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411)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411화(411/599)
내성에서 날아오른 비룡은 우리 쪽으로 방향을 잡는 듯 하다가 어둑어둑한 하늘의 구름 위로 사라졌다.
“한 마리는 마족들의 영토로 날아가는 거 같았는데… 나머지 하나는 어디로 가려던 거지?”
“혼란을 주려던 거 아닐까?”
“공격하는 척 하면서 마법사들의 분산을 노린 건가? 놈들의 비룡 수준이면 충분히 그럴 법도 한데…”
심각하게 굳은 채 고민하면서도 조금씩 진정하고 숟가락을 놀리는 기사들과 달리 난 불길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분명 이쪽을 노리고 날던 놈이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그게 평범한 인간이라면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 있겠지만 상대는 나처럼 마력 응용이 가능한 마족이다.
겨우 두 마리 남은 비룡 중 한 마리를 파발마 대용으로 쓰기 위해 후방로 날렸으면서, 나머지 하나는 고작 외성에 침입한 마법사들에게 어중간한 혼란을 주기 위해 잠깐 움직이고 말았다고?
나였다면 후방 교란을 노리고 지휘부를 쳤을 거다.
“왜 그러십니까 에가 경?”
“저였으면 저대로 구름에 모습을 가린 채 이동해서 지휘소를 습격했을 겁니다.”
그 가정을 가감 없이 입에 담자 모두의 시선이 다시금 내게 쏠렸다.
하지만 그게 뭔 헛소리냐는 듯한 반응은 없었다. 하나같이 진중하고 진지한 얼굴을 한 채 귀를 기울이는 것에 가깝다.
“인족이라면, 많아봤자 두 명밖에 못 태우는 비룡으로 무슨 습격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상대는 마족이잖습니까.”
“…타당한 의견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으레 그랬듯 본대가 합류해서 협공을 펼칠 수 있는데 그렇게까지 무리하게 움직일 이유가 있을까요? 물론 에가 경 덕분에 외성을 순식간에 돌파하여 저희가 매우 유리한 입장인 것 맞습니다만.”
그 습격을 성공 시키기 위해서는 그만한 실력자를 투입해야 할 텐데, 마왕군이 굳이 그렇게 위험한 도박을 할 이유가 있을까라는 질문. 일반적이라면 그녀의 의문과 반박이 정론이었겠지만 내가 보기에 지금은 특이 케이스에 가까웠다.
“이번엔 다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가 뭔지 알 수 있을까요?”
“제가 있으니까요.”
존나 자뻑에 심취한 헛소리같은 말을 입에 담아야 한다는 게 참 슬펐지만 사실이다. 나는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이상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빠르게 사족을 덧붙였다.
“제가 마왕군에게 큼직하게 질러 놓은 일이 좀 있습니다. 그 탓에 이티스엘에 침투한 특수 부대원조차 절 죽이거나 생포하려고 하더군요. 만약 그 명령의 우선순위가 높다면…”
“…에가 경이 모습을 드러낸 지금을 기회라 여기고 달려들 수 있다는 말씀이로군요.”
그래, 미친 소리처럼 들리겠지. 자의식 과잉도 이 정도면 병이라고 생각하지만 슬프게도 현실인데 어쩌냐.
당연히 되도 않는 소리 말라는 의견정도는 나올 것을 감안하고 내뱉은 말이었으나 돌아온 반응은 생각보다 멀쩡했다.
“…방심하다가 뒤통수 처맞는 것보단 귀찮은 게 낫지?”
“저희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기사들과 란제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다. 그 평온한 결단에 오히려 내가 벙찐 틈을 타 란제가 입가에 남은 스튜를 할짝이며 말했다.
“일단 서둘러 장비부터 찬 뒤 지휘부에도 전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나의 동행을 요구하려던 그녀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비룡 발견! 다시 나타났습니다!”
내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예의 하늘을 주시하던 기사 중 한 명이 목청 껏 소리쳤기 때문에.
“빌어먹을! 전원 산개! 방어구부터 챙겨라! 그리고 아무나 달려가서 남아있는 마도 부대를 불러!”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하늘에 깔린 먹구름을 마치 한 자루의 창처럼 꿰뚫으며 모습을 드러낸 비룡은 그 짧은 시간 안에 내성부터 우리가 있는 지휘소까지의 거리를 반 가까이 줄인 상태였다.
당연히 진군한 아군의 포위망은 아득히 뛰어넘은 상황. 남은 거리가 순식간에 줄어드는 일만 남았다는 걸 이해한 이들의 행동은 재빨랐다.
“비룡 1기 접근 중! 최소 백인장 급으로 여기고 실력이 부족한 병력은 전부 피해! 어떤 놈이 다가오는 건지 알 수 없다! 지휘부에도 알려!”
제대로 반응도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소리 높여 명령 중인 란제를 뒤로한 채, 나는 시시각각 커져가는 비룡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단순히 경계하는 걸 떠나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저건 또 뭐 하는 괴물 새끼야…?”
이만한 거리가 있는데 놈의 마력이 느껴졌다.
마력시 뿐만 아니라 온몸에 와닿을 정도로 강력한 마력에 식은땀이 난다. 마족놈들은 맨날 저딴 걸 곁에서 보고 사는 건가? 강한 놈이 상급자가 되는 구조가 된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한데?
다른 건 몰라도 지금까지 만났던 놈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마족임이 분명하다.
그나마 떠오르는 것은 제국 아카데미에서 에스뮈에를 지키려고 움직인 내 앞에 느닷없이 모습을 드러냈던 마족. 미처 눈으로 쫓지 못했던, 하지만 제국의 중심이었기에 운 좋게도 내가 상대할 일은 없었던 그 마족은 분명 당시에 내 수준을 넘어선 강자였으나…
“저걸 지금 상대해야 한다고?”
저새낀 그보다 더했다. 진짜 존나 너무할 정도로.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려는 찰나 비룡의 머리 위에서 무언가가 반짝였고, 나는 본능적으로 그게 공격이라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
“모두 피해!!”
순간 멀쩡히 하늘을 날던 비룡이 크게 휘청거리며 반짝임이 사라졌다.
강렬한 위기감 속에서 바짝 조여든 신경을 총 동원해서 파악한 것은 한 자루의 투창. 그게 창이라는 걸 인지한 순간 전력을 다해 옆으로 몸을 날리자 방금 전까지 내가 서 있던 곳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콰아아앙!!
“습격이다! 비상! 비상!!”
충격에 제대로 된 낙법조차 취하지 못하고 구르면서, 내가 서있던 자리에 뜬금없이 솟아난 것 같은 창에 시선을 고정했다.
멀쩡하다.
지금 일어난 폭발이 창에 부여된 마법이나 뭐 그런 게 아니라 단순한 물리력만으로 이뤄진 거라는 걸 증명하기라도 하려는 듯, 지름 2미터는 될 법한 구덩이를 만들어 낸 창은 아주 멀쩡하기 그지없었다. 식탁이 박살 나고 의자가 날아가고, 일대가 엉망이 되었지만 거기까지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창으로 저격을 하는 미친놈이 아직도 나를 노리고 있었으니까.
“에가 경!”
미처 대비하지 못해 저 멀리 튕겨 날아간 란제의 외침보다도 내가 하늘에 있는 비룡으로 시선을 돌리는 게 더 빨랐다. 마침 제대로 갈피를 못잡고 있는 비룡의 위에서 또 한 번 빛이 번쩍이는 중이었다.
“하여간 좆 같은 세상이야.”
있는대로 끌어모아 몸에 두른 마력으로 강화된 신체의 감각이 더더욱 예민해지며 묘한 괴리감을 자아냈으나, 어쨌든 그로인해 이번에는 날아오는 투창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덕분에 감탄할 일만 더 생겼다. 놈은 단순히 날 맞추는 게 아니라 아주 정확하게 내 머리를 노리고 창을 던진 거였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안 놀랄 수가 있나.
그 사실을 인지함과 동시에 투구가 튀어나와 시야를 가렸지만 저거에 맞으면 투구는 멀쩡해도 내 목뼈가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기에 난 앞으로 살짝 튀어 나가며 날아오는 창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극도로 긴장하면 세상이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다라는 거, 전생에서는 다 개소리라고 여기고 살았지만 여기서는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지금까지는 그 감각 속에서 그나마 내가 가장 빠르게 움직였는데 이번만큼은 아니었다. 저 미친놈이 던진 투창은 거북이들의 세상 속에서 홀로 미끄럼틀이라도 타고 내려오는 것처럼 빨랐다.
그래도 눈으로 쫓고, 예측하고, 대비할 수준은 되었기에 난 놈이 던진 투창을 움켜쥘 수 있었다.
-콰드득!
“크흡!”
주마등처럼 아카데미 지하에서 짭룡이 휘둘렀던 꼬리에 처맞았던 순간이 스쳐 지나갔다.
관절이, 어깨가, 근육이 이대로 작살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큰 충격 속에서 기억을 되짚은 내 안에 퍼진 감상은 그래도 그때보단 낫다는 거였다.
“던지는 건…!”
억지로 버티는 걸로는 한계가 있기에 그냥 아예 방향을 틀어 한바퀴 회전하고 나서야 투창의 힘이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확신했다. 제국에 있었을 당시라면 이렇게 붙잡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어처구니없지만 강해지고 있다는 자각이 없었던 최근의 일상과 달리, 조금씩이나마 발전하고 있는 게 맞는 듯하다.
그러니… 이젠 공격도 먹히는지 볼 차례였다.
“…나도 할 수 있어 이 새끼야!!”
수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한계치까지 가동시키느라 삐그덕거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마력 기관을 통해 온몸의 마력이 폭발하듯 휘몰아친다. 동시에 신체 능력뿐만 아니라 감각도 한 단계 더 날카로워지며 아직 멀리 있다고 여겼던 비룡의 모습이 더욱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뭔가 평범한 염소 뿔을 단 놈 하나와 굵직한 물소 뿔 같은 걸 단 놈 하나. 투창이 잔뜩 든 가방을 든 걸 보아하니 저 물소 뿔이 범인이었다.
갑작스러운 감각의 변화에 당황하거나 놀랄 틈은 없었기에, 일단 고쳐 쥔 투창부터 놈을 향해 집어 던졌다.
잔뜩 팽창한 어깨 근육 위에서 갑옷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는 차라리 양반이었다. 내가 던지고도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굉음을 자아내며 내 손을 벗어난 투창은 땅에 내리꽂힐 때처럼 순식간에 하늘로 쏘아졌다.
최근 도끼를 던지느라 투척에는 나름 자신이 있었지만 저만한 거리를 맞출 자신까지는 없었는데, 다행스럽게도 투창은 아주 정확하게 내가 노리고 있던 물소 뿔에게로 날아갔다.
놈들 역시 멀뚱히 공중에 서서 원거리 포격만 노리는 게 아니라 꾸준히 거리를 좁히고 있었던 탓인지 그 공격에 대한 반응은 조금 늦은 편이었다. 표정까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놈들의 움직임이 갑작스럽게 틀어진 건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유효타를 내지는 못했다. 물소 뿔이 들고 있던 투창 가방을 희생시켜가며 내 공격을 막아 낸 것이다.
어차피 한 방에 골로 보내는 건 기대도 안 했다. 놈이 던진 투창을 잡은 것도, 그걸로 다시 놈을 노린 것도 너무나도 압도적인 것처럼 느껴지는 힘 앞에서 내가 하는 짓거리가 어디까지 통하나 보고 싶었던 거에 불과했으니.
이 정도면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칭찬해줄 만한 수준은 됐다. 나는 투창이 손에서 떠나자마자 땅에 박혀 있던 투창을 뽑아 들어 재조준에 들어갔다.
“그러니 이젠 땅에 내려와서 이야기 하자고.”
두번째라서 그럴까, 방금 전보다 훨씬 더 깔끔하게 던져졌다는 확신 속에서 다시 한 번 투창이 하늘로 쏘아진다.
이번 목표는 놈이 타고 있는 비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