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198)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198화(198/599)
진이 깔끔하게 정리해 둔 집안에서 물건들만 적당히 정리한 아실리에가 나올 때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상할 만한 물건들은 이미 어느 정도 진이 열심히 찾아가며 처분을 한 상태였기에 우리의 집 정리는 생각보다 간결하게 끝날 수 있었다. 처음 가축들을 가져올 때 썼던 닭장과 상자들을 점검하고 하나하나 넣어 낡아빠진 수레에 싣는 일련의 과정이 있었지만, 충분히 간결하다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부모님의 무덤과 내가 만든 작은 만신전의 상태는 멀쩡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원래 나무로 만들었던 걸 석재로 바꿔가며 보수한 것도 한몫했겠지만, 딱 봐도 내가 없는 사이 아실리에가 꾸준하게 관리를 해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음엔 그 마족 놈 목이라도 좀 들고 오겠습니다.”
당장 할 말은 그 정도밖에 없었기에 간단하게 성묘를 마친 뒤 우리는 오그웬으로 돌아왔다. 진은 수레에 가축들과 함께 타야했지만 오히려 걸어가지 않아서 좋다며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
“에, 엘드미아 님!”
그렇게 여유로운 귀환 끝에 우리를 맞이한 것은 우리가 처음 끌고 왔던 말들을 데리고 울상을 짓고 있는 센과 그 일행들이었다.
“아.”
“이런.”
저걸 그대로 두고 갔네.
먹고 싸고 달리는 것 외에 재주가 없는 축생들이 저질러놓은 난장판에 나는 눈앞이 깜깜해지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
쫄보 같은 것들. 어차피 팔려고 가져온 거니까 그냥 적당히 가서 팔고 왔으면 좋았을 것을 내 눈치를 너무 보다가 결국 이도 저도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철없는 애들은 말들이 똥 싼다고 까륵 까륵 웃고 있으니, 저것들은 진짜 글러 먹은 모험가의 자질이 충만하다.
“그래, 챙겨 놓고 까먹은 내 잘못이지.”
결국 우리는 한동안 말똥과 씨름한 뒤에야 말들을 처분할 수 있었다.
다행히 말들은 꽤 좋은 가격에 팔렸다. 알리샤 여사님이 말했던 모험가들로 인한 낙수효과가 상당한 모양인지 최근 들어 마차의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주변에 던전도 좀 생겨서 거기까지 왕복하는 마차들이 생겨나고 있다나?
이 전쟁통에 그걸 정녕 호황이라고 봐야 하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장이 돌아가는 원동력은 된다고 하니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런 일련의 난장판을 겪은 뒤에도 저녁까지는 시간이 남아 갈 곳이 애매해진 우리는 일단 센과 그녀의 일행들이 묵기로 한 여관 홀에 앉아 벨레시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다행히 벨레시카의 부모님들은 무사히 도착해서 신전의 보호를 받고 있었습니다.”
정의의 슈퍼 엘리트 모험가 가엔달 파티였다면 테이블 위에 수없이 많은 술잔을 올려 두고 이야기 판을 깔았겠지만, 당연히 아직 이놈들에게 그딴 건 허락되지 않았다. 철저하게 엄숙, 근엄, 진지를 모토로 시작한 대화 내용은 퍽 나쁘지 않았지만 마냥 깔끔한 것도 아니었다.
일단은 감격의 가족 상봉이다 보니 디테일한 사항은 내일 만나서 이야기 나누기로 했다는 점, 사교도 역시 거기에 두고 왔다는 점, 오그웬 성당십자회는 성녀 보호에 전력을 다 할 것이라는 확답을 얻었다는 점까지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으나 정작 그 호언장담을 한 애셜 사제님이 내일 나도 같이 보자고 한 건 좀 마음에 안 들었다.
“니네 거기서 내 이름 말했니?”
“예? 애셜 사제님을 찾으려면 당연히…”
“눈치 없는 소리 말고. 너희가 겪은 일에 내가 엮여 있었다고 말했냐고.”
“어…그냥 좀… 도움을 주셨다 정도?”
“…근데 뜬금없이 왜 부르지?”
“저, 저희야 모르죠. 그냥 뭔가 고민하시더니 대뜸 그러시던데.”
옛날에 저질러 놓은 일이 하도 많았던 탓에 지레짐작으로 부르는 건가…?
딱히 합당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아 잠깐 고민하는 사이 센이 다른 테이블의 풍성한 술자리를 보고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보다 묘하게 일이 커져 버렸네요. 성녀 후보에 사교도들이라니.”
“커질 게 뭐 있어. 어차피 성녀 문제는 성광십자회가 알아서 해결할 거고, 사교도 놈들은 곧 다 죽을 텐데.”
“…그, 엘드미아 님? 저희가 엘드미아 님의 실력을 결코 의심하는 건 아닌데 말이죠. 뭣 좀 여쭤봐도 될까요?”
“흠…그래. 뭔데?”
설마 이제 와서 내 나이를 물어보고 말을 놓으려고 한다는 둥 건방진 행태를 보일 거 같진 않고, 당장엔 그래도 말을 잘 듣고 있으니 질문 하나 정도는 넓은 아량으로 봐줄 수 있지.
“그 사교도들이 말이 사교도지, 처음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상당히 많은 놈들이 전장에서 튀어나왔거든요.”
“그런데?”
“인원도 좀 많아요. 30명을 제외하고도 한 백 명은 남아 있을 겁니다.”
“뭔 씨발 그딴 괴상한 종교에… 아니지, 전쟁터에서 정신이 나가 버리면 뭐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래서?”
“…괜찮으시겠습니까?”
눈치를 보는 건 그렇다 쳐도 자꾸 귀찮게 돌려 말하는 건 영 아니꼬왔기에 뭐라고 할까 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여기서 괜히 성을 냈다간 지금 나 무시하냐고 깽판 치는 또라이 밖에 되지 않을 거 같아서 자제하기로 했다.
“그렇게까지 돌려 말할 필요 없어. 그런 놈들하고 싸워서 이길 수 있겠냐고 물어보고 싶은 거잖아.”
“예…뭐, 그렇죠. 사실 저희는 열 명만으로도 버거웠던 입장인데다가, 잡아 온 놈 말대로라면 그마저도 걔들 중에서 가장 센 놈들이 아니었다고 했으니까요. 쉬이 상상이 안 가거든요.”
“가능해.”
오기와 허세를 부려서 해결될 일이라면야 마왕도 잡을 수 있다고 떠들겠지만, 세상일이라는 건 그렇게 돌아가는 게 아니지. 어디까지나 철저한 추리에 입각한 자신감이었다. 이미 사교도들의 교리부터가 병신같잖아?
죽어서 마족으로 환생한다.
누가봐도 자기들보다 강한 이종족을 향한 두려움과 동경에 가까운 심리로 구성되어있는 교리.
즉, 이미 그 사교도 놈들은 스스로 전장의 마족들보다 약하다고 광고하는 것에 불과하다. 심지어 지들의 꼴같잖은 종교 내에서조차 위계질서를 만들다 보니 악마임이 분명한 그 씹새랑 계약한 결과를 모든 신도들에게 나눠 주지도 않고 어쭙잖게 사제라는 직책까지 만들어 계급제를 실시했다. 뭐, 그거야 어찌 보면 악마의 힘을 함부로 쓰지 않기 위한 보험일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골고루 강해질 기회를 내다버린 것이 사실이다.
결국 절대다수는 그냥 머릿수 채우기라는 소리다.
“의뢰를 받아 성녀 후보를 제물로 삼겠다고 달려든 30명이 밑바닥 찌끄래기일리는 없잖아? 지금 성광십자회에서 성수 세례를 맞고 있을지 모를 놈의 말대로 정예는 있겠지만, 결국 그놈도 사교도 주력이라 할 수 있는 핵심전력 중 하나였다는 소리지. 근데 저런 애들은 50명이 달려들어도 별로 문제가 안 돼.”
검에 마력을 덧씌울 수 없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겠지만 이미 이것만으로도 시간제한 있는 치트키와 다를 바 없다. 겨우 탈주병 수준의 장비로 막아 낼 수 있을 리가 있나.
단순 검술 실력만으로 엔벨데에 버금가는 수준이어야 위험할 텐데, 그딴 놈들이 사교도 짓거리를 한다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니 꼭 돌아가는 길에 발쿤 씨한테 들러서 물건을 받아 가야겠다. 그렇다고 딱히 자신감이 줄어들 정도는 아니었기에 나는 태연하게 말을 이을 수 있었다.
“너희도 봤다시피 말이랑 사람을 같이 베는 게 가능한 장비다. 많이 오면 많이 베일 뿐이야. 이미 거기서부터 머릿수는 그냥 시체수에 불과하지.”
말하면서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툭툭 건드리자 자연스럽게 녀석들의 시선이 옮겨졌다. 아까 오면서 한스한테 드워프 장인 무기라고 호언장담 하는 걸 쟤들도 들었으니 아마 머릿속에서 엄청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고 있을 거다.
“무엇보다 그놈들하고 정면 승부를 볼 것도 아닌데 지면 이상한 거지.”
가장 이상적인 건 우리가 돌아가는 사이에 놈들이 이상함을 느끼고 추가 병력을 더 뽑아 보내는 상황이다. 각개 격파는 기습 다음으로 옳은 법이니까.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결국 그 근처까지 저놈을 끌고 가서 풀어 주면 제 딴에는 몰래 탈출했다고 여긴 놈이 열심히 아지트에 가서 병력을 모아 기습을 시도할 것이고, 그때 나뉜 놈들을 따로따로 처리하면 된다.
그렇게 세 번에 나눠 처리할 수 있다면 더더욱 베스트고.
“…아니, 아무리 그래도 백 명을 상대로 거의 단신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인데… 그걸 지는 게 이상하다고 여기는 게 이상한 거 같은데요…”
뭔가 할 말이 참 많은 표정으로 기어이 할 말을 다 한 센의 반응에 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았다.
쟤가 ‘거의 단신과 다를 바 없는’ 이라는 표현을 쓰며 자신을 비롯한 다른 동료들이 내 계획에 동참한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고 다른 녀석들이 거기에 아무런 불만도 없어 보인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백 명을 별거 아닌 걸로 취급하는 게 이상하다는 저 발언이 지극히 정상적인 발언이라는 점에서 놀라고 말았다.
“허, 듣고 보니 그러네.”
이번만큼은 순순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최근에 있던 사건들로 인해 감각이 많이 틀어졌다는 걸.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뒤틀린 감각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정정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사실인데 어쩌겠냐.”
슬라임만 때려잡아도 경험치가 오르는 거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중간한 놈들 한 무더기랑 싸우는 일도 잦아지다 보니 대충 견적이 나온다. 혼자서 싸우는 거면 그 견적을 벗어난 변수가 위협적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쟤들을 제외하더라도 아실리에가 있고, 아직 한창 제작중일 내 비장의 수도 존재한다.
공포로 미쳐 버린 패잔병들을 무서워하기엔 이미 너무 많은 경험을 해 버린 탓에, 난 다시 한번 확신을 담아 말했다.
“아무 문제없다.”
비록 내 대답을 녀석들이 어떻게 여길진 알 수 없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