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209)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209화(209/599)
솔직히 당사자인 나와 세네란조차 놀랄 정도였으니 우리 파티 중에서 안 놀란 사람이 없었다.
저기서 한창 열심히 달려오던 사교도 놈들조차 놀라서 버둥거리고 있으니, 놀랄 틈도 없이 죽어 나자빠진 사교도 하나 말고는 모두 비슷한 감상을 공유한다고 봐도 될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동질감을 느낄 정도로 감수성이 풍부하지는 못했기에 난 대체 어디로 날아간 것인지 보이지도 않는 바늘을 다시 회수하는데 집중했다.
다행히 감각을 집중하니 찾는 건 쉬웠다. 심지어 사출과 같은 속도로 회수된 바늘은 그대로 다른 사교도 하나의 어깨에 바람구멍을 내버리며 돌아왔다. 그리고 나와 세네란은 이번엔 처음 죽은 녀석처럼 극적인 광경과는 다른 반응이 나타났다는 점에 집중했다.
내가 보기에 어깨가 뚫린 놈은 꼭 총 맞은 것 같은 반응이었다.
“엘드미아야. 혹시 회수할 때 뭐 뺀 거 있어?”
“날릴 때랑 똑같이 했는데요.”
애당초 회수 과정조차 위협이 되도록 만드는 게 목적이었기에 바늘은 오고 갈 때를 구분짓지 않고 똑같은 속도로 움직이며 한결같이 회전하고 있었다. 장담컨데 저기에 칼날 가져다 대면 부싯돌 대용으로도 쓸 수 있을 만큼 열심히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럼 처음 맞고 죽은 녀석에게 뭔가 다른 점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겠네. 일단은 쟤네 처리하는 거에 집중하자.”
어안이 벙벙한 반응을 보였을 땐 한없이 못미더웠는데 순식간에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 하니 신뢰가 회복되기 시작한다.
다행히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사교도들은 도망도, 우리를 향한 돌격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아하니 우리가 공격했다는 발상조차 못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나한테는 좋은 일이었다. 이렇게 된 거 아예 좀 마력을 좀 과하게 써서라도 녀석들을 빨리 처리하기로 마음먹은 뒤 나머지 바늘들도 뽑아서 날리자 사교도들은 속수무책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모습으로 죽어 나갔다.
그렇게 마지막 사교도도 공포 속에서 명을 달리했지만 처음과 같은 형태로 죽는 녀석들은 아무도 없었다.
“세상에… 내가 지금 뭘 본 거야.”
갑작스레 주인을 잃고 방황하며 도망치는 말들의 투레질 소리 속에서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어김없이 센이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긴 씨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어이가 없을 정도로 손쉽게 끝났군. 심지어 그런 것 치고 별로 피곤해 보이지도 않네만.”
“뭐…그렇긴 하죠. 저도 이 정도까지 어이없는 결과가 나올 거라고는 생각 못 했지만요.”
괜히 멋쩍어서 뒤통수를 긁적이며 대답하는 사이 세네란은 거침없이 사교도들의 시체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위력의 차이가 어디서 나왔는지 확인하려는 게 뻔해서 나도 따라 걸음을 움직였더니, 아까 전보다 더 부담스럽게 두 눈을 빛내며 렐리에가 쫓아오기 시작했다.
“그 바늘같은 거 마도구였어요? 되게 느낌이 신기하던데.”
“예, 뭐. 드워프 장인과 세네란의 합작이라고는 하던데요. 근데 느낌이 신기해요?”
“마나가 거의 안 느껴지면서 음유시인들의 찬트가 발동될 때랑 같은 느낌? 그것도 되게 미세해서 미리 집중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아, 이렇게 말하면 잘 공감이 안 되려나.”
와. 난 개뿔도 모르겠는데 이걸 아무런 정보없이 그냥 눈치채버리네. 솔직히 사교도 가슴에 내 주먹만한 구멍이 뚫린 것만큼 신기했다.
물론 신기한 건 신기한 거고 마법을 구상하면서 세네란과 예상했던 부분이 정확히 맞아떨어진 점은 매우 만족스럽다. 이제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마력을 운용해 바늘을 날려도 얼마든지 통할 수 있는 변명이 생긴 것이다.
“아뇨. 이해했습니다. 저도 제국에 갔을 때 찬트 사용자를 만난 적이 있거든요.”
“어머 그래요?”
“네. 볼타베이 출신이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싸울 때 노래를 불러서 대체 뭐 하는 사람인가 싶었죠.”
“아하하! 그 동네 사람이면 그럴 수 있어요. 거기에 찬트로 유명한 여전사가 있거든요. 거의 악명에 가까운 유명세지만 실력만큼은 무시 못 할 수준이라고 하더라구요. 자국에서는 노래하는 창이라 불리고 적들에겐 세이렌이라고 불린다던데.”
“…하하하.”
세이렌? 지크한테 한 방에 나가떨어지고 나한테도 진 그 여자가 그렇게나 유명하다고?
잠깐 인지부조화가 왔지만 일단 적당히 웃어넘겼다. 딱히 그때 일이 이티스엘까지 소문으로 퍼지진 않았나 본데, 그렇다면 괜히 이야기 꺼낼 필요 없다.
“엘드미아야. 이유를 알아낸 거 같아.”
“오? 뭡니까.”
그렇게 별거 아닌 이야기를 나누며 도착하니 세네란이 가장 먼저 죽은 사교도의 시체에서 무언가를 꺼내 보여 주었다.
“이거.”
“이거라도 해도 제 눈엔 그냥 평범한 철판때기로 보이는데요.”
“방호 마법이 걸린 마도구야. 투사체로부터 보호해주는 건데, 보이는 것처럼 꽤 고급품이지.”
“…그게 얘가 골때리게 죽은 거랑 무슨 연관이죠?”
그냥 옆에 따라온 렐리에가 격하게 공감해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뿐이지, 농담이 아니라 진짜 손바닥 반절 크기도 안 될 것 같은 작은 철판에 불과한데 어딜 봐야 딱 봐도 고급품인 것을 알 수 있는 것인지조차 모르겠다. 저게 화살막이 같은 역할을 한다는 세네란의 말을 못 믿을 것도 없지만 그걸 믿는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목격한 상황과는 별 연관이 없어 보였다.
“네 바늘이 마도구가 펼친 방어벽을 뚫은 게 아니라 찢어 버린 게 원인이야.”
“…제가 지금까지 그런 거 쓰는 놈을 제대로 못 봐서 물어보는 건데, 원래대로라면 어떻게 돼야 정상이었던 겁니까?”
“투사체가 튕겨 나갔어야 정상이지. 혹은 방어벽이 깨지면서 같이 떨어지거나. 뚫렸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 마도구면 별다른 피해를 못 줬어야 해.”
마법으로 만들어진 방어벽은 내 바늘을 막아 냈으나 돌진까지 막아 내진 못했다. 그리고 바늘은 찢겨진 방어 벽이 채 소멸되기도 전에 사용자의 흉부를 관통하여 바람구멍을 냈다.
듣는 입장에서도 어처구니가 이야기였지만 세네란은 확신을 담아 설명을 마무리 지었다.
“원래대로라면 여기 어깨에 구멍 난 얘 정도가 보통이라는 거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흉악한 성능이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그녀는 딱히 더 볼 것도 없다고 여겼는지 들고 있던 철판을 바닥에 내팽개치려다가 격하게 손짓하며 확인하고 싶어 하는 렐리에에게 넘겨준 뒤 다른 시체로 이동했다. 철판을 확인하는 렐리에를 내버려두고 그녀를 따라다니며 확인한 다른 시체들의 상처는 확실히 대동소이했다.
그렇게 마지막 사교도의 시체에 난 상처까지 확인을 마친 우리는 놈들의 주머니를 다 털고 야영지로 돌아와 다른 일행들의 질문 공세까지 모두 이겨 낸 뒤, 저녁 식사 전에 비밀 수업 시간을 가지고 나서야 렐리에가 있어 미처 이야기하지 못했던 내용들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있었다.
“분명 마력 때문이야.”
“처음 죽은 놈이요?”
“응. 방호마법이 찢긴다니, 발리스타를 쏴도 그렇게는 안 돼. 그 짧은 순간 네 마력이 뭔가 반발 작용을 일으켜서 일어난 상황이라는 게 맞다고 봐.”
“…혹시 전장에서 비슷한 사례에 관한 이야기 같은 거 들은 적 없습니까?”
세네란은 잠시 턱을 괸 채 고민에 빠졌지만 이내 고개를 갸웃거리며 애매한 반응을 보였다.
“모르겠어. 저걸 보고 나니까 사실은 이번과 비슷한 경우의 사례가 아니었을까 싶은 것들은 몇 개 있지만… 정확히 같은 현상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어.”
“걔들도 무기에 저처럼 뭔가 수작질을 부릴 테니 같은 사례인 거 아닙니까?”
“…아니, 달라. 내가 아까 말했지? 마나로 쓰는 마법이나 마력으로 쓰는 마법이나 기본 골자는 비슷할 거라고.”
덤덤하기만 하던 그녀의 얼굴에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주저함이 드러났다. 그 뒤로 잠깐 고민하던 세네란은 결국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무기에 뭘 거는 것도 결국 인챈트가 끝이야. 아무리 마족이라고 해도 너처럼 자신의 마력을 무기에 씌워서 지속적으로 회전시키는 묘기는 부리지 못할 거야.”
“…예?”
“네가 특이한 경우라는 거지. 단순히 인간이 마력을 쓰기 때문만이 아니라, 마력을 운용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이제 와서 이게 무슨 새삼스러운 소리지? 뜬금없이 폭탄 발언을 던져 버리는 세네란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얼마 없었다.
“아니, 그 중요한 걸 왜 지금 말해주십니까?”
딱히 말을 하지 않아서 문제가 생길 것도 없었지만 굳이 말하지 않아야 할 이유도 없지 않나? 팔 자로 휘어지려는 눈썹을 가까스로 붙잡으며 대답을 기다리자 세네란이 멋쩍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히려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거든. 난 마력을 쓸 수도, 볼 수도 없잖아? 단순히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서 너처럼 마력을 쓰는 마족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접근했어. 방금 그걸 보고 확신이 생겼지. 저런 게 가능한 마족이 많이 있었다면 왕국의 전선은 진즉에 초토화 됐을 거라는 걸.”
위력을 보고 나서야 일반적이지 않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는 소리다. 하긴, 그녀도 마족이 아닌 나와 같은 사람인데 당연한 이야기였다. 워낙 조언을 잘 해줘서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나은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군.
“그래서 말인데. 혹시 바늘에다가 사용하는 것처럼 다른 운용법도 존재해? 만약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좀 알아 두고 싶은데.”
그랬기에, 평소와는 달리 침착한 학구열에 두 눈을 빛내는 세네란을 보고 나서야 나도 내가 조금 큰 실수를 하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이 사람은 내가 칼에 마력을 코팅해서 썰 줄 알고 육체 강화를 할 줄 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아직까지 그걸 보여 줄 일이 없었으니까. 싸울 일이 있었으면 모르겠는데, 그녀가 합류한 뒤 이번이 첫 전투였던 탓에 그럴 기회조차 없었다.
나는 당연히 마력을 연구해왔으니 내가 어떻게 마력을 쓸지 알겠거니 하고 생각했지만… 지금 그녀의 반응과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내가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폐던전에서 만난 마족이 마력으로 육체를 강화했기에, 난 모든 마족이 나처럼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정말 그게 맞는 걸까?
그랬다면 걘 왜 터져 죽기 직전까지 갔다가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결국 강화를 풀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지금까지는 그냥 제 수준 밖의 능력을 끌어다 쓰는, 만화에서 흔히보던 클리셰 같은 거라고 여기고 지나갔는데 정말 그랬을까?
“어… 제가 칼잡이잖아요?”
갑자기 생겨나는 의문 덕에 나도 모르게 입을 여는 게 굉장히 조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사실 지금까지 난 스스로의 능력에 굉장히 안일하게 살아왔던 게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온다.
“그렇지? 그게 왜?”
“마력을 알아봐서 너무 당연하게 말 안 하고 지나간 거 같은데… 남들이 오러로 육체 강화하는 것처럼 저도 마력으로 육체를 강화하거든요?”
“……”
“그리고 바늘을 회전하도록 마력을 쓰는 것도 일부에 불과하고, 칼에 아예 도금 하듯 마력을 씌울 수도 있습니다. 그럼 마력량에 따라서 절삭력이… 매우 많이 차이가 나죠.”
내 대답을 들은 세네란의 표정은 처참했다.
마치… 지구 평평설을 신봉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일반인처럼 말이다.
덕분에 그 표정만으로 내가 근본 없는 방식으로 싸워 왔다는 걸 알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