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216)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216화(216/599)
악마.
모습을 감춘 채 인간을 속이고 농락하여 나락에 빠트리는 것 자체를 즐기는 상종 못할 천하의 씹새끼들. 이 새끼들은 순수 악, 중도 악이라는 표현이 사치에 불과한 그냥 ‘악’이다.
사람을 나락에 빠트리는 방법도 정말 기상천외하기 그지없어서 악마에게 속았다는 말을 듣고 ‘병신 머저리 새끼. 그딴 거에 속냐?’ 고 놀릴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정도로 타고난 사기꾼 종족.
대체 저딴 새끼들을 누가 창조 해냈는지는 몰라도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는지는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철저하게 인간을 엿맥이려고 창조해낸 종족. 그게 악마다.
결국은 신의 부산물이네, 신을 믿네 그딴 건 없다. 이 세계의 신들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외계 생명체라 해도 이상할 게 하나 없는, 폐기물에 가까운 이 타는 쓰레기들은 심지어 약하지도 않다.
문헌에 표기된 것만 하더라도 마법사를 마법으로 농락하고 전사를 무력으로 농락한다고 적혀 있을 정도니 그게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몰라도 상당한 수준이지 않겠는가?
그런데 짜잔! 그건 엘드미아 에가가 태어나기 전까지의 이야기였습니다!
[끼에에에에에엑!!!]검이 뽑힘과 동시에 목도 뽑힌 악마 새끼가 처절하게 비명을 질렀다. 저러고도 죽지 않는다는 건 정말 지랄맞았지만, 그래도 녀석은 내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
“괜히 쫄았네. 이건 뭐 완전 극상성이구만.”
어떤 구조인지 몰라도 저놈이 ‘육체’라고 부르는 건 일반적인 피와 살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마력의 덩어리였다. 마치 게임 내의 아바타를 만들어 조종하는 것처럼 저 악마 새끼는 이 세계에 제대로 발을 딛기 위해 저 몸뚱이에 탑승해야만 하는 구조인가 보다.
그렇다면 아까 그 피의 화살 같은 것은 어떤 구조인 것이며, 정작 육체를 지니기 전에 다른 악마 숭배자들에게 부여한 이능은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인지 궁금증이 샘솟는다.
그건 차차 알아가면 되겠지.
[뭐, 뭐냐! 대체 네놈의 정체는끼아야아아악!!!]“오, 대가리가 뽑혀도 몸의 감각은 연결되어 있는건가? 역시 핏덩이일 때보다 상대하기 좋네.”
핏덩이일 때는 딱 봐도 검과 바늘을 백날 쏘고 휘둘러봤자 말 그대로 칼로 물베기에 지나지 않을 거 같아서 주먹질로 붙었지만 지금은 제대로 공격이 통한다. 덕분에 녀석의 대가리는 자기 몸에 박히고 있는 아홉 개의 바늘을 바라보며 악을 쓰고 있었다.
[그만!! 그만해!! 그만하라고 이 미친 새끼야!!]“아까 좆같던 말투는 어디 갔어? 놀아준다며. 같이 놀자. 육체 만들었다고 바로 안 놀아주기 있어?”
[으어, 게겍! 끄억!]전생을 통 틀어서 사람에게 물리적인 상해를 입히고 즐거워하는 또라이같은 취향은 없었는데 지금 만큼은 너무나도 즐겁다!
이 새끼는 문자 그대로 사람 새끼가 아닐뿐더러 구제가 불가능한 말종이기 때문이지! 난 놈의 너저분한 몸뚱이로 장난질을 치는 것을 멈춘 뒤 폴짝폴짝 다가가 헛구역질을 하고 있는 머리통을 주워들었다.
인간형일 뿐이지 참 뭐라 묘사하기 힘든 면상이다. 털 하나 없는 대가리는 이목구비가 전부 멀쩡히 달려 있지만, 죄다 인간과는 거리가 멀다.
어찌 보면 머리 가죽을 쭉 잡아당긴 박쥐처럼 보이기도 하고?
“흥미로운 사색거리가 될 거 같지 않니?”
[구웨..엑… 뭐, 뭐라고?]“네 대가리로 제단을 내려칠 때, 넌 과연 네 머리를 걱정할까 제단을 걱정할까?”
[미, 미친 새끼야! 당연히 내…]난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대로 제단에 달려들어 악마의 머리통으로 제단을 내려찍었다.
어딜 감히 내 흥미로운 사색거리를 스포일러 하려고 하고 있어?
-콰앙!!
[크거걱!]꽤나 진심으로 후려쳤는데 놀랍게도 놈의 머리통은 멀쩡했다!
아니, 멀쩡하다는 표현은 좀 과장된 표현이었다. 죽빵 한 대 후려 맞은 것처럼 광대가 함몰된 것 같긴 했다.
[그만! 그마아안!]“한 세 번만 더 해 보자. 겨우 한 번으로는 실험 결과에 신빙성이 떨어져.”
[계, 계약하자! 무엇을 원하는데?! 말만 해! 뭐든…!]“난 나보다 나약한 새끼랑 계약 안 해.”
[으, 으끄아아악!!]내 어깨가 뻐근해지는 게 먼저인지, 네 머리통이 형상을 잃게 되는 게 먼저인지 승부다.
겸사겸사 정보도 좀 캘 수 있으면 좋고.
◈
강력한 탈력감 속에서 정신을 차린 데오니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목 없는 시체였다.
그녀의 상식은 그 시체를 같이 있던 인간의 것이라 받아들이려 했으나, 눈과 직감은 그게 악마의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실제로도 후자가 맞았다. 시체는 옷이라고 할 만한 것을 걸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람의 몸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몸에 고문이라도 한 것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바늘이 꽂혀 있는 게 좀 의아했으나 그보다 더 그녀의 신경을 끄는 건 소리였다.
단단한 무언가를 축축하고 걸쭉하면서도 튼튼한 무언가로 내려치는 소리.
겨우겨우 몸을 일으켜 소리의 근원을 바라본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마지막 기억과 달리 엄청나게 무너진 상태의 제단과 인간의 뒷모습이었다.
데오니는 그 모습에서 엄청난 적의를 느끼고 몸을 떨었다. 인간의 몸에 가려져 대체 뭘 하고 있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었으나, 그는 제단 혹은 제단을 내려치는 무언가를 향해 엄청난 분노와 적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사실 그게 뭔지 모를 수 없었다. 목 잘린 인외의 시체와 제단. 그리고 잘렸음이 분명하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악마의 머리가 합쳐지면… 결과는 뻔했다.
그렇다고 그 분노가 이해되는 건 아니었다.
인간 나름의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악마도, 인간도 서로 초면인 것은 분명했다. 단순히 악마라는 종에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저렇게까지 분노하는 인간이라고 하기엔 마족에 대한 열린 마음가짐과 맞물리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의문에 빠져든 데오니가 정신을 차린 것은 남자가 숙였던 허리를 펴고 더 이상 제단을 두드리지 않게 된 뒤였다.
손에 쥐고 있던 악마의 머리통은 놀랍게도 어느 정도 형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거의 완파되다시피한 제단과 비교했을 때 대체 악마의 몸이 얼마나 튼튼한 것인지 감도 오지 않을 정도였다. 심지어 죽은 것도 아닌지 인간의 손에 쥐어진 머리는 새액새액 다 죽어 가는 숨소리까지 내고 있었다.
그런 끔찍한 광경을 직접 만들어 낸 남자가 제단 위에 악마의 머리통을 던지며 심드렁하게 입을 열었다.
“내가 고민해봤는데. 넌 네 머리보다 제단을 더 소중히 여겼을 거 같다.”
[즈어즈어…즈에알…]“뭐라 지껄이는지는 모르겠고, 너 대체 언제 죽냐? 이제 좀 지겨우니까 죽었으면 하는데.”
“…악마는 심장을 뽑아 터트려야만 죽습니다.”
데오니의 대답에 흐느끼는 악마의 머리통에 박혀 있던 인간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깼네? 몸은 괜찮으신가?”
“원래는 굉장히 위험했겠지만… 당신이 악마를 빠르게 무력화 시켜 주신 덕분에 괜찮습니다.”
뒷모습에서 느껴졌던 분노따위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다행이라며 웃어 보인 인간이 제단을 벗어나 악마의 시체 쪽으로 다가 갔다.
당연히 심장을 뽑을거라 생각했던 거와 달리 그는 그대로 악마의 시체를 끌고 제단까지 돌아갔다.
“야. 들었지?”
대체 뭘 하려는 건지 이해를 못 하고 있는 와중에도 악마의 머리는 처참한 몰골에서 점차 제 형상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가히 역겨울 정도로 뛰어난 회복력이었지만 정작 그와 달리 악마의 두 눈은 생기를 잃었다는 표현에 걸맞게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다.
“니 심장이 터져야 죽을 수 있다네.”
[마, 맞슴니다. 저, 저희능 현신하면… 심장을 일러야 주글 수 잇슴니다… 자살을 할 수는 엄씀니다. 그러면 영체마저 소멸함니다…]그러니 제발 죽여주세요.
악마가 죽음을 구걸하는 모습에 데오니는 저도 모르게 두 눈을 크게 떴다.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발언을 입에 담은 악마는 눈물까지 흘려가며 죽음을 원했다.
대체 정신을 잃은 사이에 뭔 짓을 했길래 저런 게 가능하단 말인가?
“맨 입으로?”
[무, 무어슬 원하심니까? 제, 제가 할 수 잇능건 다하게슴니다!]인간은 심지어 죽음을 담보로 악마에게 무언가를 뜯어내려 하고 있었다. 착한 악마라는 말보다도 믿기 힘든 광경 속에서 데오니는 할 말조차 잃어 버린 채 그 광경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두 번 다시 나와 엮이지 마라. 그게 네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런 건 내 알 바 아니다. 어떤 형태로든 나와 엮이면 우리는 오늘보다 훨씬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될 거야.”
[매, 맹세하게 씀니다! 저 악마 잉글라디우는 다시는… 어…]“엘드미아 에가.”
[에, 엘드미아 에가 닝과 역끼지 안케씀니다! 진짜임니다!]“진짜가 아니면 뭐 어때. 또 푸닥거리하면 되는 거지.”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검을 뽑아 심장이 있을 위치를 내리 찌르는 인간의 모습을 보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연신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소멸하는 악마라는 진귀한 광경을 목격한 데오니는 그 비현실적인 광경에 현기증마저 느끼고 잠깐 비틀거렸다.
하지만 자신이 만들어낸 초현실적인 결과따윈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다시 검을 집어넣으며 몸을 돌린 인간은 여전히 별 감흥 없는 태도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저 악마 새끼가 수작을 부려서 이곳의 공간이 좀 뒤틀려 있다고 하더라. 지가 죽으면 금방 원상태로 돌아간다고 했으니 그쪽은 내 동료들과 안 만나려면 좀 서둘러 가야할지도 모르겠는데?”
“…그게, 그럴 수도 없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너무 충격적이라 잊고 있었지만 사실 데오니는 마신 에파가에게 방금 전 못지않은 충격적인 계시를 받은 상태였다. 조금씩 맑아지기 시작하는 머리로 다시 생각해 보니 역시 충격적인 내용이었기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핥으며 말을 주저했다.
“엘드미아 에가. 당신에게 마신 에파가 님의 전언이 있었습니다.”
“그분이 나한테 볼일이라고는 댁들 죽이지 말아 달라거나 내 숙원을 포기해 달라 정도밖에 없을 거 같은데?”
“아뇨. 둘 다 아닙니다.”
순간 숙원이 뭐길래 저런 생각을 하는건지 매우 궁금했으나 당장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엘드미아는 굉장히 의외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으나 전달자에 불과한 데오니는 여러모로 죽을 맛이었다. 대체 저자가 평소 무슨 말을 하고 사는지 모르겠으나… 에파가가 전달해준 전언은 반드시 그에게 전해져야 했다.
그건 바른 생활을 이어온 데오니는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불경스러운 말이었다.
“마, 마신 에파가 님께서…계…계…”
“계 뭐?”
“계, 계셨군요 씨발놈아가 아니라 씨, 씨, 씨발년이니까 제대로 정정하라고 하셨습니다!”
엘드미아의 얼굴에 경악이 번졌다.
대체 뭐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상태로 한참을 굳어 있던 그가 겨우겨우 침착을 되찾은 뒤에도 더없이 진중한 태도로 눈을 굴리며 고민한 끝에 내뱉은 한 마디는 여러모로 가관이었다.
“그… 에파가님께 제대로 기도를 드리려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
방금전까지의 태도는 눈을 씻고 찾아보기 힘든 정중한 태도로 마신교의 기도법을 물어보는 엘드미아의 모습에 데오니는 아찔한 현기증을 느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