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354
3화 그를 찾는 이들 (4) >
어두운 공동.
야광주 하나가 은은하게 넓은 공동을 비추고 있다.
공동의 입구로 보이는 곳에는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커다란 암석으로 막고 있었다.
오랫동안 훈련을 했는지 공동 안에는 수많은 흔적들이 가득했고, 사방에 멀쩡한 곳이 없었다.
공동의 한 가운데에는 좌선을 하고 있는 낡은 도복의 노인이 있다.
명상을 하듯이 눈을 감고 있는 노인의 몸에서 뜨거운 열기와 함께 아지랑이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이내 아지랑이들의 회오리를 치며 기(氣)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이윽고 그 기운은 점점 상승하여 공동의 공간 전체를 차지할 만큼 강렬해졌다,
-콰아앙!
퍼져나가는 기운의 여파에 암석이 부서졌다.
“껄껄껄껄!”
눈을 감고 있던 노인의 입에서 호탕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먼지가 피어오르는 공동 안으로 세 명의 도복을 입은 노인들이 들어왔다.
노인들 중 가운데 머리카락만 검은 자가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무원공을 대성한 것을 경하드리옵니다. 대사형.”
“경하드리옵니다. 대사형.”
그들의 축하에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을 뜨는 도사 노인.
그의 왼쪽 눈동자가 금빛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한데 그뿐만이 아니라 다른 세 명의 도인들 역시도 각각 한쪽 눈동자들이 금안이었다.
대사형이라 불린 노인이 그들 도인들에게 말했다.
“드디어 때가 무르익었구나.”
“대사형!”
그런 그의 말에 세 명의 도인들이 감격에 겨워했다.
이들은 오직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다.
가운데 검은 머리카락인 노인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월나라의 구천은 오랫동안 쓸개를 맛보며 치욕을 상기했다고 하나 대사형과 우리 모산파의 기다림만 하겠습니까? 오직 이 날만을 기다렸습니다.”
“노부 또한 그러하다.”
대사형이라 불린 도사 노인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바닥을 나뒹굴고 있던 낡은 보검이 그의 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착!
검을 붙잡은 노인이 결의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이 기린산에 들어온지도 어언 이백여 년이 흘렀다. 살아남기 위해 짐승과 인간의 피를 먹어가며 목숨을 연명해왔다.”
그 순간을 떠올렸는지 도인들이 신음성을 흘렸다.
목숨을 부지하고 강해지기 위해 얼마나 비참한 세월을 보냈던가.
그 인고의 세월을 보답 받을 순간이 다가왔다,
“우리를 배신하고 끝까지 이용만 한 금상제 그 놈과 우리 모산파를 공적으로 몰아간 무림에 복수할 그 날이 드디어 왔도다.”
“대사형께서 무원공을 대성할 그날만을 기다려왔습니다.”
“고생이 많았다. 사제들의 노고가 없었다면 무원공을 대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먼저 금상제 그놈에게 피의 대가를 받을 것이다.”
결의가 넘치는 그의 목소리에 세 도인들의 표정이 묘해졌다.
그런 그들의 반응에 대사형이라 불린 도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그러느냐?”
눈치를 보다 이내 가운데 머리카락만 검은 도인이 이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대사형. 그렇지 않아도 전해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엇이 말이더냐?”
“대사형께서 폐관 수련에 들어가신 오 년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특히 요 근래 일 년 사이에 말입니다.”
“일 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러느냐?”
“아무래도 정말로 금상제가 죽은 듯 합니다.”
“…….뭐?”
그런 도인의 말에 대사형이라 불린 도인의 표정이 굳어졌다.
금상제가 누구던가.
서복의 영단 비법을 얻어 불완전하지만 반 불로장생에 무(武)로는 최고의 경지에 이른 괴물이 아니던가.
오랫동안 모산파를 수족처럼 이용하고 버린 당사자이기도 했다.
“어찌!”
오직 그를 이기기 위해 절치부심으로 무원공을 연마했던 도인이었다.
한데 그가 죽었다는 말을 들으니 허탈함을 넘어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게 정말이느냐?”
“확실합니다.”
“확실하다고? 대체 누가 놈을 죽인 것이더냐?”
“황실 최고의 고수 연생이라는 여인의 손에 죽었다고 합니다.”
“뭐?”
그런 그의 말에 대사형이라 불리는 도인이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그 괴물 같은 존재가 고작 여자 무림인에게 죽었다는 말이 쉽게 믿기지가 않았다.
“놈이 두려워하던 검선의 후예가 아니고 말이냐?”
금상제는 검선의 후예를 두려워했다.
그래서 서복의 불완전한 불로장생의 비법을 완성하도록 모산파의 후인들을 닦달했었다.
그로 인해 수많은 문도들이 목숨을 잃었다.
가운데만 검은 머리카락인 도인이 답했다.
“…….네. 황실에서 놈의 수급을 효시해두고 대대적으로 연생이라는 경왕의 위무사의 공을 치하했다고 합니다. 듣기로는 여인의 몸으로 금의위 부제독의 위까지 받았다고 하더군요.”
“하!”
진심으로 기가 찼다.
오직 그를 죽이기 위해 혹사했던 것이 일순간에 무색해져버렸다.
대사형이라 불리는 도인이 노기에 찬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
“어찌 그 사실을 이제 알리는 것이더냐?”
“……중요한 폐관 중이셨고 설령 금상제가 죽었다고 한들 저희의 숙원은 그것이 끝이 아니지 않습니까?”
“아아아.”
사제 도인의 말에 대사형이라 불린 도인의 입에서 옅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 말이 맞았다.
설령 금상제가 죽었다고 한들 그것은 복수의 시작이었다.
한을 풀기 위해서는 금상제뿐만이 아니라 자신들과 척을 지었던 다른 도가들이나 무림과의 관계를 정리해야 했다.
“사제. 네 말이 맞다. 금상제 그놈도 거쳐가는 하나의 산일뿐이다. 놈이 전부가 아니다.”
“맞습니다. 그리고 어찌 생각하면 하늘이 저희를 돕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늘이 도와?”
“간교한 금상제 놈이라면 저희가 다시 일어서는 것을 두려워하여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를 노릇입니다.”
“그렇지. 놈이라면 그럴지도.”
검선의 후예를 두려워하여 평생을 숨지 않았던가.
놈이라면 절치부심하며 만반의 준비를 한 자신들을 경계하여 더욱 자취를 감추고서 계략을 꾸밀 지도 모른다.
그러다 문득 생각을 달리하니 놈의 인생도 참 기구하다 여겨졌다.
‘그리 영생을 탐했던 작자가……’
이리 허망하게 갈 줄 누가 알았겠는가.
놈은 서복의 비술을 알아내려고 했던 자신들이 끝내 성과를 내지 못하자, 그것을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산파를 멸문시키려 했다.
이런걸 보면 인과응보라는 것이 없지는 않는 듯 했다.
‘흠.’
그 연생이라는 여인이 궁금해졌다.
대체 얼마나 강하고 계략에 능통하면 평범한 무관 여인이 금상제와 같이 수백 년을 살아온 능구렁이 같은 자를 죽일 수 있었는지 말이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도인이 말했다.
“하면 그 연생이라는 계집을 죽인다면 무림과 황실 전체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겠구나.”
금상제를 죽였다면 사실상 정점에 가깝다고 할 수 있었다.
어차피 검선의 후예는 수백 년 전에 사라져서 그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으니 이미 옛날에 타계했거나 우화등선했을지도 모른다.
“정점을 죽이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지.”
그런 그에게 가운데 머리카락만 검은 도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대사형. 그녀 또한 무림의 최고수로 점쳐지고 있지만 현 무림의 정점은 다른 자입니다.”
“뭐?”
대사형이라 불리는 도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금상제를 죽인 그 여자보다 강한 자가 있단 말인가?
“누구지?”
“천하제일검 진운휘입니다.”
“천하제일검?”
이미 별호만 들어도 무림의 정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검선 이후로 무림에는 천하제일이라 불렸던 자가 없었는데 의외였다.
“폐관한 후로 많은 것이 바뀌었구나.”
“놈이 검선의 후예입니다.”
“뭐?”
검선의 후예라는 말에 대사형이라 불리는 도인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모산파에게 있어서 검선 순양자도 원수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그 검선의 후예가 멀쩡히 살아있는데다가 현 무림의 정점으로 군림하고 있다고 하니 다시 전의가 불타올랐다.
“검선의 후예가 살아있다고? 크하하하하하하핫!”
광소를 터뜨리는 대사형이라 불리는 도인.
그런 그에게 가운데만 검은 머리카락이 있는 도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나 사형. 방심하면 안 됩니다. 무원공을 대성하신 사형이라면 고금제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만 놈이 교룡을 죽였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교룡을 죽여? 그 타락한 영물을 말하는 것이더냐?”
“그렇습니다. 저희도 그 얘기를 듣고 믿기 힘들었지만 많은 이들이 지켜보았다고 하니…..”
바로 그 순간이었다.
-쿠르르르르!
“웃!”
“공동이?”
대사형이라 불리는 도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방대한 기운에 의해 공동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거렸다.
“교룡을 죽인 것이 어쨌다는 것이냐?”
-고오오오오!
가공할 정도의 진기에 속이 울컥거리고 기가 질릴 정도였다.
“나라고 그것을 못할 것 같으냐?”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내공이다.’
‘과연 대사형이시다!’
이런 대사형의 힘을 확인하고 나니 일말의 불안함이 완전히 사라졌다.
설령 영물인 교룡을 죽였다고 한들 자신들의 대사형 역시도 충분히 그것을 해내리라 여겼다.
‘대사형과 혈귀들만 있으면 본 파의 한을 이룰 수 있다!’
혈귀는 비술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연구를 하면서 완성한 결과물이다.
놈들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요물이나 다름없다.
피를 마시면서 강해지는데, 그들의 강함은 무공을 익히지 않았는데도 일류고수에 버금갈 정도다.
‘혈귀의 가장 무서운 점은 증식이지.’
혈귀에게 피가 빨린 자들은 또 다른 혈귀가 된다.
이들의 원류는 그들이었다.
그렇기에 새로이 생겨나는 혈귀들조차 그들의 명대로 움직였다.
지금까지 삼천 여 명에 이르는 혈귀들을 확보했는데, 이들을 중원으로 풀게 된다면 순식간에 증식하게 될 것이다.
그리 된다면 피의 복수가 시작된다.
기대감으로 흥분되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타타타타탁!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노란 안광에 날카로운 이를 가진 혈귀였다.
“크…..큰일….났다.”
짐승과도 같은 혈귀였지만 개중에는 자아가 또렷한 것들도 더러 있었다.
이들을 통해서 다른 혈귀들을 통제했던 이들이었다.
가운데만 검은 머리카락인 도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무슨 일이기에 그러느냐?”
“적이…..침입….했다. 우리….동족….들을….죽이면서…진입해….오고 있다.”
“뭐? 적이 침입해?”
혈귀의 그 말에 도인들이 일제히 대사형을 쳐다보았다.
폐관을 깨고 나온 이상 그가 우두머리였다.
대사형이라 불리는 도인이 먼저 신형을 날리자 다른 세 명의 도인들이 그 뒤를 따랐다.
“누가 침입한 거지?”
보통 사람이라면 혈귀의 기세에 눌려서 꼼짝도 못한다.
그런데 삼대 금지라 불리는 이곳 혈로림까지 들어와 혈귀들을 죽여가며 진입해오고 있다면 보통 고수가 아닐 것이다.
가운데만 검은 머리카락인 도인이 말했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삼천여 명이나 되는 혈귀들을 전부 감당할 수 없습니다. 침입한지 꽤 되었다면 지금쯤 또 다른 혈귀가 되었을 지도 모른…..”
그의 말은 미처 끝나지 못했다,
공동을 나와 보이는 광경에 그들 사형제의 말문이 막혔다.
‘!?’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그 많던 혈귀들이 하나 같이 머리가 터져서 쓰러져 있다.
바닥을 흥건히 적시는 엄청난 양의 핏물과 뇌수에 할 말을 잃을 지경이었다.
끽해야 살아남은 혈귀들이라고는 삼십여 명 안팎이었다.
그런데 그 조차,
-파파파파파팍!
머리가 터지며 그대로 죽고 말았다.
혈귀들의 재생력은 인간과 궤를 달리하지만 그 머리가 약점이었다.
마치 그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놈들을 학살하고 있다.
“저놈은 대체…..”
그들의 눈에 피로 얼룩진 이곳을 가로질러 걸어오는 한 청년이 보였다.
이렇게 피가 사방으로 튀는데, 옷에 핏방울 묻지 않은 청년은 마치 산책이라도 나온 사람처럼 평안한 얼굴을 하고 있다.
‘저 생김새는….설마?’
그때 가운데 머리카락이 검은 도인의 두 눈이 커졌다.
도인들 중에 유일하게 혈로림 밖을 오가며 외부의 정보를 얻어오는 그였다.
청년의 훤칠한 외모와 생김새를 보는 순간 단번에 누군가를 떠올렸다.
“천하제일검!”
그런 그의 말에 사형제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천하제일검 진운휘라면 현 무림의 정점으로 불리는 사내이자 자신들이 조금 전까지 언급하고 있던 교룡을 죽인 자가 아니던가.
“사형 저자가 그 검선의 후예란 말이오?”
“소문이 맞다면 확실하다.”
“……말도 안 되는 강함이오. 혈귀들이 어찌 이리 무력하게.”
이만큼의 혈귀를 확보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런데 그것이 허무해질 지경이었다.
방금 전 마지막 혈귀의 머리가 터지면서 눈에 보이는 혈귀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죽어버렸다.
아니. 딱 하나만 살아남았다.
자신들에게 보고를 하러 온 혈귀였다.
이 혈귀는 그들의 뒤에서 공포에 질린 얼굴로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건 괴물이다.’
모산파의 도인들이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이 상상한 것보다 검선의 후예는 더욱 괴물이었다.
유일한 희망은 오직 자신들의 대사형뿐이었다.
“대사형. 놈을 상대하실 수…”
“제법이군. 그래. 저 정도는 되어야 무로써 최고의 경지에 이른 본도를 상대할 수 있지.”
“아아아!”
“역시 대사형입니다!”
여전히 오만함과 자신감을 잃지 않은 대사형의 말에 그들의 눈빛에 희망이 차올랐다.
대사형이라면 아무리 괴물 같은 검선의 후예라고 할지라도 절대 밀리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전의가 차오른 그가 사제들에게 말했다.
“지켜보아라. 놈의 최후를.”
-팟!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엄청난 기세로 그들의 대사형이 놈에게로 쇄도했다.
그들이 그런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무림의 자웅을 다툴 또 다른 싸움이 시작되려 한다.
라고 여기는 순간이었다.
-촥!
천하제일검 진운휘에게로 기세좋게 쇄도했던 대사형의 목이 날아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
-데굴데굴!
바닥을 뒹구는 대사형의 머리통.
모산파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세 도인들은 터질 듯이 커진 눈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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