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223)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223화(223/599)
엔글렘 내부의 분위기는 확실히 좋지 못했다.
당장 우리가 도시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의아함과 적대감이 담긴 시선들이 쏟아질 정도로.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 지랄이 난 거야?”
그 시선을 하나하나 훑어보며 상황을 파악하던 센이 쿤즈를 향해 가감 없이 질문을 던졌으나, 그는 난처한 듯 웃어 보이며 말을 고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비병이 큰 사고가 있었다고 언질을 줬다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싸늘한 반응이 도시에 만연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나는 나름대로 머리를 써가며 그의 입에서 나올 만한 사건들을 추측해 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팍하고 떠오르는 건 없었다. 애당초 이 나라 치안이라는 게 그렇게까지 맛탱이가 간 것도 아닌지라 도적놈들이 도시에 들어온 사례조차 손에 꼽을 정도로 없다.
하지만 그렇게 추리고 추려서 나온 내용마저도 우리들에게는 적잖게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간략하게 말씀드리자면… 도적들이 일부 모험가들과 손을 잡고 도시에서 약탈과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씨발.”
허, 쟨 욕이라도 뱉네. 난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오는데.
도적놈들이 도시에서 대놓고 살인이랑 약탈을 저질렀다고? 이건 좀 큰 사고를 친 정도가 아니라 역대급 대사건을 싸질러 놓은 수준이다.
“경비대가 곱게 모험가 길드와 협력을 한다는 게 굉장히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의 사건이군요.”
가엔달 씨의 말이 상당히 예리하게 쿤즈의 심중을 파고들었는지 그의 얼굴에 걸쳐져 있던 미소가 살짝 흔들렸다.
당장 내가 봐도 경비대 잘못이다 모험가 길드 잘못이다 하며 천하제일 남탓 대회가 열려도 모자랄 상황이다. 쿤즈가 말한 ‘모험가와 손을 잡고’라는 형태가 어떤 형태였는가에 따라 상황이 아주 조금 다를 뿐이지, 두 집단이 사이좋게 넘어가기가 쉽지 않을 텐데.
“협력…이라고 하기엔 좀 미묘한 상황이긴 합니다.”
쿤즈는 거기까지만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우리들도 굳이 더 물어보기보단 주변을 살피며 괜히 돌같은 거 안 맞으려고 주의를 기울이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나는 어차피 그런 눈먼 돌에 맞는 순간 접시물에 코박고 죽어야 하는 수준이었기에 다른 쪽에 신경을 써 보았다.
우리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 뿐만 아니라 도시 순찰대와 경비대의 시선과 행동에 좀 더 많은 집중을 기울이며 도착한 모험가 길드는, 그 크기에 어울리지 않는 참으로 삭막한 공기만이 흐르고 있었다.
“와, 여기에 이렇게 사람 없는 꼴은 또 처음 보네.”
상당히 어이가 없었는지 평소에 먼저 말하는 일이 없는 칼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쿤즈는 이번에도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
“마구간은 따로 준비되어 있으니 저희가 옮겨 두도록 하겠습니다. 보시다시피… 한적하거든요.”
무려 마구간까지 따로 준비하고 있을 만큼 큰 도시의 모험가 길드가 휴일이라도 맞이한 것처럼 텅 비어 있는 모습은 여러모로 인상 깊다고 할 만한 광경이었다. 쿤즈의 손짓을 보고 다가온 마구간 관리인에게 말들을 맡기면서 세네란이 물었다.
“도시에 모험가가 아예 없는 건 아닐 텐데?”
“그들을 거부하지 않는 곳에서 몸을 사리고 있죠. 지금 도시에서 활짝 웃고 다닐 수 있는 건 여관주인들과 양조업자들 정도일 겁니다.”
허어, 우리 숙소는 잡을 수 있을까. 아까 경비병이 알려주려고 했을 때 얌전히 들어야 했던 거 아닐까?
불신의 눈초리로 센을 바라보자 놀랍게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꽂힌 상태였다.
“아, 아니! 나만 믿으라니까요! 나 키쿠이델 센이예요! 여기 토박이라니까!”
그러면서도 당장 뛰쳐나가 빈방이 있는 여관부터 찾아볼 기세인 센을 붙잡은 것은 쿤즈였다.
“하하,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모두가 이 상황 속에서 도시에 남은 건 아니니까요. 사태가 정리될 때까지 도시를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모험가를 들이지 않고 내부 수색에 집중하고 있다길래 아직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도시에 남아 있어 찾아내려는 거라고 여겼는데, 정작 도시 밖으로 나가는 건 내버려 둔다고? 이게 대체 뭔 개짓거리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며 뒤를 돌아보니 대부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의문 어린 시선을 교환하기 바빴다.
그 사이에서 아실리에가 조용히 검지 손가락을 들어 올려 자신의 입을 막았다.
쉿.
흐으음. 그럼 조용히 있어야지.
열심히 귀를 까딱거리고 있는 아실리에를 뒤로하며 난 쿤즈와의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그나저나 방금 말에 실린 물건들 대부분을 팔 생각인데, 저희들이 따로 밖에 돌아다니는 것으로 문제가 생길까요?”
당장 들어오는 것만 문제인 게 아닐 테니 도시에 머무는 모험가들도 여관 밖으로 벗어나지 않으려 하는 거겠지. 아니나 다를까 쿤즈는 거의 즉답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말했다.
“솔직히… 좀 많이 번거로우실 겁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이번에 일어난 사건은 살인과 약탈이었으니까요. 여러분의 전리품이 밖에서 왔다는 것을 증명할 만한 길드의 표식은 제공해드릴 수 있으나 그 전리품들의 출처까지 장담해드릴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혹여 우리가 밖에서 멀쩡한 모험가나 민가를 약탈해서 장물을 들여 왔을 경우, 멀쩡한 전리품이라고 보증을 서주는 순간 길드는 막대한 손해를 입을 수 있으니까 지극히 당연한 처사였다.
평소라면 아무 문제 없었겠지만 반감을 가진 상인들이 가격을 후려치든 신고를 하든 우리를 귀찮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여기고 나름 경고해주는 거겠지. 그게 정말 악감정에서 비롯된 반감인지 아니면 이윤의 극대화를 위한 연기인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센은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며 내게 호언장담했다.
“뭐 그건 저희가 어떻게든 해 보겠습니다 엘드미아 님! 아, 쿤즈! 우리 의뢰부터 보고 좀 하고 싶은데 자리 좀 마련해주겠어?”
“물론이죠 센 님. 엘드미아 님과 다른 일행분들도 같이 움직이시는 건가요?”
“아니. 그건 우리끼리 처리한 일이니까. 번거롭게 다 같이 들어갈 필요는 없지.”
그럼 저희 볼일 좀 보고 오겠습니다! 라며 과장되게 활발한 태도를 보인 센과 그녀의 파티가 쿤즈와 함께 2층으로 사라지는 것을 끝까지 지켜본 가엔달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센 양이 자리를 만들어 준 틈에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을 거 같군. 어떻게 생각 하나?”
무슨 소리냐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고민을 위한 짧은 적막을 먼저 깬 것은 렐리에였다.
“순서대로 생각한다 치더라도 한두 개가 아니네요. 뭐부터 이야기해야 하죠? 사건?”
“확실히 큰 줄기이긴 하네만, 그건 당장 우리가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보이는구먼. 엘드미아, 자네 생각은 어떤가?”
“저도 긴 씨랑 같은 의견입니다. 딱히 저희가 개입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 자리에서 급하게 논하며 파악할 필요도 없죠.”
의뢰를 받은 것도 아니고, 엮인 것도 아니다. 우리는 그저 물건 팔고 좀 쉬다가 떠나면 그만인 길손에 불과하다.
“그럼 도시와 길드의 대치 상황은? 이것도 비슷하려나?”
“그건 어느 쪽이 주도권을 쥐고 있든 아무래도 상관없을 거 같아. 결국 우리가 신경 써야 하는 건 경비대니까. 사실 그걸 신경 쓰기도 전에 전리품 처분이 끝나서 이곳을 떠날 수 있는 게 최선이겠지만.”
예카트리나의 질문에 즉답한 세네란이었으나, 우리 모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대답에 동조했다. 그 끄덕임에 이어 귀를 까딱이는 걸 멈춘 아실리에가 마치 발언권을 얻으려는 듯 손을 살짝 들어 올리며 입을열었다.
“지금 가장 우려하고 조심해야 하는 건 ‘사건’의 진행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아실리에가 꺼낸 주제는 아까 우리가 말없이 공유한 의문에 관한 것이었다.
“들어오는 걸 막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전 아직 습격자들이 내부에 숨어 있어서 봉쇄령을 내린 뒤 범인을 찾는 과정에 있다고 여겼어요.”
이번에도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그랬다. 쿤즈의 말을 듣기 전까지.
“하지만 저 쿤즈라는 친구는 나가는걸 막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지.”
어김없이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입을 연 긴 씨가 잠깐의 텀을 두고 말을 이었다.
“내 보기에 저들은 이미 범인이 누구이며 어디에 있는지까지 파악했거나, 완벽하게 용의자를 정리해 놓았을 것 같네.”
“혹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수도 있고 말이죠.”
가엔달이 덧붙인 사족까지 포함해서, 이번에도 모두가 동의했다.
“안 잡는 걸까, 못 잡는 걸까?”
세네란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상당히 심각한 차이였으나 둘 중 뭐가 됐든 지랄같다는 것만큼은 똑같았다.
“슬프지만 뭐가 됐든 간에 저희에게 그다지 유익하지는 않네요.”
그 점을 정확하게 캐치한 렐리에가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안 잡는다면, 두 집단 중 어딘가 하나는 습격자란 새끼들이랑 연이 있어서 뒷배를 봐주고 있다는 소리가 될 수 있다.
못 잡는다면, 두 집단이 무능해서 이번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해결조차 못한다는 소리가 될 수 있다.
전자라면 어떻게든 동업자를 안전하게 빼내기 위해 지랄을 하는 중일 것이고, 후자라면 어떻게든 놈들을 처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물색 중일 것이다. 혹은 안 잡는 놈, 못 잡는 놈으로 갈라져서 두 가지 상황이 동시에 터지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다른 도시 길드장을 팔아먹으면서까지 기어이 도시에 진입한 모험가들이라…
누가 어떤 목적을 지녔든 간에 지들 좆대로 이용해먹기 좋다고 여길 가능성이 매우 농후해 보였다.
그런 좆 같은 상황에 엮이고 싶지 않은 나는 단호한 어조로 주장했다.
“센이 내려오면 일단 숙소부터 잡은 뒤 최대한 빠르게 전리품부터 처분하고 튀죠.”
그나마 다행인 점을 꼽자면, 그 누구도 이 귀찮은 일에 솔선수범하여 엮이고자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 혼란스러운 도시 속에서 의견을 같이하는 사람이 여섯 명이나 있다는 사실에 큰 위안을 느끼며 센이 돌아오길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