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353
3화 그를 찾는 이들 (3) >
‘아주버님?’
뜬금없는 소리에 낭왕 혁천만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여인들이 사제인 진운휘를 노리고 있다고 여겼던 그였다.
그런데 갑자기 아주버님은 무슨 소린가?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요?”
그런 그의 말에 백혜향이 한 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당신. 운휘의 사형이 아닌가?”
“맞소만.”
“그럼 아주버님이 맞네.”
그녀의 말에 혁천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금 그녀의 말대로라고 한다면 검혈마녀 백혜향이 운휘와 혼인이라도 했다는 것이 된다.
순간 그의 시선이 빙한여제 설백에게로 향했다.
그녀 또한 자신에게 아주버님이라고 했다.
‘설마?’
혁천만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들이 자신을 가지고 놀리는 것인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검혈마녀 백혜향은 오대 악인의 일인이었고 빙한여제 설백은 팔대고수의 일인이었다.
그런 그들이 자신의 사제인 진운휘의 아내들이라고?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지금 나를 놀리는 것이오?”
그 말에 설백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놀리다뇨? 상공의 사형이시라면 제겐 아주버님이시니 말씀 편하게 하세요. 이왕이면 제수씨라고 불러준다면 좋겠군요.”
자신이 말하고도 그 호칭이 기분 좋은지 설백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런 그녀를 보며 백혜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코웃음을 쳤다.
“제수씨 좋아하시네.”
“왜 그럼 형수라고 부르라 할까?”
“형수는 무슨. 그 나이에 제수씨라고 불리고 싶나봐?”
나이로 공격을 하는 백혜향의 말에 설백이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흘겨보았다.
주변의 공기가 점차 차가워지며 입김이 나왔다.
백혜향 또한 기운을 끌어올리자 붉은 아지랑이가 넘실거렸다.
‘대체 뭐하는 짓들이지?’
갑자기 둘이서 앙숙처럼 말싸움을 하더니 당장에라도 겨룰 기세였다.
혁천만은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자신이 들었던 것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두 여협께서 내 사제의…..부인들이라면…..객잔에서 저들이 말한 그 끝장을 본다는 건 대체 무슨 소리요?”
그런 그의 말에 백혜향이 여전히 설백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서 말했다.
“아아, 끝장 봐야지. 누가 윗서열일지 말이야.”
“윗서열?”
의아해하는데 이번에는 설백이 살기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굳이 서방님 입으로 직접 들어서 실망하지 말고, 우리 동생은 그냥 이 자리에서 셋째 자리로 만족하지 그래?”
“누가 할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노.선.배.”
“너 또!”
날카로운 외침과 함께 설백이 그녀를 향해 일장을 뻗었다.
한기가 서린 일장에 백혜향 또한 혈천대라공의 기운이 실린 일장으로 대항했다.
-파앙!
두 여인들이 일장을 부딪치자 강렬한 풍압이 일어났다.
그 여파로 인해 바닥에 균열이 생겨났는데, 혁천만이 초인의 벽을 넘어선 고수가 아니었다면 내상을 입고서 튕겨나갔을 지도 모른다.
‘말려야 하나?’
하지만 왠지 모르게 끼어들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뒤로 신형을 물렸다.
그런 그의 귓가로 누군가의 전음이 들려왔다.
‘응?’
그는 혈교의 삼존인 난마도제 서갈마였다.
[난마도제?] [노부를 알고 있구려.] [저리 내버려둬도 되오?] [……종종 있는 일이오. 괘념치 마시오.] [종종?]혁천만이 눈살을 찌푸렸다.
보통 여자들이 싸우면 다툼이지만 저들 정도 되면 재난 수준이다.
지금도 나무가 꺾이려고 할 만큼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뭔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남사스러웠는지 서갈마가 헛기침을 내뱉었다.
긍정을 표하는 서갈마의 전음에 혁천만이 어느새 대결을 펼치고 있는 두 여인들을 멍하게 쳐다보았다.
“하……”
이 허탈한 감정은 무엇일까?
오해했던 것에 대한 허탈감이 아니었다.
누구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일 년 간 서역에서 극한의 상황에 자신을 밀어붙였다.
그런데 누구는 그 일 년 사이에 천하제일의 칭호를 얻은 것도 모자라, 현 무림에서 최고라 불리는 여인들이 그를 소유하는 문제로 다투고 있다.
제자인 소년이 다가와 그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스승님 괜찮으신지요?”
그렇지 않아도 스승에게 바람을 불어넣었던 소년이다.
괜히 실망하지 않았을까 걱정된다.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팔대고수의 일인이자 낭인들의 왕인 그가 이런 일로 크게 감정이 동요되겠는가 여겼다.
그런데 소년의 귓가로 들리는 혁천만의 중얼거림.
“……아주 복에 겨웠구나. 사제.”
‘아……’
자신의 스승도 역시 남자였다.
스승님에게서 느껴지는 투기가 그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 * *
깊은 산중.
햇빛조차 들어오지 못할 만큼 우거진 수풀.
그로인해 어두운 산길은 자칫 으슬으슬한 분위기마저 든다.
허리춤에 낫과 호미를 차고서 망태기를 지고 있는 한 중년의 약초꾼이 앞장서며 산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그의 뒤로 왼쪽 귀가 간지러운지 새끼손가락으로 후비적거리는 죽립을 쓴 한 청년과 봇짐을 지고 있는 시종이 따라가고 있었다.
안내를 하고 있던 약초꾼이 말했다.
“길이 참 험하지요?”
“참말로 그렇네요. 아따 무슨 수풀이 이렇게 우거졌대요?”
시종으로 보이는 자가 투박한 말투로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이에 약초꾼이 답했다.
“산길이란 게 사람이 많이 오가고 해야 좀 길이 평탄해지는데 사람이 없어서 그렇지요. 우리 같은 약초꾼들도 여기까지는 잘 오지 않으니 오죽 그렇겠소.”
“어휴. 아직 해도 안 저물었는데 온통 어둡고 으슬으슬한게 귀신이라도 나오겄소.”
심지어 조금씩 안으로 갈 때마다 안개도 끼고 있었다.
괜히 이곳이 삼대 금지라 불리는 게 아닌 듯 했다.
그들이 걷고 있는 기린산의 협곡 방향으로 산 초입부터 들어가지 말라는 푯말이 곳곳에 꽂혀 있을 만큼 엄중히 경고를 하고 있었다.
시종이 계속 투덜거렸다.
“아니 하고 많은 곳 중에 왜 여기에 오자고 한 겁니까?”
이에 청년이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왜 겁먹었어?”
“도련님은 무섭지 않습니까요? 혼자서 오면 까무러치겠구만요.”
“다 사람 사는 세상이야. 뭘 까무러치기까지야.”
“네네. 정말 대단하십니다요.”
시종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런 그들의 대화를 보며 재밌는지 너털웃음을 터뜨린 약초꾼이 말했다.
“두 분은 어쩌다 이곳까지 오신 게요?”
“어쩌다겠소. 우리 도련님이 찾으실 게 있다고 해서 온 거지.”
“하고 많은 곳 중에 위험하다고 들어가지 말라고 잔뜩 경고해놓은 이 산중에 찾을 게 있단 말이오?”
이곳 기린산 인근에 사는 사람들은 절대로 이곳의 주변조차 오지 않는다.
그만큼 소문이 흉흉하고 불길한 곳이었다.
죽립을 쓴 청년이 입을 열었다.
“혹시 서목한철이라고 들어본 적 있소?”
“서목한철?”
“먼 옛날 이곳에 있는 협곡의 한 동굴에서 독특한 한철이 발견되었는데, 그것을 두고 서목한철이라고 한다고 들었소.”
“오. 그렇소?”
“한철은 차가운 철로 북쪽 세외에서만 구할 수 있는 걸로 알고있지만, 예전에는 이곳 기린산에서도 구할 수 있었다고 하더구려.”
“그걸 구하러 이런 흉흉하고 위험한 곳까지 오시다니, 참으로 공자께서는 담력이 세시구려.”
대단하다는 듯이 치켜세워주는 약초꾼의 말에 청년이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별일이야 있겠소.”
“매사에 조심해서 나쁠 일은 없지요.”
“그래서 그대에게 길 안내를 받고 있잖소.”
인근 마을에서 유일하게 이곳까지 약초를 캐러 들어온다는 사람이 바로 이 약초꾼이었다.
청년의 말에 약초꾼이 사뭇 진지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젊어서 그런가 이곳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가 보구려.”
“무슨 일?”
“하긴 이 지역 사람도 아닐 텐데 알 리가 만무하겠소. 허허허.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옛날 얘기라도 들어보겠소?”
“옛날 얘기? 혹시 무서운 얘기라도 하려는 거요?”
시종이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그런 반응을 즐겁기라도 한지 약초꾼이 겁을 주듯이 말했다.
“무섭다면 무섭겠지요.”
“아니. 굳이 이런데서 그런 얘기를….”
이에 시종이 손을 휙휙 저으며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려 했다.
그런데 죽립을 쓴 청년이 흥미롭다는 듯이 말했다.
“그거 재미있겠군. 이야기해보시오.”
“도련님은 참말로….”
“쉿.”
“아오.”
시종이 답답하다는 듯이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쿵쿵 쳐댔다.
그러거나 말거나 청년은 이야기를 해보라며 보챘다.
이에 약초꾼이 낫을 들고서 앞을 가로막고 있는 수풀을 베어내며 말했다.
“서목한철인지 뭔지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이곳에 자라는 귀한 약초들도 많고, 들짐승들도 많아서 약초꾼부터 사냥꾼까지 많이 돌아다녔다고 하더구려.”
“언제부터 이곳이 금지가 된 건지 알고 있소?”
“이곳 토박이들만 아는 이야기지요. 아주 오래 전에 웬 부상을 입은 도사들 몇 명이 우리 마을을 거쳤다가 이곳 기린산으로 숨어들었소.”
“도사들?”
“그렇소. 무슨 모산, 막산인가 하는 곳의 도사라던데.”
“…….모산파?”
“오오. 맞소. 대충 그 비슷한 이름이었던 것 같소. 워낙 어릴 적에 들을 이야기라 가물가물하오.”
모산파는 한때 금상제의 중원 탄압을 도우면서 멸문한 도가 문파였다.
다른 도문에 비해 사술과 술법에 능한 문파로 그들의 맥은 지금에서 와서 완전히 끊겼다.
한데 이곳에 그 생존자들의 일부가 숨어들었다니 청년은 더욱 흥미가 생겼다.
“계속 이야기해보시오.”
“처음에 마을 사람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소. 모산파라는 곳도 무림의 문파라 들었는데, 무림인들이 피투성이가 되는 일이 하루이틀이오?”
그 말에 동의하는지 청년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약초꾼이 앞으로 나아가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문제는 그 후였소. 도사들이 산에 숨어들고나서 한 달 가량이 지났을 무렵, 마을 사람들은 뭔가 이상한 사실을 알아차렸소.”
“이상한 사실?”
“산으로 들어갔던 약초꾼이나 사냥꾼들이 한 사람도 돌아오지 않는 것이오.”
이상한 일이라기보다 의심스러운 일이었다.
모산파의 도사들이 오고나서 벌어진 일이었으니 말이다.
“돌아오지 않는다라…..그래서 어찌 했소?”
“일가의 남정네들이 돌아오지 않는데 가만히 있었겠소이까? 일가족들이 그들을 찾기 위해 이곳으로 들어왔소.”
“하여 그들을 찾았소?”
“안타깝게도 그들 또한 마을로 돌아가지 못했소.”
“…….전부 사라진 거요?”
“아! 딱 한 사람이 살아 돌아왔다고 하오. 다만 워낙 부상이 심해 얼마 지나지 않아 목숨을 잃었지만.”
그게 살아돌아왔다고 해야 하는 걸까?
“그래도 살아서 돌아왔었다면 어찌 그리 된 건지는 밝혀졌겠구려. 모산파 도사들이 벌인 짓이오?”
청년의 물음에 약초꾼이 고개를 젓더니 무거운 목소리로 답했다.
“이걸 참 어찌 설명해야 할지.”
“……모산파 도사들이 그런 게 아니오?”
“그게 말이오. 그자가 죽기 전에 기이한 말을 했었다고 하오.”
“기이한 말?”
“……숲에서 사람의 피를 마시는 괴이한 존재들을 봤다고 했소.”
그 말에 시종이 눈살을 찌푸리며 몸을 파르르 떨었다.
이런 이야기는 질색인 그였다.
“워낙 허황된 이야기라 누구도 그 자의 말을 믿지 않았다고 하오.”
당연히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죽기 전에 그 자가 했던 말에 의하면 사람들의 피를 마시는 그 괴인들은 가볍게 손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사람을 반으로 찢어뜨릴 만큼 괴력을 지녔다고 한다.
“그 말을 믿지 않았다고 해도 그리 많은 사람들이 사라졌는데, 누가 산에 들어가려 하겠소이까? 결국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에 관에 민원을 넣어 조사를 요청했다고 하오. 그래서 어찌 되었을 것 같소?”
약초꾼이 역으로 물었다.
이에 턱을 쓰다듬던 죽립의 청년이 말했다.
“지금까지도 금지 구역이라 불리는 걸 보면 그때도 해결하지 못한 것이 아니오?”
“맞소. 관병들 중에서도 살아 돌아온 자들이 없었소. 더 많은 관병들이 동원되어 몇 차례 더 수색을 했지만 마찬가지였소.”
“전부 돌아오지 못했소?”
“그렇소. 심지어 명성 꽤나 날렸던 무림인들이 이 사건을 해결해보겠다며 산으로 들어갔지만 누구 하나 살아 돌아오지 못했소이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되니 사람들은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여겼다.
관의 병사들도, 심지어 무림인들조차 해결할 수 없는데, 무슨 수로 사라진 자들을 되찾을 수 있단 말인가.
사람들이 들어갈 때마다 남은 흔적이라고는 숲의 나뭇잎들에 이슬처럼 송송히 맺혀있는 핏자국뿐이었다고 한다.
그로 인해 기린산의 그 협곡은 혈로림(血露林)이라 불리게 되었고, 지금의 삼대 금지 지역으로 악명을 떨치게 된 것이었다.
“참으로 섬뜩한 이야기지 않소? 어쩌면 이 저주받은 숲에는 정말로 인간의 피를 마시는 괴물들이 살고 있을 지도 모르오.”
약초꾼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청년이 문득 물었다.
“한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소.”
“물어보시구려.”
“그대의 말대로라면 지금까지 이 숲에 들어와 무사히 살아나간 자가 없다고 했는데, 그대는 어찌 멀쩡히 약초를 캐고 다녔던 거요?”
-멈칫!
이런 청년의 물음에 약초꾼이 자리에서 멈춰 섰다.
어둠으로 뒤덮인 숲은 흉흉하면서도 음산하기 짝이 없었다.
멈춰 선 약초꾼이 갑자기 광소를 터뜨렸다.
“하하하하하하핫.”
미친 듯이 웃어대는 그를 보며 시종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 자가 실성이라도 했나.”
-흠칫!
의아해하고 있는 사방의 수풀이 흔들리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알 수 없는 존재들이 주변을 포위하고 있었다.
그 느낌이 인기척과는 사뭇 달랐다.
“도련님 이건….”
그때 한참을 웃어대던 약초꾼이 이를 멈추고서 그들에게 말했다.
“오랜만에 온 객들이라 나도 모르게 흥분했군. 이런 어처구니없는 말실수를 저지른 걸 보면 말이야.”
약초꾼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방금 전과 다르게 뒷짐을 지고서 오만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이곳에서 그분들의 파수꾼 노릇을 했더니, 여기까지만 오면 긴장이 풀린단 말일세.”
“파수꾼?”
파수꾼은 어떤 곳을 지키며 일을 하는 하수인을 의미한다.
스스로를 그리 지칭한 약초꾼이 이죽거리며 말했다.
“매번 이곳에 오는 자들을 겁주는게 일상이 되어서 말이야.”
뭐가 그리 즐거운지 시종 웃음을 잃지 않는 약초꾼.
그런 그에게 죽립의 청년이 말했다.
“……한 패였군.”
“제법 영리한 청년인 것 같은데 이를 어찌하나. 이제서야 눈치챘으니 말이야. 하하하하하핫.”
약초꾼이 그들을 비웃었다.
그러다 이내 손을 들어올리며 뭔가 신호를 보냈다.
-푸스스스!
그러자 수풀 속에서 노란 안광을 가진 산발의 괴인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이빨이 전부 뾰족하고 날카로웠다.
“크르르르.”
심지어 입에서는 짐승과도 같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약초꾼이 득의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로만 들었던 흡혈 괴인들을 직접 눈으로 보니 어떻나? 심장이 터질 것 같나?”
“…….”
‘흐흐흐.’
아무 말도 못하는 그들을 보며 약초꾼은 겁을 먹었다고 확신했다.
늘 보는 광경이지만 이때가 가장 흥분된다.
공포에 떠는 인간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순간이었으니 말이다.
“삼대 금지 혈로림에 온 것을 환영하네. 그리고 잘가게.”
-파파파팟!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괴인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마치 흉폭한 짐승이라도 되는 것처럼 두 사람을 향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딱!
죽립의 청년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 순간 달려들던 괴인들이 멍한 얼굴로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
알 수 없는 광경에 약초꾼의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게 대체…..”
“딱히 심장이 터질만큼 놀라울 것도 없군.”
“뭐?”
영문을 알 수 없어 하는데 죽립의 청년이 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그러자 수십 명이나 되는 괴인들의 머리가 일제히 폭발하듯이 터져버렸다.
-콰직! 콰직! 파팍!
“아닛!”
보고도 믿기지가 않는 광경이었다.
손도 대지 않고 이들을 전부 죽여 버렸으니 말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많은 괴인들의 머리가 터지면서 피와 뇌수들이 사방으로 튀었는데, 죽립의 청년의 주변에는 보이지 않는 막이 있는 듯이 막혀버렸다.
‘저, 정녕 인간이 맞나?’
죽은 괴인들이 아니라 눈 앞의 저 자가 진정한 괴물이었다.
겁에 질린 약초꾼이 뒷걸음을 치며 말했다.
“대….대체 당신은 누구요?”
그런 그의 물음에 청년이 아닌 시종이 오히려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아이고. 교룡도 죽이신 우리 도련님이 그깟 피나 빨아먹는 괴인들에게 당할 것 같아?”
“교룡? 서, 설마?”
약초꾼의 얼굴이 새파랗게 굳어갔다.
그런 그를 향해 죽립을 슬며시 들어올리는 청년.
‘!!!’
그는 바로 현 무림의 정점이라 불리는 자.
천하제일검 진운휘였다.
끝
ⓒ 한중월야
<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