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194)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194화(194/599)
성녀와 성자. 합쳐서 성인聖人이라 불리는 이들. 그들은 용사와는 궤가 다른 존재다.
가뭄에 콩 나는 확률로 특정 시기에, 특정 신이 직접 지정해주는 용사와 달리 그들은 모든 종교에서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는 신앙의 상징이다.
성인이 되는 조건은 불분명하다. 다섯살난 꼬마일 수도 있고, 70넘은 어르신일수도 있고, 매춘부일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특별하다.
확고한 신앙이 있으면 신들은 그들이 어떤 모습이든, 어떠한 직업을 가지고 있든 사랑한다는 살아 숨쉬는 증거인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별다른 계시가 있는 게 아니라서 찾아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점정도?
긴 세월에 걸쳐 나름대로의 노하우와 정보를 쌓아온 종교가 아니면 끝끝내 찾아내지 못해서 수십 년간 그들의 자리가 공석일 수도 있다. 신탁이나 계시가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신성력이 두각을 내는 형태로 알게 되니까.
“야, 사교도.”
그렇게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이가 실제하는 세상인데도 결국 사람 사는 곳은 비슷하다고 해야할까. 축복받아 마땅하고 신앙의 지표가 되는 그들이지만, 기존 성직자들에게 그다지 달갑지 않게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정말 당연하게도 그런 인지 부조화는 인간의 추악함에서 비롯된다.
그 중에서도 별로 흔하진 않되, 굉장히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수 있는 독보적인 사례가 있다. 성녀 혹은 성자가 어린아이일 경우.
아이의 순수성에 기반하는 신앙심은 거대하다. 하지만 한평생 종교에 헌신하거나 삶의 시련들을 넘어오며 점차 격이 오른 신앙보다 큰 경우는 드물다.
그런 모든 어른들을 뛰어넘고 어린아이가 성인이 되었다는 건 보통 두 경우로 나뉜다.
섬기는 신의 권능 일부를 부여받은 화신化身에 준하는 존재로서 신의 뜻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운명을 타고 난 경우와…
해당 종교의 신앙과 순수성이 퇴색된 탓에 다른 이들은 자격이 없는 경우.
그리고 후자는 어느 종교냐에 따라 밥그릇 수준을 한참 넘어서는 엄청난 파급력을 불러 온다.
“나, 난 몰라! 모른다고!”
“그 반응이 증거잖아. 모르긴 뭘 몰라?”
싸움. 그래, 싸움은 문제가 없지. 애당초 나를 향한 폭력에 폭력으로 화답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당연한 거니까. 근데 어째 그 싸움들이 죄다 용사 놈이 겪어야 할 시련같다는 게 문제다. 일 해라, 지크프리트!
난 놈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 일단 머리통에 사커킥부터 갈기고 시작했다.
빠악! 하는 소리와 함께 시작된 갑작스러운 폭력에 나와 센이 나누고 있던 대화를 듣지못한 다른 이들이 깜짝 놀랐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좋게 대할 때 말하는 게 신상에 이로울 거다.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지옥으로 떨어지는 게 낫다고 여기게 만들어줄 테니까. 누가 의뢰했냐.”
마신은 마족의 신이기에 마신이다. 딱히 인신 공양을 받지도 않고, 피를 갈구하지도 않는 그냥 신. 인간이 섬긴다고 해서 딱히 차별은 하지 않겠지만, 당연히 이런 잘못된 형태의 신앙에 신성력을 부여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놈들은 사제라고 불리는 이를 끌고 와서 빛의 구체를 사용했다. 그게 진짜 신성력인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마법이 아니라는 건 확실했다. 내 눈에 마력의 흐름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즉, 높은 확률로 신성력은 아닌데 마법도 아닌 무언가의 능력을 빌려 쓰고 있다는 말이다.
성녀와 같은 이를 격이 다른 제물로 취급하며 자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이능異能을 부여할 수 있는 존재.
세간에선 그런 게 가능한 씹새끼들을 악마라고 부른다.
“크흐, 크흐흐흐흐.”
한 대 걷어차이는 것만으로도 앞니가 튀어 나간 놈이 추하게 웃어 보였다.
“네놈 같은 이교도들이 아무리 저주한다한들 나는 순교 끝에 마신님의 곁으로 갈 것이다. 무엇이 두려워서 네 협박에 굴복할 거라 여기는 거지? 겨우 이깟 폭력에? 웃음 밖에 안 나오는군!”
방금 전 모른다고 부들거리던 것과 달리 정말 어이없고 가소로운 협박을 들었기에 나오는 비웃음. 녀석은 이제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소리쳤다.
“때려라! 베어라! 그리고 날 죽여라! 그렇게 죽어 마신님의 곁으로 가면 나의 신앙에 대해 보답하시라! 강대한 마족의 육체로 환생하게 될지니! 죽음은 끝이 아니기에 우리는 두려울 것이 없다! 팔다리를 잘라봐라! 눈과 혀를 파내어봐라! 웃으면서 다가올 죽음을 맞이해 주마!”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두려움에 떨던 놈은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폭력밖에 없다는 확신을 가진 것인지 순식간에 태도가 돌변하며 광소하기 시작했다. 마치 나를 비웃는 것처럼 침을 튀겨 가며 웃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광신도라 칭하는데 아무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너희는 나에게 그 어떠한 것도 알아내지 못하리라!”
그 모습에 위축된 것처럼 다른 놈들이 질린 표정을 짓는다. 꼬마애들은 아예 겁에 질리며 기도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하나는 알았군. 오른손 엄지를 왼손으로 감아쥐며 두 손을 움켜잡는 기도방식은 성광십자회의 기도법이었다.
뒤에서는 아실리에와 센이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린다. 그 와중에도 녀석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미친 듯이 웃었다. 이미 자신이 이긴 것처럼.
난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봐 주었다.
커졌던 웃음소리가 이변을 눈치채고 천천히 줄어든다. 자신만만하던 녀석의 안면에 조금씩 의문이 드리워지고, 그 반응에 다른 녀석들의 시선도 나를 향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녀석의 웃음소리가 점점 커지는 의문 속에서 잠잠해졌을 때가 된 뒤에야 나는 입을 열었다.
“광기라는 말 들어 봤냐?”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놈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천천히 허리와 무릎을 굽혔다. 딱히 대답을 원하고 던진 말은 아니었기에 그냥 바로 말을 이었다.
“세상엔 진짜 광기와 가짜 광기라는 게 있단다. 네 모습은 얼핏 광기에 휩쓸린 미친놈 같지만, 넌 그저 보상이 있을 거라 확신하기에 당당할 수 있는 가짜 광기에 불과하지.”
“가, 가짜?”
“진짜 광기는… 그런 게 아니야. 이해득실을 따지는 건 광기가 아니지.”
사교도의 미간이 넘치는 의문 속에서 일그러졌다. 물론 이번에도 녀석의 말을 기다리지는 않았다.
“난 널 죽이지 않아. 넌 사이비 마신교의 마지막 생존자가 될 때까지 죽지 않을 거야.”
“무슨…”
“전사 30명을 동원할 정도로 여유로운 세력이면 아직 더 많은 신도들이 있겠지. 이 추적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이고. 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내가 찾아갈 거거든.”
“…하! 본 교단의 신도들을 겨우 네놈들따위가 상대하겠다고? 우리는 최정예가 아니었다! 진정…”
“혼자.”
“…뭐?”
“나 혼자. 너희를. 다. 죽일 거라고. 밤이라서 너희가 일방적으로 학살당했다고 생각해? 내가 그걸로 힘들었다고 믿나?”
그렇게 생각하긴 힘들 거다. 넋이 나간 거지 기절한 게 아니었으니까. 녀석의 눈동자가 이제서야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단순 종교간의 문제라면 철저한 남의 일이다. 하지만 악마는 다르다. 그 새끼들은 평균적으로 지들 좆대로 세상을 말아먹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새끼들이니까. 남의 일이라고 무시하면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내 인생에 걸림돌을 제공할 바퀴벌레나 모기같은 놈들이다.
일부러 찾아다닐 재주는 없어도 눈에 밟혔으면 반드시 대가리를 뽑아놔야 한다.
“전사들을 전부 무력화시킨 다음, 네놈들이 떠받드는 우상까지 끌고갈 거다. 싸울 의지를 잃은 놈들도, 목숨을 구걸하는 놈들도, 나를 저주하는 놈들까지 싹 다. 너희가 세웠을 너저분한 신전에 있는 우상 앞으로 끌고 갈 거다.”
마침 바닥에 적절한 돌멩이가 있어서 적당히 한 개씩 양손에 쥐고 녀석에게 보여주자 놈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돌멩이로 옮겨졌다. 난 그 반응에 만족하며 전력을 다해 돌멩이끼리 부딪쳤다. 콰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돌가루를 튀기며 박살 난 돌멩이의 잔해에 녀석이 뒤늦게 움찔거린다.
“그리고 그 우상이 깨지는 게 먼저인지 너희 모두의 대가리가 깨지는 게 먼저인지 시험할 거다.”
“무, 무슨?”
“너희들의 대가리가 전부 깨질 때까지 우상에다가 직접 때려 박을 거라고. 우상이 먼저 박살 나면 그 잔해가 가루가 될 때까지.”
잠깐 얼빠진 표정을 짓던 녀석의 얼굴에 분노가 차올랐다.
“감히! 그딴 모욕을!”
센이 신성 모독을 시전했을 때 보였던 반응보다 훨씬 격한 반응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꽤 긴 시간 동안 녀석의 분노가 이어졌지만, 굉장히 격렬한 만큼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그야말로 2분간의 증오로군. 나는 씩씩거리며 숨을 고르는 녀석을 바라보며 아직 못다 한 이야기를 마저 꺼냈다.
“넌 그 광경을 마지막까지 보게 될 것이다. 그 끝에 너희가 대체 뭘 섬겼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게 너희의 빌어먹을 시체를 매개체 삼아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분노 속에서 다시 의구심이 싹 튼다. 마치 자신들이 섬기는 게 뭔지 이미 알아챘다는 듯이 말하고 있으니 충분히 그럴 만도 하지.
“그 악마 새끼가 내 손에 찢겨 죽는 것까지 본 다음, 내가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차라리 지옥으로 떨어지는 게 나았다고 후회하며 죽을 거다. 자신이 한낱 악마숭배자에 불과했다는 깨달음 속에서 말이지.”
“악…마? 악마라고?”
“그 때가 되면, 진짜 광기가 뭔지 알게 될 거다. 기대해도 좋아.”
“무, 무슨 소리냐! 악마라니! 네놈! 뭘 알고 있는 것이냐! 어째서 그런 짐작을 하는 거…”
알긴 뭘 알아 씨발 인신 공양 밖에 모르는구만.
난 원하는 반응에 만족하며 녀석의 턱을 올려쳐 기절시켰다. 그리고 녀석이 머플러마냥 목에 두르고 있던 재갈을 다시 물린 뒤 매듭을 점검하고 나서야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기, 엘드미아 님? 그… 머리로 우상을 깬다는 거, 정말로 그럴 건 아니죠?”
사교도를 봤을 때보다 더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녀석들과 내 의도를 눈치챈 것인지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 아실리에를 사이에 둔 채 센이 장난기 있는 미소와 함께 질문했다.
“……”
“…아닌 거 맞죠?”
당연히 아니었지만 점점 미소를 잃어가는 센의 몰골이 웃겨서 난 침묵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애들이 있으니 장난은 오래가지 못했다.
“내가 미친놈도 아니고 그딴 짓을 왜 해. 이놈 겁주려고 한 거지.”
“놀랐잖습니까. 근데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겁을 먹어야 생각이 짧아지지.”
어차피 놈들의 본거지는 센을 비롯한 다른 놈들도 다 알고 있으니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다. 나중에 적당히 재갈을 벗겨서 떠들 시간을 줘가며 정보를 흘리도록 유도해볼 수도 있겠지.
딱히 정보를 얻어내지 못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사교도를 빙자한 악마숭배자 놈들의 본거지를 습격하기 직전, 우연히 경계가 소홀해지고 기회가 생겨서 제발로 도망칠 수 있게 될 때.
생각이 짧아지고 절박해진 놈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