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445)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445화(445/599)
[445화] 개화開花진과 대화를 마친 나는 물자를 챙긴 뒤 서둘러 귀환했다.
어차피 한동안은 알리샤 여사님의 식량 창고를 털어갈 예정이었기에 딱히 문제 될 건 없었고, 숙영지에 도착한 나는 서둘러 세네란을 따로 불러냈다. 그녀는 내가 예정보다 훨씬 빠르게 귀환하자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고, 진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를 말해 준 뒤에는 올 것이 왔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마족이겠죠?”
“그렇다고 봐야겠지. 어쩌면 그 반푼이들 뒷배가 그쪽이었을지도 모르겠는데.”
“…각인을 썼는데도 알아차린 걸까요?”
“죽든 말든 작정하고 뽑아내려고 하면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지만… 걔들은 아니야. 그냥 모종의 방법이 있어서 꼬리를 잡았다고 보는 게 맞겠지.”
“이유가 있나요?”
조금도 고민할 필요 없다는 듯 확답하는 세네란의 반응이 신기해서 되물어보자 그녀는 오히려 정말 진지하게 물어보냐는 듯 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내가 그때 규율을 어겼다고 했었지? 살고 싶으면 절대 땅굴로 돌아가지 않았을 거야. 땅굴로 돌아가지 않은 놈들을 이티스엘 땅에서 마왕군이 마음 놓고 추적할 수도 없었을 것이고.”
“허, 규율이라는 게 그런 거였습니까? 용케 달라붙을 생각을 했네요.”
“멍청하거나, 멍청해질 정도로 큰 의뢰비를 제안받았거나 둘 중 하나 아니겠어? 어쨌든, 이제 와서 녀석들에 대해 고민하는 건 의미 없지. 놈들이 여기에 오는 건 늦고 빠름의 차이가 있을 뿐일 테니까.”
“어쩌실 겁니까?”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네가 정해야지.”
알게 모르게 지저분해진 안경을 닦아내며, 세네란은 덤덤히 자신의 생각을 입에 담았다.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움직인다는 건 이 신전의 존재와 교단 때문이겠지. 명령을 따를 뿐인 말에 불과할지, 주모자일지는 알 수 없으나 대화만 하고 끝날 상황은 절대 아닐 테고… 최종적으로 유물을 가져간 이유를 추측해 보면 널 보자마자 목숨 걸고 덤빌 가능성마저 있는 상황 아니겠어?”
마신의 용사가 인족이라는 건 결코 마왕군에게 좋은 이야기가 아니니까.
안경을 다시 쓴 세네란은 그 어느 때보다 또렷한 시선을 내게로 향하며 말을 맺었다.
“그러니 사건의 중심인 네가 결정해. 남한테 휘둘리는 건 적성에 안 맞잖아?”
실로 타당한 추측과, 내 입장에서는 충분히 납득 되는 결론이었다. 그 이야기를 잔뜩 돈만 쓴 꼴이 되어 버린 세네란이 먼저 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어쨌든 내게 결정권을 준다고 하니 감사히 받기로 했다.
“뭐… 그럼 다 모아 놓고 이야기해보죠.”
“이야기?”
“어떻게 놈들을 조지고 뒤를 캐낼지 생각하는 건 여럿이서 같이 할수록 효율이 좋잖습니까.”
싸우지 못해 안달 난 전투 민족 같아도 우리 마을과 엮인 이상 일단 후려치고 보는 게 대전제다.
◈
아실리에에게 대충 상황을 설명하고 같이 유적으로 돌아오자, 이미 세네란에게 어느 정도 이야기를 전해 들은 사람들이 굳은 얼굴로 우리를 맞이했다.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낭설일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는 없었다. 되려 교단 측과 성녀님은 자신들의 행적을 돌아보며 흔적을 남겼을 가능성부터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았고, 조별 과제 희망 편이라 할 수 있는 원활한 의견 교환을 통해 우리는 추적자가 마왕군임이 분명하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다.
진짜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위드라 님과 세네란 님은 귀환을 서두르시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데오니 성녀님께서 제안한 한 마디에 두 사람 모두 침음을 흘렸지만 반박하지는 못했다.
적의 전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마당에 큰 전력이라 할 수 있는 둘을 제외하는 건 그다지 바람직한 결정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으나, 그들이 지닌 입지 탓에 직접적인 전투를 벌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결코 가볍게 맞부딪치고 끝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격전이 치러질 것은 기정사실이다. 용사까진 미처 염두하지 못했을지언정, 성녀와 이단 심판관들의 뒤를 밟으며 왕국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마법사를 상대하려는 주제에 어중간한 전력으로 움직이진 않을 테니까.
그런 전력 둘이 부딪칠 경우 아무리 숲속에서 몰래 싸운다 하더라도 반드시 소문이 나고 흔적이 남는다.
마력과 마법 그리고 성법으로 인한 흔적은 뒤늦게 소식을 접한 왕국이 조사에 나설 때까지 지울 수 없을 것이고, 두 사람이 전투에 함께 했음을 알고 나면 왕실에서도 집중적으로 심문에 들어가겠지.
“재수 없으면 밀입국에 연루된 것까지 다 드러납니다. 차라리 진즉에 발 뺐는데 뒤늦게 마족들이 달라붙었다는 상황이 낫죠.”
고개를 끄덕이며 성녀님의 말을 거들었지만 사실 불필요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스승님은 언제나처럼 덤덤히 고개를 끄덕이셨고, 세네란은 오만상을 다 쓰며 힘겹게 인정한 뒤 내 안전을 위한 마도구라도 준비하기 위해 먼저 일어났다.
“그나저나… 성녀님을 비롯한 교단 분들은 괜찮으십니까?”
아무리 내가 용사라고는 하지만 인족을 위해 동족과 척을 지는 게 쉬울 리 없다. 그리 생각나며 던진 질문에 성녀님은 방금까지 보여주던 침착한 태도를 순식간에 벗어던지더니 노기를 띤 목소리로 대답했다.
“괜찮을 리가 있겠습니까?”
기껏 해봤자 동족과의 무의미한 전투를 치르게 될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반응이 나올 줄 알았는데, 성녀님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감히 에파가 님의 뜻을 거스르고 이런 만행을 저질렀을 뿐만 아니라 참회는커녕 계속 스스로의 죄악을 키우고 있는데 신을 섬기는 자로서 어찌 괜찮겠습니까!”
“아… 예… 그렇군요.”
성법 수업에 집중하느라 금방 잊어 먹고 말았지만, 기억을 되새겨보니 에파가 님께 들었던 성유물과의 단절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마자 화를 참지 못하고 뿔로 벽을 박아버리던 게 데오니 성녀님이었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다른 이단 심판관들도 비슷한 행동을 취한 것을 보며, 어쩌면 저게 마족들 사이에서는 나름 평범한 축에 속하는 분노 표출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나는 식겁하며 그들을 바라보는 멘데르 사제의 반응 덕에 그들의 반응이 조금도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 뒤로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잠잠해져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설령 마왕이 직접 명했다고 하더라도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폭거입니다. 당장 찾아와서 무릎을 꿇고 고해성사를 고해도 모자랄 판에 폭력을 써가면서 추적을 하다니요? 이는 명백한 적의의 표출이자 성직자 살해 시도이며 신성 모독 그 자체입니다!”
정정.
그렇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불같이 화를 내다 못해 또 아무데나 들이 받을 기세다.
뒤에서 조용히 듣고만 있던 이단 심판관들조차 그런 그녀를 말리기는커녕 같이 이를 갈고 있었기에, 나는 그들을 진정시키고자 서둘러 말을 꺼냈다.
“구, 군인들이면 그저 명령만 따르며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를 가능성도 있지 않겠습니까. 어쩌면 이곳에 신전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이들이 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정말로 그런 거라면 내가 매우 매우 아쉽겠지만 아직 싸울려면 한참 멀었는데 벌써부터 분기탱천하여 기운을 빼는 것보단 아무 말이나 지껄이는 편이 나았다. 다행스럽게도 성녀님과 이단 심판관들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며 분노를 보류했고, 어느 정도 이야기가 정리되기 시작할 무렵에는 어떻게 놈들을 맞이할 것인지를 두고 토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술 전략에 대해서는 당장 특별할 게 없었다. 적들에게는 유적이라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으니 이를 두고 배후를 노려 기습할 상황을 만들자는 결론을 내린 끝에 사람들은 다시금 각자 할 일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고, 덕분에 나는 어째서 이야기가 안 나오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주제를 확실히 하기 위해 또 먼저 입을 열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적들은 최대한 생포하고자 합니다만, 혹시 다른 의견 있습니까?”
어차피 떠나야 하는 사람이라 관심을 가지지 않는 스승님이나 아무래도 좋다는 반응을 보이는 아실리에와 달리 교단 사람들의 표정은 참으로 다채로웠다.
마치 암세포도 생명이라는 말을 들은 듯한 반응 반. 자신을 죽이려고 한 원수를 용서한 성인을 본 듯한 반응 반이 하나로 모여 나에게로 쏟아지는 가운데,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길래 저런 반응이 나오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틈도 없이 성녀님이 질문했다.
“용사님. 저희가 마족이라고 하여 그런 점까지 배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방금 말씀드렸던 바와 같이 그들은 이단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행동을 취한 당사자들일지도 모르니…”
미친 세상에.
성녀님의 말을 들으며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는 교단 사람들이 반응을 보아하니 내가 무슨 엄청난 자비라도 베푸는 것처럼 받아들인 모양이다.
“아무래도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건 그저 실용성의 문제일 뿐입니다. 시체에게서 배후를 캐낼 수는 없으니 당연히 살려 둬야죠.”
그런 환상을 품게 해봤자 좋을 게 없기에 확실하게 딱 잘라 말했는데, 어째서인지 돌아온 건 ‘과연. 용사님은 다 생각이 있으시구나.’ 라는 묘한 만족과 감탄이 섞인 반응이었다. 심지어 성녀님마저도.
와, 이거 적응하기 힘드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