다고 하나 그의 기감을 속여가며 뒤를 찌를 수 있는 자는 많지 않다.
앞으로 고꾸라지며 한 쪽 무릎을 꿇고서 바닥에 손을 짚은 그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고 많았다.”
금상제가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심장을 찌른 자는 다름 아닌 뇌장이었다.
“네놈이 배신을 한 것이냐?”
분노에 치를 떠는 금상제에게 뇌장이 심장에 박혀 있던 검을 뽑고서, 이내 그의 목에 갖다대며 말했다.
“배신이라…..그런 건 충성을 바쳤어야 통용될 이야기지.”
“뭐?”
뇌장이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너무 오랫동안 이 순간을 기다렸기에 감흥이 없을 줄 알았는데, 역시 기분이 좋군.”
“뭐라? 기분이 좋아?”
“아아, 벗과의 약조를 지키는데 어찌 기분이 좋지 않겠나?”
“네놈 대체 무슨 소리를…..큭!”
고통스러워하는 금상제에게 뇌장이 웃으며 말했다.
“경정은 자기 손으로 네놈의 목을 직접 베고 싶어 했지. 하나 세상 일이라는 게 참 쉽지 않아. 대의를 위해 살았던 그 친구는 허망하게 죽고 네놈은 그 긴 목숨을 이어갔으니 말이야.”
금상제의 표정이 굳어졌다.
“설마 네놈……그놈과 처음부터 한 패였던 것이냐?”
“이제야 깨닫다니, 예상보다 멍청하군.”
비웃음을 흘리는 뇌장.
감춰졌던 그의 이면의 모습에 금상제는 할 말을 잃었는지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다 이내 노기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부터 짐을 배신하고 불로불사를 얻으려고 했던 것이냐?”
그런 그의 물음에 뇌장이 광소를 터뜨렸다.
“하하하하하핫. 나를 뭘로 보고 그딴 소리를 지껄이는 거냐?”
어리석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뇌장이 이죽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찌 보면 네놈도 그분을 위해 고생을 한 셈이니, 죽기 전에 의문은 풀어주마.”
친절하게 말했지만 의도는 달랐다.
마지막으로 진실을 알고서 비참해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삼백 년 간의 모든 노고가 무의미한 짓이란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그 반응이 보고 싶었다.
“잘 들어라. 네놈이 지금까지 발버둥을 치며 얻으려 했던 ‘그것’은 나의 스승님이신 마선(魔仙)을 부활시키기 위한 것이다.”
“마선?”
“그분이야말로 이 혼탁하고 더러운 속세를 바로 잡으실 구원자이시다.”
“하……”
기가 차하는 금상제의 모습에 뇌장은 흡족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진실을 감추고서 자그마치 삼백 년이 넘게 놈의 밑에서 수발을 들며 참아왔다.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이 어리석은 존재를 지켜보는 것도 이제 끝이다.
뇌장이 검병에 힘을 주며 말했다.
“그분이 피로 세상을 씻어내는 것을 보지 못해서 안타깝지만, 네놈의 그 과분한 욕심으로는 여기까지인 것 같구나.”
몸을 파르르 떨고 있는 금상제.
“잘가거라.”
그런 그의 모습에 만족해하며 뇌장이 검에 힘을 가했다.
바로 그때였다.
-팍!
금상제가 검날을 손으로 붙잡았다.
뇌장이 피식 웃었다.
“마지막 발악이로군. 하나 네놈의 몸 상태로는…..응?”
-쩌저저적!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금상제가 잡고 있는 검신 부근에 금이 갔다.
그에게 여력이 남았다고 여긴 뇌장이 검병에서 손을 떼고서 검결지로 그의 미간을 찌르려고 했다.
그 순간 금상제가 전광석화처럼 그의 목을 움켜잡았다.
-콱!
그러더니 이내 석실 바깥으로 그를 밀어내더니 공동의 벽에 몸을 처박아 넣었다.
-콰앙!
“큭!”
상상을 초월하는 공력에 뇌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체 이게?’
마도각성을 하지 않는 이상은 자신이 그보다 내공에서 좀 더 우위였어야 했다.
한데 부상을 입고도 밀린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금상제가 말했다.
“그게 목적이었군.”
“뭐?”
“자경정의 백을 겁살검에 집어넣어 뒤통수를 치려던 것도 그렇고 전부 그 마선이라는 존재를 부활시키기 위함이었어.”
‘!?’
그런 금상제의 말에 뇌장의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후자야 자신의 입으로 말한 것이지만 전자는 금상제가 모르는 사실이었다.
순간 뇌장은 뭔가 이상함을 알아차렸다.
“…….네놈 대체 뭐야?”
-두두두둑!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금상제의 안면이 갑자기 울룩불룩거리며 변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다른 누군가의 얼굴로 바뀌었다.
‘!!!’
그는 다름 아닌 진운휘였다.
“네, 네놈이 어떻게?”
이를 알아본 뇌장이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금안도 그렇고 숨겨진 근거지의 위치를 아는 것도 그렇고, 평소의 말투와도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그런 그에게 진운휘가 이죽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놈 뜻대로 되도록 그냥 내버려둘 줄 알았나?”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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