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425)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425화(425/599)
[425화] 서부에서부터 흘러넘친 악몽전투가 마무리되고 두 명의 포로를 얻은 뒤, 대체 왜 뜬금없이 강탈한 비룡이 자발적으로 포켓몬 배틀을 시작했는지 이유를 알아보니 라이카의 활약이었다.
비록 이젠 한 마리 개와 다를 바 없는 습성을 보이고 있다 한들 마검의 능력이 아주 사라진 건 아니었는데, 그중 하나가 사용자의 사념같은 것을 읽고 파악하는 거라고 하더라.
거리 제약이 좀 있지만 이번엔 충분히 가까웠기에 놈의 도주를 보며 당시의 내가 느낀 오만가지 감상이 녀석에게도 흘러 들어갔고, 주저 없이 비룡에게 명령을 내렸다는 게 라이카의 설명이었다.
“명령? 말이 통해?”
솔직히 내 사고를 조금 읽는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건 뭐 피를 먹였으니 판타지적인 메커니즘으로 그렇다 쳐도, 마검에 통역 기능까지 달렸다는 건 금시초문이라 되물었더니 라이카는 뭔가 생각하는 것처럼 눈을 위로 뜬 채 고개를 좌우로 갸웃거리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말이라기 보단, 방향 제시? 주인님의 마력으로 한 거니까 주인님도 가능할 거야!]자기 딴에는 굉장히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시도한 능력인지라 마력을 쏟아부어 똑똑한 라이카 모드를 활성화시켜도 만족스러운 설명을 들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마력으로 했다고 하니 나중에 스승님과 세네란의 도움을 받으면 어떻게든 가능하지 않을까.
어쨌든. 그렇게 도주를 시도한 사단장과 그 일당을 붙잡은 공로자가 된 비룡의 평가는 급상승하여, 처음엔 데면데면했던 이들조차 먼저 다가와 착하다고 먹이를 주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미 알트 여단장의 명령으로 살아 있는 산양 한 마리를 통째로 먹는 호화를 누렸음에도 넙죽 넙죽 다 받아 먹은 녀석은 ‘이렇게 알아서 적을 공격할 줄 아는 비룡이 문제를 일으킬리 없다’ 는 만장일치의 의견을 통해 내 천막 옆에 똬리를 틀고 엎드려 자는 중이다. 혹시라도 군에서 몰수해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시도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여유로운 건 거기까지였고, 갑자기 나타난 마족 사단장을 생포하는 쾌거를 이룬 덕에 지휘부는 엄청나게 부산한 상황이었다.
여단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은 전부 지휘소 천막에 틀어박혀 회의에 들어갔고, 다른 인원들은 경계를 더더욱 강화하고 진지 구축에 열을 올리며 마족들의 추가 공격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라드넬반데스 경을 필두로 도시 공략에 나섰던 마법사들 일부를 다시 불러와 무너진 성벽의 잔해를 옮겨 바리케이드를 세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이 세계의 전쟁이라는 게 전생과 많이 다르다는 걸 한 번 더 실감했다. 난 끽 해봤자 목책 정도만 생각했는데 말이지.
그 탓에 기사부터 말단 병사까지 대부분 차출되어 바쁜 상황이었으나, 지금의 나하고는 연관이 없는 이야기였다.
난 최대 공로자이자 환자였으니까. 그것도 다른 환자들과 달리 개인 천막에서 치유를 받고 쉬고 있는 VIP 환자.
“자랑이다 아주!”
“아악!”
짜악 소리가 나게 라그니스에게 어깨를 맞았지만 비명을 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정줄을 놓고 기절하는 일이 또 일어나진 않았지만 이루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근육통 떄문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게 고작이었기 때문이다.
“잠깐! 이번엔 억울해!”
“억울하긴 뭐가 억울해? 가만히 있는데 사단장이 들어왔으니 억울하다고 하고 싶은 거야?”
“어…? 그렇지?”
“지금까지 저질러놓은 업보가 돌아온 거잖아!!”
짜악! 옛날과 달리 이젠 진짜 근육질이 되어가는 라그니스라서 진심으로 휘둘러진 손바닥이 매섭기 그지없었기에, 난 또 한 번 숨 죽여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셰릴이 안면 니킥을 박아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겨우 이런 거 가지고 엄살이냐고? 그땐 마력으로 육체 강화를 했으니까 그냥 살짝 맞은 수준이었던 거고!
한 톨의 마력도 운용할 수 없으면 결국 사람의 몸뚱이인지라 따가운 걸 어찌할 방법이 없다. 차라리 주먹으로 후려치면 모르겠는데 저건 그냥 채찍이다.
“선생님, 제발요. 너무 아파요.”
진짜 아파서 헛웃음밖에 안 나올지경이라 애걸복걸하자 라그니스는 한참을 째려보다가도 결국 깊은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렸다.
“내가 못 살아… 그래도 지난번처럼 열은 안 나네.”
“아, 그건 정령님이 도와주시던 것의 영향이 아닐까 싶은데.”
정신 못 차리고 고열에 시달렸다고는 하는데, 아픈 곳 하나 없이 개운했으니 나름 합리적인 추론이지 않을까?
“그보다 물… 아니지, 그 사단장이라는 놈은 어떻게 하기로 했어?”
“주요 인물이니까 후방으로 연행해서 정보를 캘 가능성이 높다고 해. 사단장 급을 포로로 잡은 게 워낙 드문 사례라고 하더라.”
물소 뿔 정도의 실력자는 보통 싸우다 죽거나 놓치거나라고 한다. 그게 호전적인 성격 때문이든 의무감 때문이든.
왕국 군에 사단장 정도의 실력자를 일방적으로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런 실력자가 전장에 나서는 걸 방치한다는 건 상대가 멋대로 날뛰어 평균 전력을 왕창 깎아 먹는 것을 눈 뜨고 보고만 있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이야기인지라 맞불 놓듯이 비슷한 실력자를 내보내서 실질적인 포획률이 저조하다는 게 라그니스의 설명이었다.
“허어, 사단장을 일방적으로 잡을 수 있는 실력자라니. 10검은 돼야 하나?”
“10검은 더 위라던데.”
“미치겠네 진짜.”
그냥 10검만 되어도 물소 뿔 이상이라니, 에카프 경은 대체 얼마나 강했던 것일까. 바로 옆에 붙어 살면서도 잘 모르겠던데.
나홀로 전투력 측정기에서 동 떨어진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 살짝 서러워졌지만, 당장 중요한 건 아니었기에 삼천포로 빠지려는 생각을 바로잡으며 라그니스에게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 전에 내가 놈을 볼 수 있을까?”
“알트 여단장도 네 공로를 확실하게 인정하고 넘어갔으니 그건 어렵지 않을 거야. 그건 왜?”
“놈이 우리 마을에 대해 알고 있었어.”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는지 라그니스의 눈이 커졌다. 나도 처음 참여한 전쟁에서 이런 수확이 생길 거라고는 조금도 기대하지 않았으니 충분히 이해되는 반응이었다.
“직접적으로?”
“아니, 그건 아니었어. 하지만 나보다는 많이 알겠지. 언제 수도로 연행하는지 알아?”
“후속부대가 합류하면 바로 병력을 차출해서 보낸다고 해. 빨라도 내일 늦게, 예상대로라면 이틀 후가 될 거야.”
“다행이네.”
지금은 거대 라이카의 도움을 받아 등에 얹혀가지 않는 이상 움직이기도 힘들다.
“일단 오늘은 푹 쉬어. 내일 상태가 괜찮아지면 바로 만날 수 있도록 이야기는 해둘게.”
식사를 하다 말아서 살짝 허기가 졌지만 지금은 그보다도 육체적인 피로가 더 심했기에, 나는 라그니스의 확답을 끝으로 빠르게 잠들었다.
혹시라도 정령님 얼굴을 또 보는 일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그때 다 못 들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는 않을까 기대했지만… 깜빡 졸았다가 깬 것 같은 느낌 속에서 눈을 떴을 땐 어느새 차가운 새벽 공기가 천막 안을 가득 채운 뒤였다.
겨우 하룻밤 쉰 걸로 얼마나 나아지겠냐마는, 그래도 몸을 움직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어쩌면 성직자 분이 와서 열심히 성법을 펼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실제로 근육통이라 느낀 게 근육통이라면 말이지.
“뒤지겠네 진짜…”
관절까지 쑤시는 게, 어제 내가 움직인 걸 되새겨보면 관절에 무리가 가긴 했을 거다. 그래도 클만큼 컸기에 키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걸 위안 삼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니 길게 기지개를 켠 라이카가 따라붙었다.
겨우 하루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주변은 꽤 많이 변해 있었다. 곳곳에 횃불이 서 있고, 눈에 보일 정도로 높은 감시탑이 세워졌으며, 그 앞에는 진짜 박살 난 성벽과 목재를 적절히 섞은 바리케이드가 자리 잡고 있다.
여러모로 굉장히 시끄러웠을 거 같은데 한 번도 안 깨고 잠들었다는 사실에 새삼 감탄하며 나는 라그니스의 숙소로 걸음을 옮겼다.
중간중간 마주친 병사들이 매우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는 탓에 나 역시 정중히 화답하느라 근육통에 시달리는 작은 해프닝 끝에 도착한 그녀의 천막에는 다행스럽게도 불이 켜져 있었다. 처음 보는 보초들이 앞을 막고 서 있어서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하며 다가가는 찰나, 마침 천막이 열리며 안에서 레니사 경이 걸어 나왔다.
“아, 에가 경. 어제 펼친 무훈은 전해 들었습니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덕분에 많이 나아졌습니다. 변경백께서는 기침하셨나요? 포로에 관해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 잠깐 뵙고 싶습니다만.”
이른 아침 일찍 찾아온 걸 괜히 보초들이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을까 싶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자 레니사 경은 옅게 웃어 보이며 화답했다.
“안 그래도 방금 그와 관련된 명을 받고 나오는 길입니다. 아침 일찍부터 회의가 있는 터라, 제가 대신 안내해드리게 되었습니다. 이미 알트 여단장님과 이야기는 끝난 상태라고 하시더군요. 지금 바로 가시겠습니까?”
아침부터 회의라니 높으신 분은 고생이구만.
늦어서 좋을 게 없었기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자 레니사 경이 자연스럽게 앞장서며 길 안내를 해주었다.
“어제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 레니사 경이 꺼낸 말은 굉장히 쌩뚱맞았다. 순간 라그니스의 개입을 막지 못한 걸 의미하나 싶었는데, 이어지는 건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나름 최선을 다해 단련해 왔다고 여겼는데, 사단장은 강하더군요. 이미 다 쓰러진 것과 다를 바 없는 자에게 다른 기사들과 함께 달려들었음에도 팔에 검을 박아넣는 게 고작일 줄은 몰랐습니다.”
아… 거기에 레니사 경도 포함되었었나? 정신이 없어서 얼굴 볼 겨를이 없었다 보니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자리에서 있는지도 몰랐다는 말은 결코 할 소리가 아니었기에, 나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말을 고르며 적당히 호응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