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350)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350화(350/599)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야만인이로군. 제국이 놈의 배후에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야.”
대행자 오즈월은 쉬이 멈추지 않는 코피를 닦아내며 이를 갈았다. 기껏 잘 갖춰 입은 옷이 가슴팍까지 피투성이가 된 것도 짜증 났고, 자신과 뒤에서 따라오는 귀 사냥꾼을 보고 인파들이 눈치를 보는 것조차 짜증 났다. 말이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코가 욱신거려 숨 쉬는 것조차 고통스럽다.
귀 사냥꾼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애당초 그런 계약이었고, 이번에도 목표를 확실히 할 겸 적에게 무력함과 공포를 심어 주는 것이 목적이었으니까.
하지만 이게 또 직접 얻어맞고 나니 느낌이 달랐다.
이런 몰상식한 행동을 한 엘드미아의 잘못이긴 하지만 그걸 보고 낄낄거린 귀 사냥꾼 역시 좋은 시선으로 보기 힘들었다. 심지어 엘드미아는 연기인지 자신의 말을 거짓이라 여긴 건지 그도 아니면 정말 미친 건지 겁을 먹기는커녕 당당하기 그지없었다.
결국 원하는 결과는 얻지 못하고 맞기만 한 꼴이다. 억울할 수밖에.
그래도 곧 있으면 죽을 놈이었다. 오즈월은 심호흡을 몇 번 한 뒤 귀 사냥꾼에게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뭘?”
돌아오는 반말이 거슬렸지만 제 주인에게도 반말을 내뱉은 건방진 놈이었기에 무시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놈의 오만함 뒤에는 그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한 실력이 있었다.
주인을 섬기는 기사 셋 하고도 여유롭게 맞붙던 놈이다. 엘프 사냥꾼이 아니면 어디서 유명한 기사가 되었을 게 분명한 놈에게 시선을 돌리며 오즈월은 말을 이었다.
“자네 정도의 실력자라면 보기만 해도 알 거 아닌가. 놈의 실력은 어땠나?”
“병신이던데.”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하는 귀 사냥꾼는 웃음기 없는 얼굴로 기억을 되새기며 설명을 덧붙였다.
“몸은 꽤 열심히 만든 게 맞아. 솔직히 그것만 놓고 보면 병신이라는 평가는 좀 박할 수 있지. 하지만 오러가 좆도 없어. 그러니 다른 오러 유저들의 실력을 알아볼 수 없고, 제 수준을 파악하지 못 하는 거지. 켈바스트에서는 기사 한 명을 도끼를 휘둘러 반으로 쪼갰다고 했나? 과장된 소문이거나 무기가 특별할 가능성이 높겠네.”
아니면 기사가 상병신이었다던가. 작게 웃으며 말을 맺는 귀 사냥꾼은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용병들도 같이 갔던 감시자의 가슴팍에 갑자기 도끼가 박혔다고도 했었지.”
“허, 뒤베르크라는 기사의 무기라고만 들었는데 굉장한 아티팩트였나보네. 그런 걸 주웠으면 충분히 기고만장해질 수밖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비웃는 귀 사냥꾼이었다. 한 켠으로는 그 자리에서 모욕당한 걸 가슴에 담아두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그 정도밖에 안 되는 놈이었으면 죽어도 진즉에 죽었을 것이기에 그냥 믿기로 했다.
“그런데 오러가 거의 안 느껴진다고?”
“어. 이제야 겨우 오러에 눈 뜬 수준?”
“…제국에서 용사를 대련으로 이겼다는 풍문이 있던데.”
“용사? 그 애새끼? 그런 놈은 다섯 명이 와도 이길 수 있어. 별거 아니야.”
“용사를 본 적 있나?”
“있지.”
너무나도 덤덤하게 대답해서 놀란 눈으로 바라보니 귀 사냥꾼이 유쾌하게 웃었다.
“그 새끼 옆에 엘프계집 하나 붙어 있거든. 그 년 때문에 잠깐 엮인 적 있어. 2년정도 됐나? 제국의 병력이 붙어서 방치한 거지, 그 보모들 없이 걔들만 왔었다면 지금쯤 신께서 많이 곤란하셨을 거야. 용사 다시 뽑아야 했을 테니까.”
심히 불경한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며 관문을 통과하는 귀 사냥꾼을 보며 오즈월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부디 저 경박한 언동 때문에 주인께 문제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라는 마음을 담아.
귀 사냥꾼이 자리 잡은 야영지는 도시와 그렇게 많이 떨어져 있지 않았다. 원래부터 엘프를 사냥하기 위해 장비가 출중한 귀 사냥꾼 집단이었지만 지금은 주인의 지원까지 받아 어지간한 군대 뺨치는 수준의 장비들 차고 다니는 이들이 귀 사냥꾼을 보자마자 반갑게 맞이했다.
“돌아오셨습니까 대장. 어땠습니까?”
“개병신이야. 덕분에 엘프 일곱 마리를 꽁으로 먹는군.”
“여자도 있습니까?”
보통 그런 질문은 성욕에 휘둘린 추악한 것이었지만 귀 사냥꾼이 부하들 사이에서는 의미가 달랐다.
“세 마리 있더라.”
“크으, 돈 좀 만지겠는데요.”
여자 엘프는 남자 엘프보다 배는 비싸다. 그들은 그런 엘프를 한번 품어 쓸모없는 만족감을 채우는 것보다 엘프를 팔아다 번 돈으로 창관을 대절해 왕처럼 지내는 걸 선호했다.
“워낙 겁대가리를 상실한 놈이라서 도망칠 거 같진 않은데, 혹시 모르니까 정찰 좀 보내야겠다. 신호탄 챙겨서 3인 1조 추격대 둘만 편성해라.”
“에엑… 그 비싼 걸?”
“우리 돈 많은 의뢰주께 청구하면 되잖아. 놓치는 것보다는 그게 낫지. 빨리 움직여.”
애초에 돈이 좋아서 위험을 선택한 이들이었기에, 귀 사냥꾼들의 부하들은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더니 순식간에 조를 짜서 오즈월과 귀 사냥꾼이 왔던 길을 따라 달려 나갔다. 분명 사전에 준비된 게 아니었음에도 순식간에 야영 장비까지 챙기고 움직이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직접 보는 건 처음이라 몰랐는데… 군대가 따로 없군.”
“군대라니. 말이 심하시네. 그 새끼들은 야영지 내에서 쉴 수라도 있지, 숲에 한 번 들어가면 두 발로 걸어나올 때까지 지옥이라고.”
본격적으로 정령의 도움을 받는 엘프들의 기습은 끔찍하다는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그것도 결국 실력 차이가 있지만 숙련된 엘프는 눈앞에서 목을 따고 순식간에 야영지 밖으로 날아가 저격을 시도하는 짓을 반복하기도 한다.
“괜히 엘프 년 하나한테 삼 형제 목이 따인 게 아니라니까.”
진짜 형제는 아니었지만, 뭐 덕분에 경쟁자가 줄어 돈 벌기는 편해졌지. 한 차례 웃으며 아까의 불쾌감을 씻어낸 귀 사냥꾼은 부하에게 말을 넘긴 뒤 눈을 녹인 물로 가볍게 몸을 씻었다. 하나 같이 숲에서 엘프들을 상대하다 보니 생긴 습관이었다.
“그… 자네 부하들의 실력은 어떻게 되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은데.”
“죄다 오러는 쓰지. 그냥 유저로 끝나는지, 익스퍼트로 칠 수 있는지는 나도 모르겠네? 나보다는 약해서. 그래도 한 다섯 명 정도는 숲에서 사냥할 때 제대로 구실을 하는 편이지.”
“부, 부하가 스무 명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만한 인원이 전부 오러를 쓴다고? 상식이 파괴되는 답변에 질겁을 하며 되물어보는 오즈월을 보며 귀 사냥꾼이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맞아. 많지?”
그도 자신이 데리고 있는 병력이 어떤 수준인지 잘 알았다. 어지간한 영주들조차 침을 흘리며 탐낼 인재들이지. 하지만 그 누구도 엘프 파는 것보다 좋은 몸값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세상이 넓다는 거에 항상 감사하고 산다니까. 엘프를 원하는 돈 많은 사람들은 많고, 엘프도 많으니 돈 벌기가 참 편해.”
물기를 닦아내며 기분 좋게 기지개를 켠 귀 사냥꾼은 벌벌 떠는 오즈월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준 뒤 자리를 피해 자신의 천막으로 향했다.
일찍 자야하니 와인 한 잔만 하고 자야겠군. 그런 생각을 하며 무심코 하늘을 바라본 귀 사냥꾼이 눈썹이 묘하게 휘었다.
“…저게 왜 벌써 날아와?”
신호탄이었다. 이제 막 떠났으니 도시 냄새도 못 맡고 있을 텐데?
혹시나 싶어 심각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으나 신호는 그 한 발로 끝이었고, 그제서야 긴장을 푼 귀 사냥꾼은 한숨을 내쉬었다.
“쓰읍, 또 오발인가 보군.”
마도구에 속하는 신호탄은 굉장히 비싸다. 귀 사냥꾼이 비품으로 쓸 수 있는 이유는 신호탄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량을 상대적으로 싼값에 챙기는 거래처가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불량이었기에 원래대로라면 발동 안 되는 미세한 충격에 멋대로 쏘아올려지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그래서 귀 사냥꾼은 신호를 보낼 경우 반드시 두 개 연속으로 쏘라고 가르쳤다. 비록 불량이라 하더라도 두 발 연속으로 불량이 날 가능성은 적으니까. 그리고 그 판단 덕에 지금까지 무사히 엘프들을 잡으며 살아왔다.
“대장! 방금 그거 오발 같은데, 혹시 모르니까 확인해 볼까요?”
“됐다. 목표의 실력으로는 쟤들이 두 발 쏘기 전에 처리 못해. 숲도, 말도 없는 상황인데 엘프들이 벌써 여기까지 왔을 리도 없고. 일 봐라.”
“알…”
성실한 부하가 확실하게 명령을 받고 돌아가려는 순간 그의 왼쪽 눈이 폭발했다.
‘화살?!’
엄청난 속도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투사체의 정체를 파악할 겨를도 없이 몸을 뒤틀어 가까스로 피한 귀 사냥꾼의 입이 본능적으로 외쳤다.
“습격이다!!”
대체 어떻게? 누가? 오만가지 의문이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갔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방금 전 부하의 머리를 뚫어 버린 투사체였다.
그대로 반대편으로 날아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급선회를 하며 날아왔던 방향으로 돌아가는 투사체의 모습에 귀 사냥꾼은 불길함이 엄습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In a little cafe just the other side of the border.”
아직 어둠이 다 내리지도 않은 도시를 등진 채, 야영지의 끝자락에 있으면 안 될 놈의 모습이 나타났다.
조금도 서두르는 기색 없이, 정체불명의 노래까지 부르며 느긋하게 걸어오는 놈이 주변으로 투사체가 되돌아갔다.
“And I knew, yes I knew I should leave When I heard her say, yeah.”
“대체…”
뭔 노래인지 몰라도 묘하게 잘 부르는 게 짜증 났다.
방금 있었던 기습을 직접 목격한 그와 달리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부하들이 놈을 향해 주저없이 달려든다.
이미 엘프 사냥으로 단련될 만큼 단련된 부하들은 별도의 명령없이도 알아서 잘 움직였다. 평소라면 뿌듯하게 바라봤을 광경이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안 돼! 그 새끼 주변…!”
“Come a little bit closer You’re my kind of man.”
방금 그 투사체의 위력을 본 귀 사냥꾼이 막을 틈도 없이 부하 셋이 실 끊긴 인형처럼 쓰러졌다. 방금 오즈월에게 말했던 실력 좋은 부하 다섯만이 그 정체불명의 공격을 튕겨 내고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을 본 놈이 의외라는 표정과 함께 어깨에 걸치고 있던 도끼를 고쳐 쥐며 노래를 멈추더니 옅은 미소와 함께 말했다.
“Surprise, Motherfucker.”
그리 크지는 않으나 순식간에 정적이 내려앉은 야영지에서는 너무나도 잘 들리는 의미불명의 한마디를 신호 삼아, 귀 사냥꾼과 다섯 명의 부하들의 몸이 엘드미아를 향해 쏘아졌다.
동시에 귀 사냥꾼의 눈앞에 갑자기 바늘을 닮은 투사체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