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452)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452화(452/599)
[452화] 불경不敬내게 불리한 예상은 어찌 이리도 빗나가는 법이 없는 것인지, 두 개의 손도끼는 기분 나쁠 만큼 따로 논다.
검과는 무게 중심부터가 다르기에 상대하기 까다로운 것도 문제였다. 본디 대가리에 무게 중심이 쏠려 있는 무기가 지닌 허점을 피지컬로 커버해버리니 이게 또 골 때린다.
멀리서 견제할 때는 놈의 손도끼에 수작질을 부릴 수만 있었다면 훨씬 수월했겠지만, 직접 공방을 펼치면서 거기까지 하기엔 안타깝게도 내 뇌가 하나였다.
하다못해 이놈의 공격이 좀 덜 묵직했어도 갑옷믿고 들이받는 건데, 이놈의 한손 공격은 딴 새끼들 양손처럼 묵직했다.
“주둥이만 산 건 아니구나!”
물소뿔도 그렇고 어째 매일매일 강제 거울 치료를 당하는 기분이네. 전투 경험이 많은 것인지 겁대가리를 상실한 것인지 손만큼이나 쉴 틈 없이 이빨을 터는 꼬라지가 참으로 보기 싫다.
덕분에 앞으로 만나게 될 놈들에게도 똑같이 해 줘야겠다는 결심이 더욱 굳건해졌다.
“이라프를 족쳤다고 하던데 별거 없…!”
그런 마음을 가득 담아, 내 어깨를 노리고 휘둘러진 도끼를 최대한 옆으로 흘려보내며 그대로 검을 뒤집어 놈의 아가리를 향해 폼멜을 휘둘렀다.
“아가리 좀 다물어라!”
“케흑!”
빠악! 하는 깔끔한 타격에 놈의 대가리가 확실하게 옆으로 돌아가고, 내가 뭘 더 하기도 전에 거리를 벌리려는 놈의 가슴 팍에 화살이 날아든다. 거기서 한 번 더 주춤거리는 놈의 목을 노리고 마력을 두른 검을 전력으로 휘둘렀지만 아실리에가 나를 보조해준 것처럼 이번엔 뒤에서 날아다니고 있는 마법사가 훼방을 놨다.
놈을 피해 유도 미사일처럼 날아드는 불의 화살은 다행히 건틀릿으로 펼친 장벽을 뚫지 못했다. 확실히 마력 먹는 값을 하는 물건이다.
“젠장, 마법쟁이의 도움이 이렇게나 고마울 줄이야.”
굳이 입을 털지는 않았다. 일 분 일 초가 아쉬운 건 나였으니까.
그럴 시간에 차라리 호흡 한 번 더 가다듬고, 몸 한 번 더 푼 다음 놈이 제대로 정비를 마치기 전에 공세를 이어나가야 했다. 놈이 정신을 차릴 때까지 쏟아질 기세인 마법을 끊기 위해 다시금 바늘을 날리는 사이 아실리에가 쏜 화살도 도끼쟁이를 향해 쏟아졌다.
그리고 그 틈을 노린 누군가가 내 뒤에서부터 마법사를 향해 성법을 투척했다. 유독 짙은 신성력이 담긴 걸 보면 아무래도 성녀님인 듯싶다.
덕분에 금방 마법이 끊기며 놈에게 다시 달려들 수 있었으나, 눈앞이 핑 돌 게 분명함에도 녀석은 어렵지 않게 아실리에의 화살 세 발을 도끼로 튕겨 낸 뒤 나를 노려보며 외쳤다.
“뭘 그리 서둘러 씨발아!”
타격이 제대로 들어갔음에도 이빨 하나 빠지지 않은 도끼쟁이였지만 입안은 찢어졌는지 피섞인 침을 뱉으며 왼손에 쥐고 있던 손도끼를 던졌다.
갑자기 놈이 미치기라도 한 건가 싶었는데, 무기를 던지는 놈의 태도가 자포자기하고는 거리가 멀다. 여분의 무기가 있기에 내 움직임을 일시적으로나마 봉쇄하기 위한 수 싸움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듯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여기서는 저 도끼를 받아 넘기며 파고드는 게 맞는 선택지이겠만 마력을 뻗어 힘을 빼려해도 영 속도가 줄지 않는다는 게 걸렸다.
검만으로 흘리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리 판단을 내림과 동시에 투구가 내 머리를 감싸고, 오른쪽 견갑이 앞으로 오도록 자세를 튼 뒤 놈의 도끼를 받아내기 위해 상단 자세를 취했다.
“뭔?!”
갑자기 튀어나온 투구에 더 놀란 듯한 외침이 터져 나왔지만 무시했다. 놈이 욕지거리를 뱉어냄과 동시에 칼날에 부딪친 손도끼의 묵직함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확실히 투구까지 꺼낸 건 현명한 선택이었다. 도끼를 막아내며 앞으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가는 건 어찌저찌 가능했으나 최대한 위력을 흘렸음에도 도끼 날과 자루가 칼날을 타고 올라와 투구와 견갑을 비스듬히 때리며 옆으로 튕겨 나갔다.
약간의 충격을 대가로 전진. 완벽하다고 해도 좋은 교환에 녀석의 미간이 일그러지며 빈 왼손을 허리춤으로 움직이는 동작도 다급해졌다.
“하! 저돌적인 건 마음에 드는데!”
난 너 별로야, 이 새끼야!
정확하게 세 걸음 더 파고들어 도끼쟁이를 내 간격 안으로 집어넣자마자 검을 휘두른 것과, 놈이 허리춤에서 새로운 무기를 뽑아들며 방어 자세를 취하는 건 누가 더 빨랐는지 구분짓기 힘들만큼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
하지만 놈이 뭘 뽑아들었든 간에 이번엔 내가 이겼다.
-콰가가각!
“엇?”
숨기고 있던 무기를 꺼내는 걸 멀뚱히 보면서도 휘둘려주는 B급 악당같은 꼴을 할 바에야 마력 좀 날려먹고 말지.
어디 마력 글라인더 맛 좀 봐라.
-키이이잉!
“씨발!”
사방으로 튀어오르는 불티에도 불구하고 놈의 무기는 내 예상보다 잘 버텼다. 순식간에 썰어버린 다음 그대로 도끼쟁이도 같이 갈아버릴 생각이었는데, 놈도 제 무기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나 역시 놈의 숨겨둔 무기가 뭐였는지 확인할 정도의 시간이 생길 정도였다.
좀 튼튼한 거 말고는 딱히 비장의 수라고 할 만한 게 보이지 않는 단검. 내 감상은 딱 그 정도였으나 대각선으로 칼날이 잘릴 지경에 놓인 도끼쟁이의 반응은 달랐다.
“이게 어떤 물건인데 씨발!”
뭐 가문의 보물이나 비싼 물건이라도 되는 걸까? 보급형이 아니라 사제 무기라는 티가 팍팍나는 외형이긴 한데, 특수 부대라는 놈도 비싼 무기 날려 먹는 건 참을 수 없는 모양이다.
어떻게든 나를 떨쳐 낼 요량으로 황급하게 도끼를 휘두르는 꼴이 굉장히 우스워서 마음에 든다.
그보다 더 마음에 드는 건 저 행동이 이미 늦은 대처라는 점이지만.
“내 알 바냐?”
-깡!
놈의 단검이 강렬한 소리를 내며 끊어진다. 그와 동시에 놈의 무게 중심이 아주 약간이나마 흐트러졌다.
부러진 놈의 단검에서 딱 봐도 디버프를 잔뜩 뿌릴 것만 같은 검은 안개같은 게 불길하게 퍼져나가는 것이 굉장히 신경쓰였지만, 놈이 그걸 피하려 들지 않는 걸 보아하니 찔리지만 않으면 그만인 듯하여 과감하게 파고들었다.
아무리 저놈이 손도끼를 제 수족처럼 휘둘러도 이런 지근거리에서는 내가 유리했다.
하프 소딩Half-Swording 자세를 취하듯 왼손으로 칼날을 잡고 오른팔로는 도끼자루를 받아 낸 뒤, 부러진 단검으로 내 옆구리를 찌르지 못하도록 왼쪽 팔꿈치로 힘껏 놈의 손목을 후려치며 그 반동을 이용해 녀석의 흉갑과 갈비뼈 사이를 노리고 검을 쑤셔넣었다.
어지간하면 베는 걸로 해결을 봤기 때문일까, 손에 느껴지는 감각은 살짝 생소하면서 탐탁지 않다.
하지만 그런 감각과는 별개로 머릿속에서는 ‘이대로 칼날을 부러뜨려야 하는데.’ 같은 아쉬움이 맴돌았다.
“끄허억…!”
놈의 신음과 함께 불현듯 떠오른 것치고는 스스로 느끼기에도 참으로 악마적인 발상이었지만, 꽤 그럴싸했다.
지금까지는 나를 위한 튼튼한 무기만 써 왔지만 굳이 근력으로 부러뜨릴 것도 없이 어지간한 무기는 마력을 주입하는 것만으로도 얼마 버티지 못해 박살이 나니 그다지 어려운 문제도 아니었다.
스치기만 해도 파상풍 확정일 것만 같은 단검을 몸에 박고 부러뜨린다면 제아무리 마족이라고 해도 치명적이지 않을까? 보조 무기로 단검 몇 개 정도는 차고 볼 필요성이 생겼다.
“덕분에 그럴싸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네.”
“아이…뭐?”
굳이 놈에게 말을 건 게 아니었기 때문에 난 투구 너머로 피식 웃으며 그대로 놈을 걷어찼다.
꽤 깊숙하게 찔렀기 때문에 폐는 확실하게 다쳤다. 제대로 검을 고쳐 쥐며 놈이 대응하기 전에 목을 칠 요량으로 자세를 잡는 순간, 이번엔 마법사뿐만 아니라 다른 마왕군들도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대장!”
인족이었다면 다급한 목소리와 달리 결국 타이밍을 놓치고 날아가는 도끼쟁이의 목을 허망하게 바라보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상대는 마족이다.
그 특유의 폭주같은 상태에 돌입하면 빠르고 강해진다.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
성법을 통한 견제를 멈추고 직접 달려들어서 근접전을 펼치던 이단 심판관들조차 등진 채 전력을 다해 달려오는 놈들은 내 검이 도끼쟁이의 목을 치는 것보다 빨랐다.
그런 견제들은 어디까지나 상정 내의 문제였다. 일단 눈앞의 급한 불을 반쯤 지져놓은 건 확실했기에 바늘과 도끼를 회수하기 위해 마력을 흩뿌리고 건틀릿의 방호 마법을 발동시키는 찰나에 내게 걷어차여 바닥을 두어 번 구른 도끼쟁이가 발작하듯 몸을 뒤틀며 외쳤다.
“씨이발, 물러서!”
그러고는 아직 불길한 기운이 다 가시지 않은 부러진 단검을 거꾸로 쥐더니 제 목에 찔러넣었다.
“이건 또 뭐 하는 짓거리야…?”
나도, 달려들던 놈들도 그 뜬금없는 자해 행위에 놀랐으나 마법사는 달랐다. 놈은 우리가 아니라 마왕군을 향해 마법을 시전했고, 강렬한 바람에 휘둘린 놈들은 제 의지와는 달리 빠른 속도로 마법사에게 날아갔다.
그 기이한 대응을 얼빠진 얼굴을 한 채 볼 수밖에 없었던 내 머릿속에 순간 강한 경고가 울려 퍼지며 좆 같은 기억이 떠올랐다.
“씨발 또 자폭인가?!”
빌어먹을 자폭성녀.
의문을 품는 시간조차 아까웠기에 회수하려던 바늘과 양손 도끼를 죄다 도끼쟁이에게 쏟아부으며 몸을 뒤로 날렸다.
건틀릿의 방호 마법도 최대. 보호의 성법도 최대한 사용하는 내 곁으로 성녀님과 다른 이단 심판관들이 달려들며 또 한 번 성법을 펼친다.
그 너머에 보이는 도끼쟁이는 정말 자폭이라도 하는 중인지 순식간에 몸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하지만… 뭔가 달랐다.
“신성?!”
이변을 눈치챈 성녀님의 입에서 경악이 터져나오는 것과, 자폭의 여파처럼 보이던 놈의 부풀어 오르던 육체가 감마선 맞은 분노조절 장애인 뺨치는 거구의 근육질로 바뀐 건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어차피 죽는 건… 똑같겠지…!”
목에 박힌 단검이 앙증맞은 액세서리로 보일 정도로 비대해진 도끼쟁이가 괴상한 목소리로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며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