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476)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476화(476/599)
[476화] Apostate may care, but I don’t비명을 지르며 눈에 박힌 투사체를 뽑느라 급급한 괴물들 사이에서 숨을 고른다는 상황에 절로 한숨이 나올 것만 같다.
그걸로 상황이 죄다 해결된다면 하루 종일 한숨만 쉴 수도 있겠으나, 당연히 그럴 일은 없었기에 침착하게 자세를 고쳐 잡은 뒤 도끼와 검을 휘둘러 앞으로 나와있던 놈들의 무릎을 베어냈다.
“크아아아악!”
어차피 놈들은 이 정도 상처따위 금방 회복한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입장인지라 고통에 겨운 비명조차 엄살 부리는 것처럼 들린다. 지금 내게 있어서 실질적으로 가장 큰 좆같음을 선사하는 것들이 그 지랄을 떤다고 생각하니 순간적으로 분노조절 장애가 일어날 뻔했으나, 최대한 침착하게 시선을 돌려서 놈들의 상처가 회복되는 속도를 확인했다.
저 무식한 괴물들을 뒤통수에 두기 전에 행동 불능 상태가 얼마나 이어질지 알아보고자 취한 행동이었는데.
“옘병, 엄살은…?”
잘못 봤나 싶을 정도로 도끼에 베인 놈보다 검에 베인 놈이 더 늦게 회복되고 있었다.
“놈을 막아!”
앞으로 튀어 나가려던 걸음조차 순간적으로 멈추게 만드는 광경에 쏠릴 뻔한 정신머리를 끌어당긴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건의 원흉인 똥색 머리였다. 나도 모르게 살짝 고마운 마음이 들려고 하는 게 기분 상해서 녀석에게는 대바늘을, 방금의 명령에 빠르게 반응하려고 하는 마법사 셋에게는 최대한 급소를 조준하여 바늘을 날려주었다.
그리고 바늘을 움직이는 것이 방금 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물 속에 쏘아지는 총알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확연하게 달라진 감각에 잠깐 당황했지만, 다행히 적당히 힘을 빼고 날린 게 아니라서 마법사들은 무리 없이 맞출 수 있었다.
“꺄아악!”
고통에 익숙치 않은지 찔리면 바로바로 비명이 터져 나온다. 그나마 어깨에 대바늘을 맞은 똥색 머리는 상황이 좋은 거였는데 바늘에 급소를 직격 당해 목숨이 날아가버린 다른 마법사들을 확인할 겨를이 없었는지 녀석은 자신의 고통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줬다.
“빌어먹을, 방패병! 마법사들을 보호해라!”
초 단위로 사람이 죽어 나가는 전장에서는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는 광경이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그 비명을 듣고 정신을 차린 마왕군들은 허겁지겁 녀석을 포함한 환영 마법사들을 지키고자 움직이기 시작한다.
휘파람으로 쇼를 할 틈은 없다. 의도치 않게 괴물들의 움직임에 시간차가 생기도록 만든 건 좋았으나 그래 봤자 2, 3초 차이.
마력과 오러로 날고 기는 사람들에겐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이지만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영화 한 편 찍어 보자고!”
“재난 영화냐고 씨발!”
저 뒤에서 정겨운 한국말로 추임새를 넣는 지프리트에게 큰 웃음으로 화답하며 마법사들에게 달려가는 방패병 하나를 노리고 도끼를 던졌다.
하도 많이 던져서 나도 모르는 사이 날아갈 경로가 눈에 보였던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깔끔한 투척에 반응한 마왕군이 기겁하며 방패를 들어 올린다. 흔하디흔한 목재 방패가 아니라 중세 석궁병들이 엄폐할 때 썼을 파비스Pavise만한 크기의 철제 방패였음에도 마력을 가득 담아 던진 도끼 앞에서는 처참하리만큼 간단하게 찢겨 버렸다.
반 정도 찢겨진 방패와 함께 도끼걸이가 되어버린 방패병이 뒤로 나자빠지는 광경이 여러모로 충격적이었는지 사방에서 고함이 터져 나오며 나를 노리는 마왕군이 늘어났다.
주로 누구를 불러라, 신호를 다시 쏴라, 나를 죽여라 등등의 내용들이었기에 딱히 귀 담아듣진 않았다. 그럴 필요도 없었고.
대신 가장 가깝게 다가온 마왕군이 휘두른 검을 위로 튕겨 내며 도끼를 던져서 허전해진 오른손으로 허리춤에 차고 있던 단검을 뽑아 놈의 늑골과 갑옷 틈바구니를 노리고 찔러 넣었다.
“흐헉!”
정말 찰나에 불과한 시간이었음에도 투구의 눈구멍 사이로 튀어나올 것처럼 커진 녀석의 눈동자에 두려움이 아른 거리는 게 보였다.
내가 외쳤던 배교자라는 말에 불안감을 느끼며 아직도 우왕좌왕하는 동료들을 두고 먼저 나서면서 녀석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잠깐 스쳐 지나가는 의문보다 단검에 마력을 흘려 넣는 게 더 빨랐다. 제 몸 안에서 느껴지는 파열음을 눈치챈 것인지 산산이 박살 나는 단검에 비례하여 놈의 얼굴에 절망감이 어리는 것을 뒤로하며 자루밖에 남지 않은 단검을 던지고 새 단검을 꺼내 다음 적에게 달려들었다.
역시 돈지랄이라 할 수 있는 수준의 낭비였지만 지금같은 상황 속에서는 체력과 마력을 비축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기도 했다.
공격을 한 손으로 막아 내지 못하면 그대로 병신이 되거나 죽게 되는 치킨게임이었으나, 신성력으로 추가 버프까지 얹은 육체와 그간 쌓아 올린 기술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적이 휘두르는 일격을 확실하게 흘려보내거나 막아 내어 틈을 만들고 겨드랑이, 목, 흉부, 얼굴 등의 급소를 노려 단검을 찔러 넣는다. 세 번 반복하자 뒤에서부터 지랄 맞은 괴성을 내지르는 괴물들이 다시금 존재감을 과시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타이밍이었다.
“피, 피해라!”
“놈에게서 떨어져! 휘말린다!”
사람과 철제 방패가 투척 양손 도끼에 쪼개지는 충격적인 광경을 보고도 도망치기는커녕 정체를 알 수 없는 영웅심과 의무감에 눈을 뜬 마왕군들이 꼴보기 싫을 정도로 내게 달려드는 상황이었거든.
앞서 세 놈의 몸속으로 들어갔던 단검들이 죄다 날붙이를 잃어버린 채 나오는 꼴을 봤기 때문인지 날 공격하는 것보다 내가 자기에게 찔러넣을 단검을 더 경계하는 마왕군에게 박치기를 시전 하여 뤼밍스 특제 투구의 단단함을 알려 준 다음 목덜미를 잡아 있는 힘껏 뒤로 던지자, 길게 이어지는 놈의 비명 위로 살점이 터져 나가는 격렬한 소리가 덮어씌워졌다.
꽤 앞으로 달려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소리가 들려오는 거리가 가까웠다. 놈의 속도가 도끼쟁이와 같다면 거리를 좁히는 데에 10초도 걸리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뒤를 돌아볼 시간조차 아깝다는 소리다.
마음속으로 역시 인생에 후진은 없다는 개소리를 읊조리며 정신 승리를 시도한 다음 남은 거리를 좁히고자 이중 가속을 시도한 순간, 꿋꿋하게 녀석의 앞을 가로막은 마왕군들 뒤에서 자신의 어깨에 틀어박힌 대바늘을 뽑아낸 똥색 머리가 외쳤다.
“바젤라드!!”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고 있는 게 아니라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외치는 모습은 꽤나 절박하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은 어깨에 큼직하게 뚫린 바람구멍 때문에 얼마나 아픈 상태인지 대변해주고 있었고, 그건 결국 통증 때문에 집중이 힘들어서 마법을 시전할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남은 마법사는 아직 열댓 명. 일반 병사들까지 섞여 들어와 정신이 없는 와중에 저년이 부른 놈이 대체 누구인지 알아내고자 열심히 머리와 눈알을 굴렸다.
살기 위해서는 일말의 주저도 없이 부하들조차 버림패로 쓰는 년이 격통에 집중이 흐트러져 마법을 시전하지 못할 때 부르는 인물이라 함은 높은 확률로 믿을 수 있는 측근일 터. 능력주의 성향이 강한 마족들의 특성으로 미루어 볼 때 똥색 머리 다음으로 위험한 마법사일 가능성이 컸다.
잠깐이나마 똥색 머리가 마법을 못 쓴다면 여기서 가장 위험한 건 바젤라드라는 녀석이니, 지금은 놈부터 죽여야 했다.
“해제 시켜!”
사팔눈이 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보이는 모든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힘쓰며 잘 움직이지 않는 바늘들을 회수하던 내 시야에 뿔 하나 달린 금발 머리가 들어왔다.
동시에 뇌리에 꽂히는 ‘해제’ 라는 단어.
뒤에서부터 느껴지는 괴물 새끼들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마법의 단어에 이번엔 내 얼굴이 일그러졌다.
금발이 주변과 똥색 머리를 번갈아 보며 주저하는 데에 걸린 시간이 3초. 그동안 나 역시 전력을 다해 바늘을 사출했으나 하필 재수 없게도 놈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던 마왕군 셋에게 그대로 막히고 말았다.
원래대로라면 그대로 뚫고 지나가도 이상할 게 없는 출력이라 여겼지만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걸 보면 역시 놈들이 사용하는 도구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게 분명하다.
“하여간 편하게 되는 일이 없지!”
그러는 동안 육중한 발소리가 더욱 가까워졌다. 다행히 한 놈만 다가오는 것 같았지만, 도끼쟁이 때를 떠올리면 다섯 걸음을 딛기도 전에 내게 도착할 것이다.
내 절박한 의도나 전황을 파악한 것인지 아군 기마병들이 녀석을 비롯한 다른 마법사들에게 돌격하고 있었지만 턱없이 느리다. 누군가가 던진 빛의 창이 금발을 향해 날아갔으나 전혀 이상한 곳에 떨어진다.
“엘드미아! 뒤!”
알고는 있는데 씨발 지금 그게 급한 게 아니다 지크야. 괴물이 복사가 될 수 있다고 씨발!
급하게나마 성법 섬광탄이라도 터트려서 놈의 집중을 방해하기로 마음먹고 신성력을 끌어올리자 이번엔 내 검이 지랄이었다.
“진짜 존나 너무하네!”
다른 건 몰라도 이게 에고 소드가 아닌 건 확실해졌다. 혹은 주인의 니즈를 너무나도 확실하게 파악하고 반대로 행동하는 씹새끼이거나.
느닷없이 밥그릇을 향해 달려드는 개새끼마냥 신성력을 빨아먹기 시작하는 검을 보며 어이를 상실하는 데에 또 3초. 금발은 눈에 힘을 주며 결심을 다지고는 당장이라도 마법을 시전하기 위해 두 팔을 들어 올리고, 뒤에서는 지근거리까지 달려온 괴물이 쿵쾅거리며 괴성을 지른다.
결국 속에서 천불이 나는 것을 느끼며 그냥 피해를 입더라도 아군에게 물러난 뒤 목뽑기로 괴물들을 처리해야겠다고 생각하기가 무섭게 내 검이 느닷없이 쪼개지며 비산하는 일이 동시에 일어났다.
“오. 씨발.”
새하얗게 터지는 빛을 보며 드는 생각은 ‘좆됐다.’ 였으나…
다시는 붙일 수 없을 지경까지 조각조각 나뉘어진 칼날이 총알처럼 사방팔방 날아가 적들의 비명을 야기하는 것을 보게 된 나는 이내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계실 줄 알았습니다 에파가 님.”
금발이 시전한 티끌만한 마법들이 비산하는 칼날에 맞아 소멸한다. 하지만 칼날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금발이 경악할 틈조차 주지 않으며 놈의 경동맥을 베어냈다.
부메랑처럼 휘어져서 뒤로 날아간 다른 파편이 무슨 짓을 했는지까지는 볼 수 없었지만 괴물이 내지르던 고함이 또다시 고통에 찬 비명으로 바뀐 것을 보면 아무튼 좋은 일을 한 게 맞았다. 그 사이로 똥색 머리의 비명이 한 번 더 울려 퍼지는 건 덤이었다.
또 한 번의 정적이 맴돌기 시작한 전장 위를 방황하던 시선들이 내게 쏠리는 것을 느끼며, 난 이 모든 걸 예상했던 것처럼 행동하기로 마음먹고 머리 위로 검을 치켜들었다.
그런 와중에도 여전히 한켠으로는 개박살난 검 때문에 좆됐다고 여긴 순간.
“에파가이시여…”
마치 그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사방으로 퍼졌던 칼날들이 순식간에 날아들더니 다시 구멍난 파상풍 제조기 같았던 검의 형태로 돌아왔다.
투구를 써서 정말 다행이다. 검을 올려다 보는 내 놀란 표정을 다른 사람들이 봤다면 되도 않는 연기를 시도한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균열된 검 사이로 에파가 님의 눈을 떠올리게 만드는 하얀 빛이 아른 거리는 게 대놓고 성검이라고 존재감을 과시하는 듯하다.
이번만큼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기에, 순간적으로 떠오른 말을 진심을 담아 한국어로 외쳤다.
“충격과 공포다 그지 깽깽이들아!”
역시 세상에 죽으라는 법은 없다.