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57
24화 함정 (2) >
마치 장판교 위의 장비를 연상케 하는 해악천의 무시무시한 기백에 억눌린 복면인들은 앞을 달리다 말고 멈출 수밖에 없었다.
물론 모든 이들이 겁에 질린 것은 아니었다.
한 용기 있는 복면인이 해악천을 향해 유엽도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흐압!”
-팟!
그 순간 해악천이 질풍과도 같은 몸놀림으로 복면인이 휘두르던 유엽도를 움켜쥐었다.
“크하하하하핫! 좋구나!”
“이익!”
당황한 복면인이 그를 향해 발차기를 날리는데, 해악천이 그것을 잡고서 절곤을 휘두르듯이 녀석의 몸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쾅!
“끄억!”
한 번 내리쳤는데, 바닥이 부서지고 놈의 얼굴이 뭉개졌다.
지금까지 우리 사형제를 상대로 대련하던 것은 정말 많이 봐준 거였구나.
해악천이 두어 번 정도 내팽개치자, 복면인은 거꾸로 매달린 상태로 시체마냥 축 늘어졌다.
“흥! 재미없구나.”
해악천이 콧방귀를 뀌고서 복면인을 절벽에 휙하고 던져버렸다.
동료가 죽었음에도 누구 하나 이를 지켜보면서 나설 생각을 하질 못했다.
그만큼 해악천의 존재감은 굉장했다.
-어우 무슨 야수를 보는 것 같아.
그 말이 맞았다.
상의를 찢고서 진혈금체를 펼친 해악천은 한 마리의 야수 그 자체였다.
그러니 적들조차 위압감에 억눌려서 꼼짝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지금 그는 천하무적처럼 보였다.
이런 그를 상대로 한 번도 진 적이 없다는 남천검객은 대체 얼마나 대단하다는 것인가.
-……모르겠다. 지금의 저 자라면 당시의 전 주인도 장담할 수 없을 듯 하다.
남천철검의 진지하게 말했다.
그런 걸 보면 해악천의 무공 역시도 15년 전보다 훨씬 성장한 듯 하다.
그때 복면인들 중 가장 거구의 덩치를 자랑하는 권사가 앞으로 나섰다.
-거인들끼리 붙으려나봐.
권사의 복면인 역시도 보통 사람이 작아 보일 정도로 신장이 컸다.
하지만 그런 복면인보다도 훨씬 큰 것이 해악천이었다.
“기기괴괴. 명성대로 대단하구나.”
“다음 상대는 네놈이더냐?”
“예전부터 늘 네놈과 비견되는 것이 불만이었는데, 좋다. 한 번 해보….”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해악천이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민첩한 몸놀림으로 놈의 앞으로 파고들었다.
“급하군.”
놀랄 만도 했는데, 권사의 복면인이 신중하게 뒤로 몸을 빼며 권을 날렸다.
해악천 역시 강하게 진각을 밟으며 권을 날렸다.
-쾅!
두 사람의 주먹이 부딪치는 순간 주변에 강한 파공음이 일어났다.
심지어 둘의 주위로 풍압이 일어날 정도였다.
첫 권은 호각인 듯 했다.
그러나,
“큭.”
권사의 복면인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오더니, 이내 그의 몸이 뒤로 밀렸다.
공력에서 밀린 권사의 복면인이 주먹을 떼고서 다급히 해악천을 향해 권초를 펼쳤다.
사나운 맹수처럼 폭사하는 권영들.
“크하하하핫.”
권영들 사이에 해악천이 광소를 내뱉더니, 그것을 피하지 않고서 양발을 나무뿌리처럼 단단히 고정하고는 주먹을 회전시켰다.
-파파파파팍!
단순한 동작처럼 보였지만 상승의 무리가 섞여 있었다.
허초가 섞여 있던 권영들이 회전에 튕겨나가고 유일한 진초만이 남았다.
-팍!
해악천이 그것을 왼팔로 막아내더니, 이내 놈의 갈비뼈 쪽을 향해 일권을 날렸다.
-콰득!
“끄윽!”
놀라운 일격이었다.
단 한 번에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릴 정도였다.
고통스러울 만도 했는데, 복면인은 그 상태에서 왼손 주먹을 해악천의 안면이 맞췄다.
-퍽!
해악천이 얼굴을 살짝 비틀며 놈의 권을 흘렸다.
그 틈에 복면의 권사가 다급히 보법을 펼치며 거리를 벌렸다.
‘대단해.’
나는 대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해악천보다 한 수 밀렸지만 복면의 권사 역시도 초절정의 고수다운 대단한 무위를 지니고 있었다.
-콰드득!
물러난 권사가 서있는 바닥에 살짝 균열이 일어났다.
해악천에게 당한 권력을 발을 통해서 내보내고 있었다.
“못 본 새에 더 강해졌군.”
옆에 서있던 이존 서갈마가 경탄을 내뱉었다.
그 역시도 해악천의 신위에 놀란 모양이다.
그를 칭찬했을 뿐인데, 왠지 모르게 뿌듯해지는 기분은 무엇일까?
그때 뒤에 있던 누군가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선배님들께 권고하고자 합니다.”
그녀는 백련하였다.
내공을 숨겼으리라 여겼지만 그녀의 목소리에 실린 힘은 보통이 아니었다.
이에 해악천에게 가로막혀 꼼짝 못하고 있던 복면인들 몇몇이 몸을 돌렸다.
백련하가 그들에게 소리쳤다.
“언니가 보낸 사람들이면 저희와 무관하지 않은데, 지금이라도 항복하시고 누가 사주를 한 건지 자초지종을 말씀해주신다면 안위를 보장하겠습니다.”
그런 그녀의 외침에 나는 새삼 깨달았다.
그녀 역시도 보통 영리한 것이 아니었다.
이 함정을 판 것은 아마도 그녀일 것이다.
-얘가 함정을 팠다고?
‘그래.’
아군마저 속인 함정이었다.
-알려줬으면 좀 좋아.
‘사정이 급했고 이런 정보는 소수만 아는 것이 좋으니까.’
아마도 이것을 아는 사람은 해악천, 서갈마, 한백하…..그리고 단주 장문웅 정도일 것이다.
아군 내에 또 다른 백혜향의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는 이 사실을 밝히지 않았을 것이다.
-참 대단한 자매들이네.
소담검이 혀를 내둘렀다.
나 역시 녀석과 같은 생각이었다.
다른 세력을 이용해 이런 일을 꾸민 백혜향 측이나, 그것을 알아차리고서 역으로 함정을 판 백련하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 천년 묵은 여우는 그렇게 똑똑해 보이지 않았는데. 그냥 힘으로 억누르는 성격 같아 보이던데.
그런 것이라면 전략을 세워준 군사의 역할을 해준 이가 있었을 거다.
어쩌면 백련하는 그 존재가 누군지 알아내려는 것일지도 몰랐다.
같은 혈마의 피를 이은 백련하보다는 그쪽이 칠 수 있는 명분이 강할 테니까 말이다.
-근데 그거 알아?
‘뭐?’
-정황만 가지고 이걸 추측해낸 너도 만만치 않다는 거.
뭘 이게 대단하다고.
이 정도는 정황을 알면 누구나가 추측할 수 있을 거다.
나는 별로 대단하게 생각지 않았다.
“선배님들을 향한 마지막 권고입니다. 항복하지 않는다면 오직 죽음뿐입니다.”
그런 그녀의 말에 도끼를 짊어진 복면인이 노기가 서린 목소리로 외쳤다.
“보자보자 하니 우리를 우습게 여기는 구나!”
“윽!”
범이 울부짖는 것처럼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귀가 아플 지경이었다.
한데 이 정도로 크게 외친다면 주변 산으로 전해질 확률이 높았다.
상황이 불리해지니 머리를 굴린 것이다.
“구슬리는 것은 글렀군요. 이렇게 된 이상 빨리 처리하고 몇 명만 생포해서 가야 할 듯합니다.”
서갈마 역시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다.
백련하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여겼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건방진 것들. 좋다! 누가 죽을지 한 번 끝까지 해보자! 가자!”
“충!”
도끼를 짊어진 복면인의 외침에 복면인들이 우리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일이 꼬였으니, 해악천은 권사의 복면인에게 맡기고 우리와 일전을 벌이려는 모양이었다.
목적은 당연히 백련하였다.
“육혈성은 아가씨를 보호해주시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려는지 서갈마가 한백하에게 호위를 부탁했다.
그녀 역시도 옳다고 여겼는지 이를 받아들였다.
“알겠습니다.”
“저 도끼를 가진 놈은 본인이 처리하겠소. 누가 도 한 자루 빌려다오.”
“여기 있습니다.”
한 상급 무사가 유엽도를 넘기자 서갈마가 인상을 찡그렸다.
행렬에 숨어 있는다고 자신의 보도를 가져오지 않은 듯한데, 독문 무기인 장도와는 달라서 그런 듯 했다.
하지만 명사는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
몇 번 가볍게 휘두르는데 소리부터가 남달랐다.
“장 단주. 움직일 수 있겠소?”
“괜찮습니다. 어르신.”
장문웅의 상태를 확인한 서갈마가 도를 앞으로 겨냥하고 지휘했다.
“무사들은 본좌를 따르라! 적을 벤다!”
-팟!
서갈마가 선두에서 몸을 날렸다.
그의 외침에 전의가 차오른 상급, 중급 무사들이 그를 필두로 용맹하게 뒤따랐다.
부상을 입었는데도 단주는 확실히 단주였다.
장문웅이 가장 앞장서서 적들을 향해 신형을 날리고 있었다.
-파파파파파팍!
순식간에 양측이 격렬하게 부딪쳤다.
재미있는 것은 양쪽 모두가 복면을 쓰고 있어서 상당히 혼전이었다.
복면이 다르게 생겼지만 얼핏 멀리서 보면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분하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이러면 고맙지.’
나는 중단전을 개방했다.
혼전을 이용해 적당한 실력 발휘를 해도 좋을 듯 했다.
어차피 주목은 저쪽에서 받을 테니 말이다.
-채채채채채챙!
벌써 서갈마와 도끼의 복면인이 부딪쳤다.
찰나에 10합 이상을 부딪칠 만큼 도끼의 복면인 역시도 만만치 않을 무위를 지녔다.
상황이 이렇지만 않다면 구경하고 싶지만,
-푹!
“컥!”
지금은 빨리 적들을 처리해야 했다.
순식간에 복면인 한 사람의 목을 찌른 나는 이어서 다른 사람을 노렸다.
오랜만에 겪어보는 혼전은 실력 발휘를 하기에 좋았다.
-파파파파파팍!
나는 복면인들 사이를 종횡무진하며 실력이 떨어지는 복면인들 노려서 제일 먼저 처리했다. 이런 나의 전법은 아군에게 주효하게 먹혀들었다.
하나둘씩 제거되면서 적측 복면인들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저놈! 저 녹슨 철검을 든 놈부터 죽여!”
“놈부터 죽여야 해!”
-들켜버렸네.
너무 종횡무진 했나보다.
주변에 있는 적측 복면인들이 이구동성으로 나를 죽이라고 소리쳤다.
덕분에 한 번에 두세 명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채채채챙!
나는 검초를 펼치며 이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런데 나한테만 신경 쓸 틈이 있을까?
-푹!
“크억!”
내게 집중하다 우리 쪽 상급 무사의 일격에 복면인 한 사람이 당하고 말았다.
혼전 중에는 누군가를 노리기보다 그냥 앞에 있는 적을 먼저 처리하는데 집중하는 게 낫다.
슬슬 적들의 숫자가 눈에 띌 만큼 줄어들고 있었다.
사십여 명의 복면인들 중에서 정말 실력자는 세 명 정도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일류와 이류가 골고루 섞였다.
-파파파팍!
부상을 입었는데도 절정의 고수답게 장문웅 역시 활약하고 있었다.
나의 예상대로 그는 절정의 고수들 중에서도 실력자였다.
복면인들 중에도 절정의 고수가 있었는데, 그를 상대로 적수공권으로 압도하고 있었다.
‘남은 숫자는…..’
적들은 대략 열 명 남짓 남았다.
그나마 이들은 일류 고수라서 이만큼 버티는 것이었다.
그때 격렬한 철음이 울려 퍼지며 두 인영이 위로 높이 솟구치는 모습이 보였다.
서갈마와 도끼의 복면인이었다.
-채채채채채채챙!
‘대단하다.’
서갈마 역시도 놀라운 신위를 보여주고 있었다.
난마도제라는 별호답게 서갈마는 패도적인 도세로 도끼의 복면인을 압도하고 있었다.
도끼의 복면인은 그의 도초를 막기에 급급했다.
‘존자는 존자구나.’
혈교의 네 존자라는 명성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때 적측 복면인들 중 하나가 등에 차고 있던 투창을 뽑아 공중에서 부딪치고 있는 서갈마를 향해 던지려고 했다.
-팟!
나는 경공을 펼쳐 위로 신형을 날렸다.
그리고는 복면인이 날린 투창을 절묘하게 튕겨냈다.
-챙!
하마터면 서갈마가 위태로울 뻔했다.
우두머리라 할 수 있는 자들끼리 싸우고 있는 것을 방해하려 들다니.
정말 지극히 사파인들다운 발상이었다.
하긴 혼전 중이니 이기는 것이 능사이기는 했다.
“이놈이 번번이!”
투창을 던진 복면인이 이를 갈았다.
바로 그때였다.
-채채채채채채채애애애앵!
-휙휙휙휙 푸욱!
드디어 결착이 났다.
서갈마의 날카로운 한 수에 도끼의 날이 부러지며 절벽으로 날아가 박혀버리고 말았다.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서갈마가 놈의 한쪽 손목을 베어냈다.
-촥!
“끄악!”
손목이 잘린 복면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서갈마가 멋지게 밑으로 착지하며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다.
“끝이다.”
그의 목을 베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팍!
무릎을 꿇고 있던 복면인이 품속에서 무언가를 날렸다.
그것은 바늘과도 같은 암기였다.
복면인 정도 되는 고수가 내공을 실어서 이를 날리자 그 위력은 보통이 아니었다.
“이놈이!”
-채채채채채챙!
서갈마가 다급히 도를 휘두르며 놈의 암기를 막아냈다.
그런데 그 틈을 놓치지 않고서 놈이 방향을 틀어 어딘가로 내달렸다.
-팟!
그곳은 백련하가 있는 곳이었다.
“누구 마음대로!”
놈이 달려오자 혈수마녀 한백하가 준비했다는 듯이 붉게 물든 두 손으로 백련하의 앞을 가로막았다.
미리 방비해둔 것이 신의 한수였다.
손목이 잘리고 부상을 당한 그가 한백하를 어찌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런데 돌발 상황이 일어났다.
-팟!
당연히 백련하를 노릴 거라 여겼던 복면인이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었다.
“이런!”
서갈마가 이를 막기 위해 달렸으나, 서로 간의 거리 차이가 너무 나있었다.
그를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 나는 4성의 성명신공을 끌어올리며, 성명검법의 가장 위력적인 검초인 제 6초식 축아회검(逐亞回劍)을 펼쳤다.
-촤르르르르!
검세가 격렬하게 회전하며 앞으로 뻗어나갔다.
아무리 복면인이 절정을 벗어난 고수라고 할지라도 이 초식만큼은 맨손, 그것도 왼손만으로 막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또 다시 예상이 벗어났다.
-푹!
“크헉!”
‘엇?’
남천철검이 놈의 가슴을 뚫었다.
그런데 복면인이 그 남천철검을 붙들고서 그대로 금나수의 수법으로 내 팔을 꺾은 후에 잘린 팔로 내 목을 휘감았다.
그리고는 내게 말했다.
“녹슨 철검. 네놈이 기기괴괴의 제자 소운휘란 놈이렸다.”
‘!?’
이 자는 내 이름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저, 저를 아십니까?”
나는 겁에 질린 척하면서 조심스럽게 소담검을 향해 손을 가져갔다.
그러나 내 손이 미처 닿기도 전이었다.
“번번이 방해한 대가는 받아야 겠지. 같이 가자꾸나!”
-팟!
내 목을 휘감은 복면인이 그대로 절벽에 뛰어내렸다.
“안돼에에엣!”
“공자아아아아아아!”
서갈마와 백련하의 외침 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졌지만 이미 내 몸은 복면인과 함께 까마득한 낭떠러지로 낙하하고 있었다.
-슈우우우우우우!
같이 죽는 마당에 복면인이 복수라도 한 것 마냥 지껄였다.
“쿨럭쿨럭, 그러게 나대지 말았어야지. 애송이 놈아.”
-꽉!
“컥!”
놈은 절대로 나를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이었는지, 있는 힘을 다해 목을 졸랐다.
이러다간 목이 먼저 졸려서 죽을 것만 같았다.
그 순간 나는 소담검을 뽑아서 놈의 옆구리 폐부 쪽을 찔렀다.
-푹!
“꺽!”
가슴까지도 견뎌냈는지 폐까지 찔리자 목을 움켜잡고 있던 힘이 약해졌다.
나는 성명신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려 억지로 그것을 뿌리쳤다.
“이, 이노오오옴!”
놈이 분노해서 왼손을 허우적대며 나를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서로 낙하하는 덕분에 균형을 잡기가 어려웠는지 그 손을 피해냈다.
놈이 가슴과 폐 쪽을 다치지 않았다면 위태로웠을 것이다.
-나를 잡아라!
남천철검이 외쳤다.
나는 놈의 가슴에 박혀 있는 남천철검을 뽑았다.
-차악!
“커헉!”
“너나 죽어!”
나는 번개처럼 놈의 미간을 찔렀다.
그래도 고수랍시고 놈이 팔을 들어 올려서 막아냈지만, 그 팔까지 관통해서 남천철검이 놈의 미간을 꿰뚫었다.
-푹!
단말마의 비명도 없었다.
놈이 일그러진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죽은 것이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파아아아악! 풍덩!
‘끄악!’
온 뼈가 부서질 듯한 충격이 전신을 휘감았다.
놈에게 집중한다고 몰랐는데, 어느새 계곡에 빠지고 만 것이었다.
이런 까마득한 높이에서 떨어지니까 그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수우우우우우!
내 몸은 물속 깊숙이 파고들었다가 이내 엄청난 물살의 급류 때문에 옆으로 휩쓸리며 떠올랐다.
성명신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리고 있었던 덕분인가 정신이 화들짝 들었다.
하지만 온몸이 충격 때문에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운휘 정신 차려라!
-우릴 놓으면 안 돼!
이 와중에 자신들을 놓치기라도 할까봐 남천철검과 소담검이 소리를 쳤다.
떨어지면서 몸이 경직되기라도 했는지 다행히 녀석들을 놓치지 않았다.
단지 계속 이렇게 안 풀리면 급류에 휘말려서 죽을 지도 몰랐다.
-푹!
몸이 밑으로 가라앉았다.
입 속으로 밀고 들어오는 물 때문에 콧구멍까지 막히는 것만 같았다.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이내 가슴 속에 뜨거운 기운이 강하게 솟구쳤다.
-쿵! 쿵! 쿵!
그러자 멈춰있던 성명신공이 다시 전신으로 돌기 시작했다.
충격으로 굳어져 있던 몸이 조금씩 움직였다.
나는 허우적거리며 수면 위로 몸을 올렸다.
하지만 급류에 휩쓸리면서 그것마저도 쉽지가 않았다.
미친 듯이 어떻게든 살아보기 위해서 위로 손을 뻗으면서 발길질을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휘릭!
뭔가가 내 손목을 휘감았다.
‘엇?’
-쑤욱! 팟!
그 순간 급류에 휘말리고 있던 내 몸이 물살에서 빠져나왔다.
손목을 쳐다보니까 희미한 무언가가 칭칭 감겨 있었는데, 그 느낌이 미묘했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했다.
나를 잡아당기는 이 힘은 내가 전력을 다해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굉장한 공력을 가지고 있었다.
-파파팍!
끌어당겨진 덕분에 급류에 몸이 몇 번 튕겨지더니, 이내 내 몸이 어딘가로 끌려졌다.
그곳은 계곡의 틈새로 보이는 한 동굴이었다.
저곳에서 누군가 나를 끌어당기고 있는 듯 했다.
-팍!
이윽고 내 몸이 동굴 속으로 들어와졌다.
-쿠당탕!
끌어당겨진 힘이 어찌나 강했는지 나는 동굴로 들어와지자마자 한바탕 구를 수밖에 없었다.
몇 바퀴를 구르고서야 그 힘이 줄어들었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붙잡았다.
-탁!
대체 어떤 고인이 나를 이렇게 급류 속에서 살려준 것일까?
“헉….헉….쿨럭.”
토악질을 하듯이 먹었던 물이 올라왔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나를 구해준 이가 누군가 싶어 고개를 드는 순간,
‘!?’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거의 뼈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피골이 앙상한 괴인이 나를 쳐다보면서 웃고 있었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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