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76
31화 남천검객의 제자 (4) >
“줄을 갈아탈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뜬금없는 나의 제안에 당주들의 표정이 제각각 달라졌다.
이런 제안은 전혀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가문 전체와 나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그리 원만하지 못할 터인데, 손을 내밀었으니 별별 생각들이 들 거다.
-진짜로 받아주려고?
소담검이 의아했는지 물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하기 힘든 모양이다.
일단 지켜봐봐.
도병으로 손이 가있던 대당주 하장균이 입을 열었다.
“지금 도련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신지 알고 있는 겁니까?”
“제가 말씀드렸는데 당연하지요.”
“대 익양소가의 피를 이으신 분이 품격에 맞지 않게 무슨 언동이십니까?”
품격을 논하다니 웃긴다.
언제부터 내 품격을 챙겨줬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아아. 대 익양소가의 가신인 당주님들께 격이 맞지 않는 무례한 언사를 했군요. 하면 이런 표현이면 괜찮겠습니까? 저를 지지해주시시는 건 어떻습니까?”
원한다면 대놓고 얘기하지 뭐.
이래저래 돌려서 말해봐야 이당주 진기형이나 삼당주 양문석과 같은 위인들에게는 줄을 선다는 표현만큼 어울리는 말도 없겠지만 말이다.
“지지라……지금 그 말씀은 단순히 후기지수 대표를 말씀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만.”
대당주 하장균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 자리면 제가 굳이 여러분들을 찾아올 이유가 없지요. 가주님 한 분만 설득하면 될 일이 아닙니까?”
어차피 후기지수 대표를 정할 수 있는 최종결정권자는 가주 소익헌이었다.
이들이 의견을 보탤 수는 있어도 그 이상은 무리였다.
그때 삼당주 양문석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설마 지금 소가주 자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나는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양문석을 비롯한 이당주 진기형과 오당주 감우문 등이 표정관리를 하지 못했다.
이걸 보니 이 세 사람은 확실히 양 부인의 소생들을 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반면 사당주 목산영을 비롯한 두 명의 당주들이 나를 바라보는 표정은 사뭇 그들과 달랐다.
-솔깃한가 본데.
일부는 그렇지 않을까?
물론 그 일부가 내게 선을 지켰다고 해서 호의적이란 뜻은 아니었다.
철저히 중립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머릿속에서 익양소가의 가신으로서 실리를 따지고 있을 것이다.
남천검객의 후인이 소가주로서 어울릴 것인가? 아니면 명문 무가 중 하나인 조곡양가를 외가로 두고 소영현이 소가주로 적임일지 말이다.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가자 아니다 싶었는지 대당주 하장균이 인상을 쓰고서 말했다.
“이미 버젓이 본가의 소가주가 결정되었는데 어이 그런 말씀으로 당주들에게 혼란을 야기하려고 하십니까?”
역시 날카롭다.
그 와중에 내 속내를 알아차렸다.
대당주의 자리는 그냥 얻은 것이 아니었다.
“현 소가주의 역량이 모자라다면 충분히 재고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까?”
이당주 진기형이 다급히 끼어들었다.
“아니 될 말씀입니다. 이미 대당주께서도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큰도련님께서 소가주로 계신데 어찌….”
“당주들의 과반수 이상이 이의를 제기하면 가주께 소가주 결정의 재고를 올릴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닙니까?”
그 말에 진기형의 말문이 막혔다.
나도 명색이 익양소가의 사람인데 가율(家律)을 모르겠는가.
당주들의 과반수가 넘는 다섯 명이 이의를 제기하면 가주로서도 소가주 임명에 대해 다시 재고할 수밖에 없다.
그때 불안해하고 있던 삼당주 양문석이 나섰다.
“당주들께서는 조곡양가와의 관계를 생각하셔야 합니다.”
차마 내게 직접적으로 말을 하지 못하고 우회적으로 돌린 것이다.
얼마나 급했으면 소영현의 외가마저 거론하다니.
오히려 파고들기 좋지 않은가.
“그 말씀을 들으니 조곡양가는 제 스승님과의 관계는 가벼이 여기시는 것 같군요.”
조곡양가는 분명 강서성의 명문 무가이다.
그러나 그 위명은 한 성 전체를 아우르다 못해 중원에 명성을 떨친 남천검객만할까.
당황한 양문석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 그런 의도로 한 말이 아닙니다.”
“아아, 그런가요. 저는 혹 양 당주께서 제 스승님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닌가 싶어 우려 했는데 다행이군요.”
그런 내 말에 양문석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당신 정도로 머리를 굴리는 자들은 무림 연맹에만 가도 수두룩하다.
그런 자들의 사이에서 첩자 노릇을 8년이 넘게 했는데, 어설프게 머리를 굴리면 딱 이용해먹기 십상이다.
대당주 하장균이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내게 말했다.
“…….대체 그 일 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으셨던 겁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는 당주들 사이에서 조금도 꿀리지 않는 내 모습에 의의한 모양이었다.
하긴 나 같아도 그처럼 생각될 것 같다.
불과 일 년도 전에 나는 이들에게 고개조차 들지 못했었다.
한데 이제는 노련한 당주들을 상대로 오히려 상황을 주도해나가니,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으리라.
“도련님께서 남천검객의 제자로서 훌륭히 장성한 것은 본가의 대당주로서 반겨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분란을 일으키는 것은 더는 지켜볼…..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그의 뒤쪽에 있는 당주들을 쳐다보고서 목젖을 떨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이 그가 하는 말을 무시하고서 누군가와 전음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나는 넉살스럽게 말했다.
“아아. 죄송합니다. 대당주님을 앞에 두고 무례했군요.”
그리고는 아쉽다는 듯이 그 뒤를 보면서 말했다.
“못해도 몇 분은 따라주실 줄 알았는데, 일단 시간을 두고 지켜보도록 하죠.”
‘!?’
그런 내 말에 대당주 하장균이 인상을 찡그리고서 뒤를 쳐다보았다.
그것은 그만이 아니었다.
당주들도 서로를 쳐다보면서 의구심을 비쳤다.
이 짧은 새에 누가 내게 접선을 한 것인지 찾으려 하고 있었다.
-척!
그런 그들에게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충분히 제 의사를 밝혔고 작게나마 목적도 달성했으니,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묵고 있는 객당이 어딘지는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방문은 언제든지 열려있으니 마음편이 찾아주십시오.
가자.”
“넵.”
앞을 지키고 있던 조성원이 잠갔던 회의실의 문을 열었다.
나가려고 하는데 당주들은 여전히 서로를 쳐다보기 바빴다.
* * *
내당에서 나오자 소담검이 물었다.
전음을 들을 수 없으니 궁금했던 모양이다.
-누가 지지하기로 한 거야?
그런 녀석의 물음에 나는 입 꼬리를 올리며 말해줬다.
‘아무도 전음하지 않았어.’
-뭐?
아무도 내게 전음을 보내지 않았다.
그저 나 혼자 목젖을 떨면서 전음을 한 것처럼 보였을 뿐이다.
내 말에 녀석이 빵 터졌다.
-푸하하하하핫. 그럼 저 녀석들을 속였단 말이야?
이런 식으로 속일 줄 몰랐는지 소담검이 연신 혀를 내둘렀다.
이 방법은 다 년 간의 첩자 활동을 하면서 터득한 나만의 선동법이다.
다수가 있을 때 전음을 하는 척 목젖을 떨고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눴다는 투의 돌멩이를 툭 던져주면 알아서 파문이 생겨났다.
의심이라는 파문이다.
아마도 지금쯤 회의실 안에서는 서로를 의심하고 난리도 아닐 거다.
-이게 목적이었구나.
당연하지.
내가 익양소가의 소가주 자리를 탐낼 것 같은가.
그 동안 당한 수모가 얼마나 많은데 이들의 수장이 되고 싶겠는가.
그저 작은 파문을 던져 저들끼리 서로를 의심하고 분열이 일어나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을 뿐이다.
“사형.”
그때 사마영이 나를 불렀다.
그녀가 쳐다본 곳을 바라보니 멀리서 누군가 급히 내당 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는 익양소가의 가주 소익헌이었다.
객당으로 가는 방향과 동일했기에 서로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꾸벅 고개를 숙이자 그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대체 무슨 속셈이느냐?”
아무래도 보고를 받고서 급히 온 모양이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시치미를 뗐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런 내 모습에 인상을 찡그리던 가주 소익헌이 말없이 내당으로 가버렸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직접 확인하려는 것 같았다.
그가 내당으로 들어가자 사마영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사형의 아버지가 아닌가요?”
“맞아요.”
“그런데 왜 저렇게 쌀쌀맞은지 모르겠네요.”
“그건 저도 알고 싶네요.”
사실 이제는 별로 궁금하지도 않다.
더 이상 나는 어머니와 누이 동생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혈연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아버지가 자식을 버리고 냉정히 대할 수 있단 말인가.
사마영이 뭔가 위로의 말을 건네려 하다 입을 다물었다.
나한테 만큼은 참 마음씀씀이가 좋은 그녀다.
“고마워요.”
“네?”
사마영이 내 말에 두 눈을 깜빡깜빡 거렸다.
어쨌든 소기의 목적도 달성했으니 객당으로 돌아가서 영영이를 기다려야 겠다.
가주가 이곳으로 왔으니 그 아이도….응?
“사형의 누이 동생 아니에요?”
사마영의 말대로 소영영이 발을 퉁퉁 굴리며 객당 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의 뒤를 누군가 쫓아가고 있었다.
생각보다 건장한 체구에 도집을 허리춤에 차고 있는 짙은 쌍꺼풀의 청년이었는데, 녀석이 영영이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소저. 잠시만 대화하시죠.”
“더는 할 말이 없다고 했잖아요.”
들리는 대화만 들어도 영영이가 싫어하는 티가 강했다.
그 이유를 곧 알 수 있었다.
“제가 공자님의 후처로 들어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에요. 혼담은 이미 끝난 애기가 아닌가요. 가주께서도…..”
“가주께서는 천천히 상의해보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어른들끼리 의례상 하는 얘기잖아요. 후우. 더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군요.”
영영이는 그를 지나쳐가려 했다.
그러자 쌍꺼풀이 짙은 청년이 보법까지 펼쳐가며 앞을 가로막았다.
안 그래도 쌍꺼풀 때문에 다소 느끼해 보이는데, 청년이 부담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튕기시니까. 더욱 매력이 있군요.”
“하!”
영영이가 경기를 일으켰다.
내가 여자라도 저렇게 막무가내면 싫을 것 같다.
더는 지켜볼 필요가 없었다.
내가 나서려고 하는데, 누군가 먼저 앞으로 튀어나갔다.
“엇?”
사마영이었다.
그녀가 쏜살같이 달려가더니 영영이의 옆으로 가서 말했다.
“소저가 싫다고 하는데, 왜 계속 졸졸 쫓아다니나요?”
“아?”
영영이 사마영을 쳐다보고서 의아해했다.
그러자 사마영이 영영이에게 눈을 찡긋하며 뭔가 신호를 보냈다.
그 모습에 불쾌감을 느꼈는지 청년이 굳어진 얼굴로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의풍조가의 조생남입니다. 누구시기에 저희 사이에 끼어드신 것인지?”
“저희라뇨? 언제부터 저희가 된 거죠?”
영영이가 황당하다는 듯이 녀석에게 따졌다.
저 느끼하게 생긴 놈이 의풍조가의 조생남이었구나.
-알고 있었어?
당연히 알고 있다.
의풍조가는 도와 권으로 유명한 무가이다.
조곡양가와 악안구가 이렇게 세 가문이 강서성을 대표하는 삼대 무가였다.
예전에 조곡양가의 태가주의 칠순 잔치에서 영영이가 녀석을 보았던 것 같은데, 그 후로 몇 차례 혼담을 청했던 걸로 기억한다.
-윽. 그럼 저놈과 혼인했어?
아니다.
영영이는 무림 연맹의 봉황당의 부당주로 활동하느라 혼인을 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저런 놈이랑 엮이는 바람에 혼인을 못했던 건가.
영영이가 화를 내는데도 조생남이 전혀 개의치 않고 말을 해댔다.
“혼담이 오가는 사이가 어찌 아무 사이도 아닙니까? 귀하께서는 누군지 모르겠지만 저희의 일에 관여치….”
“관여치 않을 수가 있나요.”
그때 사마영이 영영이의 손을 잡고 깍지를 꼈다.
“이런 사이인데.”
사마영이 씨익하고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인피면구가 잘생겨서인지 아니면 깍지를 낀 것 때문인지 영영이가 얼굴을 붉혔다.
그 모습에 조생남의 눈이 뒤집혔다.
“고작 이 자 때문에 내 후처의 자리를 내팽개치는 겁니까?”
후처?
아니 지금까지 혼담이 오고 간 것이 후처의 자리를 말한 것이었나.
한 번 눈이 뒤집힌 조생남이 막말을 쏟아 부었다.
“고작 천출 소생에 불과한 년을 양 부인의 청에 후처로 받아들여주려고 했더니, 고작 이런 기생오라비 같은 놈 때문에…..”
-짝!
녀석이 말을 다하기도 전에 사마영이 따귀를 날렸다.
조생남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 지금 내 뺨을 때렸느냐?”
“왜? 기생오라비한테 따귀를 맞으니까 열 받아? 말본새가 천해서 손이 갔네.”
“이놈이!”
-짝!
“억!”
조생남의 고개가 반대쪽으로 돌아갔다.
사마영이 약을 올리듯이 비아냥거렸다.
“느려 터졌네.”
“이 새끼가 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화가 끝까지 치밀어 올랐는지 조생남이 도를 뽑으려들었다.
그때 내가 소리쳤다.
“그 도 뽑으면 누이동생과 내 사제를 위협한 걸로 간주하겠습니다.”
녀석이 고개를 획하고 돌렸다.
쌍꺼풀이 짙은 눈매가 길게 찢어져서 올라갔는데 한 대 때려주고 싶은 얼굴이다.
사마영이 왜 따귀를 날렸는지 알 것 같다.
“하! 율랑현 망아지?”
녀석의 반응을 보니 아무래도 나에 대해 듣지 못했나보다.
하긴 가주가 오자마자 영영이를 데리고 손님을 영접하려고 갔었으니, 못 들었을 수도 있다.
조생남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이 기생오라비 같은 놈이 네 사제….”
그때 녀석이 입을 다물었다.
나는 그 이유를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뒤를 쳐다보니 가주 소익헌이 무서운 얼굴로 이곳을 향해 오고 있었다.
“소, 소 가주님.”
녀석이 당황해서 도병에서 손을 떼고서 포권을 취했다.
자신 때문에 가주가 화가 났다고 지레 겁을 먹은 모양이었다.
-엄청 무섭게 노려보는데.
소담검의 말대로 가주 소익헌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내게 볼일이 있어 보였다.
근방까지 온 가주 소익헌이 조생남에게 다소 위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조 공자.”
“네넵.”
“저녁 때 연회가 있을 예정이니, 여기서 이러지 말고 들어가 쉬도록 하시오.”
“아, 알겠습니다.”
찔리는 구석이 많았기에 녀석이 얼른 답하고는 물러났다.
운이 좋은 녀석이다.
끼어들지 않았다면 영영이한테 찝쩍거리고 모욕한 대가를 치르게 해줄 생각이었다.
조생남이 다급히 물러나자 가주 소익헌이 내게 말했다.
“따라오거라.”
영영이와 사마영, 조성원이 걱정스럽게 쳐다보기에 나는 객당에서 쉬고 있으라고 했다.
아무래도 예상보다 결자해지의 순간이 빨리 다가왔다.
저녁 연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 * *
가주가 나를 데려온 곳은 다름 아닌 가주 전용 연공실이었다.
연공실 입구를 지키는 무인들까지 전부 보낸 가주 소익헌이 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오직 단 둘만 있는 상황이 되었다.
과연 내게 무슨 말을 할까?
그런데 가주 소익헌이 문을 잠그자마자 허리춤에 있던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스릉!
청색 문양이 그려진 보검.
그것은 익양소가의 가주를 상징하는 청령검(靑令劍)이었다.
설마 다짜고짜 검을 뽑을 줄은 몰랐다.
“하시고자 하는 말씀이 이것입니까?”
그런 나의 물음에 가주 소익헌이 검을 겨냥하고서 노기가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부터 내게 거짓을 고하면 본 가주의 검이 너를 용서치 않을 것이다.”
“어지간히 제가 싫으셨나보군요.”
대화보다는 검이라.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가주 소익헌의 입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 나왔다.
“혈교의 주구가 된 것이더냐?”
‘!?’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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