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473)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473화(473/599)
[473화] Apostate may care, but I don’t인족이 마신의 신성력으로 성법을 펼치며 배교자를 향한 응징을 입에 담는다.
그 상황만 놓고 보면 그저 전장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기행과 광기의 일환으로 치부될 일이었다.
애초에 마족령에 마족만 사는 게 아니었으니 마신을 섬기는 인족이라는 게 보기 드문 존재인 것도 아니다.
신실한 신앙을 지녔다면 신성력을 깨우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다른 이단 심판관들이나 교단의 전사들보다 약할지언정 충분히 전투가 가능한 수준까지 단련하는 것도 가능은 하다.
그저 이번 전쟁에 마신교는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볼일이 없었을 뿐이다.
그러니 마신교의 성전사같은 인족이 이티스엘 왕국군과 용사의 곁에 서서 싸우는 건 매우 드문 볼거리일 뿐,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대상이 용사 뺨치는 무력을 내세우며 전선을 초토화시키는 건 별개의 문제였다.
그랬기에 마왕군은 혼란에 빠졌고, 기계적으로 검을 휘두르던 평소와 달리 머리를 써가며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뭔데!? 왜 마신교의 성전사가 저기서 나와!?”
사실 성전사든 성기사든 이단 심판관이든 그런 자잘한 건 아무래도 좋았다.
종족의 명운을 건 대전쟁이라 여겼음에도 참전하지 않고 침묵을 고수하던 마신교 소속의 존재가 하필 적진에서 나타났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였다.
그건 마왕군의 이성을 마비시킬 정도의 파급력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가차없이 밀리는 전선이 처음에 드리웠던 비웃음을 거둬가고, 그가 외치는 배교라는 단어가 병사들의 팔다리를 무겁게 만드는 사이 마왕군들 사이에 맴돌고 있었던 정체불명의 긴장감은 점점 불안과 공포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씨발 정신 차려! 정신 차리라고 이 새끼들아! 우리가 마족이야! 마신을 섬겨도 우리가 섬기고 마신의 가호를 받아도 우리가 받는다! 저딴 말에 휘둘리지 마라!”
그런 불안감을 종식시키고 군기를 다 잡기 위해 조장과 대장이라 불리는 이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 좆 같은 전장에서 구를 대로 구른 놈들이 저런 거에 휘둘려?!”
얼굴과 뿔에 난 상처만 봐도 얼마나 많은 생사의 경계를 넘어왔는지 알 수 있는 마족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치며 왕국군을 반 토막 냈다.
이와중에도 침착하기 그지없는 태도로 전열을 정비한 다른 조장은 정신을 못 차리는 신병들을 고참에게 맡기며 혼란을 잠재우고자 했다.
마족에서는 몇 안 되는 배틀메이지인 백인대장은 사기 진작을 위해 일부러 방대한 마법을 시전 하여 아군의 주목을 끌었다.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잊지 마라! 자유를 위해!”
아군을 위한 그들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실제로 일부 병사들은 그들의 용맹한 행동에 감화되어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뻔’했으니.
그들에게 잘못이 있다면 자신들의 위치를 그렇게 노출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점 하나뿐이다.
-피이익!
넘쳐흐르는 소음 속에서도 유독 귀에 박힐 정도로 이질적인 휘파람 소리와 함께 엘드미아의 대바늘이 전장을 가로 지른다.
기사 한 명을 반쯤 집어던지다시피 하며 우렁차게 포효하는 전사의 입이 꿰뚫리고, 침착하게 방진을 정비하던 조장의 뒤통수에 바람구멍이 났으며, 한껏 끌어올린 마력으로 마법을 쏘기 직전이던 백인대장의 심장이 꿰뚫리기까지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아군의 사기를 진작시키고자 했던 전사의 입에서는 고통 어린 비명만이 터져 나왔으며 믿음직한 조장을 잃은 조원들의 절망은 더욱 가속화되었고 시전자 잃은 마법은 그대로 폭주하여 일대에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전장의 혼란 속에서 그 모든 죽음을 엘드미아가 일궈냈다는 걸 알아차린 사람은 딱 둘뿐이었다.
이미 그의 무기가 뭔지 알고 있는 지크프리트와.
“용사가 문제가 아니다! 피리 기사를 죽여! 놈이 아티팩트를 사용한다!”
엘드미아의 휘파람에 맞춰 정체를 알 수 없는 투사체가 날아다니며 아군을 학살한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막고자 용맹하게 달려든 마왕군 한 명. 정면에서부터 치고 들어오는 그를 마주한 엘드미아의 곁에 나머지 바늘들이 떠오르며 한 번 더 휘파람이 울려 퍼졌다.
“내가! 길을 열겠다!”
마왕군들에게 있어서는 영웅적인 광경이었다. 엘드미아를 향해 달려든 병사는 그 모든 바늘들에 반응할 뿐만 아니라 귀신같은 움직임으로 회피와 방어에 성공했다. 작은 버클러와 숏 소드를 앞으로 세운 그는 오직 실력만으로 여덟 개에 달하는 투사체를 전부 파훼하며 거리를 좁혔다.
실력이 곧 전부인 마왕군에게 있어 그 움직임은 그의 지시를 들으면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을 안겨주는 지표와도 같았고, 고작 십수 초밖에 되지 않는 짧은 순간에 결단을 마친 주변의 고참병들 역시 무기를 고쳐 쥐며 엘드미아에게 달려들었다.
놈의 주변에도 기사들은 있지만 중요치 않다. 여기서 죽더라도 저 녀석 하나만큼은 반드시 죽인다. 그런 각오로 마력을 끌어올린 마왕군의 움직임은 폭발적이었으나…
“엘드미아!”
그 광경을 보며 다급하게 외친 지크프리트의 한 마디에 아주 약간의 주저함을 내비치고 말았다.
특수 작전 사령부의 임무와 작전은 대부분 비밀리에 이루어지기에 전선의 병사들이 다 알 수는 없었으나, 모르는 이가 없는 대사건은 하나 있었다.
이티스엘 영토에 마력 폭탄을 전송해 터트리려다가 역으로 당해 막대한 피해를 입고 말았던 사건. 아무리 특수 작전 사령부라 하더라도 그 참사를 완전히 입막음할 방법은 없었고, 알음 알음 소문이 퍼져나간 끝에 결국 마왕군 내에서 모르는 이가 없게 되었다.
특수 작전 사령부 공식 작전명 ‘벼락’.
예기치 못한 참담한 실패 이후에는 ‘눈먼 벼락’ 이라 불리고 있었으나, 이를 알지 못 하는 일반 병사들은 ‘작은 엘드미아 습격 사건’이라고 불렀다.
피리 기사가 설마 ‘그’ 엘드미아라고…?
“형 이름 막 부르지 말고 앞이나 봐라.”
투구 속의 표정을 알 길은 없었다. 하지만 그 침착하기 그지없는 대답이 피리 기사의 실력과 자신감을 대변했고, 이내 그의 몸에서 막대한 양의 마력이 흘러넘쳤다.
“마…?!”
최선두에 서서 달리던 병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앞으로 뻗은 방패와 검 그리고 손 째로 목이 잘려 나갔다.
허공에 하얀 선이 보인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깔끔한 일격은 양손 도끼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하지만 그의 뒤를 이어 달리던 병사들에겐 감탄한 틈이 없었다. 족히 10미터는 될 법한 거리를 순식간에 좁히며 한 명을 죽여 버린 엘드미아가 또다시 휘파람을 불었기에.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마치 움직일 때마다 피리 소리가 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이에 누군가는 감탄하며, 누군가는 엘드미아에게 느껴지는 마력 위로 신성력이 내려앉기 시작한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며 날아오는 바늘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이건 씨발 너무하잖아!”
가까스로 바늘을 피해내며 자신의 목을 치기 위해 휘둘러지는 엘드미아의 도끼를 받아 내려던 병사가 억울함을 토로하며 입에 담은 외침은 유언이 되었다.
그 움직임이 방금 전보다 더 빨라졌다는 것을 이해한 다른 병사는 날아오는 양손 도끼라는 상황까지는 미처 이해하지 못한 채 가슴에 틀어박히는 도끼와 함께 저 뒤로 날아가 다른 아군들을 덮치고 말았다.
“너희의 싸움에 숭고한 대의나 자유 따윈 없다 눈먼 배교자들아.”
순식간에 사람을 도륙냈음에도 피리 기사는 숨조차 가빠지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서 느껴지는 온전한 마력이, 신성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한 것은 과감한 돌격을 시도하던 이들 중에서는 가장 뒤에 있던 병사 하나뿐이었다.
실력이 가장 부족했던 것인지, 결단이 가장 느렸던 탓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앞서 죽어나간 동료들을 대가로 상황을 온전하게 이해하게 된 그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덕분에 그의 목을 노리고 날아든 바늘을 의도치 않게 피하며 목숨을 부지하게 되었지만 그는 그런 사실에 안도할 수 없었다.
“용, 용사…”
인족은 마력을 쓸 수 없다.
대륙의 역사와 함께 해 온 불변의 진리와도 같은 그 사실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존재가 용사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용사다! 마신의 용사가 인족의 편에 셨다!”
그런데, 용사가 자신들을 배교자라고 부르며 무기를 휘두르고 있다.
맨정신으로 감당하기 힘든 현실 속에서 바닥에 주저앉은 병사는 결국 자신의 무기를 다시 들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진흙 바닥을 헤집으며 도망치는 것을 선택했다.
“마, 마신이 우리를 버렸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비명처럼 소리 지르며 도망치려는 병사를 보며 짧게 혀를 찬 엘드미아가 손을 뻗어 도끼를 회수하고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아니.”
누가 보더라도 양손 도끼를 던지려는 자세였으나 정작 아무도 막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미 진즉에 상황을 이해하길 포기하고 자신들의 의무를 다 하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한 인족들과 달리 도망치는 병사가 느낀 것들은 주변의 마왕군들 역시 똑같이 느끼고 있었기에…
…정말 마신의 용사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그들의 손발을 무겁게 만들었다.
“‘너희’가 마신’님’을 등진 거다.”
그의 손을 떠난 도끼가 도망치는 병사의 등에 박히는 것과 동시에 마왕군 쪽에서 새로운 신호탄이 올라왔다.
용사 대응 부대의 도착을 알리는 신호이자 퇴각 신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