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42
19화 조성원 (1)
조성원이 움찔거리며 멈추자 기대감에 차있던 단주 나심형이 인상을 찡그렸다.
울대가 떨리는 것을 보아 급히 전음을 하는 것 같았다.
조성원이 가만히 발걸음을 멈춘 상태로 나를 쳐다보지 않고서 전음을 보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녀석이 시치미를 뗐다.
하긴 여기서 더 반응을 보이면 들키겠다 싶겠지.
그런데 어쩌나.
나는 가시가 있어도 일단 너를 데려와야겠다.
[거지 맞잖아.] [대체 무슨 말을….] [방주가 개봉에 있다고 그쪽에 붙는 건 위험할 텐데.]전음을 보낸 순간 녀석의 눈동자가 사시나무처럼 파르르 떨려왔다.
방금 전에 거지라 불렀을 때보다 더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이젠 확실히 깨달았을 거다.
네 정체를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뭐하는 건가.”
얼마나 답답했는지 단주 나심형이 그에게 직접 말을 걸었다.
하지만 충격을 받은 녀석의 귀에는 그것이 들리지 않았는지, 어느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노려보는 것 같은데.
‘상관없어.’
어차피 이쪽으로 영입시켜야 하니까.
내가 빤히 쳐다보자 곧 녀석에게서 반응이 나왔다.
[…….뭘 원하는 겁니까?]나는 대답하지 않고서 그저 내 앞쪽을 고개 짓으로 가리켰다.
나를 잠시 노려보던 조성원이 멈췄던 발걸음을 뗐다.
“어서오….!?”
그러나 나심형의 기대와는 다르게 조성원의 발걸음은 옆에 있는 나에게로 향했다.
녀석이 잔뜩 굳은 얼굴로 내게 포권을 취하며 소리쳤다.
“소 대주. 사존 어르신의 산하로 보직을 받고 싶습니다.”
됐다.
녀석이 마음을 바꿨다.
이로써 내가 알고 있던 조성원의 역사 자체가 바뀐 것이었다.
“크하하하하하핫!”
해악천이 자신의 기분을 숨기지 않고서 광소를 내뱉었다.
모두가 노리던 인재를 얻어서 그런지 아까보다도 훨씬 좋아하고 있었다.
반면 다른 단주들은 아니었다.
[소….대주. 무슨 말을 한 건가?]단주 나심형이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내게 전음을 보냈다.
아마도 해악천을 의식해서일 것이다.
두 번째 후보생이었던 하문찬이 선택할 때는 미동조차 하지 않던 자가 전음까지 보낼 정도면 꽤나 분했던 것 같다.
[별말 하지 않았습니다.] [별말을 하지 않아?] [그저 함께 하길 원한다고 했을 뿐입니다.]굳이 변명할 필요가 없기에 이 정도만 말했다.
미간을 찌푸리던 나심형은 더 이상 내게 전음을 보내지 않았다.
이미 결과는 나왔고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단념한 듯 했다.
그와 달리 몇몇 단주들은 살갗이 따갑다고 느껴질 만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릇들이 보이네. 종지 그릇.
평가가 박하네.
모두가 단주 나심형 같을 리가 있나.
충분히 이해는 간다.
첩자 생활을 하면서 느낀 건데 감정을 통제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었다.
나조차 그런데 다른 사람은 어떻겠는가.
그때 패혈 단주 구상웅이 다음 진행을 시작했다.
“그럼 네 번째 후보생.”
* * *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해악천이 성난 마귀처럼 무섭게 일그러진 얼굴로 나를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었다.
-거 노인네가 욕심이 많아가지고.
소담검이 투덜거렸다.
안타깝게도 여섯 명 전부 영입하는 것은 실패했다.
세 명이 연달아 들어왔기 때문에 나 역시도 좋은 예감을 가졌으나, 뒤를 이어 연달아 두 명이 다른 쪽에 보직신청을 해버렸다.
한 명은 삼존인 구제양의 산하 단주인 송필충,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일혈성 산하 단주인 나심형에게 들어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지막 후보생인 유일한 홍일점 공혜려가 이쪽에 보직 신청을 했다.
결과적으로 여섯 중 네 명이 우리 쪽에 들어온 것이다.
-다 들어올 것 같았는데. 허참 이상하네.
-이상할 건 없다. 사람의 마음만큼 복잡한 것은 없다고….
-그래그래. 네 전주인이 말했겠지.
남천철검의 말이 맞다.
각자의 생각이라는 것이 있기에 사람이 관련된 일은 어떤 식으로든 변수가 작용한다.
그렇기에 병법에서 완벽한 전략은 존재하지 않는다 라고 하지 않나.
해악천이 퉁명스럽게 내게 말했다.
“자랑하던 말빨이 6할만 먹혀들었구나.”
7할이라고 해도 괜찮을 텐데, 6할이라고 하니까 절반 밖에 안 먹힌 것 같다.
그래도 실패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내가 말없이 고개를 숙이자, 뒤에 있는 송좌백 녀석은 신이 나서 입이 헤벌쭉 올라갔다.
종일 본인만 혼나다가 나도 깨지니까 좋은 모양이다.
“그래도 공자님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군요.”
‘응?’
뒤에서 처음 듣는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콧잔등에 굵직한 흉터가 있는 중년인이 다가와 있었다.
-느끼지 못한 거냐?
남천철검이 내게 물었다.
솔직히 목소리를 듣기 전까지 눈치 채지 못했다.
‘고수야.’
기감이나 기척을 알아차리기 힘들 만큼 뛰어났다.
송좌백 역시도 눈치 채지 못했었는지, 의아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중년인이 우리를 쳐다보면서 씨익 하고 웃어보였다.
‘시험한 건가.’
굳이 숨기지 않아도 될 상황에 기척을 죽였다는 것은 우리를 시험했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의 손으로 향했다.
병장기가 없는 걸로 봐서는 권사로 보였는데, 역시나 주먹에 굳은살이 박혀있었다.
“클클, 왔으면 냉큼 달려왔어야지. 구경하고 있었느냐?”
해악천이 그에게 아는 채 했다.
안면이 있는 것 같았다.
-척!
중년인이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송구합니다. 어르신. 워낙 흥미로웠는지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뭐가 재밌다고 그걸 봐. 쯧쯧.”
“어째서 어르신께서 공자님을 제자로 받으셨는지 알 것 같더군요.”
그냥 안면이 있는 정도가 아닌 모양이다.
해악천이 이렇게 살갑게 구는 사람은 처음 본다.
“아직 멀었어. 고작 이 정도로 될 성 싶으냐. 여튼 인사들하거라. 10년 전까지 본좌의 밑에서 뒷수발을 하던 녀석이다.”
해악천의 소개에 중년인이 우리들을 향해 포권을 취하며 입을 열었다.
“호종 단주 장문웅이 공자님들께 인사 올립니다.”
역시 단주급이었다.
손을 섞지 않았기에 확실하진 않지만 저기 있는 단주들과 비교한다면 몇몇을 제외하고는 상대할 수 없을 만큼 강한 것 같았다.
-척!
나 역시도 포권을 취했다.
“소운휘입니다. 단주님께 인사 올립니다.”
“송좌백입니다. 단주님께 인사 올립니다.”
“송우현……입니다.”
우리들의 인사에 단주 장문웅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풀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해악천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뭔가 찝찝한 느낌은 무엇일까?
인사는 했지만 아직까지 해악천의 제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단주 장문웅이 해악천에게 말했다.
“하명하신 대로 거악현의 인원을 확보해두었습니다.”
“성과는?”
“하급 스무 명, 중급 후보생 열세 명, 상급 후보생 두 명입니다.”
“그럭저럭이군. 네놈이나 이 녀석이나 다를 바가 없구나.”
해악천이 불만을 표했다.
신뢰와 별개로 그 성정이 어디 가겠는가.
“송구스럽습니다. 공자님처럼 입담이 없어서 이 정도가 다였습니다.”
그들의 대화로 나는 두 가지를 알 수 있었다.
단주 장문웅은 해악천이 신뢰하는 사람이라는 것과 여섯 달 전에 보름 동안 자리를 비웠던 일이 아무래도 이것과 관련이 있어 보였다.
‘거악현…..’
이곳 육혈곡 이외에 신입 무사를 양성하는 곳이 세 곳 더 있다고 알고 있다.
점 조직처럼 분산되어 있기에 그건 나 역시도 모른다.
다만 단주 장문웅은 해악천의 명으로 그곳 중 한 곳에서 인원을 확보한 것 같았다.
“하명하신 거처는…”
“그건 나중에 얘기하도록 하지.”
해악천의 제지에 단주 장문웅이 입을 다물었다.
인원의 확보뿐만이 아니라 근거지 역시도 준비를 하고 있는 듯 했다.
-미친 노인네도 보통이 아니네.
‘그러게.’
우리에게 말을 하진 않았지만 세를 키울 준비가 차곡차곡 되어가고 있었다.
사존은 과연 사존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높은 시야를 가졌다.
그가 구상하고 있는 숲은 과연 얼마나 광활할지 궁금해졌다.
“클클, 식솔이 늘어났으니, 동굴에서 지내는 것도 오늘부로 끝내야 겠구만.”
그건 듣던 중 반가운 이야기였다.
지금은 날이 따뜻했지만 겨울 동안 동굴 생활은 곤욕이었다.
내공으로 몸을 보호한다고 해도 추위 속에 하루종일 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지금은 벌레가 너무 많았다.
-그래. 많긴 하더라. 몇 달 동안 자는 사이에 네 입에 실거미 같은 게 한 스무 마리 정도 들어갔을걸.
‘뭐?’
-몰랐어?
알았으면 당연히 뱉었을 거다.
‘아니 그걸 왜 말하지 않았어?’
-하도 맛있게 쩝쩝거리면서 먹길래 내버려뒀지.
‘너!’
-야. 그래도 넌 약과야.
‘뭐?’
-너는 그래도 좀 벌레가 크면 바로 깨서 잡았는데, 저기 대머리 녀석은 입에만 들어가면 뭐든 막 씹어서 그냥 먹어버리던데. 그 발이 많이 달리고 기다란….
‘그만!’
생각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송우현 그럼 저 녀석은 실거미 뿐만 아니라 지네 같은 것도 먹었단 말이 아닌가.
그걸 먹고도 탈이 나지 않은 게 용했다.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는데, 해악천이 나와 송좌백을 불렀다.
“애들 몇 명 데리고 가서 동굴 안에 있는 것들을 전부 가져와라.”
바로 거처를 옮기려는 모양이다.
동굴 안에는 1년 동안 네 명이서 지냈기에 살림살이가 꽤 늘어나 있었다.
-노인네가 알뜰살뜰하네.
‘버릴 필요야 있나.’
게다가 그 안에는 해악천의 개인 물품 등이 꽤 있었다.
우리가 건드리지 못하게 했던 물건들이었다.
“야. 몇 명 정도 데려가면 되겠냐?”
송좌백이 내게 물었다.
동굴 안의 짐을 한 번에 나른다고 가정하면 대략 나와 녀석을 포함해서 일곱 명 정도면 충분할 듯 싶었다.
“일곱 명. 아까 보니까 애들 잘 통제하던데.”
“흠흠. 뭐 그렇지.”
“네가 인원 추릴래?”
“기다려 봐봐.”
녀석이 나서서 후보생들에게 가서 인원을 추리기 시작했다.
알아서 움직여주니까 편하네.
송좌백 이 녀석은 밑에 놓고서 부려먹기 좋은 유형인 것 같다.
-저런 애들은 고기 잘 굽는다고 하면 계속 구울걸.
-그래서 전 주인께서는 고기 잘 굽는다고 칭찬하는 사람을 조심하라고 했다.
-네 전 주인은 하도 그런 거 따져대서 여자를 못 만난 거 아냐?
-아니다. 검에 정진하다 보니….
-구차하다. 남천.
이 녀석들 대화를 듣다보면 심심하지가 않다.
그러는 사이에 송좌백이 산봉우리를 원활하게 오를 수 있을 만큼 경공에 능숙한 후보생들을 위주로 인원을 추렸다.
그 인원 중에는 지원자가 있었다.
바로 조성원이었다.
-쟤 아까부터 계속 너만 쳐다보고 있는 거 알아?
알고 있다.
발탁식이 끝날 때까지 계속 나만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 것 때문에 좌불안석일 것이다.
짐을 가지러가는 인원에 지원한 걸 보면 따로 둘만 있을 기회를 노리는 듯 했다.
뭐 나도 둘만 있을 시간이 필요하긴 했다.
“자! 출발하자.”
“충!”
송좌백을 선두로 우리는 거처 동굴로 출발했다.
육혈곡 본당에서 경공을 펼치고 가면 이 각 채 되지 않는 거리에 봉우리가 나왔다.
봉우리로 오르려고 하는데, 조성원이 내게 말을 걸었다.
“대주님.”
“음?”
“잠시 상의드릴 게 있는데 시간 좀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계속 붙어서 다니니까 기회가 좀처럼 나지 않아서 그런지 녀석은 대놓고 단둘이 있을 기회를 만들려고 했다.
그렇다면 응해줘야지.
내가 송좌백을 쳐다보자 녀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빨리 쫓아와라. 늦으면 그 노인, 아니 스승님이 어떻게 나올지 알지?”
“알겠다.”
“너희들은 나를 따라와라.”
-탓!
송좌백이 먼저 산 위로 올라갔다.
능숙한 녀석의 경공 실력에 후보생들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해악천의 독문 경신법을 익힌 녀석의 산을 오르는 실력은 또래 중에서 거의 손에 꼽을 것이다.
물론 나 역시 이제 배워서 가능하다.
해악천처럼 완전히 경사진 곳을 직립 보행하듯 달리는 건 아직 무리였지만 이제는 능숙하게 위로 오를 수 있었다.
송좌백과 네 명의 후보생들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러자 조성원이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소운휘.”
어라?
이 녀석 갑자기 내 이름을 그냥 부르네.
“호남성 율랑현 익양소가의 삼남.”
이것 봐라.
개방의 첩자가 아니랄까봐 입에서 나에 관한 정보가 술술 나왔다.
“모친이 천출이고 어렸을 적에 주화입마로 단전이 손상된 후로 가문에서 쓰레기라 불린다. 이게 내가 알고 있는 당신의 정보다.”
“하!”
요점만 아주 잘 요약했네.
삼대 정보 단체 중 하나라 이건가.
아니면 익양소가(益阳昭家)가 호남성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삼대 명문 무가라서 알고 있는 걸까?
“이제 거지라는 걸 숨길 생각이…”
바로 그때였다.
녀석이 갑자기 빠르게 내 앞으로 파고들었다.
그 순간 녀석이 나의 복부를 향해 손바닥을 날렸다.
‘장법?’
-타타타탁!
나는 빠르게 보법을 펼치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녀석은 비틀거리는 독특한 보법을 펼치며 나를 따라붙었다.
-타타타탁!
내 판단이 틀렸다.
일류 고수에 근접한 것이 아니라 이 녀석은 충분히 일류 고수였다.
게다가 지금 펼치는 보법이나 무공은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
-파파파파팍!
나의 바로 앞까지 빠르게 파고든 녀석의 양손이 밑으로 갔다가 위로 솟구쳤다.
마치 용(龍)이 위로 승천하는 것만 같았다.
-운휘! 피해라. 이건 항룡십팔장이다!
남천철검이 다급히 소리쳤다.
‘뭐?’
항룡십팔장이라는 말에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건 개방 방주나 소방주만이 익힌다는 절세 장법이 아닌가.
회귀 전에 삼류에 불과 했어도 유명한 문파들의 절기들이 어떤 이름을 가졌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칫!’
검을 뽑아야 하는데, 그럴 틈이 없다.
녀석의 강맹한 장법이 나의 턱을 부술 기세로 올라왔다.
나는 녀석의 장법을 향해 두 주먹을 내리쳤다.
-팡!
“헛?”
장법이 단순해 보였는데, 거기에 실려 있는 힘은 웅대하기 그지없었다.
나의 몸이 위로 살짝 떠오를 정도였다.
그 상태에서 녀석이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마치 용이 입을 벌리고서 나를 덮치는 것처럼 맹렬한 장세가 펼쳐졌다.
-항룡유회다.
남천철검이 초식을 알고 있는 듯 했다.
별 수 없다.
피할 수 없다면 부딪쳐야 했다.
나 역시 십성공력으로 끌어올리며 녀석의 장법을 향해 손을 뻗었다.
-팡!
운기 경로가 있는 제대로 된 초식의 장법과 그저 공력만 끌어올린 장법의 차이는 극명했다.
-파파파파파팍!
녀석과 부딪친 내 신형이 뒤로 밀려났다.
꼭 둔기로 후려친 것마냥 오른 손바닥이 심하게 떨렸다.
정말 항룡십팔장이 맞나 보다.
손을 떨면서 가만히 서있는 내게 조성원이 말했다.
“가만히 있는 것을 권한다. 장력이 손을 타고서 체내로 파고들었으니, 운기하지 않으면 위험할 거다.”
“잘도 실력을 숨겼네.”
그런 내 말에 녀석이 피식하고 웃었다.
“네가 검을 뽑았다면 조금 애를 먹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려울 건 없지.”
이놈 봐라.
자신감이 넘쳤다.
녀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내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알았겠지? 이제 내가 묻는 질문에 답해줘야겠다.”
도리어 나를 심문하려 들었다.
그런 녀석을 보면서 나는 떨리던 손을 내렸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판단이 빨라서 좋군.”
“착각하지 마.”
“뭐?”
그때 내가 번개처럼 남천철검을 뽑았다.
그리고 녀석을 향해 신형을 날리며 검을 내리쳤다.
“어리석은!”
발검과 동시에 날아오는 패도적인 검세에 조성원이 빠르게 장초를 펼치려고 했다.
녀석이 유려한 보법과 함께 검신을 옆으로 쳐내려 했다.
그 순간,
-팡!
검신에 닿은 녀석의 손바닥이 뒤로 튕겨나갔다.
“엇?”
녀석의 두 눈이 커졌다.
나는 그 상태에서 부드럽게 검세를 돌리며 녀석의 복부를 검신으로 후려쳤다.
날아오는 검신을 장법으로 녀석이 다급히 막았다.
하지만,
-팡!
“윽!”
조성원의 신형이 포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뒤로 튕겨나갔다.
손바닥을 파고든 검력을 해소하기 위해 녀석이 억지로 몸을 회전시켰다.
허공에서 몇 바퀴를 돈 녀석의 몸이 바닥에 떨어졌다.
-쿵!
녀석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너……실력을 숨겼어?”
놀라하고 있는 녀석을 향해 내가 신형을 날리며 말했다.
“알아도 늦었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