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77
32화 천기(天璣) >
예상하지 못한 가주 소익헌의 말에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표정 관리에 능숙하지 않았다면 당장 들켜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많이 놀랐다.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소담검도 놀랐는지 내게 물었다.
‘모르겠어.’
소익헌의 분노한 목소리.
그리고 언제라도 손을 쓸 수 있게 검까지 뽑아든 모습만 보면 내가 혈교의 사람이 되었다고 확신한 걸지도 몰랐다.
여기서 넘어간다면 멍청한 짓이 된다.
일단 시치미를 떼고서 영문을 알아봐야 겠다.
“지금 저보고 혈교의 주구가 된 것이냐고 하신 겁니까? 많이 당혹스럽군요.”
감정을 통제해가며 속이는 일에는 이골이 나있다.
그런데 소익헌의 표정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의심을 거두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더욱 날카롭게 몰아붙였다.
“시치미 떼지 말거라! 혈교에 납치당했다는 녀석이 갑자기 나타나서 본가를 흔들어놓는데 이를 믿으라는 것이냐?”
‘!?’
지금 혈교에 납치당했다고 한 건가?
이 자가 대체 그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그 아송이라는 시종이 얘기한 거 아냐?
‘아송?’
그럴 리가.
아송은 본가로 들어오지도 못하고 두드려 맞고서 쫓겨났다고 했다.
애초에 소익헌은 나를 자식으로조차 여기지 않는다.
그런데 쫓겨난 아송에게 그 사실을 알아냈다는 것은 뭔가 맞지 않았다.
‘……쌍둥이들이 들킨 건가.’
그렇다고 하기에 고작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저쪽에서 정보가 오기에는 너무 빠르다.
‘백혜향?’
그것도 이상하다.
들어보니 백혜향 측에서는 내가 살아있는 것조차 아직 파악하지 못했을 확률이 높았다.
미리 이쪽의 계획을 눈치채고 손을 쓴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대체 뭐지?’
단편적인 것으로는 알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저는 아버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누가 제가 혈교에 납치당했다고 했습니까?”
그런데 가주 소익헌의 입에서 또 다시 예상 밖의 대답이 나왔다.
“아송이다.”
정보의 출처는 다름 아닌 아송이었다.
분명 쫓아내서 사라졌다고 한 아송에게 그걸 어찌 들었단 말인가?
나는 앞으로 다가가며 소익헌에게 따졌다.
“외당에서 아송을 쫓아냈다고 했는데 어찌….”
“아송은 내 사람이다.”
‘!?’
이건 또 무슨 어처구니없는 소리야.
아송이 자신의 사람이라고 말하는 가주 소익헌.
그의 눈동자나 표정에는 한 점의 변화도 흔들림도 없었다.
‘…….그럴 리가…..’
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서 의문들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아송이 오랫동안 어머니와 나를 모셔왔지만 엄밀히 그를 고용해서 내어준 자는 가주였다.
그러나 녀석은 진심으로 우리 모자를 보필했다.
심지어 본가에서 쫓겨날 때도 나를 따라오지 않았는가.
-네 말대로 걔가 진심으로 너를 따랐다면 그렇기는 한데, 반대로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아?
‘반대?’
-그래. 네 아버지, 아니 가주가 붙인 사람일 수도 있지.
‘가주가 붙였다고?’
나로서는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무슨 이유에서 붙인단 말인가.
설마 내색하지 않았지만 사실 나를 자식으로 생각해서 그랬다고?
‘헛소리야.’
그랬다면 진즉에 보호를 해줬어야 하는 게 아닌가.
가문에서는 쓰레기 취급을 하고서 끝내는 내치지 않았나.
알 것 같다.
지금 나를 떠보는 것이다.
아송을 자신의 사람이라고 말한다면 내가 진실을 밝힐 거라 여긴 것인가.
나는 다소 차가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아송은 어디 있습니까?”
“본 가주가 묻는 말에나 답하여라! 사라진 1년 몇 달 사이에 무슨 일이 있던 것이냐? 단전이 파괴되었던 녀석이 그것을 회복한 것도 모자라 일류의 벽을 넘어선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느냐?”
상식이라.
그래.
나 역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다.
하지만 회귀 후 그저 가만히 있는 것만이 답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부딪치면 또 다른 답과 길이 나온다.
“가능하니까 이 자리에 이렇게 있는 게 아닙니까?”
그런 내 말에 가주 소익헌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애비로서 해준 게 없다고 해도 어린 시절부터 지켜봤다. 남의 눈치나 보고 어미가 죽은 후로는 폐인처럼 지내던 녀석이 남천검객의 제자로 거둬져서 바뀌었다고? 사람이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바뀔 수 있다고 보느냐?”
“그게 제가 혈교의 주구가 되었다는 증거입니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혈교나 사파, 흑도의 무리들처럼 사술의 힘을 빌린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지.”
“첫째 형님과 같은 말을 하는군요. 이미 형산일검께서 증명해주셨습니다. 한데도 제가 혈교나 사도에 빠졌다고 여기십니까?”
“남천검객이 사라진지 어언 15년이 지났다. 네가 고작 한 초식을 보여주고 형산일검과 그분의 관계를 몇 마디 언급한 걸로 본 가주가 믿을 거라 생각했느냐?”
“……..”
아무래도 나는 가주 소익헌을 과소평가한 같다.
후기지수 대표 자리를 얻기 위해서 이목을 샀던 것이 그의 의심을 산 모양이다.
소익헌이 내게 검을 겨냥한 상태에서 말을 이어갔다.
“네가 혈교의 주구라는 증거가 또 있다.”
“증거?”
“너는 무림 대회를 앞둔 시점에 공교롭게 나타났다. 그리고는 느닷없이 후기지수 대표 자리를 요구했지.”
그 말에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 동안 가주 소익헌이라는 사람에 대해 나도 많은 것을 몰랐나 보다.
이만큼이나 통찰력이 좋은 사람일 줄은 몰랐다.
-난 여태까지 네가 첩자로 고생해서 똑똑하다고 여겼거든. 그런데 그것만도 아닌 것 같은데.
‘뭐?’
-아니. 뭐 그렇다고.
내가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자 소담검이 얼버무렸다.
가주 소익헌이 기도를 열었는지 그에게서 날카로운 기운이 풍겨져 나왔다.
과연 호남성을 대표하는 세 고수 중 한 사람다웠다.
“무림 대회가 왜 열리는 줄 아느냐? 그것이 단순히 무쌍성과 동맹이 파해졌다는 이유만으로 열린 것 같으냐?”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소익헌이 무거움이 더해진 목소리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혈교가 다시 준동하려 하고 있다. 그들은 오랫동안 음지에 숨어서 힘을 키워왔지. 그 힘이 그냥 만들어질 것 같으냐?”
…….하.
이것 참 대단한 걸.
어찌 보면 일개 무가의 가주인데, 그런 그조차 이 정도 통찰력을 지녔다.
정파 무림이 지난 정사 대전에 승리한 것은 그저 천운에 의한 것만이 아닌 모양이다.
‘아가씨. 쉽지 않겠는데요.’
이 와중에 백련하가 떠올랐다.
의식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나 스스로 혈교인이라 생각하게 된 걸까?
소익헌이 내게 손가락을 가리키며 말했다.
“놈들이 힘을 키우는 비밀은 어려울 것도 없다. 너 같이 어린 소년들을 납치하여 그들의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다.”
정답이다.
너무 정확해서 할 말이 없을 정도다.
“본 가주가 혈교 측이라면 이번 대회만큼 좋은 기회도 없지.”
나도 모르게 침이 꿀꺽 삼켜졌다.
설마 혈마검을 탈취하려는 계획마저 짐작한 것일까?
“너처럼 명문 정파 출신을 납치하여 혈교의 주구로 세뇌시킨다면 세작으로 써먹기 얼마나 좋겠느냐.”
그러나 그 정도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이 정도까지 추측할 수 있다는 게 대단했다.
-아송 때문일지도 모르지.
‘아송?’
-네가 전에 이야기 했잖아. 뭔가를 바꿀 때마다 네가 알고 있는 미래와 달라진다고.
아…….
소담검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원래의 아송은 죽어야 할 운명이었는데, 내가 혈교에 납치당했다는 사실마저 알면서 살아남았다.
어쩌면 그것이 영향을 끼쳤을 지도 모른다.
회귀 전에는 가문에 다시 돌아왔을 때 쫓겨나기만 했을 뿐인데, 이런 식으로 영향을 미칠 줄이야.
-어떻게 할 거야?
소담검이 걱정스러운지 물었다.
이미 가주 소익헌이 확신에 차있는 듯해서 그런 모양이다.
그래. 다른 사람들이라면 이런 상황에 처해진다면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할 것이다.
하지만 첩자로 있으면서 의심받는 상황을 한두 번 겪었겠는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그래서 아버님은 제가 무림 대회에 나가 혈교의 첩자 노릇을 하기 위해 가문의 후기지수 대표가 되려 한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제는 그런 식으로 몰아가는군요.”
실망스럽다는 듯이 말하는 나를 보며 소익헌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이 거짓을 말하는지 아니면 사실을 말하는지 가늠하기 위한 듯 했다.
“제 스승님께서 익양소가에 실망을 금치 못하시겠군요.”
일부러 남천검객을 거론했다.
믿지 못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반신반의하고 있겠지.
이런데서 흔들리면 오히려 약점을 드러내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오히려 강하게 나가야 한다.
그런 내 모습을 쳐다보던 가주 소익헌이 입을 뗐다.
“네 결백을 증명하고 싶으냐?”
“이미 그런 식으로 몰아가놓고 어떻게 증명하라는 것입니까?”
“어려울 것 없다. 결백을 증명하려면 네가 이곳에 와서 했던 짓들을 전부 되돌려 놓아라. 그리고 후기지수 대표도 포기하거라.”
쉽지가 않네.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전부 포기하고 가만히 있으면 결백이 증명된다는 것이 우습군요.”
나는 노골적으로 비아냥거렸다.
이대로 가만히 그의 뜻에 따라주면 계획이 모두 무산되고 만다.
“그럴 수 없다면요. 그럼 후기지수 대표의 자리를 주지 않으실 겁니까? 두 형님들보다도 제가 더 가문을 빛낼 수….”
“아서라!”
“네?”
“설사 네가 포기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후기지수 대표의 자리를 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실의 소생이 아니면 자식을 자식처럼 여기지 않는군요.”
“착각하지 말거라.”
“?”
“너는 자격이 없다. 본가의 후기지수 대표로 나가는 자가 남천검객의 검법으로 명성을 날린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 거라 보느냐?”
그의 속내를 알게 되었다.
연회 때 후기지수 대표 자리를 이런 식으로 거절할 생각이었구나.
그때 가주 소익헌이 기수식을 취했다.
그것은 소영현이 나와 겨룰 때 보였던 가문의 상승검법인 소동패검의 기수식이었다.
굉장한 기세가 느껴졌다.
일류 고수에 불과한 소영현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마지막 경고다. 네게 조금이라도 정파인으로서 정기와 익양소가의 피를 이었다는 자부심이 있다면 여기서 멈추고 투항하거라.”
하!
정파인으로서 정기? 익양소가의 피를 이은 자부심?
속에서부터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투항을 하면 어쩌시려고요?”
“네 내공의 연원을 살펴보고 세뇌가 되었는지 철저히 확인할 것이다. 네가 정녕 결백하다면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런 걸로는 결백만 증명이 되겠지.
결국 나를 후기지수 대표로 세울 생각도 없지 않은가.
-스릉!
나는 등에 차고 있던 검집에서 남천철검을 빼냈다.
소익헌의 얼굴이 무섭게 굳어져갔다.
“이게 무슨 짓이느냐?”
“어떤 식으로든 후기지수 대표의 자리를 주시지 않겠다고 하는데, 투항까지 하고 다른 사문을 두고 있는 제 단전을 살피시겠다니 아버님이라고 해도 과하시군요.”
그런 내 말에 소익헌이 인상을 찡그렸다.
사문이 다른 내공의 연원을 살핀다는 것은 운기법을 강제로 알아내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것은 정파에서도 적이 아닌 이상 금기시 하는 행동이었다.
내가 이것을 거론했기에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다.
“저로서도 제 사문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스스로를 보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나의 말에 소익헌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사술이든 아니든 간에 고작 그 정도의 공부로 나를 이길 수 있을 성 싶으냐?”
자존심을 건드린 모양이었다.
이미 풍겨지는 기도로 내 실력을 가늠한 그였다.
게다가 형산일검과의 짧은 대결로 어느 정도 수준인지도 두 눈으로 보았으니, 이렇게 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승패는 겨뤄봐야 알지 않겠습니까?”
-쿵!
소익헌이 바닥에 진각을 밟았다.
그러자 발바닥을 중심으로 단단한 연무장의 바닥에 금이 갈라졌다.
익양검현이라 불리는 소익헌의 내공은 과연 절정의 극에 이르러 있었다.
“네 결정에 후회할 것이다.”
“후회하지 않습니다.”
“흥!”
콧방귀를 낀 소익헌의 신형이 빠르게 좁혀왔다.
소동패검은 중검이기에 무게감이 실려 있는 검법이었지만 그 정도 되는 고수가 검초를 펼치니 속도마저 갖추고 있었다.
‘후우.’
나는 하단전의 공력을 최대로 운기했다.
10성 공력으로 끌어올린 상태에서 검초를 펼쳤다.
‘비추형검.’
성명검법 제 3초식 비추형검(泌鰍形劍).
부드러운 버들가지처럼 검초가 수많은 변화를 일으키며 무겁게 궤적을 그리는 소동패검을 그물로 감싸듯이 에워쌌다.
-차차차차차창!
검과 검이 부딪치며 철음이 연공실을 울렸다.
유(柔)로서 강(强)을 제압하려고 했는데, 소동패검의 검초에 실린 공력이나 패도적인 기세가 강해서 검식이 계속 튕겨 나왔다.
“합!”
-채채채챙!
검초가 흔들리자 소익헌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강렬한 찌르기로 검식의 사이를 강제로 뚫고서 내 가슴을 찔러왔다.
나는 다급히 검의 궤적을 바꿔 검면으로 이를 막아냈다.
-창!
-타타타탁!
검신으로 막아냈지만 공력 차로 인해 신형이 뒤로 밀려났다.
기세가 오른 소익헌이 검로를 바꿔 내 왼쪽 어깨로 검을 베어 들어왔다.
‘틈을 주지 않겠다는 건가.’
-챙!
나는 다급히 검을 틀어 이를 막아냈다.
검과 검이 부딪치자 남천철검의 검신이 떨리며 내 몸이 옆으로 튕겨나갔다.
“큭!”
공력 차가 너무 났다.
내가 막 절정의 경지에 올랐다면 상대는 절정의 극에 이르렀다.
그 벽을 앞에 두고 있는 만큼 수준 자체가 달랐다.
-팍!
튕겨나간 나는 그 힘을 이용하기 위해 연공실의 벽을 박찼다.
그리고는 소익헌을 향해 검을 날렸다.
“소용없다.”
소익헌이 날아드는 내 검을 강하게 아래로 내리쳤다.
-채애애앵!
이것이 중검의 진수일까.
천근의 힘이 실린 것처럼 검을 든 내 몸이 밑으로 강제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 힘을 죽이기 위해 몸을 강제로 회전시켰다.
-핑그르르르!
중검에 실린 힘이 해소되며 몸이 가벼워졌다.
그러나 소익헌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서 회전하고 있는 나에게 각법을 펼쳤다.
-차아앙!
검면으로 이를 막아냈지만 튕겨나가 연공실 벽에 부딪치고 말았다.
-쿵!
“크윽.”
단단한 연공실 벽에 금이 갔다.
남천철검이 아니었다면 절정의 공력에 검면이 휘어졌을 것이다.
공력이 우위에 있다고 확실하게 이점을 활용하고 있었다.
소익헌이 내게 말했다.
“보기보다 좋은 검이군. 검이 아니었다면 이미 너는 그 자리에 누워있을 게다.”
“그렇군요.”
“너와 나의 간극은 크다. 그만 패배를 인정하고 투항하거라.”
“아들이 아니라 죄인 취급이군요.”
“감정에 호소하지마라.”
소익헌이 냉정하게 나를 다그쳤다.
“후우.”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런 내 모습에 소익헌이 뒷짐을 지고서 오만하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마지막 경고다. 다시 검을 휘두른다면 이번에는 뼈가 부러지는 것 정도는 각오해야 할 것이다.”
“과연 익양검현이라 불릴만 하군요.”
“투항하겠느냐?”
“아버님.”
-툭툭!
나는 먼지를 털어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에게 말했다.
“봐드리면서 상대하기에는 강하군요.”
“뭐?”
그런 나의 말에 가주 소익헌의 표정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밀리다 못해서 격차가 나는데 그런 소리를 했으니 오만하게 들렸을 것이다.
-슥!
나는 소익헌에게 검을 겨냥하며 말했다.
“세간에 알려진 스승님의 성명검법은 보완되고 검초가 진화되기 전의 것이지요. 지금부터는 진(進) 성명검법입니다.”
“무슨 소리를….”
-팟!
그 순간 나의 신형이 소익헌의 앞을 파고들었다.
‘!?’
갑자기 속도가 오르자 소익헌이 다급히 뒷짐을 풀고서 검을 휘둘러 이를 막아냈다.
-채애애애앵!
검이 부딪치는 순간 소익헌의 신형이 뒤로 부웅하고 날아올랐다.
그의 두 눈이 커졌다.
놀라는 것도 당연하지.
중단전을 개방하면서 방금 전의 공력과는 천지차이일 테니까.
“너!”
소익헌이 다급히 허공에 떠오른 상태로 내게 검초를 펼쳤다.
중검의 기세가 지금까지와 다르게 사납게 몰아치는 것을 보아 소동패검의 절초인 모양이었다.
-쾅!
나는 앞을 향해 강하게 진각을 밟았다.
그리고 찌르기 자세에서 검을 잡아당긴 손을 왼쪽으로 돌렸다.
몰아치려 하는 폭풍의 전조처럼 강렬한 기세가 검 끝으로 집중되었다.
‘진 축아회검’
진(進) 성명검법 제 6초식 축아회검(逐亞回劍).
내공이 아닌 선천진기가 바탕이 된 5성 성명신공에 의해서 발휘되는 진정한 성명검법.
그 위력은,
-채채채채채채채챙!
소익헌의 절초를 단숨에 박살내고 꿰뚫었다.
그것은 파죽지세와 다름없었다.
폭풍처럼 회전하며 들어가는 극대화된 찌르기에 소익헌의 몸이 휩쓸렸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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