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99
38화 정체불명의 시험 (2) >
“검을 들고 덤벼 보거라.”
“…….”
지금 이 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중단전마저 개방한 나를 아이 다루듯이 상대하는 자가 갑자기 덤벼보라니.
설마 나를 시험하는 것일까?
-어떡할 거야?
바닥에 박혀 있는 소담검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솔직히 승산이 없었다.
어느 정도 부딪칠 만한 구석이 있어야 하는데, 이건 격이 너무 컸다.
그렇다고 도망치자니 이미 실패한 상황이다.
“생각이 많구나.”
검은 면사의 죽립인이 바닥을 살짝 밟았다.
그러자 목판이 갈라지며 위로 튕겨져 올라왔다.
길게 튀어나온 목판을 검은 면사의 중년인이 검결지를 쥐고서 몇 차례 슥슥하고 휘젓자, 놀랍게도 목판이 검의 형태를 닮은 얇은 몽둥이가 되었다.
죽립인이 몽둥이를 쥐고서 내게 말했다.
“최선을 다하는 게 좋을 게다.”
설마 저 얇은 나무 몽둥이로 나와 겨루겠다고?
아무리 고수라고 하지만 남천철검은 한철이 섞인 보검이다.
-운휘. 경지에 이른 고수에게 무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전주인께서 말씀하셨다.
‘…….긴장하란 거지?’
-그래.
어차피 선택권은 없었다.
저 자의 시험을 통과하는 것만이 유일한 활로였다.
그것이 활로인지 확신할 수 없지만 말이다.
‘6성으로 가야 한다.’
아직 초입에 불과하지만 성명신공을 6성으로 끌어올렸다.
그러자 전신에서 날카로운 기운이 솟구쳤다.
이를 본 죽립인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호오. 그 나이에 예기를 방출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나.”
나를 칭찬하는 것이 아닌가.
대체 무슨 의도인지 알 수 없었다.
‘후우.’
호흡을 고르며 선천진기를 가다듬은 나는 면사의 죽립인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공력과 초식의 운용 모든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최고의 절초가 답이었다.
-쿵!
바닥을 향해 진각을 세차게 밟은 나는 찌르기 자세에서 검을 뒤로 잡아당기고서 손을 왼쪽으로 돌렸다.
강렬한 기운이 고조되며 기세가 검 끝으로 집중되었다.
‘진 축아회검’
진(進) 성명검법 제 6초식 축아회검(逐亞回劍).
성명신공의 6성 초입에 이른 축아회검이 어느 정도 위력일지는 나 역시 모른다.
-쩌저저적!
그때 내가 검을 뻗으려는 방향으로 목판들에 금이 갔다.
예기가 방출되면서 일어난 현상이었다.
초식이 발휘되기도 전에 전조를 보면 그 위력이 능히 짐작이 갔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검을 회전시키며 앞으로 뻗었다.
-촤르르르르!
날카로운 기운이 회오리를 치며 앞으로 거친 폭풍처럼 쇄도했다.
이런 엄청난 위력의 초식을 앞에 두고도 면사의 죽립인은 나무 몽둥이를 들고서 가만히 서있었다.
‘뭘 하려는 거지?’
피하거나 막을 생각이 없어보였다.
초식이 코앞까지 들이치는 순간 죽립인의 검처럼 생긴 몽둥이가 움직였다.
-스르륵!
회오리를 치고 있는 검초와 반대 방향으로 크게 회전했다.
그러더니 몽둥이가 살아있는 것처럼 휘어 감았다.
6성에 이르면서 날카로운 예기마저 발산되고 있는데, 그마저도 가볍게 아우르고 있었다.
‘!?’
그 순간 회오리가 순방향에서 역방향으로 강제로 틀렸다.
‘거, 검력만으로?’
남천철검에 닿지도 않고 몽둥이로 검력을 일으켰다.
상상을 초월하는 검의 고수였다.
대체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면 이런 신기가 가능할지 모를 정도로 괴물이었다.
-우득!
역방향으로 꺾이며 팔이 강제로 뒤틀리려고 했다.
이러다 당할 지도 몰랐다.
‘역방향?’
그때 머릿속에 묘수가 떠올랐다.
상대가 역방향을 노린다면 나 역시도 역방향으로 순응하면 되지 않은가.
나는 그대로 재차 진각을 밟았다.
‘역 축아회검!’
검이 반대 방향으로 회전을 하면서 죽립인의 검력에 탄력까지 붙었다.
그러자 검초의 위력이 배로 상승했다.
“호오.”
죽립인이 흥미롭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어지간히 우습게 여기는군.
나는 앞을 향해 이를 악물고서 역 축아회검을 뻗었다.
-촤촤촤촤촤촤!
회오리치는 검세에 바닥의 목판이 갈리며 눈앞이 나무 먼지들로 뿌옇게 물들었다.
검 끝으로 느껴지는 감각.
공격이 통한 것일까?
그 순간,
-파앙!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몸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튕겨나간 나는 커다란 향로를 부수고서 대장간의 벽면에 박히고 말았다.
-쾅!
온몸이 부서질 것만 같았다.
적의 힘마저 이용해서 두 배로 치솟은 역 축아회검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뿌옇게 앞을 가리던 먼지가 어느새 가시고 죽립인이 보였다.
죽립인이 들고 있는 나무 몽둥이의 겉면에 수많은 검흔이 새겨져 있었는데 생채기 수준에 불과했다.
깊게 파고든 검흔은 전혀 없었다.
‘하…….’
그 정도 위력의 역 축아회검으로도 고작 나무 몽둥이조차 부러뜨리지 못했다.
“제법이군.”
몽둥이의 검흔을 보고서 중얼거린 죽립인이 내게 몽둥이를 겨냥했다.
그리고 말했다.
“공격은 쓸 만하구나. 방어는 어떨까.”
그 말과 함께 죽립인이 나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왔다.
내가 몸을 일으킬 시간을 주는 것 같았다.
‘젠장.’
벽면에서 힘겹게 나온 나는 남천철검을 쥐고서 긴장된 얼굴로 기수식을 취했다.
고민이 되고 있다.
진혈금체와 은연사까지 전부 쓴다면 가능성이 있을까?
하지만 머릿속에서 수많은 연상을 그려봐도 면사의 죽립인에게서는 허점이 보이지 않았다.
-뭐라도 해봐야 하는 거 아냐?
그러고 싶지만 진혈금체를 여기서 쓰는 것은 무리수다.
만약 저 괴물 같은 자가 정파 쪽의 사람이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비장의 수는 확실하게 상대를 죽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쓰는 것이다.
“생각이 많군.”
면사의 죽립인이 내게 말했다.
기수식을 취하고서 움직이지 않는 것을 꼬집는 것 같았다.
“생각이 많은 것은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자네 스승도 그걸 지적했을 것 같은데.”
-스륵!
‘엇?’
그때 죽립인의 나무 몽둥이가 뱀처럼 휘어지며 내 머리를 노렸다.
거리가 충분해서 닿지 않을 거라 여겼는데, 오산이었다.
나는 다급히 보법을 펼치며 거리를 벌렸다.
-타타타탁!
그런데 몽둥이는 살아 움직이듯이 교묘할 정도로 나를 따라왔다.
안 되겠다 싶어서 뒤로 몸을 날리면서 검초를 펼쳤다.
진 성명검법 제 3초식 비추형검(泌鰍形劍).
부드러운 버들가지처럼 부드러운 검초로 더욱 현란한 궤적으로 몽둥이의 움직임을 견제해보려 했다.
그러나,
-탕! 탕! 탕!
울려 퍼지는 철 소리.
‘!?’
놀랍게도 몽둥이는 고작 세 번의 찌르기만으로 검초의 궤적에서 결정적인 흐름을 막아서 초식을 가볍게 파훼시켜버리고 말았다.
‘이럴 수가?’
다른 것도 아니고 진 성명검법이었다.
초식이 보완되다 못해서 향상시킨 검초의 허점을 단번에 찾아냈다.
어느새 그의 몽둥이는 내 목에 닿아 있었다.
“한 번 죽었군.”
‘한 번?’
몽둥이가 궤적을 비틀더니 내 가슴을 툭하고 쳤다.
그러자 심후한 공력에 의해 몸이 뒤로 열 발자국 정도 튕겨져 나갔다.
“다시 해볼까.”
나를 튕겨낸 면사의 죽립인이 다시 몽둥이를 휘둘렀다.
지금까지는 단순한 기본기였다면 이번에는 초식을 연상케 할 만큼 몽둥이의 궤적에 변화가 담겨 있었다.
‘아!’
한데 이것을 보는 순간 나는 정신이 번쩍 뜨였다.
이 궤적을 나는 본 적이 있었다.
그것도 수십 번 가량 말이다.
‘묵선대진검!’
경지에 이른 고수는 식의 자세가 없이도 가만히 서서도 검초를 구현해낼 수 있다고 한다.
검의 궤적만으로 초식의 결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를 검결이라고 한다.
묵선을 통해 천기를 행한 나는 그 자가 펼치는 검초를 수십 번 넘게 보았고, 이렇게 초식의 결로만 구현해내는 것도 무수히 경험했다.
지금 이 검결은 분명 묵선대진검이 틀림없었다.
이것을 펼칠 수 있는 유일한 검객은 세상에 단 한 사람뿐이었다.
‘무한제일검 백향묵!’
눈앞에 있는 자는 바로 무림 맹주 백향묵이었다.
지금 나는 무림의 정점이라 불리는 팔대고수와 검을 섞고 있는 것이었다.
‘하!’
일말의 의심은 있었지만 이걸로 확실해졌다.
참으로 공교로운 일이었다.
팔대고수의 일인이자 무림 연맹의 수장을 이런 외진 대장간에서 만난 것도 모자라 검을 섞게 되다니.
-스르륵!
몽둥이가 나의 요혈을 노려왔다.
제대로 된 초식이 아니라 초의를 담은 검결이라면 내 수준에서 알아보지 못할 거라고 판단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이것을 수십 번이 넘게 보고 머릿속에 각인 되어 있다.
당연히 검의 궤적을 정확히 알았다.
그때 머릿속에 면사의 죽립인, 아니 백향묵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계산을 하지 말자.’
-타타탁!
나는 보법을 펼쳤다.
그리고 백향묵이 휘두르는 검결에 몸을 맡겼다.
검초가 어떻게 날아오고 이걸 어찌 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보다 직감을 믿어보기로 했다.
-슥!
몽둥이가 교묘하게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내가 몸을 천천히 숙이자 머리 위로 몽둥이가 빗겨나갔다.
‘!?’
면사의 틈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눈빛이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이어서 몸을 뒤로 젖히며 목의 정중심을 찌르려던 몽둥이의 궤적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그와 동시에 나는 남천철검으로 심장부를 찔렀다.
그러자 면사의 중년인이 훗하는 소리와 함께 왼손을 내밀어 검을 잡아냈다.
‘이때다!’
-팍!
나는 그 상태에서 몸을 비틀며 회전시켰다.
회전하는 몸이 가슴 위에 있던 몽둥이를 빗겨 타고서 이를 지지대 삼더니, 이내 백향묵의 안면을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발차기가 백향묵의 안면에 닿으려는 순간이었다.
-부웅!
‘헛!’
내 몸이 위로 솟구쳤다.
지지대 삼고 있던 몽둥이에서 일어난 힘 때문이었다.
위로 솟구친 나의 두 눈에는 백향묵만이 들어왔다.
두 손으로 남천철검의 검병을 굳게 잡은 나는 곧바로 검초를 펼쳤다.
진 성명검법의 제 5초식 유성낙검(流星落劍).
이 순간만큼은 아무런 잡념도 없었다.
오직 단 하나만 생각했다.
‘벤다!’
내려치는 강렬한 일검에 백향묵이 몽둥이를 들어올렸다.
몽둥이에서 날카로운 예기가 느껴졌다.
지금까지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그 예기가 모든 잡념을 버린 이 순간에 느껴지다니.
-두근!
심장이 강하게 요동을 쳤다.
어쩌면 백향묵처럼 발산하는 예기를 나 역시도 검에 담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흐아아압!”
기합성과 함께 나는 그대로 몽둥이를 내리쳤다.
-촥!
보검이라도 된 것처럼 단단했던 몽둥이가 반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남철철검의 검날이 백향묵마저 일검양단으로 베어내려는 찰나,
-탁!
백향묵이 두 손가락으로 검날을 잡아냈다.
‘!!!’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내 일생에 최고의 검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을 고작 손가락만으로 막아냈다.
엄청난 공력에 의해 내 몸이 그대로 고정되어 있었다.
두 손가락으로 나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 백향묵이 그 상태에서 입을 열었다.
“그래. 검은 그렇게 다루는 거다.”
-슥!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백향묵의 왼손이 어느새 내 미간에 닿아 있었다.
그와 함께 눈앞의 시야가 검게 물들었다.
정신이 혼미해져 가는데, 백향묵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제자를 잘 키웠군.”
* * *
대장간 거리의 뒷골목으로 면사의 죽립인, 아니 무림 맹주 백향묵이 걸어가고 있다.
그런 그의 양옆으로 어느새 두 명의 죽립인들이 따라붙었다.
보통 실력자들이 아닌 게, 소리 없이 나타났다.
그런 그들에게 백향묵이 말했다.
“전종. 심 장인이 사라졌다. 주변을 수소문해서 누가 이곳에 오고 갔는지를 샅샅이 찾아 내거라.”
“명을 따르겠습니다.”
우측으로 붙었던 죽립인이 빠른 신형으로 사라졌다.
그를 보내고도 앞으로 쉼 없이 나아가고 있는데, 좌측에 있는 죽립인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맹주. 손에서 피가?”
백향묵의 오른손 검지와 중지 사이에 핏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작은 생채기일세.”
“아니…..”
무림의 정점이라 불리는 팔대고수의 피.
생채기에 불과해도 그것은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
왼손을 들어 올린 백향묵이 이를 보더니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한 수 가르쳐준다는 것이 두 수 이상을 넘겼군. 이거 수지타산에 맞지 않는 짓을 했네. 백산.”
“누구입니까? 이 백산이 당장!”
그런 그에게 백향묵이 손을 들어 올리며 괜찮다며 만류했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논무에서 정겸이가 제법 긴장해야 할지도 모르겠네. 그려.”
그 말에 백산이라 불린 죽립인이 흠칫하며 놀라했다.
백향묵이 말한 정겸은 무한제일검이라 불리는 그와 무당파의 장문인 종선 진인이 손수 가르친 공동 전인이었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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