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449)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449화(449/599)
[449화] 불경不敬뒤로 몸을 날리면서도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들어 올린 두 개의 손도끼 위로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짧은 시간 동안 정말 많은 경우의 수를 염두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었지만, 대장은 일단 아무런 주저도 없이 견뎌 내며 공격을 흘린다는 선택지를 골랐다.
아무리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며 가한 일격이라고 한들 상대는 인족이다. 자신과 대등한 실력을 지닌 인족이 마신교의 성녀와 편을 먹고 공격을 할 가능성을 염두하느니 스스로의 실력을 믿는 게 맞았다.
그게 잘못된 믿음이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겹쳐진 손도끼의 날이 갈려 나간다는 기이한 감각을 느끼는 것보다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빼는 게 더 빠르지 않았으면 간발의 차로 정수리를 쪼개버렸을 일격에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새하얀 도끼날이 콧볼을 스쳐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에 자세를 고쳐잡고, 아직 반절이상 붙어 있는 손도끼를 휘둘러 반격을 꾀한 것은 계산보다 본능에 가까운 행동이었으나 그는 이걸로 확실히 상대를 죽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상대가 무기에서 손을 놓는 그 순간까지도 그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자신있게 필살의 일격을 시도했다가 무기를 놓치고 죽음을 맞이한다니, 방금까지 아슬아슬한 상황에 놓여 있었음에도 웃음이 터져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맨손으로 이길…?!”
하지만 손도끼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튕겨 나왔고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대체 어느 순간에 뽑아 든 것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검이 공격을 막아 낸 것도 빨랐지만 쥐고 있는 손도끼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저항 속에서 느려진 듯한 기분이 들었기에, 대장은 주춤하며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역시 마장금이었군.”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린 인족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주무장를 던져두고 부무장을 꺼낸 주제에 너무 과하게 파고드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할 틈도 없었다. 다시 한번 손도끼를 밀쳐 내고, 그대로 반동을 이용하여 자신의 목을 베기 위해 날아드는 검을 보며 대장은 두 가지를 알아차렸다.
놈에게 검은 결코 부무장이 아니라는 것과, 마력을 쓴다는 것을…
“네놈이구나!”
마력을 쓰는 인간. 작은 엘드미아.
평소라면 손도끼로 막았을 테지만 일격에 반 정도 잘려 버린 도끼날이 신경 쓰여 조금은 추한 몰골로 뒤로 삔 대장의 앞을 두 명의 부하가 가로막으며 인족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굉장히 깔끔하고 날카로운 협동 공격이었음에도 놈은 물 흐르듯이 그들의 공격을 튕겨 냈다. 그리고 이번엔 그 틈바구니를 이단 심판관들이 치고 들어와 간격을 벌리며 인족을 보호했다.
긴장감 넘치는 대치가 이어질 거라 여겼는데… 어째 성녀의 반응이 이상하다.
“마법사를 먼저 치기로 했잖습니까!”
어이가 없다는 듯 외치는 그녀의 눈에서는 배교자를 향한 분노와 독기보다 어이없음이 더 많이 흘러나오고 있고, 인족은 마치 성녀의 모든 독기와 분노를 흡수한 것처럼 길길이 날뛰기 직전의 몰골로 삿대질을 한다.
“저 괘씸한 새끼 목부터 딴 뒤에 쳐도 늦지 않습니다. 어딜 감히…”
그 덕분에 생긴 아주 약간의 대치 속에서, 죽음의 위기 속에서 생존과 관련된 방향으로만 빠르게 돌아가던 머리가 이성을 되찾으며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기 시작했다.
놈이 누구인지는 견적이 나왔지만 그 뒤에 이어진 정보들이 도무지 쉽게 맞물려지지 않았다.
“이런 씨발, 왜 엘드미아가 여기 있는 건데?”
결국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미약한 현실 부정이었다.
최근 레비엥에서 보여 준 악랄한 행적 때문에 마왕군 내에서 놈의 악명은 이미 퍼질만큼 퍼진 상태였다.
성채 파괴자, 피리 기사, 사단장 이라프를 떨군 자.
하루가 멀다 하고 퍼져나가던 악명이 헛소문이 아니라는 걸 모두가 알게 되기까지는 2주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때까지 소문을 믿지 않았던 이들은 다른 전선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비룡 강습부대의 지랄 맞은 행보를 직접 겪고 나서야 그 모든 이야기가 허황된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고, 레비엥에 상주하고 있는 성채 파괴자가 자신들의 영역에 나타나지는 않을까 바짝 긴장한 채 자신들의 귀를 레비엥으로 움직였다.
그래서 알고 있었다. 레비엥 일대의 마왕군은 아직도 피리 소리와 함께 나타나는 강습 부대 때문에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곧 죽을 놈이 그딴 게 중요하냐? 성녀님과 달리 난 네놈 영혼을 에파가 님께 특송으로 보낼 생각인데?”
“뭐…?”
“의외로 한 성깔 하시는 분 같더라고. 자비심이 넘치신다고는 하나 씹새 하나 정도는 줘 패지 않으실까?”
세상 껄렁하게 몸을 푸는 것과 별개로 견고하게 자세를 취하는 놈에게서 괴리감을 느낄 틈도 없이, 대장의 뒤에서 기성이 터져 나왔다.
“죽여!”
“뭐? 누가 감히…?”
제멋대로 명령을 남발하는 부하 놈에게 손도끼를 던질 생각으로 격하게 몸을 돌린 대장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다 죽어 가는 몰골과 달리 사납게 불타오르는 눈을 한 채 자신을, 아니. 정확하게는 엘드미아를 노려보고 있는 마법사였다.
“특수 작전 사령부의 권한으로 명한다! 엘드미아를 사살해라! 생포는 필요 없어!”
가뜩이나 이단 심판관들과 대치하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 예상치 못한 명령이 떨어지자 부하들의 시선이 저절로 대장에게로 향했다. 특수 작전 사령부라는 이름을 무시할 생각은 없었으나, 아무런 문서도 없이 입으로만 떠드는 명령을 따르기엔 그간 대장 아래에서 지낸 세월이 너무 길었다.
월권을 꿈꾸는 놈들은 항상 그의 손도끼를 얼굴로 받아야 했는데, 괜히 아무런 의심 없이 마법사의 말을 따랐다가 그 꼴이 나고 싶진 않았다.
대장은 적을 눈앞에 두고도 충분히 그럴 사람이었으니. 하지만 대장 역시 이게 대체 뭔 상황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 벙찐 와중에, 분노에 가득 찬 성녀가 먼저 입을 열며 메이스를 휘둘렀다.
“에파가 님을 등지고, 교단을 등진 것도 모자라 이젠 그분의 대리인조차 서슴없이 해하려 드는구나! 배교자에게 자비란 없다!”
“대리인…?”
그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머리가 나쁜 이들은 없었기에, 겨우 단 한 번의 외침으로 이단 심판관들의 기세는 오르고 소대원들의 기세는 꺾였다.
성녀까지는 그럴 수 있다.
성녀와 성자는 항상 존재하는 자들이다. 안타깝게 전쟁에 휘말려 죽을 때도 있고, 병사할 때도 있지만 그러면 자연스럽게 대를 물려 다른 자들이 나타난다.
성직자들이 당연하다는 듯 사용하는 성법처럼 그들 역시 당연한 존재고, 그건 신앙이 옅은 이들에게 마법과 다를 바 없다. 신이 주신 선물이라기보다 그저 신앙의 대가 정도로만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용사는 별개다.
반드시 신께서 윤허해야만 나타날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 신성의 개입이 확실시 되어야지만 점지받을 수 있다.
명백히 인위적人爲的… 아니, 신위적神爲的인 현상.
하물며 인족의 용사를 상대해도 위축될진데 마족의 성녀가 인족을 두고 마신의 용사라 외치고 있으니 혼란은 더욱 가중될 뿐이었다.
“빌어먹을, 그때 분명 다 죽였을 텐…”
그런 마족들의 반응에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앞으로 걸어 나온 마법사가 두 팔을 걷어올리며 마법을 시전하려는 찰나, 엘드미아가 움직였다.
큰 움직임은 아니었다. 그저 손을 앞으로 뻗자 바닥에 떨어져 있던 양손 도끼가 마치 던져진 것처럼 그의 손아귀로 날아 돌아갔을 뿐. 하지만 계속 이어진 혼란 탓에 누군가의 눈에는 그 광경이 마치 초현실적인 기적의 발현으로 느껴졌고, 누군가에게는 기괴한 사술로 느껴졌다.
“넌, 곱게는 못 죽는다.”
그랬기 때문일까.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로 침착하게 읊조린 엘드미아의 한마디를 이해하기 위해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틈을 타 도끼가 허공을 갈랐다.
마력을 운용하는 데 능숙한 이는 날아가는 거대한 양손 도끼에서 미세한 마력의 흐름을 느끼고, 대장은 거대한 마력 덩어리가 날아가는 것처럼 느꼈지만 정작 목표물이 된 당사자는 그런 걸 느낄 틈도 없이 훅하고 거리를 좁혀드는 도끼를 피하기 위해 옆으로 몸을 날리는 게 고작이었다.
“끄아아악!”
아쉽게도 그 동작은 그리 완벽하지 못했다. 앞을 가로막는 것은 죄다 쪼갤 기세로 날아든 도끼는 옆으로 뛰던 마법사의 왼쪽 정강이를 반 토막내며 동굴 벽에 틀어박혔고, 마법사의 비명을 신호탄 삼아 침묵이 깨졌다.
“싸워! 용사가 대수냐?! 어차피 돌이키기엔 늦었어!”
“하, 하지만 대장…”
자신을 바라보며 주저하는 부하를 보며 대장은 혀를 찼다.
성녀의 외침을 개소리로 취급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걸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정작 자기 자신도 그녀가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입에 담았다고 여기지 않았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싸우지도 않고 뒈질 수는 없었기에, 대장은 한껏 인상을 찡그리며 불안함 가득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부하의 미간를 향해 손도끼 자루를 휘둘렀다.
마음 같아서는 쪼개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게 한이었다.
“살고 싶으면! 죽여야 한다! 여기까지 와서 뒤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
“맞는 말이다.”
윽박지른 대장도, 그에게 도끼 자루로 한 대 맞은 부하도 전혀 예기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온 대답에 고개를 돌렸다. 그 시선을 받게 된 엘드미아는 대수롭지도 않다는 듯 어깨를 풀며 비어 있는 손으로 성법을 발현했다.
“처맞는 말.”
한줄기 창과도 같은 성법이 그의 손에서 쏘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