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145)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145화(145/599)
나는 죽을 놈들에게는 굳이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할 대상도 없는데 이름은 뭐하러 말해? 놈들이 영혼만이라도 남아서 산 자에게 경고를 던질 줄 안다면 기꺼이 하나하나 이름을 말해 줄 의향이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번거로운 수고를 사서 하고 싶진 않다.
이번에도 그럴 예정이었다. 기에스에게 전달 받은 망원경으로 확인한 용병단 놈들이 입고 있는 갑옷과 불타고 있는 마을을 보기 전까지는.
“저거 델트가 입고 있던 갑옷이랑 똑같은데.”
고민할 것도 없었다. 그 당시 델트가 입고 있던, 무미건조하면서도 나름의 제식을 맞춘 것 같은 갑옷이 저기 있었다. 심지어 두르고 있는 망토의 디자인마저도 똑같다. 그 뒤로 많은 갑옷을 보고 지냈지만 비슷한 갑옷조차 발견하지 못했으니 저놈들은 분명 보샤 백작의 사병과 다를 바 없이 육성되고 있는 용병단이 맞았다.
그리고 매우 좆같게도 마을을 죄다 날려 먹은 뒤 만신전 앞에서 당당하게 야영을 하고 있지.
마치 우리 마을을 습격했던 마왕군처럼 말이야.
나는 기에스에게 망원경을 돌려주며 물었다.
“기에스. 최대로 낮출 수 있는 고도가 얼마일 것 같냐?”
내 품에 안겨 있는 아실리에가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걸 알 수 있었지만 당장 시간이 촉박했기에 난 그녀의 손을 꽉 잡아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내가 비룡에 탈 때마다 지상을 향해 뛰어내리는 정신 나간 취향을 가진 것도 아니고 자살 희망자도 아닌데 설마 아무 생각 없이 뛰어내릴까.
할 만하니까 시도하는 거지. 약간의 강단만 받쳐준다면 어렵지 않다.
“폐허 인근까지 갔을 때 아주 잠깐이지만 2층 높이 정도까지 가능합니다.”
“얼마나 잠깐?”
“어… 물수제비 튀기는 정도…?”
“이해했다. 뛰어내리는 건 알아서 맞추마. 내가 뛰어내린 뒤에는 우리가 왔던 방향에 적당히 누나 좀 내려주고.”
혹시라도 아실리에가 내 손을 계속 붙잡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녀는 나를 믿기로 마음먹은 듯했다.
뛰어내릴 준비를 하기 위해 몸을 일으켜 세우는 나를 바라보며 아실리에가 물었다.
“안전한 거 맞지 엘디?”
“완전 안전!”
그녀는 불안을 완벽하게 지우지 못 했고, 내가 그 불안을 지워줄 수도 없겠지만 입에 담은 말만큼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이미 마력을 통해 강화되는 내 육체가 어디까지 견딜 수 있고 움직일 수 있는지 파악이 끝난 상태였다. 기에스가 말한 정도의 높이라면 착지와 동시에 아무 딜레이 없이 앞으로 튀어 나가는 것도 가능할걸.
모든 준비가 끝났기에 난 불타는 폐허를 향해 목청 껏 외쳤다.
“반갑다 개새끼들아!!”
오직 진실만을 담은 외침이다.
보샤 백작의 용병단을 제대로 찾아냈다는 점에서, 저놈들은 반가운 놈들이 맞았으니까. 목조건물로 만신전까지 세워 놓은 선량한 민간인 마을에 불을 지르고 약탈을 했다는 점에서 개새끼들인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저들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그 광경이 내 발작 스위치를 제대로 건드려 버렸다는 것마저도 사실이지.
그 마지막 이유 때문에.
내가 무기력하게 모든 걸 잃어야 했던 과거와 비슷한 상황을 연출한 놈들이었기에.
그게 설령 놈들이 의도한 게 아닐지라도 나는 외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엘드미아 에가다!”
부디 지옥에 가서도 내 이름을 기억하길 바라며.
나는 급강하 하는 비룡에서 뛰어내렸다.
◈
아무도 방심하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접근하는 비룡의 움직임은 이미 경계병을 통해 보고 빠르게 전파되었고, 쉬고 있던 병사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무기를 챙겨든 채 정체불명의 상황을 맞이할 준비를 완전히 마쳤다.
그랬기에 자신들을 향한 욕지기가 울려 퍼질 때 그들은 웃을 수 있었다.
비룡 기사도 아니고 조종사 뒤에 타고 있는 것에 불과한 영웅님께서 단단히 화가 난 거 같다며, 비룡이 급강하 하는 것을 보면서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비룡기사가 아니면 저기서 자신들을 공격할 수단따위 존재하지 않으니까.
단순한 위협에 불과하다.
오히려 저렇게 멍청하게 모습을 드러낸 탓에 기습이라는 우위마저 버린 것과 다름없다. 조종사를 제외하면 잘해봤자 두 명이 더 타고 있었을 텐데, 객기 부릴 상대를 잘못 정한 머저리에 불과하다.
그렇게 ‘상식적으로’ 여기고 행동한 탓에, 제일 앞에 있던 동료가 정체불명의 무언가에 내리찍혀 걸레짝처럼 찢기는 것을 두 눈으로 보면서도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그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세 명의 목이 더 떨어져 나간 뒤였다.
“기사다!”
솔직히 그 누구도 습격자가 기사일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야 대놓고 욕부터 박고 시작하는 기사는 없으니까. 하지만 그 외침이 의미하는바가 명확했기에 그냥 기사라 여기기로 했다.
오러 사용자. 기사급 변수. 방금 전의 외침은 그 모든 의미를 합축한 것에 불과했다.
“조장을 중심으로 합을 맞춰라! 생포하려고 하지 마! 어설프게 손대중해서 이길 상대가 아니다!”
엘드미아 에가?
단장은 명령을 내리면서도 필사적으로 그게 누구인지 떠올리기 위해 머리를 굴렸지만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모험가인가? 아니면 정말 기사인가? 기억을 전부 뒤집어 봐도 떠오르는 인물이 없다. 그래서 단장은 이 촉박한 와중에 고민이라는 사치를 부리고 말았다.
3층은 되어 보이는 높이에서 추락하자마자 네 명을, 그것도 처음 한 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정확하게 목을 벨 정도의 실력을 가진 검사를 왜 모르는 거지? 심지어 눈에 안 띄는 외모도 아니거늘?
그들은 정보에 예민했다. 왕실을 뒤집기 위해 몰래 활동하려면 응당 그래야 했으니까. 그래서 생각하고 말았다.
“2군은 물러나라! 활을 가져와! 너희는… 제기랄!”
무의미한 고민의 대가는 컸다. 적은 아직 오러를 쓰지 못하는 이들의 더딘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고, 어설프게 모이기만 했을 뿐 합을 마칠 준비조차 못한 셋의 목을 일격에 베어 버리는 말도 안 되는 기술을 선보였다.
“괴, 괴물!”
“그건 네놈들이지!”
검사라면 누구나 경탄할 만한 일을 저질러 놓은 주제에 습격자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 또다시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다른 2군 조를 베어 넘겼다. 뼈아픈 손실이지만, 단장은 현실 도피를 하는 대신 모두를 살릴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이미 봐버린 적의 실력이라는 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단순히 강화된 육체만으로 보일 수 있는 기행이 아니다. 수천. 아니, 수만 번의 연습을 통해 몸을 혹사시키며 ‘벤다’는 동작을 몸에 아로 새긴 끝에 보일 수 있는 일격이었다.
그저 끝없는 반복 끝에 새겨 넣은 베기. 기술이라고 할 것도 없는 것. 그럼에도 적이 아니었다면 검을 내려놓고 박수를 치고도 남을 정도의 완성도.
그것을 목도해 버렸기에. 그리고 이해해 버렸기에.
일정 수준이상의 실력을 지녔으나 아직 오러를 사용하지 못하는 용병 단원들은 하나같이 공포에 빠졌다.
비기도 뭣도 아니다. 그랬기에 선공을 양보하든, 선공을 취하든 어떤 공격이 이어질지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선공을 양보하면 막는 것보다 빠르게 베일 것이고 선공을 취하면 정석적인 반격기에 베일 것이다.
알면서도 막을 수 없고, 피할 수 없다.
“대체 어디서 이딴 게…!”
오러를 깨우친 이들. 중견이라 부를 정도로 용병단에서 경험을 쌓은 이들은 그래도 나은 반응을 보였다. 적에게서 느껴지는 오러가 미미하다는 것을 눈치챌 정도의 수준은 됐기 때문이다.
대체 저 미미한 오러를 얼마나 능숙하게 사용하기에 저런 움직임이 가능한지 알 수는 없지만, 자신들과 비슷하면 비슷했지 결코 뛰어나지 않은 수준이라고 판단한 이들은 자신들이 겪어 온 훈련과 실전을 믿기로 했다.
하지만 그 용기 있는 행동과 적을 바라보며 상황을 판단한 간부들은 절망했다. 적의 강함 때문이 아니라, 이번 전투로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을 것이 확실했기 때문에.
가장 현실적인 답안을 끄집어낸 누군가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단장. 2군에게 도주를 명령…”
“무슨 생각인지 안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이다. ”
느껴지는 오러만으로는 절대로 저런 움직임을 보일 수 없다. 아무리 요령이 좋다 하더라도 10명이 모여 들 수 있는 바위를 혼자 들 수는 없는 법이니까. 그건 그냥 근본적으로 무언가 다른 존재다.
바로 지금 눈앞에 있는 적처럼.
간부가 자신의 안위를 위해 말한 게 아니라 2군으로 분류되는 다른 용병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제안 했다는 것을 이해했기에, 단장은 그에게 화내지 않았다.
“강하다고 하나 겨우 한 명이다. 2군에게 정신이 팔린 틈을 타 협공으로 단번에 친다.”
이 화전민들과 연고가 있는 자였을지, 아니면 자신들의 정체를 파악한 누군가인지 파악하는 건 나중의 일이었다. 자신이 모른다 하더라도 뒷배가 되는 귀족들 중 누군가는 엘드미아 에가라는 이름을 알고 있을… 아니, 저 실력으로 미루어볼 때 모를 수가 없다.
“‘우리’의 일인 것이다.”
단장인 사내는 왕의 10검을 직접 마주한 적이 있었다. 그에 비해 저 습격자는 한없이 초라하다. 그들이 내뿜는 오러에서 느꼈던 압박감따위 존재하지 않는다.
기술은 완벽할지 몰라도 명백히 자신들보다는 약하다.
“간다!”
명백히 자신들보다 강한 이들을 이기기 위해 수없이 합을 맞춰온 지난 시간을 믿었기에, 그들은 아무런 주저 없이 진형을 갖추고 돌격했다. 자신이 상대할 이들의 수준을 제대로 파악 못하고 있는 습격자를 그 오만함과 함께 베어 버리고 이 계획에도 없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서.
“2군! 진형을…”
방해가 되지 않도록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리려던 순간, 그들에겐 전혀 관심도 없어 보였던 습격자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정확히 단장과 눈을 마주쳤다.
“찾았다.”
목소리가 들린 게 아니었다. 극한까지 긴장한 신경이 주변에서 일렁이는 횃불에 의지해 습격자의 입 모양을 읽어낸 것이었다. 하지만 단장은 목소리가 들린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그리고 그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고 전신에 돋아나는 소름과 함께 위기를 직감했으나 이미 늦은 뒤였다.
지금까지 보여줬던 움직임의 두 배는 가뿐히 뛰어넘는 속도로 파고든 습격자가 포위를 위해 넓게 퍼진 간부들의 중심에 있는 그의 코앞까지 파고들어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땐 이미 목 언저리로 검이 휘둘러지고 있었다.
“네가 대장이구나.”
목이 베인 것이 먼저였는지 목소리를 들은 게 먼저였는지 알 지 못한 채, 단장의 목이 하늘로 솟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