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128)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128화(128/599)
씨이이바아알.
안일했다. 깜빡하네 뭐네 다 떠나서 상상도 못 했다.
이놈들은 군인이 아니라 결국 범법자에 사람을 사고파는 인간 말종에 불과했다는 것을.
“꺄아아아아아악!!”
그런 놈들에게 철저한 군기라던가 규율 엄수 같은 게 있을 리 없지. 그래도 할 말은 있는 게, 아까 처음으로 마주해서 육체의 고통에서 해방 시켜준 놈이 빡촌에 가네 마네 노예는 상종 안 하네 이러고 있었다고.
좀 떨어진 다른 천막에서 개인적으로 매춘부를 숨겨두고 있을 거라 상상이나 했겠냐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치고 들어가서 죽이고 시작했는데 이불인 줄 알았던 그림자가 누워 있는 여자였다.
후회한들 어찌하리오. 이미 배는 떠난 뒤인데. 난 최대한 인내심을 담아 이미 죽어 버린 두 사내 놈들의 시체와 나를 연신 번갈아 보면서 목청이 터지도록 비명을 지르는 매춘부에게 말을 걸었다.
“하아… 이봐요.”
“꺄아아아악!”
그러거나 말거나 그저 비명만 지르는 까마귀녀였기에 내 인내심은 걸레짝처럼 버려졌다.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설렁탕을 사왔는데 왜 먹지를…! 아, 이게 아니지.
“에휴. 그래. 어차피 득달같이 몰려들 텐데 나가라고 윽박질러봤자 뭐 하겠니. 네가 여기 있어라. 내가 나간다.”
목격자가 없으면 암살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숙영지 전체를 암살할 생각이었으나 거하게 파토가 나버렸다.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천막을 벗어나니 아니나 다를까, 이미 사방팔방에서 비명 소리에 기겁하며 병장기를 들고 뛰쳐나오는 놈들이 모여 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매춘부의 비명을 배경음악 삼아 놈들의 행동을 살펴보고 있자 하니 뭔가 반응이 시원치 않다.
“뭐, 뭐야?! 무슨 일인데?!”
“쟨 누구야? 아는 놈 없어?”
“처음 보는데…?”
자기들끼리도 얼굴을 다 알고 지내는 게 아닌 건지 아까부터 계속 저런 반응이 섞여 있는 것이다. 결국 그 넘쳐나는 한심함에 나도 모르게 조언이 튀어나와 버렸다.
“니들이 모르는 얼굴이 있으면 침입자인 거지 뭘 그렇게 서로 확인을 하냐? 웃기는 놈들일세.”
“뭣?! 비상! 비사아앙!”
“침입자다! 대장 불러!!”
그래도 한 절반은 털어 버린 거 같은데 아직도 인원이 꽤 있는 편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놈들만 벌써 10명 남짓인데 아직 저 멀리에서도 뭔가 부산하게 움직이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다.
큰 키를 이용해 대충 그 꼴을 보고 있자 하니 행동력 넘치는 놈들 셋이 검과 밧줄을 든 채 내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노예가 탈출했을 수도 있으니 챙겨온 건가? 참신하지만 참 납득이 가는 행동이군.
“가만히 있으면 험한 꼴은 안 당할 거다. 얌전히 있…”
“에라이 병신아 내가 노예로 보이냐?”
근데 준비성과 달리 행동은 돌대가리다. 아무것도 안 하고 멀뚱히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겁을 상실한 놈이 그냥 다가오길래 바로 안면에 주먹을 꽂아 넣은 뒤 놈의 검을 빼앗았다.
이번에도 예상치 못한 점이 하나 있다면, 그것만으로 놈이 죽어 버렸다는 거다.
어떻게 아냐고? 미간이 조용히 하세요! 당한 것처럼 움푹 파고들어갔는데 살아 있으면 그게 이상한 거다.
와? 이거 건틀릿이 단단해서 그런가? 앞으로 힘조절 좀 해야겠는데?
뭔가 예전이랑 감각이 많이 달라져서 스스로도 당황스러운 마당에 놈들은 더욱 당황하며 몇 걸음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씨, 씨발 무슨 주먹질 한 방에 대가리가…!”
“네, 네놈은 누구냐! 감히 여기가 어딘 줄은 알고 침입한 것이냐!?”
“나 원 참. 누가 들으면 귀족 영지에 무단침입이라도 한 줄 알겠네. 한낱 노예 상인 새끼들이 아주 상전이야 상전.”
눈 깔고 바닥을 기면서 물어봐도 죽일 마당에 저렇게 눈치 없이 나오니 나쁜 엘드미아와 더 나쁜 엘드미아가 스멀스멀 기어나오려고 하잖아. 불쾌감에 표정 관리가 안 되기 시작했지만 굳이 관리할 이유도 없는 거 같아서 그대로 유지하며 바닥을 가리키면서 대답해줬다.
“여긴 어디? 인권탄압의 현장인 길거리 노예 상점.”
“이, 인권 뭐?”
이만큼 적대적인 모습을 보여줬는데 다 같이 덤빌 엄두조차 못 내는 거 보니 노예 사냥한답시고 애먼 일반인이나 습격하고 다닌 도적 같은 놈들일지도.
덕분에 미터기를 뚫어 버린 불쾌감 속에서, 나는 바닥을 가리키던 손가락으로 날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나는 누구? 노예 상인 사냥꾼 엘드미아 에가.”
“우, 우리가 네놈한테 뭘 했다고 이러는 거냐!”
“너희는 아닌데 우리 누나가 노예 상인한테 한 번 끌려 간 적이 있거든. 그 뒤로 너네 같은 놈들은 다 내 적이야.”
“미, 미친놈!”
상황 파악 완료. 열 명 정도가 모였는데도 저러는 거 보니 일단 얘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언제나 그래 왔던 것처럼 마력을 폭발시키며 튕겨 나가 나에게 미친놈이라고 모함을 시도한 놈의 목을 베며 외쳤다.
“미친놈이 휘두르는 칼이라도 맞으면 죽어!”
깔끔하게 밤하늘로 치솟는 놈의 목을 효시 삼아 전투를 시작한다.
“씨발 오러 사용자다! 미친 오러 사용자가 나타났다!!”
그 와중에 나와 거리가 좀 있는 놈들은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인간 경보기 역할을 하고 있었다. 분명 제 딴에는 나에게 압박감을 줌과 동시에 더 많은 동료를 불러일으키는 게 목적이겠지만…
“내 보기엔 너희 동료 이미 다 모인 거 같은데 말이지.”
아직도 다가오는 놈들까지 합치면 얼추 20명 남짓? 그마저도 어두운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놈들은 어디선가 날아오고 있는 아실리에의 화살에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 가는 중이다. 오히려 어중간하게 뒤로 빠지면서 눈치를 보고 있는 덕에 나만 수월해지고 있다.
스무 명이 모이면 뭐해, 동시에 달려드는 것조차 못 하는 놈들이 태반인데다가 어찌저찌 달려든다고 해도 서너 명이 전부인데.
“씨발 석궁! 석궁 가져와!”
“다른 새끼들은 대체 뭐 하는데 이렇게 늦는…으아악!”
“석궁 못 찾겠으면 삼지창이라도 가져와 이 새끼들아아!”
머릿수는 언제나 위협이 될 수 있는 만큼 방심은 하지 않지만, 그런 바람직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전투에 임하는 나와 달리 방심한 상태로 싸우기 시작한 놈들 사이로 퍼진 불안과 당혹감은 지휘관 없이 바로잡을 수 있는 수준을 이미 옛날에 놓쳐 버렸다.
차라리 오러 사용자라고 외치지 않았으면 조금은 달라졌을지 모르겠네. 제 실력에 자신 없는 놈들은 그 외침 이후로 눈치를 보다가 저 멀리 도망친 끝에 아실리에의 화살에 운명을 달리하면서 점점 숫자가 줄어드는 중이다.
검 한 번 섞을 때마다 반격으로 머리통이 날아가는 광경을 보면서도 침착할 수 있는 정신머리와 실력의 소유자가 한낱 노예 사냥이나 하며 실력을 썩힐 리 없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스무 명이 넘던 놈들의 숫자가 넷으로 줄어들기까지 5분도 걸리지 않았다.
흐으음. 나, 상당히 강할지도?
“사, 살려…”
“그런 거 없다.”
결국 전의를 상실한 마지막 놈이 도망보다 항복을 선택하고 무기를 내려놓기 전에 목을 베는 것을 마지막으로 학살은 마무리되었다.
잘못된 선택을 한 녀석과 달리 도망치기로 마음먹은 세 명은 어차피 아실리에의 활에 맞아 죽든 기어이 성공해서 어딘가로 사라지든 하겠지만, 얘네 꼴을 보아하니 보샤 백작과 연관된 누군가에게 가서 보고할 수 있을 정도의 직급인 놈들은 아닌 거 같아서 내버려 두기로 했다.
오히려 신경 쓰이는 건 5분 간 이 난리를 쳤는데도 나타나지 않은 대장 쪽이다. 나는 피바다 한복판에서 걸음을 떼며 목청 껏 외치기 시작했다.
“대장아! 못 찾겠다 꾀꼬리! 네가 이겼으니 빨리 나와라!!”
아무런 전투 능력도 없는 대장을 저놈들이 그렇게 열성적으로 찾았을 거 같지는 않은데 말이지. 그렇게 합리적 의심을 하며 스무 걸음 정도 더 내디뎠을 때 오른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넌 뭐 하는 새끼냐?”
성대에 살이 쪘으면 딱 이런 느낌일 거 같은 눌린 목소리. 멀리서 관찰했을 때 꾸준히 귀족들이 오고 가던 거대한 천막에서 무슨 기사처럼 완전 무장을 마친 거한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야, 나도 어디가서 키는 꿀리지 않는데 넌 조금 더 크네?”
빈틈이라고는 아직 내리지 않은 바이저 정도인, 갑옷 돼지 그 자체인 놈이 역겨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어왔다.
“조그마한 새끼가 재밌는 짓거리를 해놨네. 내 부하들은 어쨌냐?”
“조용한 거 보면 모르냐? 다 죽었지. 그리고 조그마하긴 임마. 잘해봤자 나보다 5센티 정도 더 커 보이는구만.”
누가 보면 나보다 20센티는 더 큰 줄 알겠네. 하도 괘씸해서 바로 대가리를 따버릴 뻔 했잖아.
“근데 이상하다? 딱히 머리가 좋아 보이진 않는데 여기를 네가 관리한다고?”
괘씸죄로 도발을 걸어주자 놈은 대답 대신 들고 있던 워해머를 내 머리 위로 휘둘렀고, 나는 그 공격을 가볍게 피하며 잠깐 거리를 둔 채 녀석을 살펴보았다.
예카트리나의 공성추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꽤 크기가 있는 워해머랑 갑옷임에도 움직임이 예상보다는 빠르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겨우 그 정도다. 예카트리나가 훨씬 빨랐다.
“너 오러 사용자니?”
혹시나 싶어 강화한 감각을 통해 살펴보니 뭔가 정말 미세하게 오러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해서 물어보자 워해머를 어깨에 걸치며 의기양양한 웃음과 함께 놈이 대답했다.
“크흐흐. 그래. 이제 좀 후달리냐?”
“후달려? 으허허허. 오냐, 내 돈 모두하고 두 손모가지를 건다.”
이야. 역시 여자한테 할 말은 아니지만 예카트리나가 괴물은 괴물이라니까
대체 저거보다 훨씬 무거운 그 공성추를 어떻게 하면 창처럼 휘두를 수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네. 어쨌든 사소한 의문도 해소된 만큼 놈에게 더 이상 용무는 없었기에 시선에 맞춰 검을 수평으로 눕혀 들고 자세를 잡았다.
“새끼가 헛소리를 하고 있…”
그리고 그런 내 모습에 비웃음을 날리며 본격적으로 싸우기 위해 투구의 바이저를 닫고자 천천히 머리 위로 놈의 손이 올라간 순간에 맞춰 전력으로 파고들어가며 검을 내질렀다.
거리가 뭐 얼마나 멀다고 방심을 해? 소수점 단위의 시간만 있어도 치고 들어갈 수 있는 수준 밖에 되지 않던 거리가 놈의 인지를 뛰어넘는 속도로 좁혀지며 내 검은 아무런 저항 없이 그대로 녀석의 한쪽 안구와 두개골을 관통한다.
“…아?”
거창하게 등장해서 망치질 한 번으로 끝나다니. 노예 사냥이나 하는 쓰레기다운 말로로군. 대장이라던 놈은 그렇게 제대로 된 반응조차 못한 채 멀쩡한 한쪽 눈을 까뒤집으며 절명했다.
역시 기습은 항상 옳고 방심은 죽음을 부르는 법이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