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98
38화 정체불명의 시험 (1) >
“정말 보고하지 않으실 겁니까?”
조성원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내게 말했다.
숙소에서 기다리고 있던 녀석에게 사마영이 일군사 집무실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줬다.
그걸 들은 조성원은 성 밖에 있는 해악천에게 이를 보고한 후에 계획을 바꿔서 혈마검을 탈환해야 하지 않겠냐고 주장하고 있었다.
자식. 나도 그렇지만 개방의 제자 녀석이 혈교인이 다 됐다.
하긴 혈마검의 탈환이 목적인데, 그것이 소재가 다른 곳으로 옮겨진다고 듣는다면 누구나가 녀석과 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다.
“부단주님?”
“……..”
“뭐하고 계신 건지?”
내가 아무 말을 하고 있지 않자 조성원이 답답함을 토로했다.
뭘 하긴 뭘 하겠나.
소담검으로부터 우리가 나가고 나서 어떤 대화가 오고갔는지 듣고 있는 중이었다.
원래는 내가 가지러 가려고 했지만 소담검을 장명이 들고 왔었다.
-그래서 말이야. 그 실눈 같던 애가 저 단검. 소형의 것…..
자신이 한 건 했다 싶어 신이 나서 조잘거리는 소담검이다.
하지만 녀석 덕분에 좋은 정보를 알게 되었다.
하마터면 함정에 걸릴 뻔했다.
‘……제갈원명.’
무림 연맹의 일군사다웠다.
이런 식으로 함정을 파놓을 줄은 몰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화를 엿듣기 위해 소담검을 두고 갔던 것이 나를 살렸다.
-에헴.
소담검이 칭찬에 으쓱해졌는지 괜히 헛기침을 냈다.
아무리 머리가 좋은 제갈원명이라고 해도 소담검이 자신의 말을 엿들었으리라 무슨 수로 짐작하겠는가.
-맞아. 맞아.
맞장구를 치는 우리 둘에게 남천철검이 말했다.
-다 좋은데 천기로 보면 더 빠르지 않나?
-……..
…….그렇네.
천기로 봤으면 굳이 소담검을 통해서 들을 필요가 없었는데.
앞으로는 그렇게 하도록 해야 겠다.
“부단주님?”
답답한 얼굴로 나를 부르는 조성원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녀석에게 말했다.
“함정이야.”
“네?”
“그런 중요한 정보를 무림 연맹의 사람들도 아닌 우리에게 흘린다는 게 이상하지 않아?”
그런 내 말에 녀석이 인상을 찡그렸다.
소담검이 집무실에 남아서 엿들었다고 말할 수 없으니 납득이 갈만하게 설명을 해야 했다.
그래도 정황을 대충 알고 나니 끼워 맞추기는 편했다.
그런데 이렇게 조성원과 사마영에게 설명을 하면서 문득 떠오른 게 있었다.
‘…….혹시 저쪽에도 정보를 흘린 거 아냐?’
-저쪽이라니? 그 불여우 같은 여자 말이야?
일군사부의 정보력이라면 우리 이외에도 수상한 자를 많이 포착했을 거다.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백혜향 측도 걸려들 수밖에 없다.
물론 그쪽도 만반의 준비를 했을 테지만 제갈원명은 나에게 이런 식으로 미끼를 던지듯이 백혜향 측을 시험할 지도 몰랐다.
-그럼 잘 된 거 아냐? 저쪽을 한 번에 정리할 수 있는 기회잖아.
소담검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만약에 백혜향 측에서 함정에 걸려들게 된다면 무림 연맹에서는 이를 빌미로 정파를 더욱 규합할 뿐만 아니라 혈마검을 단순히 전리품으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부수는 강수마저도 둘 수 있었다.
-그래도 그 불여우만 잡히면 혈마검 없이도 혈교를 통합할 수 있는 거 아냐?
그 동안 많이 쫓아다녔다고 제법 통찰력이 높아졌다.
그 말도 맞지만 반면 최악의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뭔데?
백혜향 측을 지지하는 세력의 충성도다.
그들의 충성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백혜향을 구하려고 들 테고 그리된다면 혈교는 다시 재기도 하기 전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이런 걸 보면 그녀의 말이 맞다.
다른 각도로 본다면 백혜향 측과 백련하 측은 한 몸이나 다름없었다.
서로가 큰 타격을 받지 않는 선에서 내부 전쟁을 마무리 지어야만 혈교는 완벽한 상태로 재기할 수 있다.
-네가 많은 영향을 줬네.
그러게 말이다.
어찌 보면 백혜향은 큰 수고로움 없이 혈교를 손 안에 넣을 수 있었는데, 나로 인해서 백련하와 마찬가지로 어려운 길을 가고 있는 셈이었다.
-쩝. 그 불여우가 곤란해 하는 걸 보고 싶었는데.
나라고 그렇지 않겠나.
그녀가 붙잡혀서 혈교가 약화되는 것은 내게 좋은 일이 아니다.
혈교에 적을 두고 있는 마당에 의도치 않게 내 정체가 드러나면 나를 보호해줄 울타리가 없어지는 셈이니까 말이다.
‘닷새 후라고 했지?’
-맞아.
제갈원명의 말대로라면 분명 닷새 후에 함정을 파두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백혜향 측과 접선해야 할 것 같다.
적어도 함정에 걸려들지 않도록 이 정보는 알려줘야겠다.
이거 어떻게 찾아야 하나?
성내에서는 안 들키려고 저쪽도 철저하게 신분을 숨기고 있을 텐데.
* * *
그날 저녁, 우리는 무림 연맹의 성 밖으로 나왔다.
백혜향 측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다.
대장간의 장인과 약조한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특별히 무림 연맹에 연루된 것이 아니었기에 성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은 자유였다.
그래서 형산일검의 제자인 서일주가 일행들이 성안에 들어갔는데, 혼자서 등정 객잔에 동파육을 포장하러 오지 않았던가.
‘그나저나 영영이 얼굴 보기가 힘들구만.’
앞서 형산파의 숙소를 찾아서 영영이를 보려고 했었다.
그런데 구대문파의 제자들끼리 회동하는 자리가 있다고 해서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결국 만나지 못했다.
하긴 그 아이도 서일주에게 우리 소식을 들었는데도 얼굴을 비추지 않은 걸 보면 꽤나 바쁜 모양이었다.
-슥!
성을 나와 마을로 들어서자 사마영이 살짝 내 옷깃을 잡고서 말했다.
“부단주니이이임.”
무슨 부탁을 하려고 애교가 섞인 간드러진 콧소리까지 낼까.
사마영이 내게 말했다.
“대장간에 들렸다가 동파육 포장해 가는 거 어떤가요?”
“옷!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그녀의 부탁에 조성원이 신이 나서 거들었다.
확실히 등정 객잔의 동파육은 식어도 맛이 있었다.
쫄깃한 비계와 부드러운 살코기를 베어 먹으면서 술을 곁들이면 그야말로 지상낙원이나 다름없었다.
입에 침이 고였지만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모두의 뜻이 그러하다면이야.”
그 말에 조성원이 씨익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에이. 부단주님. 솔직히 솔깃하셨으면서 안 그런 척 하시기는.”
이 자식 봐라.
은근슬쩍 나한테 슬슬 농담을 걸기 시작하네.
뭐 선만 넘지 않는다면 격식을 차리는 것보다야 이게 편하기는 하지만.
그때 사마영이 말했다.
“어? 그런데 동파육이 떨어지기 전에 미리 예약해둬야 하는 거 아니에요? 지금 저녁인데.”
“아….그렇네요.”
등정 객잔의 동파육은 워낙 인기가 많아서 저녁 무렵이면 동이 나고 만다.
사마영이 조성원에게 말했다.
“조 대주가 먼저 가서 예약하고 있어요. 나랑 부단주님이 대장간에 다녀올 테니까.”
-흠칫!
그런데 여기서 나는 사마영의 눈이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반짝이는 걸 보았다.
뭔가 신이 났다는 듯이 입 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설마 단둘이 있는 순간을 노리는 건가.
“흠흠. 이번에는 사마 소저가 가서 예약해두고 있어요. 금방 다녀올 테니.”
“네에?”
그런 나의 말에 사마영이 반문을 했다.
내 의중을 파악한 조성원이 눈치껏 그녀에게 말했다.
“흠흠. 그러시는 편이 낫겠네요. 부대주께서 먼저 가서 예약하고 기다리고 계시면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그 말에 조성원을 바라보는 그녀의 입술이 삐쭉 앞으로 튀어나왔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나보다.
요 근래 둘만 있으면 한 번씩 내게 ‘부단주님은 어떤 여자가 좋으세요?’, ‘부단주님은 혹시 나중에 혼인하면 장인어른이 무서운 사람이면 싫나요?’ 하며 뜬금없는 소리를 하는 통에 두려워지고 있었다.
그런 내게 소담검이 중얼거렸다.
-너는 줘도 못…
‘그만!’
이상한 소리를 하려고 하네.
조그만 한 게 발라당 까져가지고.
-……그래. 나 짧다. 그래서 네가 보태준 게 있어!
오랜만에 반항조로 나오는 소담검이다.
에휴. 나도 그녀가 은근히 나를 좋아하는 티를 내고 있는 건 눈치 챘다.
뜬금없이 툭툭 내뱉는 말들이 모두 나를 가리키고 있는데, 바보가 아닌 이상 모르는 것이 이상하지 않나.
나는 단지…..
-무서운 장인어른을 두고 싶지 않겠지.
‘……..’
허를 찌르는구만.
어느 누가 사대악인 중 한 사람인 월악검 사마착의 하나뿐인 여식을 함부로 탐내겠는가.
나도 그런 평범한 사람들 중 한 사람일뿐이다.
그때 남천철검이 끼어들었다.
-운휘 걱정마라. 전주인께서 예전에 사고를 쳐서 장가를 가는 후배 무인에게 말씀하길 장인이 아무리 사위가 미워도 죽이기야 하겠냐고 조언해주셨다.
‘…….’
……됐다.
이걸로 너희랑 논쟁을 벌이니 혼란스럽다.
당장에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판국에 누구를 좋아하고 그러기에는 내게 사치다.
그런 내 말에 소담검이 중얼거렸다.
-싫지 않으면서 괜히 생색은…..
그만하라고 했지.
어쨌거나 툴툴거리는 사마영을 등정 객잔으로 보낸 조성원과 나는 대장간 거리로 왔다.
날이 어두워져서 대부분의 대장간들도 불이 꺼져 있었다.
그래 일은 낮에 하라고 있는 거지.
‘과연.’
나는 살짝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그 오혈성의 제자를 처리하고 나서 깨어난 장인이 자신을 구해줬다고 오해하면서 내게 보답으로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고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소담검을 더 날카롭게나 튼튼하게 만들 수 있겠냐고 했더니, 검이 부서지면서 나온 철가루들이 한철이라 그걸 녹여서 뭔가를 만들어주겠다고 약조했다.
이제 향로에 남은 검도 다섯 자루뿐이라 그것도 처리할 겸 겸사겸사 이렇게 대장간을 찾은 것이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조성원도 그것을 느꼈는지 내게 말했다.
“안에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갔더니 대장간 내부의 대부분의 기구들과 벽면에 걸려있던 병장기들까지 전부 사라져 있었다.
마치 당장에 폐업이라도 한 것 마냥 사라졌다.
‘이게 대체 무슨…..’
바닥에 일부 흔적들이 남아있기는 했는데, 부서진 날붙이라던가 필요 없는 것들뿐이었다.
중요한 도구들은 전부 없는 걸 보면 정말 떠난 것만 같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향로가 있는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아!’
향로에 꽂혀 있던 남은 다섯 자루의 모조 묵선검들이 사라져 있었다.
다른 부서진 검들은 전부 버리고 갔는데, 모조 묵선검들만 사라져 있다니 이상했다.
안쪽에 거처를 뒤진 조성원이 나와서 고개를 저었다.
“옷가지 같은 것들도 없습니다. 거처 방만 살펴보면 꼭 급하게 떠난 것 같은데요.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군요.”
이상한 일이었다.
하루 뒤에 보자고 한 사람이 갑자기 이곳을 떠나는 게 말이 되나.
게다가 그는 내가 아니더라도 무림 맹주 백향묵으로부터 의뢰를 받지 않았나.
‘설마 납치?’
그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런데 납치를 당한 것치고는 필요한 물건들을 전부 챙긴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무림 맹주가 데려갔을 수도 있지 않을까? 운휘.
남천철검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다른 부서진 날붙이나 금이 간 것들은 전부 버리고 갔는데, 유일하게 묵선 검의 모조 다섯 자루는 챙겨갔다.
어쩌면 무림 맹주가 손을 썼을 수도 있었다.
‘흠……’
한데 굳이 손을 쓸 이유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무림 맹주가 이것을 긴밀한 일이라 여겼다면 애초에 대장간 거리에 있는 장인에게 모조 묵선을 만들도록 부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의아하게 여기고 있을 찰나였다.
-뒤야!
소담검의 외침에 나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을 숙였다.
그 순간 머리 위로 뭔가가 스쳐지나갔다.
‘!?’
나는 재빨리 몸을 앞으로 날리며 신형을 뒤로 돌렸다.
‘엇?’
향로 앞에 언제 당했는지 조성원이 기절한 것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런데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데 남천철검이 내게 말했다.
-운휘……지금 네 뒤에 검은 면사의 죽립인이 서있다. 모르겠나?
‘뭐?’
녀석의 말에 나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바로 뒤에 있다는데 아무런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이런 엄청난 고수가 나타나다니.
그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지 마라.”
변조를 한 것처럼 굵게 들리는 목소리.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뒤에서 나를 단번에 찌를 기세였다.
이렇게 날카로운 예기는 평생 처음 느껴본다.
“누…..구십니까?”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 나의 물음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운휘. 그 자가 주변을 살피고 있다.
‘살피고 있다고?’
나는 순간 갈등이 생겼다.
이 자가 조금이라도 나를 죽이겠다고 마음 먹는 순간 나는 당하고 만다.
뒤를 돌아보지 말고 가만히 있으란다고 그냥 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후우.’
여기서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오직 하나였다.
중단전을 개방해서 전력으로 적에게서 도망가는 것이다.
하지만 조성원이 눈에 밟혔다.
도망치면 녀석이 이 자에게 잡히거나 어찌될지 모를 영문이었다.
‘…..허를 찌른다.’
이판사판이었다.
어차피 이곳은 무림 연맹의 코앞이고 정파의 성지가 아닌가.
안 된다면 지붕을 뚫고 나가서 내공을 실어서 소리치자.
스승님인 해악천이 머지않은 곳에 있다.
‘흡!’
나는 봉하고 있던 중단전을 개방했다.
그리고 단번에 소담검을 뽑아서 뒤로 휘둘렀다.
그 순간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탁!
눈에 보이지도 않았는데 소담검이 뒤로 튕겨나가 바닥에 박혀버리고 말았다.
분명 손을 쓴 것인데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나는 그 찰나에 뒤로 몸을 날리며 남천철검을 뽑았다.
‘!?’
그런데 상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운휘. 뒤에 있다.
‘젠장!’
소담검을 막는 즉시 몸을 움직여서 내 뒤로 이동한 것 같았다.
신형이 너무 쾌속하면 보이지도 않는다는 말이 새삼 와 닿았다.
“목숨이 아깝지 않은가 보구나.”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살기 하나 띄지 않았지만 심장을 미친 듯이 뛰게 만들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자가 내게 말했다.
“네 실력으로는 내 얼굴을 볼 수 없으니 단념하거라.”
얼굴을 볼 수 없다고?
그 순간 나는 머릿속에 한 가지 기지가 떠올랐다.
나는 손에 쥐고 있는 남천철검을 비스듬하게 돌려 검면이 내게 보이도록 했다.
그러자 내 얼굴과 함께 뒤에 있는 검은 면사의 존재가 비춰졌다.
‘!?’
검은 면사 틈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눈빛이 가늘어지고 있었다.
그 자가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잔꾀가 많은 아이로….음? 그 검…..”
의아해하는 목소리.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서 몸을 회전시켰다.
몸이 빠르게 회전을 하며 검초가 회오리바람처럼 전후좌우 할 것 없이 사방을 베면서 위로 솟구쳤다.
성명검법 제 4초식 회룡승검(回龍昇劍)이었다.
유일하게 후방마저도 상대할 수 있는 검초이기에 이를 노렸다.
‘됐다.’
위를 향해 솟구친 나는 그대로 지붕으로 몸을 날렸다.
이대로 검초를 유지하면서 지붕을 뚫고서 나가서 소리를 지를 생각이었다.
그 순간 펼쳐지던 검초가 멈춰졌다.
‘!!!’
심장이 덜컥했다.
어느새 허공으로 따라붙은 검은 면사의 죽립인이 검초가 펼쳐지고 있는 남천철검의 검날을 두 손가락으로 잡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튕기듯이 휘두르자,
“헉!”
심후한 공력에 의해 내 몸이 바닥에 그대로 내려찍혀지고 말았다.
-쾅!
나무 목판이 갈라지며 볼썽사납게 괴상한 자세로 쓰러졌다.
몸이 부서질 것처럼 아팠지만 나는 이를 참고서 몸을 용수철처럼 튕기며 일으켜 세웠다.
바로 앞에 검은 면사의 죽립인이 서있었다.
-우, 운휘!
더 이상 모습을 숨길 생각이 없는 것인지 남천철검을 들고서 살피고 있었다.
초식을 펼치다가 검을 빼앗기다니 수치도 이런 수치가 없었다.
그때 죽립인이 입을 열었다.
“네가 그 남천검객의 후인이로구나.”
검을 보고서 알아낸 것인지 아니면 초식을 보고서 안 것인지 나를 알아보았다.
나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선배님께서는 저를 알고 계십니까?”
“모를 리야 있나. 한 번 보고 싶었다.”
그 말과 함께 죽립인이 손가락으로 남천철검을 튕겼다.
그 순간 남천철검이 화살이라도 된 것 마냥 엄청난 속도로 날아와 내 앞의 바닥에 꽂혔다.
-푹! 티이이이잉!
검이 이렇게나 심하게 떨리는데도 바닥이 갈라지지 않았다.
신묘하기 짝이 없는 실력이었다.
나는 이것만으로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스승님보다 강해.’
이 자는 기기괴괴 해악천을 한참 뛰어넘는 절세고수였다.
이 정도 괴물 같은 역량을 지닌 자는 머릿속에서 오직 열두 명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죽립인이 내게 말했다.
“검을 들고 덤벼 보거라.”
끝
ⓒ 한중월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