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415)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415화(415/599)
[415화] 출정란제는 장담할 수 있었다.
전장에서 별의별 미친 경우는 질리도록 봐 왔지만 이건 그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미친 경우라고.
딱 봐도 범상치 않은 위력을 지닌 투창이 머리를 꿰뚫었다고 여겼는데 갑자기 투구를 쓰고 있는 것도, 성벽에 도달하자마자 저 혼자 계단이라도 있는 것처럼 대각선으로 성벽을 뛰어오르는 것도 충분히 머리가 못 따라갔지만 최고조는 그 다음이었다.
“우, 우측 성벽의 주문 간섭이 약화됐습니다!”
“뚫어!!”
마법사들의 고함 소리를 듣고 판단하는 것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란제는 강한 확신 속에서 외쳤다.
“똥강아지 새끼들아!! 좆 박을 시간이다!!”
이건 무조건 뚫을 수 있다. 그간 전장에서 쌓아온 직감이 부르짖었다. 대대장이 앞서 나가며 명령하자 다른 병사들처럼 자신들이 보고 있는 광경을 믿지 못해 얼이 빠져 있던 공성추 부대원들도 반사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성벽 한 켠에 폭격이 쏟아졌지만 거기에 엘드미아가 휘말려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도무지 믿기 힘든 일도 세 번 이어지면 뇌가 따라가길 포기하는 법이다. 그들은 엘드미아가 성벽에 오르자마자 적들의 주문 간섭이 끊긴 걸 우연이라고 여기는 대신 그의 계획이라 여겼고, 계획을 짠 인간이 멍청하게 휘말려 죽을 리가 없다는 믿음을 가졌다.
그리고 그건 엘드미아에게 싸대기를 맞은 레이널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그는 공성추 부대가 전장의 반을 가로지르는 그 순간까지 아무런 견제도 들어오지 않는 걸 보고는 주저 없이 말에 올라탔다.
“이건 무조건 뚫린다! 2연대 돌격 준비! 돌격 준비이이!!”
그런 레이널의 반응까지는 알지 못했지만, 란제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도 전장이 요동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었다.
분위기나 그런 걸 떠나서 물리적으로 대지가 울리고 있었으니 모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뒤를 바짝 쫓아오는 공성추를 한 번 흘겨본 뒤 거대한 둔기를 지지대 삼아 펄쩍 뛰어 그 위에 올라탔다.
“제기랄!”
“안 그래도 무겁고 힘든데 꼭 이러셔야합니까!?”
들고 뛰는 이를 조금도 배려하지 않은 착지에 앓는 소리가 나왔지만 란제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괘씸하게 여겼다. 단순히 분위기에 취해 공성추에 올라탄 게 아니었으니.
“불만 있는 놈은 말해라! 다음부터 공성추가 터지자마자 돌격하는 영광스러운 선봉의 자리를 맡겠다는 굳은 의지라고 받아들…”
“대대장님이 올라타시니 오히려 힘이 납니다!”
“달려 씨발!”
하여간 좆 같은 똥강아지 새끼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헛웃음을 터트린 란제는 바짝 가까워진 성문과 그럼에도 열리지 않는 쪽문을 바라보며 호쾌하게 웃었다.
“일격에 2차 성문까지 못날리면 알아서 해라!”
“그건 공성추에 달린 마도구에게 말씀하십쇼!”
그 외침을 신호탄 삼아 스무 명의 기사들은 어깨에 짊어지고 있던 공성추를 동시에 들어 올렸다. 엘드미아가 봤다면 칼 군무가 따로 없다며 박수를 쳤을 만큼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움직인 그들은 거리 가늠이 끝남과 동시에 온 힘을 다해 공성추를 휘둘렀다.
그리고 크게 반원을 그리는 시계 추처럼 휘둘러진 공성추가 바닥을 긁고, 2차 목재 성문에 부딪쳐 파편을 튀기고, 이내 철문에 막혀 묵직한 반동이 느껴진 순간 온 힘을 다해 공성추를 밀어붙이며 몸을 고정했다.
공성추 끝에 달린 마도구가 일으키는 폭발을 견디지 못하고 뒤로 날아가지 않기 위해.
-콰아아앙!
굉음과 불꽃과 비산하는 성문 파편 속에서, 란제는 철장으로 된 성문이 크게 우그러지며 꺾이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일말의 주저도 없이 공성추 끝을 향해 달려 나갔다.
공성추에서 피어오르는 자욱한 연기와 후끈한 열기를 신경 쓸 틈은 없었다. 그녀는 이번에도 공성추 끄트머리에서 둔기를 지지대 삼아 크게 도약했고, 즉시 자신이 노려야 하는 적이 누구인지 파악했다. 다른 때였으면 어떤 놈이 강한 놈인지 따져야 해서 조금 시간이 걸렸겠지만 이번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성벽의 파편으로 보이는 거대한 바위 하나를 낀 채 엘드미아와 대치하고 있던 놈이 딱 봐도 제일 강했기에.
“개 같은 은수리 여단 만세!!”
경악과 허무함이 가득한 시선으로 올려다보는 반쪽짜리 뿔을 지닌 마족의 머리 위로 그녀의 둔기가 휘둘러졌다.
◈
씨발 세상에. 역시 기습은 존나 옳다.
무슨 대포라도 쏜 것처럼 공성추가 터지며 성문이 작살나고, 매캐한 연기가 솟아나기가 무섭게 갑자기 뛰쳐나온 란제가 휘두른 둔기는 정확하게 반쪽이의 정수리를 내려찍었다.
수준급의 오러를 지닌 기사가 기교따위 다 내던지고 전력으로 휘두른 둔기는 그 거대한 크기가 무색하게 더럽게 빨랐다. 옆에서 봐도 이 정도인데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지.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수준의 결과물이 머리가 있던 곳을 대체하게 되어 버린 반쪽이의 몸뚱이가 허망하게 쓰러지는 것과 동시에 마왕군들 사이에 공포와 혼란이 퍼졌다. 거기에 공성추를 타고 넘어온 스무 명의 기사들이 일대를 정리하기 시작하니, 칼질 몇 번 하는 것만으로 굉장히 허무하게 도망치는 놈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외성에 있는 적들은 거점 방어 병력으로 확인! 위험도 중하! 일반 보병 투입 가능!”
“일반 보병 투입 가능! 신호 보내겠습니다!”
그 속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기사들은 과연 전선의 베테랑들이었다. 대체 어떤 싸움을 해왔던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들의 행동은 군인보다는 현대의 특수 부대원에 가깝지 않나 싶을 정도였다.
“위험도를 구분짓습니까?”
빠르게 정리되는 주변과 터져 나가는 성벽 위의 적들을 배경 삼아 굉장히 위풍당당하게 걸어오는 란제에게 물어보니, 덤덤히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해주었다.
“마왕군은 그런 면에서 철저하거든요. 주력으로 움직이는 공격 병력과 방어 병력의 격차가 꽤 크기 때문에 미리 알리지 않으면 병사들이 개죽음 당합니다. 당장 지금도… 제기랄, 비룡 발견! 비룡 발견! 적기 스물! 엄폐해라!”
무심하게 주변을 둘러보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던 란제가 내 뒤쪽 하늘을 바라보며 외쳤다. 순식간에 산개하면서 일부는 건물들 사이로, 일부는 대담하게도 죽은 적의 시체를 들어 올림으로써 경계하는 모습에 감탄하며 고개를 돌리니 저 멀리 내성 근처에서부터 날아오는 스물 가량의 비룡들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높이 날아오르고 있던 놈들이 점차 고도를 낮추는 꼴이 아무래도 본대를 치려다가 계획을 수정하고 우리를 노리기로 한 모양이었다.
“에가 경! 저희는 놈들의 비룡을 견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습니다! 일단 물러나서 엄폐를…”
“아, 괜찮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으니까요. 어느 정도 접근하면 무리 없이 공격할 수 있습니다.”
“예?”
저 멀리서 견제한답시고 마법만 갈기면 모르겠는데, 그게 아닌 이상 바늘로 충분히 상대 가능하지.
보는 눈을 신경 써서 휘파람을 부르며 대바늘 하나를 뽑으니 옆에서 보고 있던 란제가 놀라움을 감추지 않으며 물었다.
“이런 미친. 그건 또 무슨… 설마 아까 성벽을 뛰올라갈 수 있었던 게 그거 때문입니까?”
“눈치가 엄청 빠르시군요.”
“아니, 그냥 해 본 말인데 진짜라구요? 그 가느다란 걸 밟으면서 그렇게 뛰었다고?”
“뭐, 두 개 정도 합쳐서 요령껏 하면 됩니다.”
어제부터 느낀 거지만 여러모로 긴장감과는 담을 쌓은 여자였다. 잠깐 그렇게 떠들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인 그녀는 다른 기사들처럼 엄폐할 거라 여겼던 내 예상과 달리 우리 쪽으로 급강하 비스무리한 걸 시도하는 비룡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둔기를 고쳐쥐었다.
“못 믿는 건 아닌데 혹시 모르잖습니까.”
그 모습을 멀뚱히 봤더니 시큰둥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이고는 딱 한 마디 더 보탤 뿐이었다. 바늘로 공격하는 게 실패하면 저 몽둥이로 비룡의 대가리를 깨겠다는 건가? 예카트리나하고는 또 다른 듬직함이군.
하지만 내 예상이 맞으면 빗나갈 일은 없을 것이다. 애초에 처음 내려오는 비룡은 바늘이 아니라 도끼로 잡을 거니까.
-키에에엑!
빈말로도 곱다고 하기 힘든 소리를 지르며 머리부터 떨어지던 비룡이 크게 날개를 펼치며 고개를 치켜세운다. 그것만으로도 비룡과 비룡을 타고 있는 마족의 위험도가 대폭 하락했다.
비룡 기사가 무서운 이유는 비룡이 공격하기 때문이 아니다. 타고 있는 비룡 기사가 기동성을 살리며 마법을 쏟아붓고 그로 인해 생겨난 빈틈을 물리적으로 파고들기 때문에 위협적인 거지. 오히려 저렇게 비룡이 방향을 틀어 발톱부터 들이밀면 피탄 면적만 넓어져서 그대로 황천길 가기 십상이다.
지난번에도 느꼈지만, 역시 놈들의 비룡은 이티스엘의 그것에 비해 훈련이 덜됐다.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비룡에게 도끼를 선물했다.
-키에…엩?!
마족이라면 모를까 한낱 비룡이 전력으로 던진 양손 도끼를 피할 수 있을 리 없다.
치켜든 턱주가리 아래로 날아든 도끼날이 그대로 놈의 두개골을 쪼개 틀어박히자 비룡의 고개가 그대로 뒤로 넘어가며 고꾸라진다.비룡의 배가 하늘로 향하며 그대로 추락하기 시작하자 등에 타고 있던 마족이 당혹스러움과 두려움이 가득 찬 비명을 질렀지만, 어차피 알아서 깔려 죽을 놈에겐 관심이 없었기에 그대로 뛰어올라 떨어지는 비룡을 밟았다.
그리고 아카데미 지하에서 짭드래곤으로 변신했던 대악마의 등을 타고 달리던 감각을 살려 도움닫기를 시도했다.
“무슨?!”
애초에 내 목표는 방금 죽어 버린 비룡 뒤에서 제트 스트림 어택을 시도하기 위해 따라오는 후발주자였다.
아직 발톱을 세우지 못해 머리부터 떨어지고 있는 비룡 위에서 당황하는 마족에게 대바늘을 날린 나는, 놈이 저항도 못 하고 죽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그대로 비룡의 얼굴에 죽빵을 꽂았다.
얼마나 줘패야 내 말을 듣는지 이 기회에 한 번 확인해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