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418)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418화(418/599)
[418화] 서부에서부터 흘러넘친 악몽다행스럽게도 추가된 스물의 비룡 부대라고 해서 특별할 건 없었다.
마력 폭탄 하나가 부족해서 조금 더 열심히 도끼를 던지고 바늘을 운용해야 했을 뿐. 그 탓에 손이 부족해 미처 잡지 못한 두 놈이 도망친 것과 추락한 비룡 시체에 부수적인 피해를 발생시킨 걸 제외하면 꽤나 성공적인 전투였다. 마력탄도 몇 개 추가로 노획했고 말이지.
이후 따로 도울 일이 있을까 싶어서 행군하는 부대 인근에 위치한 건물 옥상에 비룡을 주차시킨 나를 불러 세운 건 내게 손찌검을 당했던 레이널 연대장이었다.
“여단장님께서 귀공께 물어보고 싶은 게 많소! 우선 지휘소로 가주시오!”
성과를 거둔 씹새끼를 보는 듯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지만 말은 참으로 정중해졌다. 그래도 먼저 고개를 숙이는 등 고마움을 표하는 데에는 인색하지 않았기에 나도 비룡 위에서나마 적당히 예를 취한 뒤 지휘소로 돌아왔다.
예상보다 훨씬 성공적인 공략에 전생의 기억으로 상황을 판단한 나는 당연히 마무리 짓는 일만 남았다고 여겼는데, 어느새 위치를 이동한 지휘소에 돌아와 보니 들려오는 이야기나 눈에 보이는 분위기는 전혀 딴판이었다. 덕분에 내가 탄 비룡이 갑자기 내려앉는 것에 병사들도 놀라고 나도 뭐 다른 문제가 생긴 건가 싶어 놀라는 상황이 연출되어 버렸다.
다행히 나를 보고 달려온 라그니스를 통해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지 금방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본대가 따로 있다라…”
뭔가 뉘앙스는 내가 알고 있는 기동전과 망치와 모루의 조합 같은데… 저세상 커스터마이징이 곁들여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새삼 그런 놈들과 전쟁을 지속해 오면서도 여기까지 버티고 있는 왕국에 찬사를 보내고 싶어질 정도다.
“그럼 내성을 빠르게 공략하지 못하면 골치 아파진다는 소리잖아?”
“으음, 좀 더 정확하게 따지면 사실 외성 공략부터가 골치 아팠지.”
다른 병사들이 여단장을 데리러 간 사이 빠르게 핵심 요약을 해준 라그니스의 설명으로는 애초부터 외성을 공략한 뒤 마왕군의 본대를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은수리 독립전투여단은 일종의 선봉대이자 미끼였으며, 빠르게 외성에 진입하면 좋은 거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 우리 뒤에 있는 도시들의 병력이 망치가 되어 마왕군의 본대에 역공을 펼칠 때동안 버티고 서 있는 모루의 역할을 맡을 예정이었다고. 처음엔 이 병력만으로 점령하고 끝장을 볼 수 있을 거였으면 왜 아직도 레비엥을 탈환하지 못했나 궁금했었는데 역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그걸 이틀 째에 터트려버린 덕에 지금은 엄청나게 시간적인 이득을 보고 시작했다고 하니, 오늘 내가 한 짓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큰 업적이었다.
“만약 이대로 내성까지 돌파할 수 있다면… 완전한 탈환은 어떨지 몰라도 한동안은 왕국의 공세가 이어질 수 있겠지.”
지휘부의 예상대로라면 마왕군의 본대가 이곳에 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 4일. 거리가 가까운 것도 아니고 무려 군대 단위로 움직이면서 이게 말이 되냐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수준이지만, 이번만큼은 마왕군 쪽에서 곡소리가 나올 상황이라고 한다.
역시 전략 전술이 판을 치는 군대는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더니 라그니스가 슬금슬금 내 뒤에 있는 비룡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그나저나 그 비룡은 대체 뭐야? 그런 걸 준비해 놨었어?”
아무리 말을 잘 듣는다고 해도 결국 적진에서 노획해온 비룡이다보니 내가 자리를 비웠을 때 어떻게 될지 몰라서 여단장까지 직접 행차해야 하는 상황을 만든 비룡은 낯선 환경에도 불구하고 매우 매우 온순하기 그지없는 자세로 앉은 채 묵묵히 자신을 바라보는 라이카와 눈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정확히는 방금 전까지 눈싸움을 하다가 눈을 피했다. 비룡의 고개가 살짝 더 내리깔리고 라이카의 꼬리가 거세게 흔들어지는 것을 보아하니 진 게 분명했다.
어쩐지 이상하게 말을 잘 듣는다 싶었는데 비룡 중에서도 온순한 축에 속하는 놈인가? 그 꼴이 웃겨서 헛웃음이 나왔다.
“오다가 주웠어.”
일말의 주저도 없이 즉각 진실만을 말했을 뿐인데 따가운 눈총을 맞아버렸다. 나 억울해!
“진짜야. 마왕군의 비룡을 노획한 거라고.”
“그게 말이 돼? 아무리 마족이 훈련을 시켰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온순할 리 없잖아.”
“주먹으로 몇 번 때리니까 알아서 온순해지던데…”
돌아오는 시선은 냉담했고, 나는 결국 란제와 그녀의 대대원들이 증인이라는 말을 한 뒤에야 어느 정도 라그니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어째 점점 내 주변에 있는 여성들이 내 말을 신뢰하지 않는 것 같아 살짝 서러웠지만, 저 멀리서 알트 여단장이 모습을 드러냈기에 애써 태연한 척 허리를 폈다.
“솔직히… 뭐라 할 말이 없군. 그대를 의심한 것은 후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엄청난 결과를 보고 나니 단순히 내 식견이 좁았던 게 아닐까 싶군요.”
“여단장께서 내리신 합리적인 판단을 누가 뭐라 할 수 있겠습니까. 오히려 그럼에도 신뢰를 거두지 않고 기회를 주셨기에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약식으로나마 귀족 예법에 맞춰 고개를 숙이니 알트 여단장이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그렇게 예를 차릴 줄 아는 인간이 왜 지휘소에서는 레이널의 싸대기를 때렸냐는 듯한 눈치였지만, 그는 금방 표정 관리에 들어가며 손을 내저었다.
“나는 귀족이 아니니 거기까지는 예를 차리지 않아도 됩니다. 그보다… 전투로 인해 피곤한 건 알지만, 정말 미안하게도 마왕군과의 전쟁은 시간이 생명인지라 물어보고 싶은 게 좀 많습니다. 최대한 빨리 끝낼 테니 시간을 내줄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그래야죠.”
이미 라그니스에게 정황까지 들은 마당에 거절할 이유도 없었기에 흔쾌히 수락했더니 여단장의 시선도 슬금슬금 내 뒤에 있는 비룡에게로 옮겨졌다.
“그… 자리를 옮겨야 하는데, 비룡이 날뛰는 일은 없겠습니까?”
“네. 이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젠?”
우리 멍뭉이가 기선제압을 제대로 한 거 같거든요.
굳이 물어보지 않았음에도 상황을 이해한 라이카가 짧게 짖었다.
◈
피눈물을 흘리며 엘드미아에게서 도망친 비룡 부대원들에게 상황을 전달받은 마족은 잠깐 눈을 감은 채 고민에 빠졌다.
정해진 방식으로 조작하거나 내부의 마력과 술식을 건드릴 정도로 확실한 마법적 개입이 없는 한, 마력탄은 일반적인 충격으로는 절대 폭발하지 않는다. 마왕군이 게이트를 통해 이티스엘 내륙에서 터트리려고 했던 초기 형태의 마력 폭탄도 똑같이 지니고 있었던 안전장치다.
“그 엘드미아가 확실하군.”
최근 들어 마왕군의 새로운 골칫거리로 자리 잡은 인족. 이티스엘에서 작은 엘드미아라는 이름의 부대를 만들고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괴생명체들을 육성한 게 아닌 이상 동일 인물일 수밖에 없었다.
“놈의 동태는?”
“전투 후 후방으로 빠진 것으로 보아 지휘소에 있을 것이라 사료됩니다.”
“우리 쪽에서 우회 타격할 수 있나?”
“…힘들 거라 봅니다.”
전쟁 준비를 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굳건한 외성이 겨우 이틀 만에 함락될 거라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당연히 장기전을 위한 전쟁 물자들은 외성 인근으로 이동한 상태. 지금은 내성 수비를 위해 물자와 병력을 총동원하는 것조차 촉박했다. 이 상황에서 인족의 군대에 들키지 않고 우회하여 지휘소를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비룡 부대가 멀쩡했다면 시도라도 해봤을 수 있겠지만, 남은 비룡은 두 마리뿐이었다.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온갖 형태로 우리를 괴롭히는군. 사실은 용사인 게 아닐까?”
마력을 쓰는 인족의 용사라는 건 역사서에도 존재하지 않았지만 실로 합리적인 의심이라 여겨지는 상황이었기에 회의실에 모인 마족들은 침묵으로 동조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무의미한 동조 속에서 시간을 허비할 생각은 없었기에, 이야기를 꺼낸 장본인이자 레비엥 점령군의 총 지휘관인 마족은 넋두리를 뒤로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 마족들에게 명령했다.
“수성전을 준비해라. 놈은 내가 친다.”
“이, 이라프 사단장님!”
“반론은 듣지 않겠다. 사령부의 지시는 곧 마왕님의 명령. 엘드미아는 발견 즉시 포획 또는 사살이다. 명색에 사단장의 위치에 있는 내가 이를 어길 순 없지.”
“너무 위험합니다. 차라리 저희가…!”
사단장 이라프는 손을 들어 올리는 것만으로 반론을 막았다. 거짓말처럼 반론을 멈추는 부하들의 충성이 고맙긴 했으나 그도 감정적으로 결론을 내린 게 아니었기에 철회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살아남기 위해 최대한 체력을 온존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 비룡으로 접근할 거다. 살아나올 가능성도, 사령부의 지시를 완수할 가능성도 가장 높은 게 나다. 수성전은 어차피 나 없이도 할 수 있잖아.”
무력으로 사단장의 자리까지 오른 그였기에 도개교를 내리고 적들을 도륙내는 게 아닌 이상 오히려 수성전에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원래 그가 도시에 남은 이유도 내성마저 뚫린 최악의 상황 속에서 버티거나 ‘망치’의 역할을 하는 아군이 도착했을 때 빠르게 공세에 들어가기 위함이었으니, 부하들이 움직이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나서는 게 가장 효율적이었다.
“마침 비룡도 한 마리뿐이잖아.”
“두 마리입니다만…”
“한 마리는 다른 도시에 경고장 보내야지. 단 이틀 만에 외성을 돌파할 수단을 들고 쳐들어온 적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놀러 왔을 리가 있나.”
그간 정체되어 있던 전쟁이 격화될 것을 알리는 효시와도 같은 싸움이 될 것이다. 적들의 포위로 인해 비룡조차 날아갈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에 발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두 명까지 탈 수 있던가? 그러니 나랑 같이 갈 놈 하나 구한다. 비룡 조종할 수 있는 놈으로.”
비룡같은 걸 타고 싸우는 것보다 직접 발로 뛰는 게 훨씬 강력하기에 타는 법조차 배우지 않은 사단장의 한 마디에 회의실에 모여 있던 열 댓 명이 마족들이 동시다발 적으로 손을 들었고, 이라프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쓰게 웃었다.
설령 죽더라도 마냥 헛된 삶은 아니었다고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