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157)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157화(157/599)
임시 구금소에서 경비병 20명을 베어 죽였다.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그 정도는 익스퍼트에 도달한 이상 어렵지 않다. 한꺼번에 몰려들 때가 문제인 것이지 일반 병사들이 따로 덤벼서는 절대 오러 유저를 이길 수 없다. 무엇보다도 전장에서 싸우던 마족들 앞에서 낙엽마냥 쓸려나가는 병사들을 보고 살아온 그들에게 그 정도 힘은 대수롭지 않았다.
모든 경비병들이 일격에 목이 잘려 죽었다는 것을 믿었다면 조금 달리 생각했겠지만, 그들은 그러지 못했다.
용사를 이겼다.
어차피 제국에서 보듬어 키우던 꼬맹이에 불과하다. 신탁이 내리고 용사라 불린다한들, 혼자서 땅을 가르고 하늘을 찢는 게 아닌 이상 결국은 사람이다. 들려오는 소문만 놓고 보면 순 망나니에 불과하니 결국 고만고만한 꼬맹이들의 싸움에 큰 의미를 부여했을 뿐이다. 애당초 전장에 내놓을 수 있을 정도로 완성된 게 용사였다면 제국이 가만히 있었을 리가 없기도 하고.
용사는 상징에 불과하다라는 안일한 발상에서 벗어나 신중을 기했다면 조금 달리 생각했겠지만, 이 역시도 그들은 그러지 못했다.
아카데미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에서 황녀를 구했다.
그저 게이트로 던져질 뻔한 황녀를 쳐 내고 대신 들어간 것에 불과하지 않나? 한 몸 바쳐 귀족을 구한 용기는 가상하나 실력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다. 심지어 그때 나타난 마족은 1 황녀의 친위대에게 갈려 버렸다고 하니 수준도 별거 아니었을 것이다.
모두가 그렇게 여기고 판단했다. 언제나 그렇듯 소문은 부풀려지기 마련인 법. 엘드미아 에가 역시 비범한 실력을 가지고 있을지언정 결국 과장된 소문에 불과하다고.
그를 찾아내기 위해 1 황녀가 직접 왕국까지 움직였을 뿐더러 친위대에게 죽은 마족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타났는지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결코 그렇게 생각할 수 없었지만, 정보가 부족한 그들은 그러지 못했다.
최우선 척살 명령이 내려온 것도, 거기에 마족과의 전쟁을 경험한 익스퍼트 여섯을 투입한 것도 그저 일처리를 확실히 하기 위한 것에 불과할 것이다.
마왕군을 경험한 그들은 왕국의 현실과 인간의 한계를 잘 알고 있었다. 비록 궤를 초월한 영웅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들 그런 이들은 멀리서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오러와 마나를 뿜어내고 있었으니까.
그 모든 정보와 경험을 통합해서 그들은 결론지었었다.
엘드미아 에가는 결코 물리적인 위협 요소가 되지 못한다고.
그리고 지금, 잘못된 결론을 믿고 움직인 것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었다.
‘어떻게?!’
가장 먼저 떠오른 의문이 남은 다섯 기사들의 뇌리를 스쳤지만 그 누구도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말을 할 시간에 빠르게 판단해야 했으니까.
방심했다고는 하나 규격 외의 속도. 하지만 전장에서는 생각보다 자주 볼 수 있었던 기술.
기이한 재주를 보일 줄 알던 실력자들이 선보이던 이중 가속이라는 걸 눈치챈 누군가가 외쳤다.
“이중 가속이다! 달라붙어!”
“내가 들어간다! 엄호해!”
분명 이중 가속은 신묘한 재주지만 거리가 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무엇보다 오러를 다루는 기술의 차이에서 나오는 묘기에 가깝지 더 위의 경지에 이르러야 쓸 수 있는 고등 기술 같은 게 아니다. 각자 싸워온 전장은 달랐지만 전장을 경험한 그들은 그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본격적인 포위를 위해 검을 고쳐 쥐었다.
눈앞에서 기습을 허용한 것은 뼈아픈 실책이었지만 두 번은 없다.
기회는 처음으로 검을 섞은 다음. 공격과 반격이 이어지는 찰나의 틈을 노리고 파고들어 단숨에 죽인다. 이것만큼은 굳이 의사를 교환하지 않아도 가장 자신 있게 손발을 맞출 수 있는 협공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달려들기 시작했을 때 목도한 것은 엘드미아의 검이 빛나며 보인 잔상과 목에 검이 꽂힌 동료의 모습이었다.
“크컥, 커억!”
이미 뒤로 빠질 수는 없다.
그랬기에 그들은 앞으로 달려가면서 피를 토해내며 죽어 가는 동료와 무덤덤하게 빛나는 검날을 회수하며 자신들에게 시선을 돌리는 엘드미아를 두고 재빨리 사고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답은 명확했다. 정석적이면서도 무서우리만치 예리한 검술. 먼저 파고든 기사의 실수 같은 건 없었다. 그저, 그저 엘드미아가 너무나도 빨랐을 뿐.
허초를 섞을 틈도 없을 만큼 순식간에 이뤄진 공방 때문에 반사적으로 몸에 익은 반격을 시도하기가 무섭게 엘드미아의 검이 뱀처럼 휘감기며 목을 꿰뚫었다.
말 그대로 검술 교본에 실어도 될 만큼 너무나도 정석적인 반격. 살면서 많은 전장을 경험하고 결투도 경험해봤지만 미리 짠 것처럼 흘러가는 반격은 처음 본 이들이 어금니를 악물었다.
뭔가 크게 잘못 됐다. 정보가 틀렸거나, 저놈이 인간이 아니거나.
“저게 어딜 봐서 15살 애새끼라는 거냐!”
“너희도 7년간 잠자는 시간마저 쪼개가며 단련하면 이 정도는 할걸? 이미 늦었지만.”
검술은 기술이다.
그리고 기술이라는 건 결국 편차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익힐 수 있는 것에 불과하다.
종종 천재라는 부류들이 따로 두각을 드러낸다고는 하나, 그들의 천재성이라는 건 보통 그 기술을 응용하는 부분부터 갈리기 시작한다. 아예 이해력과 반사신경 등을 비롯한 모든 신체 능력이 우월한 천재들도 존재하지만 그런 이들은 범인凡人의 검술을 쓰지 않는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저건’ 반박의 여지가 없는 숙련된 달인이라는 것을.
검술의 완성도만 놓고 보면 어지간한 기사들보다 뛰어났으며, 그게 의미하는 바는 절망적이었다.
“좌측!”
“…우측!”
너무 실력을 과신했나? 아니면 너무나도 일반적으로만 생각한 게 잘못인 걸까?
이제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상대방은 검 한번 부딪칠 기회조차 제대로 주지 않는 달인이다. 벌써 둘이나 죽어 버린 상황에서 그런 적을 죽일 방법은, 그들에겐 하나밖에 없었다.
동반자살. 그리고 그걸 기반으로 한 다른 동료들의 공격.
그래도 익스퍼트다. 오러로 강화한 육체로 달려드는 이상 엘드미아도 여기서 도망칠 수는 없다. 정확히 똑같은 타이밍에 맞춰 좌우로 휘둘러지는 공격으로 죽어 주면 최상이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동료들의 손에 놈은 죽는다.
애당초 목숨은 진즉에 걸었다. 모든 것은 지긋지긋한 전쟁의 끝을 위해서. 결연한 의지를 담아 똑바로 달려든 두 사람의 검이 엘드미아의 목을 노리고 찔러 들어갔다.
“죽음의 양자택일은…”
그런 일련의 움직임을 덤덤히 바라보던 엘드미아가 이를 드러내며 중얼거렸다.
“…수준이 맞아야 강요할 수 있는 거고.”
그와 동시에 크게 수평으로 휘둘러지는 검이 빛나며 돌벽을 베고, 자신을 향해 찔러오던 검과 함께 두 사람의 목을 단번에 양단해 버렸다.
“너희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어.”
초현실적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광경에 이번만큼은 남은 두 사람도 돌진을 멈추며 주춤거릴 수밖에 없었다.
“마법검이라고…!”
실력부터 장비까지 무엇 하나 제대로 예측된 게 없다. 사실은 왕실의 함정인 게 아닐까? 벽과 검과 사람을 동시에 베어 버린다니, 절단의 인챈트를 극한까지 부여해야…
“지랄하네. 그냥 튼튼한 검에 튼튼한 몸이 마력과 함께 했을 뿐입니다.”
눈앞에 펼쳐진 불합리한 광경에 둘의 사고가 끝없는 억울함을 토로하려던 찰나, 방금 두 사람을 베어넘겼을 때조차 덤덤했던 엘드미아의 얼굴에 명백한 비웃음이 번졌다.
“너희는 그냥 너희보다 강한 사람을 못 알아보고 습격하려다가 죽고 있을 뿐입니다. 여기로 유인한 거보면 너희도 이런 꼴이 익숙했을 거 아냐? 죽어 나가는 게 역전된 거 가지고 뭘 의미를 부여하면서 억울한 척하고 자빠졌어. 그냥 그런갑다 하고 뒈질 것이지.”
네 명의 동료들이 죽은 뒤에야 그들은 자신들이 투입된 이유를 알아챘다.
백작은 눈앞의 장애물을 그저 빨리 치우기 위함도, 과소평가한 것도 아니었다. 도저히 알 수 없는 미지의 적이기에 당장 서둘러 기용할 수 있는 최선의 전력을 선택을 했을 뿐.
그저 그 최선의 선택마저도 적의 전력을 잘못 상정했을 뿐이다.
“…빌어먹을.”
하지만 둘은 백작을 원망하지 않았다. 익스퍼트급 기사 여섯을 일방적으로 베어 죽이는 15살 남자애가 존재한다고 항상 가정하며 움직이는 게 오히려 정신병자에 가까울 테니까. 그들은 정신병자를 믿고 반역에 가담한 게 아니었다.
정상적인 현실 감각이 패배의 원인이라니, 어이가 없어서 오히려 침착해질 지경이다.
“투항하면 살려주냐?”
“아니. 이젠 딱히 증거도 필요 없어서.”
일방적인 사형선고를 내리면서 비웃음을 지운 엘드미아는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본 두 사람은 아무런 의견 교환도 하지 않았음에도 같은 생각으로 검을 고쳐쥐었다.
“전장에서 괴물들에게 도망친 끝에 결국 괴물에게 죽는군.”
“괴물이라뇨. 엄연히 사람입니다 사람.”
짜증 가득한 반박과 함께 엘드미아가 달려들었다.
예측했음에도 반응하지 못한 이중 가속에 동료의 목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바라보며 마지막 남은 기사는 검을 휘둘렀다.
‘정말 예술이군.’
흘려 막고, 휘감기며 파고든 검이 마치 마법과도 같다는 감상을 마지막으로 기사의 잘린 머리가 벽으로 튕겨 날아갔다.
◈
앞에서 죽은 놈들과 달리, 마지막에 남아 있던 두 놈은 분명 마지막에 죽음을 받아들였다.
마치 델트처럼. 덕분에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는 강함과는 별 연관이 없다는 걸 알게 된 거 같으니 나름 소득이라면 소득이겠다.
“전장이라. 탈주병인 건가 귀환병인 건가.”
괴물들에게서 도망쳤다고 자기 입으로 말한 것으로 보아 마왕군과의 전쟁을 겪고 온 놈들이었던 거 같다. 그리고 그 말인즉슨 이들의 실력으로는 마족과의 전투에서 버틸 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하지만 그런 이유로 귀환했음에도 보샤 백작의 반란을 가담하고, 암살같은 짓까지 해가며 반역을 도왔다는 점이 내 의문을 자극한다. 대체 뭘 위해서? 반역에 성공하면 전쟁이 끝나기라도 하는 건가? 보샤 백작이 마족하고도 손을 잡았다던가 뭐 그런 게 있어서 마족과 적대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오는 건가?
“어째 맞을 거 같은데.”
이 전쟁은 인간이 원해서 시작한 영토 전쟁 같은 게 아니다. 종과 종이 대립할 뿐만 아니라 하나의 종이 여러 종족을 상대로 싸움을 건 거지. 그리고 그 싸움에 미친놈은 현재 마족인 상태다.
이쪽이 알아서 마족의 아래로 기어들어가지 않는 이상, 왕이 바뀐다고 전쟁이 끝날 리 없다.
저주걸렸던 미친 마족놈을 상대할 때 분명 마왕군에 인간도 있었으니… 투항이라는 건 충분히 가능한 선택지이긴 할 거다. 어디 뭐 뒤틀린 황천의 인간이라던가 오염된 인간 같은 게 아니라 진짜 멀쩡한 인간들이었으니까.
그렇다면 결국 정복 전쟁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양상이라는 소리인데, 왜 신은 굳이 신탁까지 내려가며 마왕을 몰아내라고 했던 걸까?
“하필 다시 태어나도 이런 정신 나간 시기에 다시 태어나서… 라고 하기엔 이미 다시 태어난 거부터 특혜니까 뭐라 할 입장은 아니구나.”
아는 것도 없는 상태로 고민해봤자 답이 나올리 없지. 난 적당히 놈들의 주머니를 뒤져서 돈을 챙긴 뒤 멀쩡한 옷가지로 검을 닦아낸 뒤 골목길을 벗어났다.
이미 이 골목에 대한 정보는 오면서 지크멜의 가게에 들러 확인했으니까 딱히 시체로 빌미 잡힐 걱정은 하지 않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놈들이 걸치고 있는 것은 고급품이었으니 슬럼가와 다를 바 없는 저쪽 주민들이 알아서 해결하겠지.
사실 들키더라도 상관없다.
보샤 백작이 직접 날 건드렸다는 게 중요한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